# 213
제213화
211.
‘호오, 처음 보는 조합이네.’
멧돼지와 오크가 합성된 키메라였다.
-취익?
-왜 그러냐? 취익?
곤히 잠들어 있던 오크들이 멧돼지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불놀이.”
수혁은 불놀이를 시전했다.
스악
불덩이가 키메라들에게 날아갔다.
-퀴이익?
-키이익!
멧돼지가 다급히 외칠 뿐 움직이지는 않았다.
‘오크의 명령 없이는 못 움직이는 건가?’
아무래도 오크가 명령을 내려야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았다.
-취익! 인간이다!
-인간! 취익!
이내 오크들이 수혁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불놀이는 이미 코앞까지 가 있었고 왼쪽에 있던 키메라에게 불놀이가 작렬했다.
-멧돼지의 다리
-오크의 힘줄
작렬과 동시에 키메라는 쓰러졌고 이어 불놀이의 특수 효과가 터져 오른쪽의 키메라에게 날아갔다.
그렇게 두 키메라를 순식간에 잡은 순간.
[특수 퀘스트 ‘시드를 장악한 키메라들’이 생성되었습니다.]
특수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시드를 장악한 키메라들>
마을 ‘시드’는 이미 키메라들에게 장악당했다.
키메라들을 마을에서 몰아내라!
[남은 키메라 : 40]
[잡은 키메라 : 2 / ???]
퀘스트 보상 : ???
‘수를 딱 알려주네?’
특수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놓치는 키메라가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40마리라.’
수혁은 유령 마차를 소환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그리고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했다.
“키메라들을 전부 죽여.”
어둠의 자식들에게 명령을 내린 수혁은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취익! 인간이다!
마차를 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키메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수혁은 그대로 키메라를 지나쳤다.
-멧돼지의 다리 3개
-오크의 힘줄 3개
어둠의 자식이 갔기 때문이었다.
-취익! 이곳은 우리의 영역!
-침입자를 죽여라! 취익!
마을을 순회하며 수혁은 키메라들을 찾아다녔고 어둠의 자식들은 착실히 키메라들을 죽여 나갔다.
‘이제 마지막 한 마리.’
퀘스트를 받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수혁은 마지막 한 마리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어디에 있으려나.’
수혁은 마을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보스이려나?’
마지막 한 마리를 찾으며 수혁은 생각했다.
여태껏 잡은 키메라들은 전부 일반 몬스터였다.
바로 그때였다.
-멧돼지의 다리 42개
-오크의 힘줄 42개
[마을 ‘시드’의 모든 키메라를 처치하셨습니다.]
[특수 퀘스트 ‘시드를 장악한 키메라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가장 많은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배후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어둠의 자식이 마지막 한 마리를 죽였고 드랍창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마차를 멈췄다.
‘보스는 없었나 보네.’
보스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을 ‘시드’에는 보스급 키메라가 없었다.
‘배후의 증표는 뭘까나?’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보상으로 획득한 ‘배후의 증표’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가장 많은 기여도를 획득한 이에게 주어지는 아이템이고 ‘배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보통 아이템은 아닐 것이었다.
<배후의 증표[전설]>
대륙 곳곳에 키메라를 풀어 혼란을 야기한 이가 흘린 것으로 기묘한 문양이 각인되어 있다.
중앙 마탑에 가져가면 무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역시나 배후의 증표는 보통 아이템이 아니었다.
일단 아이템 등급부터가 전설이었고, 키메라를 푼 이들에 대한 단서였다.
‘중앙 마탑?’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련이 있는 건가?’
수혁은 정보 창을 닫고 인벤토리에서 증표를 꺼냈다.
그리고 증표의 외관을 확인했다.
정보에 나와 있던 대로 증표에는 기묘한 문양이 각인되어 있었다.
‘부러진 지팡이?’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지팡이가 그려져 있었다.
온전한 지팡이는 아니었다. 중간이 뚝 부러져 있었고 오른쪽 아래에 작은 나비가 있었다.
‘이 문양을 사용하는 집단을 찾는 건가.’
메인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이 분명하다.
‘나중에 들러서 알아봐야지.’
지금 당장 갈 생각은 없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를 확인했다.
‘도마니안 왕국 먼저 싹 도는 게 낫겠지.’
도마니안 왕국에는 총 10곳에 키메라가 나타났다.
그중 8곳이 S였고 나머지 2곳은 C였다.
지금 수혁이 S 한 곳을 없앴으니 남은 S는 7곳.
‘빠르게 돌자.’
수혁은 종이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마차를 몰아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아…….”
이내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마법사도 없구나.’
키메라 때문인지 워프 게이트에는 워프를 시전해 줄 마법사가 없었다.
‘혼자 이용하는 방법은 없나?’
수혁은 마차와 어둠의 자식들을 역소환하고 워프 게이트로 올라갔다.
마계처럼 혼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없네…….’
하지만 워프 게이트에는 별것이 없었다.
마계의 워프 게이트처럼 수정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마법사가 없으면 이용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에휴.”
수혁은 한숨을 내뱉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귀환서 사야겠네.”
그리고 얼마 전 연중에게서 받은 비욘드 워프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그렇게 비욘드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다음 마을로 이동했다.
* * *
도마니안 왕국에 거점을 잡은 길드 ‘쿵쾅’의 길드장 헤이동동과 부길드장 라이콘, 그리고 길드원들은 현재 산을 타고 있었다.
산을 타는 이유는 마을 ‘시드’에 가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더 가야 돼?”
라이콘이 물었다.
“앞으로 한 10분이면 도착할 거야.”
헤이동동은 주변을 둘러보고 답했다.
“워프 이용하면 안 되나?”
라이콘이 재차 물었다.
“워프 게이트에도 독이 있다니까.”
“내성 포션 빨고 가면 되잖아.”
“독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야. 키메라들이 마침 워프 게이트 둘러싸고 있으면 어쩌려고?”
독도 독이지만 키메라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워프를 했는데 키메라들이 모여 있다면?
차례대로 워프를 할 테니 자리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이고 그대로 몰살을 당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
맞는 말이었기에 라이콘은 징징거림을 멈췄다.
그리고 묵묵히 헤이동동의 뒤를 따라 마을 ‘시드’로 향했다.
10분 뒤.
“멈추세요.”
마을 ‘시드’가 시야에 들어오자 헤이동동은 걸음을 멈추며 외쳤다.
헤이동동의 외침에 라이콘과 길드원들은 걸음을 멈췄다.
“자자, 다들 하나씩 받으세요.”
뒤로 돌아선 헤이동동은 인벤토리를 열어 길드원들에게 독에 대한 내성을 크게 올려주는 포션을 2개씩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모든 길드원들에게 포션을 나누어준 헤이동동은 포션 하나를 든 채 말했다.
“하나는 지금 복용하고 나머지 하나는 지속 시간이 끝났는데도 키메라와의 전투가 끝나지 않으면 복용하세요!”
말을 마친 헤이동동은 포션을 벌컥벌컥 마셨다.
헤이동동이 마시자 라이콘과 길드원들 역시 따라 포션을 복용했다.
포션을 복용 후 헤이동동이 이어 말했다.
“자자, 갑시다!”
그리고 다시 뒤로 돌아 마을 ‘시드’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키메라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경계를 하며 다가가서 그런지 이동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천천히 마을 입구에 도착한 헤이동동은 더욱더 천천히 입구를 지나쳐 마을로 진입했다.
마을에 진입함과 동시에 헤이동동은 걸음을 멈췄다.
‘1, 2…….’
그리고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헤이동동이 숫자를 세는 이유, 그것은 바로 퀘스트 때문이었다.
마을에 진입 후 20초가 지나면 특수 퀘스트가 생성된다.
퀘스트 생성 후 남아 있는 키메라가 얼마나 되는지 상황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20, 21, 22 뭐야?’
숫자를 세던 헤이동동은 의아했다.
‘왜 안 떠?’
떠야 할 퀘스트가 뜨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가 뜨지 않은 것은 헤이동동뿐만이 아니었다.
“왜 퀘스트가 안 뜨냐?”
라이콘이 다가와 물었다.
“저도 안 떴는데요?”
“원래 입장 후 20초 뒤에 뜨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앞서 두 곳 갔을 땐 딱 20초 만에 떴었어요.”
길드원들 역시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20초가 지나면 뜨는 거 아니었나?’
헤이동동은 생각했다.
20초 뒤에 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나 잘못 알고 있던 것이 아닐까?
“한번 수색해보죠.”
키메라를 만나면 퀘스트가 뜰 수도 있다.
헤이동동의 말에 길드원들은 천천히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을을 꼼꼼히 수색 후 입구로 돌아온 헤이동동은 생각했다.
‘다 잡혔어.’
키메라들이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잡힌 게 분명했다.
‘누가?’
도대체 누가 키메라들을 잡은 것일까?
‘도마니안 왕국에서 잡았을 리는 없고.’
해결이 힘들어 쿵쾅 길드에 의뢰를 한 곳이 바로 도마니안 왕국이었다.
의뢰를 하고 자기들이 해결을 했다?
말이 되지 않는다.
‘황혼이나 일죽 길드랑도 이야기가 끝났는데.’
도마니안 왕국에는 거대 길드가 3개 있다.
황혼 길드와 일죽, 그리고 쿵쾅 길드였다.
이미 황혼, 일죽과는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다른 국가에서 온 건가?’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였다.
다른 국가에서 지원을 나온 것 같았다.
‘끙, 국가들이 개입을 하면 금방 정리될 텐데…….’
헤이동동은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자자, 바로 다음 마을로 갑시다. 이러다가 한 마리도 못 잡겠어요!”
* * *
마을 ‘호밍’.
-고블린의 독침 대롱 46개
-여우의 앞발 27개
-여우 가죽 15개
수혁은 호밍에서 키메라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호밍에 있는 키메라는 여우고블린이었다.
[레벨 업!]
[마을 ‘호밍’의 모든 키메라를 처치하셨습니다.]
[특수 퀘스트 ‘호밍을 장악한 키메라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가장 많은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배후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이내 마지막 여우고블린이 죽었고 레벨 업 메시지와 함께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계속 증표만 주네…….’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벌써 마을 다섯 곳을 돌았다.
그런데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전부 증표만 주고 있었다.
정보도 같았고 외형도 똑같았다.
다를 게 없었다.
‘연중이 하나 주고 나머지는 팔아볼까.’
수혁은 인벤토리에 있는 ‘배후의 증표’ 5개를 보며 생각했다.
필요한 건 하나뿐이다.
연중에게 하나를 줘도 3개나 남는다.
‘전설이고 메인 에피소드 진행 아이템이니 꽤 값나갈 것 같은데.’
전설 등급인 데다가 확실한 건 아니지만 메인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으로 추정됐다.
비싸게 팔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생각을 끝낸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워프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도마니안 왕국의 에렘이요.”
비욘드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다음 마을 ‘에렘’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