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
제197화
195.
바로 그때였다.
스악
상급 마족이 또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도?’
사냥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바로 앞에 나타난 상급 마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상급 마족은 사냥왕의 검에 놀란 표정으로 팔을 들었고.
스걱!
사냥왕의 검은 그대로 상급 마족의 팔을 가로질렀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상급 마족이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망할.’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사냥왕은 속으로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뒤쪽에서 지켜보고만 있던 두 상급 마족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한쪽 팔이 잘린 상급 마족, 그리고 온전한 상급 마족 둘.
사냥왕은 세 상급 마족과 격렬한 전투를 이어나갔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생명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사망 페널티가 3시간으로 줄어듭니다.]
그러나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꽤나 벅찼던 사냥왕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메시지가 나타나고 주변이 어두워졌다.
“……후.”
캡슐에서 나온 오재용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거 하의를 꼭 사야겠는데?”
비록 패배하기는 했지만 순식간에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다.
알칸디움 갑옷 하의만 있다면 상급 마족 3마리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똑똑
“도련님?”
바로 그때 노크와 함께 윤명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생각에 잠겨 있던 오재용은 목소리에 답했고 윤명석이 들어왔다.
“나와 계셨군요. 말씀하신 3천만 골드 매입 완료했습니다.”
“벌써요?”
오재용은 윤명석의 말에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골드 매입을 부탁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 길드원들 대부분이 랭커들이라 그런지 보유 골드가 많아 금방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
이어진 윤명석의 말에 오재용은 탄성을 내뱉으며 의자에 앉았다.
‘길드가 편하긴 편하군.’
어떻게 2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3천만 골드를 매입한 것인지 이해가 됐다.
“언제 드릴까요?”
“음, 3시간 뒤 하드락에서 받을게요.”
오재용은 윤명석의 물음에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윤명석은 오재용의 말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오재용은 윤명석이 나가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채팅방에 들어갔다.
-레아 : 재용이는?
-윤진 : 몰라, 내 생각에 죽었을 것 같은데…….
-레아 : 진짜?
-윤진 : 어, 너 가고 상급 마족들이 나타났어. 셋이나.
이미 채팅방에서는 레아와 윤진의 채팅이 오가고 있었다.
-오재용 : 나 왔다.
-윤진 : 오, 어떻게 됐어?
-레아 : 죽었어?
-오재용 : 죽었어. 10분 뒤에 접속해보고 마족들 없으면 마을 밖으로 튀어. 그리고 로그아웃해. 죽을 것 같으면 바로 죽고. 접속 시간 맞춰야 하니까.
-윤진 : 응.
-오재용 : 그럼 내일까지 푹들 쉬어.
* * *
“방패 강화!”
연중은 전방에 있는 드레이크를 향해 방패를 던지며 외쳤다.
방패에 하얀빛이 서렸다.
그리고 방패가 드레이크에 작렬한 순간 빛이 폭발했다.
-크헝…….
드레이크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연중은 드레이크를 후려치고 돌아온 방패를 잡아 그대로 드레이크를 향해 돌진했다.
“방패 돌진!”
스아악!
그러자 다시 한 번 방패에 빛이 서렸다.
이번에는 붉은빛이었다.
-크허헝!!!
드레이크는 방패를 앞세운 연중을 향해 포효했지만 비틀거리고 있는 드레이크의 포효는 연중에게 아무런 위협도 줄 수 없었다.
-크헝!!!!
이내 연중의 방패가 드레이크에 작렬했고 드레이크는 다시 한 번 포효를 내뱉었다.
고통이 가득 담긴 포효였다.
쿵!
그렇지 않아도 비틀거리고 있던 드레이크는 연중의 공격에 쓰러졌고 연중은 드레이크를 향해 연신 방패를 휘둘렀다.
퍽! 퍽! 퍽! 퍽!
-드레이크의 발톱
연중은 드랍 창이 나타나자 방패 공격을 멈추고 마차를 보았다.
어둠의 자식들이 마차에서 연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모든 드레이크들을 죽이고 돌아온 것이다.
‘잡는 속도에서 너무 차이가 나네.’
마계의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 궁금해 수혁에게 부탁을 했다.
한번 싸워보게 해달라고.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연중은 드레이크 한 마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연중은 전투를 하는 것이 민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운전만 해야겠다.’
경험치는 먹지 못하겠지만 운전만 하기로 결정한 연중은 마차로 다가가 기수 자리에 앉았다.
“출발할게.”
연중은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수혁에게 말하며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연중아.”
수혁이 연중을 불렀다.
“응.”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답하며 고삐를 당겨 마차를 멈췄다.
“다 모았어.”
수혁이 연중을 부른 이유는 드레이크의 발톱을 전부 모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나 1개 구했어! 99개만 주면 돼.”
“응.”
수혁은 연중에게 드레이크의 발톱 99개를 넘겨 준 뒤 퀘스트를 확인했다.
<크라노손의 부탁>
크라노손은 어느 날 우연히 다른 세계로 이어진 포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10마계를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포탈의 수는 총 3개.
첫 번째 포탈은 크라노손이 아예 가지 못하는 지역에 있고 두 번째 포탈은 금지 ‘발록의 사원’에 있으며 세 번째 포탈은 금지 ‘불의 들판’에 있다.
하지만 금지 ‘불의 들판’의 포탈은 파괴가 된 상황.
크라노손은 금지 발록의 사원에 있는 포탈을 이용해 다른 세계로 갈 생각이다.
그러나 금지가 괜히 금지가 된 게 아니다.
발록의 사원에 가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들이 필요하다.
크라노손은 당신이 그 재료들을 남들 몰래 구해주길 원하고 있다.
필요한 재료들을 모아 도시 ‘아밀레타’에서 크라노손을 찾아라!
[스켈레톤의 두개골 : 229 / 200]
[듀라한의 갑옷 : 38 / 30]
[데스 웜의 심장 : 0 / 50]
[카르누스의 혓바닥 : 40 / 40]
[드레이크의 발톱 : 101 / 100]
[익스모레스의 날개 : 0 / 50]
.
.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시 크라노손의 증표가 소멸됩니다.
‘남은 게…….’
퀘스트를 보며 남은 아이템들의 수를 확인했다.
‘12종류.’
많은 아이템을 구했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템이 남아 있었다.
‘오늘은 안 되겠고.’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 내내 돌아다닌다고 해도 다 모으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일 오후는 돼야 다 모으겠네.’
퀘스트 창을 닫고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이제 마을 갈까?”
드레이크를 끝으로 이 근처에서 완료에 필요한 아이템을 주는 몬스터들을 전부 잡았다.
이제 연중의 소원대로 마을에 들를 차례였다.
“응!”
연중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마을을 향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수혁과 연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을 볼 수 있었다.
“와, 진짜 크다.”
연중이 감탄을 내뱉었다.
“그러게, 마을치고 상당히 크네.”
수혁이 연중의 말에 답했다.
아까 보았던 첩자들의 마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눈에 보이는 건물만 수십이었다.
“마족들 마을은 이렇게 다 큰 걸까?”
“음, 글쎄.”
연중의 말에 수혁은 답해 줄 수가 없었다.
수혁 역시 첩자들의 마을을 제외하고는 이번 마을이 마계에서의 첫 마을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전방에서 마족 몇몇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똑같은 갑옷과 투구를 쓰고 있는 것을 보아 마을을 지키는 병사인 것 같았다.
“미리 증표 꺼내놓을까?”
연중이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마족은 좋게 말해 호전적이고 나쁘게 말해 매우 공격적인 종족이었다.
크라노손의 증표를 보여주기도 전에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는게 좋을 것 같아.”
수혁 역시 연중과 같은 생각이었다.
수혁과 연중은 인벤토리에서 크라노손의 증표를 꺼냈다.
그리고 다가오는 마족들을 주시했다.
얼마 뒤, 마족 병사들이 걸음을 멈췄다.
“아니, 진짜 인간들이네?”
“허, 어떻게 인간들이 여길 온 거지?”
“봐봐! 내 말이 맞잖아! 다들 골드 내놔!”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마족들의 대화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족들의 분위기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당장 공격을 해올 줄 알았는데 몇몇은 신기하다는 눈빛을, 몇몇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뭐래?”
연중이 물었다.
“우릴 신기해하고 있는데?”
“엥? 신기해한다고?”
“어, 싸움을 걸어올 것 같지는 않아.”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생각했다.
‘반지 효과인가?’
크라노손이 친밀함을 느꼈던 것처럼 마족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아르헨의 반지 효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봐 인간들! 잠깐!”
이내 거리가 가까워지고 한 마족이 외쳤다.
“잠시 멈춰줘.”
수혁은 마족의 외침에 연중에게 말했다.
“어디서 왔어?”
연중이 마차를 세웠고 마족이 물었다.
스윽
수혁은 마족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크라노손의 증표를 보여주었다.
“……?”
마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증표를 본 마족은 이내 움찔하며 중얼거렸다.
“……왕자님의 증표?”
“뭐? 왕자님의?”
“헐! 진짜네!”
“왕자님의 손님이야?”
마족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왕자님의 손님이신 줄 몰랐습니다.”
처음에 수혁에게 말했던 마족이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마족의 태도는 증표를 보여주기 전과 매우 달라져 있었다.
“왜 이러는 거야?”
“증표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수혁은 연중에게 답했다.
“촌장에게 안내해드릴까요?”
이내 고개를 든 마족이 물었다.
“괜찮습니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냥 마을 구경 좀 하다가 갈 겁니다.”
촌장을 만나기 위해 마을에 온 게 아니었다.
“그러면 마을 안내를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수혁은 또다시 거절을 하려다 문득 든 생각에 수락했다.
‘혹시나 달라붙는 마족이 있을 수 있어.’
마족 병사들의 반응을 보아 증표가 없더라도 다짜고짜 싸움을 걸어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다.
마족 병사가 안내를 해준다면 귀찮은 일 없이 무사히 마을 구경을 마칠 수 있을 것이었다.
“저는 로피엘로라고 합니다.”
로피엘로가 자신을 소개한 뒤 앞장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마을 안내를 해 준대.”
“따라가면 돼?”
“응.”
수혁의 말에 연중이 천천히 로피엘로의 뒤를 따라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응? 저게 뭐지?”
“인간! 인간이다!”
“헐, 인간? 중간계에 있다는 그 인간요?”
“와, 신기해!”
마을에 들어서자 마족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왕자님의 손님이시다!”
안내를 자진한 로피엘로는 다가오는 마족들에게 외쳤다.
“……!”
“……!”
로피엘로의 외침에 다가오던 마족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거리를 둔 채 따르기 시작했다.
“증표 효과가 장난이 아닌 것 같은데?”
연중이 마족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
수혁은 그대로 고개를 멈췄다.
고개를 멈춘 수혁의 눈동자에는 놀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