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
제205화
203.
<아밀레타의 증표[영웅]>
10마계의 지배자 아밀레타의 증표다.
증표에 아밀레타의 기운이 깃들어있다.
(인벤토리에 있어도 아밀레타의 기운이 발산됩니다.)
수혁이 아밀레타에게서 받은 아이템은 바로 ‘증표’였다.
증표를 달라고 해서 받은 것은 아니었다.
아밀레타에게 요구했던 것은 ‘모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아밀레타는 그 말에 증표를 주었다.
‘이제 도서관들을…….’
수혁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제 증표를 통해 10마계에서 아밀레타가 관리하는 지역의 모든 도서관에 입장할 수 있다.
그리고 아르헨의 반지 덕분에 마족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마계에서도 새로운 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그런데 수혁아.”
연중이 수혁을 불렀다.
“응?”
수혁은 연중의 부름에 답하며 모든 창을 닫았다.
“이제 곧 시작이잖아. 어떻게 할 거야?”
“시작?”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매.”
“아.”
수혁은 탄성을 내뱉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20분 남았구나.”
어느새 알칸디움 갑옷 하의의 경매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갈 거야?”
연중이 물었다.
스킬 ‘아공간으로’를 통해 언제든지 마계에 올 수 있는 수혁이었다.
경매 시간에 맞추어 갔다가 돌아와 다시 퀘스트를 진행해도 된다.
“아니야.”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취소할 것도 아니고.”
두 번째 전설 아이템이었고 방어구로는 첫 등장이었다.
야리온의 분노처럼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될 것이다.
즉, 취소할 일이 없는데 갈 필요가 없다.
“가격이야 천천히 보면 되지.”
가격이 궁금하긴 하겠지만 로그아웃 후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도 될 일이었다.
“그리고 아르헨의 반지 두 번째 옵션 개방했어.”
“뭔데?”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아르헨의 반지 정보를 공유해 주었다.
“……!”
정보를 본 연중은 수혁과 마찬가지로 크게 놀랐다.
그리고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축하한다! 그토록 원하던 도서관 갈 수 있겠네!”
연중의 말에 수혁 역시 씨익 웃었다.
* * *
헤르덴은 조금 놀랐다.
저 멀리서 칼라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적어도 3일은 지나야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시간이 조금 지나고 헤르덴은 칼라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칼라의 표정은 심각했다.
“헤르덴!”
이내 사원에 도착한 칼라가 헤르덴을 불렀다.
“무슨 일이지?”
헤르덴은 기다렸다는 듯 물음으로 답했다.
“11마계에 다녀올게.”
“왜?”
“돌겐, 타르망, 엘로타가 죽었어.”
“뭐?”
칼라의 말에 헤르덴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잘 지키고 있어. 만에 하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바로 빠지고.”
“알았다.”
헤르덴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고 칼라는 그대로 포탈을 지나 11마계로 이동했다.
칼라가 가고 헤르덴은 생각했다.
‘누가 움직인 거지?’
돌겐, 타르망, 엘로타를 죽일 수 있는 존재는 극히 적었다.
그리고 그 존재들은 서로 대립을 하고 있기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개입할 수가 없는데…….’
아밀레타 파벌과 키라드 파벌은 수없이 많은 전쟁을 벌였다.
그럼에도 결판이 나지 않은 것은 발록들의 개입 때문이었다.
발록들의 임무는 포탈을 지키는 것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전쟁이 끝나지 않도록, 하나의 파벌로 통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여태껏 발록들은 키라드 파벌이 밀린다면 아밀레타 파벌을 공격했고 아밀레타 파벌이 밀린다면 키라드 파벌을 공격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겠군…….’
헤르덴은 미간을 찌푸렸다.
* * *
“이번에도 정면으로?”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마차를 멈췄던 연중은 다시 마차를 몰아 마을 ‘오니카트’로 향했다.
마을 ‘에보라’와 달리 오니카트 입구에는 마족이 있었다.
“인간?”
수혁과 연중을 발견한 마족이 반문했고.
“플레임.”
마족의 반문에 수혁은 플레임으로 답을 해주었다.
-중급 마족의 영혼석
드랍 창이 나타났고 수혁과 연중은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어둠의 자식들이 주변의 건물들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니카트의 마족들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거기가 특별했던 거겠지.’
수혁은 마차에서 내려 어둠의 자식들이 가지 않은 건물들을 향해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헬 파이어, 파이어 스톰, 파이어 월, 포이즌 스톰, 포이즌 포그.”
연중은 수혁의 뒤를 따라 천천히 마차를 움직였다.
[마을 ‘오니카트’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이내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마차에 올라 자연스레 지도와 쪽지를 꺼냈다.
마지막 마을 ‘올레니엄’까지의 동선을 짜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가자.”
수혁은 손가락을 움직여 동선을 알려주며 말했다.
“그러면 반대편 입구로 나갈 필요가 없겠네.”
연중은 마차를 돌려 들어왔던 입구로 나왔다.
그리고 마을 ‘올레니엄’이 있는 ‘차가운 호수 지대’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정리하면 1시간 정도 남을 것 같은데 바로 완료할 거야?”
“음…….”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마족들에게도 밤이 있고 낮이 있다.
‘마을에 도착하면 30분 정도 걸릴 텐데.’
거기다 올레니엄을 정리하고 근처 마을에 가는 데에만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래, 도서관도 가볼 겸.’
이내 고민을 끝낸 수혁은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침에 완료하러 가자.”
“그럼 오늘은 정리하고 끝낼까?”
“그래.”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호수 지대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수혁과 연중은 목적지 ‘차가운 호수 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서 들렀던 마을들과 달리 호수를 쭉 순회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시야에 들어온 마을이 있었다.
올레니엄이 분명했다.
연중은 그대로 마차를 몰아 올레니엄으로 향했다.
* * *
똑똑
차를 홀짝이고 있던 헤르타나는 노크 소리에 입을 열었다.
“들어와요.”
끼이익
헤르타나의 말에 문이 열렸고 도시 ‘알린’을 관리하고 있는 상급 마족 에슈타르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네.”
에슈타르의 말에 헤르타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이어 말했다.
“준비가 잘되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이틀 뒤 아밀레타 파벌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최전방 도시 ‘알린’은 현재 전쟁 준비로 분주했다.
“엘로나스, 오미르타, 케롯 세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의 상급 마족들이 전부 넘어왔고.”
“후방 교란은 어떻게 됐죠?”
보고를 듣던 중 헤르타나가 물었다.
병력이 얼마나 넘어왔는지, 식량이 얼마나 비축되었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헤르타나가 궁금한 것은 전략뿐이었다.
“에니콤이 출발했습니다. 3일 뒤, 시작할 겁니다.”
“알았어요.”
“또한 식량은…….”
“됐어요.”
헤르타나는 에슈타르의 보고를 끝냈다.
“아!”
그러나 이내 든 생각에 헤르타나는 탄성을 내뱉었다.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지금 아일롬에 크라노손이 와 있나요?”
……예.”
에슈타르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헤르타나는 에슈타르의 답에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전 이만…….”
에슈타르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 후 방에서 나갔다.
“크라노손…….”
헤르타나는 야릇한 목소리로 크라노손을 부르며 그를 떠올리곤 미소를 지었다.
* * *
[마을 ‘올레니엄’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끝!”
연중이 외쳤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
수혁은 연중의 외침에 생각했다.
원래 11시 정도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고 마족들을 전부 죽인 지금 11시가 되기까지는 20분이나 남아 있었다.
“바로 마을로 갈까?”
“그러자.”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마차에 올랐다.
연중은 수혁이 타자 마을을 향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내일도 9시에 볼 거야?”
수혁이 물었다.
“응, 일단 9시로 하고 서로 시간 되면 좀 더 일찍 보자.”
“그래, 그렇게 하자.”
“아, 그리고 수혁아.”
“응?”
“한 가지 허락받고 싶은 게 있는데…….”
연중은 말끝을 흐리며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뭔데?”
수혁은 연중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허락이란 단어를 쓰며 눈치를 살피는 것인지 궁금했다.
“미개척지 대해서 글 좀 올려도 될까?”
“미개척지?”
“응, 악마의 둥지까지는 안 쓰고 아코니아 산맥 정도까지만.”
“그걸 왜 나한테 허락받아?”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중이 왜 허락을 구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덕에 간 거니까.”
“아니야, 나도 너 아니었으면 못 갔을 텐데.”
애초에 연중이 아니었다면 가지 못했을 곳들이다.
“써도 돼.”
“고맙다.”
수혁의 말에 연중이 히죽 웃었다.
“고맙기는.”
수혁과 연중은 대화를 나누며 마을 ‘오포’에 도착했다.
“내일 봐!”
도착과 동시에 연중은 마차에서 내려 수혁에게 인사했다.
“그래, 내일 보자.”
연중은 수혁의 답을 듣고 로그아웃했다.
수혁은 연중이 나가고 마차를 역소환시킨 뒤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늦은 밤이라 돌아다니는 마족이 별로 없었고 아밀레타의 증표 때문인지 몇 안 되는 마족들도 힐끔힐끔 쳐다볼 뿐 다가오지는 않았다.
‘편하네.’
마족들이 다가왔으면 상당히 귀찮았을 것인데 다행이었다.
수혁은 마음 편히 워프 게이트에 도착했고 도시 ‘에브라탐’으로 워프했다.
‘도시 중앙에 도서관이 있다고 했지.’
에브라탐에 온 이유는 도서관 때문이었다.
물론 도서관이 에브라탐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위치를 아는 도서관은 에브라탐뿐이었다.
‘이런 대도시의 도서관은 얼마나 클까.’
수혁은 에브라탐의 도서관 크기를 상상하며 이정표를 따라 중앙으로 향했다.
얼마 뒤 중앙에 도착한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하에 있다고 했는데?’
분명 데헬른은 도시 중앙 지하에 도서관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지하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주변 건물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한 건물 앞에 멈추어 섰다.
건물 입구에 책이 그려져 있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여기가 입구인가?’
간판을 보아 도서관이 분명했다.
수혁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구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수혁은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과 그 계단 앞을 지키고 있는 마족을 볼 수 있었다.
“누구…….”
마족은 수혁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러나 마족은 그대로 멈췄다.
아무래도 증표에서 아밀레타의 기운을 느낀 것 같았다.
수혁은 증표를 꺼내 마족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러 왔는데요.”
“옙!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계단 따라 내려가면 되죠?”
“그렇습니다!”
“이거 맡겨야 되나요?”
“아닙니다!”
수혁은 마족의 답을 듣고 증표를 인벤토리에 넣은 뒤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 끝에 도착한 수혁은 도서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 입장한 수혁은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수많은 책장이 있었고 책장에는 책들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
말없이 책장을 바라보던 수혁은 이내 활짝 웃었다.
“다 빛나네.”
모든 책들이 반짝반짝 하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