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
제209화
207.
“독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캐슬이 재차 물었다.
초록색 액체는 독이 분명했다.
“탱킹 힘들 것 같아?”
“건물 방어력이 내 방어력보다 낮을 것 같진 않아.”
건물 역시 방어력이 존재하는데 건물을 녹일 정도의 독이다.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 튀어야겠네.”
실버가 말했다.
사냥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탱킹이 되지 않는다.
탱킹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다.
즉, 도망을 가야 했다.
결정을 내린 캐슬과 실버는 뒤로 돌아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공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주변 건물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인지 키메라들은 캐슬과 실버를 쫓지 않았다.
“여기만 나타난 건 아니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도망가며 캐슬과 실버는 대화를 나눴다.
“저 독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실버가 물었다.
건물을 녹일 정도의 독이다.
버틸 수 있는 유저가 존재할까?
“랭커들은 가능하지 않을까? 없애든, 독을 쏘기 전에 죽이든.”
캐슬은 랭커들을 떠올렸다.
일반 유저들과는 차이가 엄청난 랭커들이다.
랭커들이라면 분명 키메라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랭커들이 마을 같은 데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지.”
캐슬은 실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랭킹을 유지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사냥을 하는 이들이 바로 랭커였다.
아무리 도시 승격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마을인 곳에 랭커들이 와 있을 리 없다.
“그러면 오늘 키메라가 나타난 곳들은…….”
끄덕임을 멈춘 캐슬은 말끝을 흐리며 뒤를 힐끔 보았다.
하나둘씩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이 보였다.
* * *
홀린 듯 책장을 바라보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빛이 안 나지?’
아무런 빛도 없었다.
한두 권 그런 게 아니라 책장에 있는 모든 책들이 빛이 없었다.
‘설마 읽은 책들인가?’
혹시나 읽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마계에서는 4권밖에 안 읽었는데?
하지만 수혁이 마계에서 읽은 책은 단 4권이었다.
‘그럼 중간계에 있는?’
이곳은 마계의 창고다.
마족어로 쓰인 책들을 보물 창고에 보관한다?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
그렇다면 마족들이 보물 창고에 보관할 만한 책들은 무엇일까?
다른 언어로 쓰인 책일 확률이 매우 높고 빛이 없는 것을 보아 인간들의 언어로 쓰인 책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수혁은 일단 확인을 하기 위해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 하나를 꺼내 정보를 확인했다.
“…….”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제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스킬북 – 마기 방출[영웅]>
사용 시 스킬 ‘마기 방출’을 습득할 수 있다.
책의 정체는 바로 스킬북이었다.
수혁의 표정에 실망이 나타났다.
‘스킬북이구나.’
읽은 책이 아니긴 했지만 읽을 수 없는 책이 바로 스킬북이었다.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수혁은 스킬북을 원래 자리에 놓았다.
‘다 스킬북이겠지?’
그리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며 생각했다.
확인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부 스킬북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전설이 있을까?’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표정에서 실망을 지웠다.
전설 등급이든 영웅 등급이든 수혁은 스킬북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수혁이 사용하지 못할 뿐 전설 등급의 스킬북이 갖는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만약 전설 등급의 스킬북이 있다면?
수혁은 책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스킬북 – 그림자 흡수[영웅]>
사용 시 스킬 ‘그림자 흡수’를 습득할 수 있다.
<스킬북 – 평화의 종[영웅]>
사용 시 스킬 ‘평화의 종’을 습득할 수 있다.
.
.
모든 스킬북을 확인한 수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없네…….’
전설 등급의 스킬북은 존재하지 않았다.
책장에 있는 스킬북들은 전부 영웅 등급이었다.
‘아쉽다. 아쉬워.’
수혁은 걸음을 옮겨 입구로 돌아갔다.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진열된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음?’
입구로 가던 중 연중을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고 있지?’
연중이 방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브라탐에서 얻은 전설 등급의 방패가 아니었다.
이곳에 있던 방패였다.
왜 방패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저것도 전설인가?’
연중의 표정에는 고민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방패를 획득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수혁은 연중을 지나쳐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이템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 * *
“…….”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멍하니 손에 든 방패의 정보를 보았다.
<수호자 아토닉의 방패[전설]>
수호자 아토닉의 방패다.
착용 시 방패는 소멸되며 직업 퀘스트 ‘수호자’가 생성된다.
이미 전설 방패를 가지고 있지만 혹시나 더 좋은 옵션의 방패가 있지 않을까 하며 연중은 방패를 먼저 확인했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바로 ‘수호자 아토닉의 방패’였다.
처음에는 장비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호자 아토닉의 방패는 전직 아이템이었다.
‘전설 등급의…….’
그것도 보통 전직 아이템이 아니다.
무려 전설 등급의 특수 직업이었다.
‘방패 쓰는 직업 같은데…….’
이름부터가 수호자였고 방패가 전직 아이템이었다.
방패를 주로 쓰는 직업임이 분명했다.
연중의 상황에서는 아주 괜찮은 직업이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지?’
고민이 됐다.
특수 직업은 한 번 선택하면 끝이다.
다시는 일반 직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른 특수 직업으로도 전직이 불가능하다.
즉, 수호자가 좋지 않은 직업이라면 할 수 없이 키워야 되는 것이다.
‘그래도…….’
연중의 마음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멋진데…….’
수호자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끌렸다.
거기다 특수 직업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던 연중이었다.
‘그래!’
고민 끝에 연중은 결정을 내렸다.
[수호자 아토닉의 방패를 획득합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2]
연중은 인벤토리에 넣어 소유권을 획득한 뒤 바로 방패를 꺼내 착용했다.
[수호자 아토닉의 방패가 소멸됩니다.]
[직업 퀘스트 ‘수호자’가 생성되었습니다.]
착용과 동시에 방패는 소멸되었고 직업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메시지를 보며 연중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직업 퀘스트 – 수호자>
당신은 수호자가 될 첫 번째 조건을 달성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수호자가 되어라!
[친구 수 : 69 / 50]
퀘스트 보상 : 직업 – 수호자
“…….”
퀘스트를 확인한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로 완료 조건 때문이었다.
‘친구 수?’
직업 ‘수호자’로 전직하기 위한 조건은 친구 수 50이었다.
‘왠지 찝찝한데…….’
몬스터를 잡는 것도 아니고 아이템을 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친구만 있으면 된다.
그것이 연중에게 찝찝함을 안겨 주었다.
‘이거 개그 직업은 아니겠지?’
문득 무한의 청소부 같은 개그 직업들이 떠올랐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아이템을 사용했다.
연중은 완료를 눌렀다.
[직업 ‘수호자’로 전직하실 경우 레벨과 직업 스킬이 초기화됩니다.]
[현재 레벨 : 443]
[443까지 보너스 스텟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메시가 나타났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아니었다.
경고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본 순간 연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초기화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연중은 메시지와 함께 나타난 창을 보았다.
[수호자로 전직하시겠습니까?]
‘이걸 누르면 1이 되는 건가.’
확인만 누르면 전직이 되고 레벨, 직업 스킬이 초기화가 될 것이었다.
“끙…….”
연중은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고민했다.
‘어떻게 하지?’
초기화는 생각지도 않았다.
‘이대로 내버려둘까?’
굳이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아도 된다.
완료하지 않고 이대로 그냥 쭉 키우면 그만이다.
전설 아이템을 하나 날린 셈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하…….’
연중은 속으로 내뱉으며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래.’
이내 연중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
[수호자로 전직하셨습니다.]
[레벨이 초기화됩니다.]
[직업 스킬이 초기화됩니다.]
[모든 아이템이 착용 해제됩니다.]
[수호자 설명서를 획득합니다.]
[스킬 ‘수호자’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수호의 방패술’을 습득하셨습니다.]
연중의 선택은 취소가 아닌 확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랭커가 뭐가 중요하겠어.’
랭커가 되려 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마당의 구독자 수 때문이었다.
현재 구독자는 수혁 덕분에 대폭 상승한 상황이었다.
‘랭킹이 전부도 아니고.’
랭킹이 높다고 강한 게 아니다.
그저 레벨이 높을 뿐이다.
더구나 수혁처럼 애초에 랭킹 등록을 안 하는 이들도 있다.
‘이참에 비공식으로 전환해야겠다.’
연중은 랭킹을 비공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캐릭터 창을 열었다.
그리고 직업, 길드 등 비활성화시켰던 목록을 전부 활성화시켰다.
소속 : 페이드 제국
길드 : 리더
직업 : 수호자
레벨 : 1
경험치 : 0%
생명력 : 102000
마나 : 5000
포만감 : 89%
힘 : 1430
민첩 : 467
체력 : 1754
지혜 : 250
‘그래도 레벨은 빨리 오르겠네.’
보너스 스텟과 칭호의 힘으로 1레벨의 스텟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스텟이 높았다.
이런 스텟이라면 금방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이었다.
연중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전직을 하며 획득한 직업 설명서를 읽기 위해서였다.
‘스킬 설명도 나와 있겠지.’
판게아는 스킬 창에 나온 스킬 정보들이 매우 불친절하다.
그러나 설명서에는 아주 잘 설명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연중은 수호자 설명서를 꺼내 펼쳤다.
처음에 나와 있는 것은 수호자에 대한 직업 설명이었다.
직업 설명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기에 연중은 대충대충 넘겼고 스킬 설명이 나오자 집중을 했다.
“……?”
그러나 집중을 하자마자 연중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스킬 ‘수호자’에 대한 설명 때문이었다.
“……!”
이내 모든 설명을 읽은 연중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1. 수호자
파티원 중 한 명에게 시전할 수 있다.
대상이 된 파티원은 모든 공격력이 10% 증가한다.
또한 데미지를 받을 경우 받은 데미지의 50%를 대신 받는다.
그리고 사냥 경험치가 50% 증가하고 20%를 가져온다.
‘이런 미친 스킬이…….’
스킬 ‘수호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킬이었다.
공격력도 증가시켜주고 데미지도 대신 받는다.
거기다 사냥 경험치까지 증가시켜준다.
물론 연중 역시 경험치를 먹긴 한다.
그러나 결코 나쁘지 않았다.
‘50% 증가니까 1.5. 그중 20%를 내가 먹는다고 해도…….’
상부상조, 서로에게 좋았다.
‘이거 수혁이한테 써 주면…….’
연중은 상상했다.
수혁에게 수호자를 시전하고 마계를 활보한다면?
“……대박.”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연중은 주변을 둘러보며 수혁을 찾기 시작했다.
이 스킬을 한시라도 빨리 수혁에게 알려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