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83화 (183/553)

# 183

제183화

181.

수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메모장을 보았다.

메모장 앞쪽에는 지금 당장 이용 가능한 도서관들이 쓰여 있었고 뒤쪽에는 추후 퀘스트가 끝나고 이용 가능할 것 같은 도서관들이 쓰여 있었다.

‘이 정도면 됐지.’

수혁은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접속을 해볼까.’

3분 전 연중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지금이면 끝났을 것이라고, 5분 뒤에 보자고.

수혁은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끝났네.’

연중의 예상대로 지진은 끝나 있었다.

‘몬스터들도 서서히 나오고 있고.’

저 멀리 호수에서 리자드맨, 아쿤하마, 큰악어 등 다양한 몬스터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둠의 자식.”

수혁은 어둠의 자식을 소환했다.

특수 효과가 터져 2마리가 나타났고 2마리는 소환됨과 동시에 몬스터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 왔어!”

그렇게 어둠의 자식을 이용해 사냥을 2분 정도 했을 때 연중이 접속했고 수혁은 연중과 함께 천사의 호수 다음 지역인 아코니아 산맥으로 향했다.

어둠의 자식들이 알아서 몬스터들을 정리해주었기에 딱히 할 일이 없던 수혁과 연중은 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누었다.

“자연재해 또 일어날까?”

천사의 호수에는 지진 말고도 여러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호수의 물이 범람해 홍수가 일어나기도 하고 폭풍이 일어나 주변 지형을 뒤집기도 한다.

지진을 경험해본 수혁은 홍수나 폭풍 역시 경험해보고 싶었다.

“아니, 안 일어날 거야.”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번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적어도 몇 시간은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몬스터들에게 발목을 잡힐 리 없고, 자연재해가 일어나기 전 무사히 천사의 호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연중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중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어둠의 자식들 덕분에 수혁과 연중은 단 한 번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동했고 결국 자연재해가 일어나기 전.

[아코니아 산맥에 입장하셨습니다.]

다음 목적지 아코니아 산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폭풍이나 홍수 같은 다른 자연재해를 보고 싶었던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천사의 호수를 바라보았다.

“근데 이번에는 레벨이 별로 안 올랐네?”

천사의 호수를 바라보던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뒤로 돌아서며 답했다.

“그러게.”

레벨이 올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몬스터의 수가 적었기 때문일까?

눅눅한 습지대에서는 20번 이상의 레벨 업을 했는데 천사의 호수에서는 고작 10번밖에 하지 못했다.

‘이거 400 찍을 수 있으려나?’

최종 목적지인 헤이든까지 남은 지역은 아코니아 산맥을 포함해 8곳이었다.

가면 갈수록 레벨 업은 더뎌질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들었다.

당연히 400은 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400이 되지 못할까 봐.

‘에이, 400은 찍겠지.’

수혁은 걱정을 끝냈다.

“오늘 언제까지 할 거야?”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온 연중의 질문에 답했다.

“12시. 너는?”

“나도 12시!”

“딱 좋네.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응.”

“지금 속도로 봐서 9시 정도면 매혹의 숲에 도착할 거야.”

원래대로라면 매혹의 숲까지 가는 데에만 이틀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수혁의 압도적인 무력 덕분에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2시간 정도면 라이가스 산맥에 입장할 수 있을 것 같고.”

매혹의 숲에 갔었던 연중이지만 초입에서 귀환을 했다.

정확히 매혹의 숲이 얼마나 넓은지, 다음 지역인 라이가스 산맥까지 가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연중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도에 나와 있는 매혹의 숲의 크기를 보면 라이가스 산맥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이가스 산맥부터는 나도 초행이라…….”

라이가스 산맥부터 헤이든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연중 역시 짐작할 수 없었다.

초행이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는 것은 몬스터의 정보와 크기뿐이다.

“천사의 호수처럼 재해만 없다면 내일 헤이든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매혹의 숲에서 헤이든에 가기 위해서는 라이가스 산맥, 죽음의 사막, 레이카의 숲을 지나야 했다.

그 세 지역이 천사의 호수처럼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내일 당장 헤이든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 * *

“흐흐.”

라모스는 음흉하게 웃으며 공동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키메라들을 보았다.

“이제 곧 재앙의 날이군.”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결과를 볼 때가 되었다.

라모스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공동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

집으로 향하던 라모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집 앞에 서 있는 한 사내 때문이었다.

검은 로브를 푹 눌러쓰고 있는 사내.

라모스는 사내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라모스가 모시는 마스터의 직속 수하 에리멘이었다.

“무슨 일이지?”

라모스는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에리멘에게 물었다.

“아, 오셨군요.”

에리멘은 라모스의 말에 탄성을 내뱉으며 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이내 작은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마스터께서 이걸 전하라 하셨습니다.”

“…….”

라모스는 말없이 에리멘이 내민 봉투를 받았다.

“그럼 전 이만.”

에리멘은 라모스가 봉투를 받자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뒤 워프를 통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에리멘이 사라지고 라모스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곧장 봉투 안을 확인했다.

‘편지?’

봉투 안에 있던 것은 편지였다.

라모스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

편지를 읽는 라모스의 표정에 놀람, 당황이 번갈아 나타났다.

이내 편지를 다 읽은 라모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둠의 자식이 나타나?”

편지에는 실전된 어둠 마법, 어둠의 자식이 나타났다고 쓰여 있었다.

“어둠의 마탑에서 복원한 건 아니겠지, 마스터께서도 복원하지 못한 마법인데…….”

라모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둠의 자식은 보통 마법이 아니다.

어둠의 마탑에서 복원을 하려 수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복원에 실패했다.

편지를 보낸 라모스의 마스터도 복원을 하지 못한 복잡한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을 도대체 누가 복원해낸 것일까?

“라피드가 다시 나타난 것은 아닐 테고…….”

라피드는 수백 년 전의 사람이다.

아무리 마법사들의 수명이 길다고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살아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이 대마도사인 라피드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럼 후예가 나타난 건가?”

라피드의 유산이 마탑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전설이 사실이고 누군가 라피드의 유산을 쟁취했다면?

“흐음…….”

라모스는 침음을 내뱉었다.

확실한 것은 어둠의 자식이 나타났다는 것뿐, 그 외에는 확실한 게 없었다.

라모스는 어둠의 자식에 대한 생각을 접고 다시 편지로 시선을 돌렸다.

편지에는 어둠의 자식이 나타났다는 내용만 쓰여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라 하시니…….”

빠르면 1주, 늦으면 2주 뒤에 예정되어 있던 재앙의 날.

편지에는 재앙의 날을 앞당기라 쓰여 있었다.

완벽히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라모스는 명을 그대로 따를 생각이었다.

스윽

라모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집에서 나와 동굴로 향했다.

‘4일이면 되겠지.’

* * *

[매혹의 숲에 입장하셨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말없이 캐릭터 창을 열어 레벨과 경험치를 확인할 뿐이었다.

‘357, 60%…….’

레벨과 경험치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이거 헤이든에 도착해도 400 못 찍는 거 아냐?’

아코니아 산맥에서 걱정이 들었지만 잠깐이었다.

400을 넘기지 못할 리 없다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헤이든에 도착해도 400을 찍지 못할 것 같았다.

남은 지역의 몬스터들이 레벨이 높아 더 많은 경험치를 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뭐, 레벨이 안 되면 그것도 그것대로 괜찮지.’

수혁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다.

레벨이 400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좋다.

이용 가능한 도서관이 많이 줄겠지만 이미 이용 가능한 도서관들은 많이 확보했다.

더구나 레벨이 낮을수록 지혜 1을 올리는 데 필요한 스텟 경험치도 낮다.

즉, 레벨이 낮으면 더 많은 지혜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끝낸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연중과 함께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 * *

“아이고 피곤하다.”

양주혁은 피곤함을 날리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

기지개로 피곤을 살짝 날린 양주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하루가 끝나가는구나…….”

양주혁은 코로 깊게 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어느새 자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율아.”

시계를 보며 양주혁은 장율을 불렀다.

“네.”

“지금 특등급 유저들 어디에 있어?”

“잠시만요!”

장율은 양주혁의 말에 답하며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일단 사냥왕은 10마계에 있어요.”

“수혁은?”

“수혁은…… 어?”

장율이 탄성을 내뱉었다.

양주혁은 장율의 탄성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혁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했을 뿐인데 왜 저런 탄성을 내뱉은 것일까?

“저 팀장님…….”

장율이 난감한 표정으로 모니터에서 고개를 돌려 양주혁을 불렀다.

“……왜?”

양주혁은 장율의 표정에 불안한 눈빛으로 부름에 답했다.

그리고 장율이 말했다.

“지금 수혁 라이가스 산맥에 있는데요?”

“뭐? 라이가스 산맥? 미개척지?”

“네.”

“갑자기 왜? 도서관 다니는 거 아니었어?”

양주혁은 장율의 말에 반문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도서관을 정복하러 다니던 수혁이다.

그런데 갑자기 라이가스 산맥은 왜 갔단 말인가?

“모르겠어요. 뭔가 퀘스트가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할 수 있는 게 위치뿐이라…….”

특등급 관리대상인 수혁의 정보 보안 등급은 최고 등급이었다.

알 수 있는 정보는 위치뿐이었다.

“연중, 연중은 어디에 있어?”

물론 편법으로 정보를 알아낼 수 있기는 했다.

수혁의 주변을 이용하면 된다.

위치밖에 알 수 없는 수혁이 도서관을 정복하러 다닌다는 것을 알아낸 것도 다 도서관 정보를 이용한 편법이었다.

“연중도 같이 있어요.”

특등급 관리대상이 아닌 연중의 정보는 열람이 가능했다.

“근데 퀘스트는 없는데요?”

하지만 열람이 가능하다고 해서 큰 소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딜 가는 걸까요?”

장율이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헤이든에 가는 건 아니겠죠?”

“…….”

양주혁은 장율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미간을 찌푸린 이유, 그것은 바로 라이가스 산맥 근처에 있는 헤이든이라는 지역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헤이든 때문이 아니었다.

헤이든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악마의 둥지를 찾고 10마계 입구라도 찾게 되면…….”

문제는 헤이든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악마의 둥지라는 던전과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10마계의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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