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
제194화
192.
끼이익
크라노손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저 왔습니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던 아밀레타는 잠시 업무를 멈추고 크라노손에게 물었다.
“어딜 갔다 온 게냐?”
크라노손은 아밀레타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답했다.
“할레타 평원에 다녀왔습니다.”
“할레타 평원?”
“예, 거기 마물들이 요즘 갑작스레 강해지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었잖아요. 그래서 확인차 다녀왔습니다.”
“흐음…….”
아밀레타는 침음을 내뱉으며 크라노손을 보았다.
할레타 평원의 보고를 크라노손에게 알려준 게 바로 아밀레타 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크라노손이 이어 말했다.
“그런데 그냥 소문이더라구요. 신경 쓰실 필요 없을 것 같아요.”
할레타 평원에 간 것은 거짓이 아니다.
도시 ‘아밀레타’로 돌아오기 전 크라노손은 할레타 평원에 들러 마물들의 상태를 확인했었다.
“크흠. 알았다.”
아밀레타는 헛기침을 내뱉은 뒤 이어 말했다.
“이번은 그냥 넘어가마.”
“……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크라노손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뒤로 돌아섰다.
“잠깐.”
아밀레타는 뒤로 돌아선 크로노손을 불렀다.
“……?”
크라노손이 다시 뒤로 돌아섰고 아밀레타가 말했다.
“설마 그거 묻자고 부른 거라 생각한 게야? 내일 아침 아일롬으로 가.”
“아일롬이요?”
아밀레타의 말에 크라노손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시 ‘아일롬’은 아밀레타 파벌의 반대 파벌인 키라드 파벌의 영역과 맞닿은 최전방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거긴 왜요?”
“요즘 키라드 녀석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어떻게요?”
“에밍이 자세히 이야기해 줄 거다.”
“……꼭 가야 돼요?”
크라노손이 물었다.
아밀레타는 말 대신 눈빛으로 답을 해주었다.
“알겠어요…….”
강렬한 아밀레타의 눈빛에 크라노손은 풀죽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왔다.
‘이러면 일이 꼬이는데…….’
크라노손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여기로 오라고 했는데…….’
금지 ‘불의 들판’에서 만난 두 인간 수혁과 연중에게 모든 재료를 모아 도시 ‘아밀레타’로 오라고 했다.
만약 크라노손이 없는 사이 아밀레타에 온다면?
‘조치를 취해야겠어.’
* * *
-스켈레톤의 두개골 400개
-스켈레톤의 정강이뼈 49개
“끝!”
드랍 창을 본 수혁이 외쳤다.
연중은 수혁의 외침에 고삐를 당겨 마차를 세웠다.
“됐어?”
“응, 거래 받아봐.”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거래를 걸어 스켈레톤의 두개골 200개를 넘겨주었다.
“이제 점심 먹고 오자!”
연중이 마차에서 내렸다.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다 구하고 점심시간을 갖기로 결정했었다.
수혁은 따라 마차에서 내려 유령 마차를 역소환하고 연중에게 말했다.
“지금이 12시 20분이니까 1시까지?”
“콜! 40분이면 충분하지.”
“그럼 1시에 봐.”
“이따 봐!”
연중이 먼저 로그아웃을 했다.
그리고 잠시 연중이 로그아웃한 자리를 바라보던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개방해야지.’
수혁이 아공간에 온 이유, 그것은 바로 속성 개방 때문이었다.
공동에 도착한 수혁은 성큼성큼 전방에 있는 문들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번에 개방하면 딱 반이네.’
현재 불, 독, 치유, 어둠을 개방했다.
‘언제 다 개방하나 했는데…….’
처음 불의 문을 개방했을 때에는 문을 다 여는 데 얼마나 걸릴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반이나 개방하게 되었다.
저벅!
이내 수혁은 문 앞에 멈추어 섰다.
이미 어떤 속성을 개방할지는 정해놓았다.
[바람의 문을 개방하시겠습니까?]
수혁이 선택한 속성은 바로 바람이었다.
‘블링크랑 플라이 유틸기도 확보해야지.’
바람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블링크와 플라이, 워프 같은 이동 마법 때문이었다.
수혁은 확인을 눌렀다.
[바람의 문을 개방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개방된 문의 수 : 4]
[바람의 골렘이 소환됩니다.]
[바람의 골렘을 처치하십시오.]
확인을 누르자 메시지들이 나타났고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마법진에서 골렘 4마리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골렘을 보며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했다.
어둠의 자식들은 골렘들을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
‘무적에는 안 움직이는구나?’
골렘들은 소환이 끝나기 전까지는 무적이었다.
수혁은 반 정도 소환된 골렘들을 보며 생각했다.
‘디스펠은 어떻게 쓰려나?’
바람 속성 개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개방을 시도했었다.
당시 골렘은 한 마리였고 디스펠을 사용했었다.
지금 소환되는 골렘의 수는 넷.
디스펠을 각자 쓴다면?
‘각자면 골치 아픈데…….’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시험을 시작한다.
이내 골렘들의 소환이 끝이 났다.
공격이 가능해지자 어둠의 자식들이 골렘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소환형이라 디스펠을 안 쓰는 건가.’
혹시 어둠의 자식들에게 디스펠을 쓰지 않을까 했는데 골렘들은 디스펠을 쓰지 않았다.
소환형 마법이라 그런 것 같았다.
쿵! 쿵! 쿵! 쿵!
디스펠 대신 골렘들은 쿵쿵 소리를 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파…….”
골렘들을 향해 마법을 쓰려 했던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얼마나 잘 싸우는지 한번 볼까.’
어둠의 자식도 넷이었고 골렘 역시 넷이었다.
즉, 1대1이었고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궁금했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이내 어둠의 자식들이 팔을 휘둘러 골렘들을 두들기기 시작했고.
[바람의 골렘의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3초가 지났을 때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조금 놀랐다.
‘벌써?’
예전엔 이 메시지를 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골렘에게 마법을 날렸던가?
[바람의 골렘이 1차 각성을 시작합니다.]
골렘이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1차 각성을 시작했다.
각성 중인 골렘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어둠의 자식들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1차 각성이 끝났습니다.]
이내 1차 각성이 끝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는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바람의 골렘의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바람의 골렘이 2차 각성을 시작합니다.]
각성 중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진 어둠의 자식들의 공격에 100%가 되었던 골렘의 생명력이 다시 50% 이하로 떨어졌다.
‘와, 바로…….’
수혁은 곧장 2차 각성에 들어간 골렘들과 그런 골렘들을 향해 계속해서 공격을 하는 어둠의 자식들을 지켜보았다.
[2차 각성이 끝났습니다.]
이내 2차 각성이 끝났다.
쩌저적
그와 동시에 골렘들의 몸에 균열이 일어났다.
쿵! 쿵! 쿵! 쿵!
그리고 차례대로 무릎을 꿇더니 또다시 차례대로 무너져 내렸다.
[모든 바람의 골렘을 처치하셨습니다.]
‘이야…….’
그렇게 모든 골렘들이 쓰러지고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바람의 문이 개방되었습니다.]
[스킬 ‘대마도사’가 강화됩니다.]
[스킬 퀘스트 ‘윈드 볼’이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윈드 스피어’가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윈드 커터’가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블링크’가 생성됩니다.]
.
.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스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대마도사’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강화되었을지 기대됐다.
<대마도사[패시브]>
숙련도 : -
특수 효과 : 1. 마법 공격 시 추가 데미지 100%
2. 마법 시전 시간 40초 감소
3. 마법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상을 중독시킨다.
4. 자신의 마법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5. 마법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상에게 저주를 건다.
6. 마법 공격 시 대상의 마법 방어력 30% 감소
시전 시간 감소가 10초 늘었고 마법 방어력 감소가 생겨났다.
‘호오, 괜찮네. 마방 감소라.’
나쁘지 않았다.
수혁은 스킬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퀘스트 창을 열어 방금 전 생성된 스킬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윈드 볼, 윈드 스피어, 블링크.’
바로 완료가 가능한 스킬 퀘스트는 총 3개였다.
수혁은 그 3개 중 블링크가 있다는 것에 미소를 지으며 완료를 했다.
윈드 볼, 윈드 스피어, 블링크를 습득한 수혁은 시간을 확인하고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시리얼로 때울까.’
요리를 해 먹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
수혁은 결국 시리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냈다.
‘근데 다른 세계면 중간계인가?’
시리얼을 먹으며 수혁은 크라노손이 준 퀘스트 ‘크라노손의 부탁’을 떠올렸다.
크라노손은 금지 ‘발록의 사원’에 있는 포탈을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그 포탈은 다른 세계로 이어져 있다.
과연 그 다른 세계란 어떤 세계를 의미하는 것일까?
수혁이 없앤 금지 ‘불의 들판’의 포탈처럼 중간계와 연결이 되어 있을까?
‘그러면 어떻게 하지?’
만약 중간계라면?
상급 마족을 중간계에 소환하는 것이다.
마왕은 아니지만 마족 소환 역시 중간계에서는 금기되는 일이었다.
중간계에 소환된 모든 마족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마족들이 파괴와 살육을 일삼았기 때문이었다.
‘크라노손이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수혁이 본 크라노손은 결코 파괴와 살육을 일삼을 만한 마족이 아니었다.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크라노손을 오랫동안 본 게 아니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연중이랑 상의해봐야겠어.’
만약 금지 ‘발록의 사원’에 있는 포탈이 중간계와 이어져 있다면 어떻게 할지 연중과 상의하기로 결정한 수혁은 이내 시리얼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를 닦는 등 접속 준비를 한 뒤 방으로 돌아왔다.
1시까지 1분이 남아 있었다.
수혁은 재빨리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왔어?”
“언제 왔어?”
연중은 이미 접속해 있었고 수혁은 연중의 인사에 답하며 유령 마차를 소환했다.
“5분 전!”
유령 마차가 소환되자 연중은 자연스레 마차에 올라탔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어둠의 자식을 소환 후 조수석에 앉았다.
“어디로 가?”
“잠시만.”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퀘스트 창과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10마계의 지도를 꺼냈다.
수혁은 퀘스트와 지도를 번갈아 쳐다보며 어디로 갈지 생각했다.
‘여기 가면 되겠네.’
곧 수혁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바로 옆 지역이 듀라한이 서식하는 지역이었다.
스윽
수혁은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케이!”
연중은 수혁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지도를 넣은 후 『아론의 일기』를 꺼내 펼쳤다.
“아, 연중아.”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연중을 불렀다.
“응?”
“지금 크라노손이 다른 세계로 가려고 하잖아.”
바로 크라노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
연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 세계가 중간계면 어떻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