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
제185화
183.
수혁과 연중은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저기부터 헤이든인 것 같지?”
지도를 보던 연중이 손을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지도를 보았다가 연중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보았다.
연중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숲이 사라지고 삭막한 평야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응, 저쪽으로 갔다가 꺾어서 가면 되겠네.”
절벽 위에서 지형 확인을 마친 수혁과 연중은 절벽을 내려와 헤이든으로 향했다.
이미 길을 알고 있었고 어둠의 자식이 몬스터들을 처리해 주어 수혁과 연중은 막힘없이 전진했다.
그리고 이내 수혁과 연중은 숲을 벗어나 삭막한 평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헤이든에 입장하셨습니다.]
평야에 발을 내딛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도 넣을게!”
지도를 들고 있던 연중은 수혁에게 말하며 지도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연중의 지도에는 헤이든의 지형이 나와 있었지만 최종 목적지인 악마의 둥지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리고 수혁의 지도에는 헤이든의 지형과 악마의 둥지가 나와 있었다.
즉, 연중의 지도는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 ‘봉인된 장소’가 생성되었을 때 얻은 ‘둥지로 가는 지도’를 꺼내 펼쳤다.
‘호오, 우리 위치가 생겼네?’
지도를 펼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보이지 않았던 초록 점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현재 수혁과 연중의 위치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했다.
“쉽게 갈 수 있겠다.”
“그러게.”
수혁의 말에 연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혁과 연중은 지도를 따라 악마의 둥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와, 저게 리아드족이구나.”
연중이 전방에 나타난 몬스터를 보고 감탄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헤이든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는 리아드라는 종족이었다.
리아드는 엉덩이에 있는 기다란 꼬리와 팔뚝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시만 아니라면 인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간과 생김새가 흡사한 종족이었다.
그사이 리아드 앞에 도착한 어둠의 자식이 팔을 휘둘렀다.
스걱!
그러자 팔이 쭉 길어지며 리아드를 베었다.
-퀴이이이익!!!!
고통을 내지르는 리아드를 보며 연중이 중얼거렸다.
“어둠의 자식은 진짜 말이 안 되는 스킬인 것 같다.”
초급일 때에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급이 되니 좋은 걸 넘어서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하며 어둠의 자식의 호위 아래에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악마의 둥지로 이어지는 동굴 앞에 도착했다.
“와, 스산하네.”
연중은 동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동굴에서는 싸늘한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주변의 지형지물과 합쳐져 매우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어떤 몬스터들이 있을까?”
연중이 수혁에게 물었다.
“악마의 둥지니까 악마가 나오는 거 아닐까? 마족이라던가.”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지도를 넣었다.
그리고 악마의 둥지에서 볼 지도 ‘카루의 보물 지도 2’를 꺼냈다.
“가자.”
지도를 꺼낸 수혁은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걷지 않아 수혁은 전방에 자리 잡고 있는 해골을 볼 수 있었다.
해골의 수는 총 2개.
양옆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기가 입구 같은데.’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입구에는 해골 2개가 그려져 있었다.
[던전 – 악마의 둥지에 입장합니다.]
[최대 10명 입장이 가능합니다.]
[던전 – 악마의 둥지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숨겨진 비밀을 찾아낼 경우 클리어 됩니다.]
[특수 퀘스트 ‘봉인된 장소’를 완료하였습니다.]
[둥지로 가는 지도가 소멸됩니다.]
[특수 퀘스트 ‘깨어진 봉인’이 생성되었습니다.]
해골을 지나친 순간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예상대로 해골이 악마의 둥지의 시작 지점이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생성된 ‘깨어진 봉인’을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깨어진 봉인>
악마의 둥지에는 마계와 이어져 있는 문이 있다.
누군가에 의해 봉인이 되었지만 최근 그 봉인이 깨졌다.
마계와 이어져 있는 문을 찾아라!
퀘스트 보상 : ???
이전에는 봉인된 장소.
이번에는 문이었다.
‘역시 마계의 문을 찾는 퀘스트구나…….’
책의 내용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마계의 문이 꾸준히 언급되었기 때문이었다.
‘헬 파이어를 쓰면 되겠지.’
책에는 헬 파이어를 시전할 경우 ‘녀석’들, 그러니까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나타난다고 했다.
즉, 헬 파이어를 시전하고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면 문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하…….”
연중이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지도를 보고 있던 수혁은 연중의 한숨에 고개를 돌려 연중을 보았다.
“……?”
그리고 수혁은 그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중의 표정에 당황과 짜증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그게…….”
연중은 그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후작이 날 찾고 있대. 급히.”
“뭐?”
“아무래도 지금 가 봐야 할 것 같다.”
“헐, 지금?”
“응, 그래야 할 것 같아. 첫 보상도 기대되긴 하지만 길드가 더 중요하니까.”
연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악마의 둥지 클리어 보상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연중에게는 길드가 더 중요했다.
첫 보상을 받자고 길드의 일을 뒤로 미룰 수는 없었다.
“가볼게. 나중에 보자! 어떤 곳인지는 나중에 꼭 알려주고!”
“알았다.”
수혁이 답하자마자 연중이 스크롤을 찢어 사라졌다.
그렇게 연중이 사라지고 수혁은 전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고민했다.
‘보물 상자 먼저 찾을까?’
악마의 둥지에서 수혁이 해야 할 일은 2가지였다.
첫 번째, 카루의 보물 상자를 찾는 것.
두 번째, 어딘가에 있을 문을 찾는 것.
‘그래, 마계의 문을 찾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고민 끝에 수혁은 보물 상자를 먼저 찾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동굴의 끝에 도착했고 공동에 들어설 수 있었다.
-크르릉?
-크릉!
‘저게 책에 나온 녀석들인가?’
공동에 들어서자마자 수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몬스터 2마리를 볼 수 있었다.
‘개네.’
몬스터들의 외향은 개였다.
체고 1m, 길이 3m로 일반적인 개의 크기와 비교해 매우 컸고 머리도 2개나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둠의 자식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크릉!
-크릉!
-크르릉!
-크르르르릉!
그리고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이자 몬스터들 역시 도합 4개의 머리에서 포효를 뿜어내며 움직였다.
스걱! 스걱!
물론 포효와 함께 뿜어낸 흉포한 기세에 비해 몬스터들은 너무나도 약했다.
아니, 어둠의 자식들이 강한 것일까?
어둠의 자식들은 사이좋게 한 마리씩 도륙했고 수혁은 드랍 창을 볼 수 있었다.
-지옥개의 송곳니 4개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공동 내부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봉인이 깨졌는데 왜 이렇게 없는 거야?’
공동은 거대했다.
그리고 지도에 따르면 현재 수혁이 있는 공동은 2번째로 큰 공동이었다.
그런데 공동에 있는 몬스터는 너무나도 적었다.
지옥개 2마리뿐이었다.
봉인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크기에 비해 몬스터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라 그런 건가?’
수혁은 생각을 하며 지도를 확인했다.
‘일단 가운데로.’
지도를 확인한 수혁은 전방에 있는 3개의 입구 중 가운데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어둠의 자식들이 따랐다.
‘여긴 좀 많네.’
가운데 입구를 지나 다음 공동에 도착한 수혁은 지옥개 5마리를 볼 수 있었다.
어둠의 자식들이 지옥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둠의 자식들의 수는 둘.
셋이 남는다.
물론 어둠의 자식들이 방금 전 보였던 속도라면 나머지 셋도 금방 잡겠지만 수혁은 그 잠깐도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포이즌 스톰.”
어둠의 자식만큼 지옥개를 빠르게 죽일 능력이 있는 수혁이었다.
[레벨 업!]
-지옥개의 송곳니 9개
포이즌 스톰이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벨 업 메시지와 함께 드랍 창이 나타났다.
수혁은 레벨 업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380이니까 20업 남았네.’
새로운 속성을 개방할 수 있는 400레벨까지 20밖에 남지 않았다.
‘무슨 속성을 개방할까.’
수혁은 어떤 속성을 개방할까 생각하며 아이템을 습득 후 포이즌 스톰을 지나 보물 상자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크아악! 이 악독한 인간 녀석들!
하급 마족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후아.”
사냥왕은 숨을 돌리며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에는 마족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사냥왕은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작은 마을 하나 마무리하는데 이렇게 힘이 들다니.”
현재 사냥왕이 있는 곳은 10마계의 작은 마을이었다.
하급 마족 수십이 모여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도시들은 우리 셋이서 불가능할 것 같은데?”
윤진이 다가오며 말했다.
마을에 오기 전 2개의 도시를 보았다.
하급 마족만 있던 이곳과 달리 도시에는 상급 마족과 중급 마족이 있을 것이다.
셋이서 도시를 습격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렇지,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하지.”
사냥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10천계 때처럼 이렇게 마을들을 털다 보면 해답이 나올 거야.”
“흐음, 그러면 계속해서 마을 찾아다닐 거야?”
“응, 그래야지.”
바로 그때였다.
“얘들아!”
레아가 다가왔다.
“특별한 곳 찾았어!”
“특별한 곳?”
사냥왕은 레아의 말에 반문했다.
“응! 지하로 이어져 있는 계단이 있더라고!”
레아는 사냥왕의 반문에 답하며 앞장서 안내를 시작했다.
사냥왕과 윤진은 그 뒤를 따랐다.
“여기야!”
얼마 뒤 레아가 걸음을 멈췄다.
레아가 말했던 대로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계단을 보며 윤진이 말했다.
사냥왕은 윤진의 말에 앞장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뭐가 있을까?’
지하로 내려가며 사냥왕은 생각했다.
‘보물 같은 게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대놓고 계단이 보이는 곳에 보물을 모아 두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혹시 모르는 것이기에 기대가 되기는 했다.
이내 계단이 끝났고 사냥왕은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볼 수 있었다.
끼이익
사냥왕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사냥왕은 걸음을 멈추고 내부를 확인했다.
지하에 있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지만 마법등이 있어 시야에는 문제가 없었고 사냥왕은 내부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책?”
책, 내부에 있던 것은 바로 책이었다.
사냥왕은 시야에 들어온 수많은 책들에 미간을 찌푸렸다.
“도서관이었네…….”
보물까지는 아니어도 특별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고작 책이었다.
“가자.”
사냥왕은 실망한 표정으로 레아, 윤진과 함께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