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72화 (172/553)

# 172

제172화

170.

‘새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생각해보니 조건은 ‘책 읽기’지 ‘새 책 읽기’가 아니었다.

즉, 읽었던 책을 읽어도 될 것이다.

‘괜히 걱정했네.’

수혁은 전과 달리 마음 편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며 칭호를 확인했다.

-로간 도서관 정복자 (지혜 +70)

-책을 좋아하는 자9 (책을 읽을 경우 스텟 경험치 추가 획득)

‘순식간에 140이라.’

오카스 도서관에서 70, 로간 도서관에서 70.

지혜는 정말 단시간에 폭풍 상승했다.

140이면 책을 70권 읽거나 레벨로 치면 28업을 해야 올릴 수 있는 수치였다.

‘입장 정복도 꽤 괜찮은 것 같단 말이지.’

비록 읽을 책이 없어 아쉽긴 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도마니안 왕국의 로안이요.”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다음 목적지인 도마니안 왕국의 로안으로 워프했다.

* * *

“팀장님.”

장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양주혁을 불렀다.

“응?”

양주혁은 고개를 들어 장율을 보았고, 장율은 양주혁에게 다가갔다.

“지금 정복 시작했는데요?”

“……정복?”

장율의 뜬금없는 말에 양주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그러나 반문을 내뱉음과 동시에 든 생각에 양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도서관?”

“예. 지금 도서관 정복 시작했어요.”

“몇 곳이나 했어?”

“오늘요?”

양주혁은 장율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율은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손가락을 접기 시작했다.

‘벌써?’

하나, 둘, 셋 계속해서 접히는 장율의 손가락을 보며 양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혁이 접속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도서관을 몇 곳이나 정복한 것일까?

“8곳이요.”

이내 손가락 접기를 멈춘 장율이 답했다.

“8곳? 어떻게? 접속한 지 1시간도 안 됐잖아.”

“그게 이미 다 정복되어 있던 곳이었어요.”

“아…….”

어째서 장율이 손가락을 그렇게 접은 것인지 이해를 한 양주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럼 지금 좋아하는 자 칭호는 몇 개나 있는 거지?”

“지금 15개요.”

“15개라…….”

“지금 책 읽으면 지혜 한 번에 5, 6 오를 것 같은데 이거 괜찮을까요?”

장율은 걱정이 됐다.

좋아하는 자 칭호가 무려 15개다.

수혁은 책 한 번 읽을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스텟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더구나 수혁의 레벨은 고작 204.

지혜가 쭉쭉 오를 것이 분명했다.

“뭐, 상관없지. 결국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거니까.”

양주혁은 장율과 생각이 달랐다.

옛날에는 걱정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수혁은 책을 읽는 데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다.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보상을 얻는 것은 당연했다.

“그건 어떻게 되고 있어?”

양주혁은 화제를 돌렸다.

“……?”

장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양주혁이 이어 말했다.

“키메라.”

“아! 다음 주면 시작될 것 같아요.”

모든 게임이 그렇듯 판게아 역시 메인이 되는 스토리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곧 첫 번째 메인 에피소드 ‘키메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 적어도 한 달은 걸리지 않을까?”

“한 달이나요?”

장율은 생각보다 긴 시간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진행도 진행이지만 키메라들 잡는 게 엄청 어려우니까. 너는 얼마나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전 2주 안에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에이, 유저들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키메라들 상대하는 게 쉽지 않을걸? 독 장난 아니잖아.”

유저들의 수준이 높은 만큼 상대해야 할 몬스터들의 수준 역시 높다.

일단 독이 장난 아니다.

독에 당하면 아무리 수준 높은 유저라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에피소드 최종 보스 잡는 데에만 2주 걸릴 것 같은데? 독 중화 퀘스트를 해야 하니까.”

메인 에피소드 ‘키메라’의 최종 보스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독 중화 등 여러 퀘스트들을 깨야 한다.

퀘스트들을 깨는 데에만 2주 이상이 걸릴 것이었다.

“그게 수혁이 나서면…….”

장율은 말끝을 흐리며 양주혁의 눈치를 살폈다.

“……!”

양주혁은 장율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맞다. 수혁이 있었구나…….”

조금 전 수혁에 대해 이야기를 했음에도 수혁을 생각지 않고 있었다.

독에 무지막지한 면역을 가지고 있는 수혁.

거기다 전설 무기까지 있는 수혁의 공격력 아니, 파괴력은 현재 ‘판게아’에서 가장 강력했다.

수혁이 이번 메인 에피소드 ‘키메라’에 적극적인 참여를 한다면?

에피소드 진행이 상당히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도 혼자니까. 2주 만에 끝나지는 않을 거야.”

물론 혼자이기에 한계가 있다.

장율의 말대로 2주 만에 에피소드를 완료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여태까지 보인 행보를 보면 에피소드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네요. 책을 읽을 수도 있겠구나.”

수혁이 에피소드에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 생각했던 장율은 양주혁의 말에 수혁의 책 사랑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밀랭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오밀랭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스물한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20을 획득합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로 향하며 생각했다.

‘이번에도 입장 정복…….’

유스 왕국의 로간 도서관을 정복 후 수혁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도마니안 왕국의 로안, 헬로이, 레모닝 도서관.

일리인 공국의 홀링, 리모터 도서관.

에니타 왕국의 일렝, 하이루 도서관.

아이미스 왕국의 오니타, 에리앙 도서관.

호링 왕국의 홀암, 오밀랭, 카타니아 도서관.

총 12곳이었다.

그런데 그중 카타니아를 제외한 11곳의 도서관이 입장과 동시에 정복됐다.

지금 향하고 있는 카타니아 도서관 역시 앞서 정복된 도서관들과 마찬가지로 입장 정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2주는 무슨…….’

수혁은 연중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돌아다닐 도서관이 많아 2주 뒤에 가자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2주는커녕 오늘 당장 출발해도 될 것 같았다.

“어디로 가십니까?”

“카타니아요.”

“10골드입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카타니아로 워프했고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작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기를 보아하니 오면서 생각했던 것처럼 입장과 동시에 정복이 될 것 같았다.

수혁은 사서에게 인사를 하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카타니아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카타니아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스물두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21을 획득합니다.]

예상대로 입장과 동시에 정복이었다.

수혁은 도서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잠시 걸음을 멈춰 생각했다.

‘한 권이 없네…….’

오늘 내내 도서관들을 돌아다니기만 했다.

수많은 도서관을 갔음에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204

경험치 : 7%

생명력 : 111600

마나 : 121020

포만감 : 69%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6051 (+10)

‘그래도 오르긴 많이 올랐네.’

어제 5천이 넘었다고 좋아했는데 벌써 6천을 돌파했다.

이게 다 입장 정복 덕분이었다.

지혜를 보던 수혁은 이어 칭호 창을 확인했다.

칭호 창에는 어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칭호가 늘어나 있었다.

수혁은 조금 전 얻은 칭호들을 확인했다.

-카타니아 도서관 정복자 (지혜 +70)

-책을 좋아하는 자21 (책을 읽을 경우 스텟 경험치 추가 획득)

‘21…….’

추가로 스텟 경험치를 주는 좋아하는 자 칭호는 어느새 21개가 되었다.

‘읽고 싶다.’

좋아하는 자 칭호가 6개일 때 책 한 권당 2~3이 올랐다.

지금은 21개다.

과연 지금은 책 한 권에 지혜가 몇이나 오를까?

너무나 궁금했다.

‘새 책이 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이용 가능한 도서관이 없었다.

즉, 스텟 경험치를 주는 새 책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맞아!’

문득 떠오른 장소에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책이 있으며 수혁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마탑!’

바로 마탑이었다.

예전에 파비앙의 방에 갔을 때 수혁은 보았다.

방에 있는 2개의 책장과 그 안을 가득 채운 하얀 빛의 책들을.

‘그래, 마탑으로 가자.’

파비앙의 방에만 책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곳에도 책이 있을 것이다.

‘불의 마탑에서도 책을 얻을 수 있겠지.’

독의 마탑뿐만이 아니다.

수혁은 불의 마탑과도 인연을 만들었다.

마탑장인 브리니스와는 물론이고 부마탑장 코델과도 인연이 있었다.

거기다 코델은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부탁하라고 했다.

책을 부탁하면 될 것 같았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으로 이동한 수혁은 이어 워프 마법진을 통해 마탑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우선 독의 마탑으로 향했다.

얼마 뒤 독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자연스레 계단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4층에 도착하자 수혁은 예전에 한창 독을 마시러 다닐 때 보았던 여인과 사내를 볼 수 있었다.

“헛! 수혁 님을 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여인과 사내는 수혁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스승님을 뵈러 왔습니다.”

수혁의 말에 여인과 사내는 옆으로 비켜섰다.

차기 마탑장인 수혁에게 더 이상 안내는 필요 없었다.

수혁은 여인과 사내를 지나쳐 파비앙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이내 방 앞에 도착한 수혁은 노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 저 왔습니다.”

다다닥 끼이익

이내 안쪽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이 열렸다.

파비앙은 수혁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들어와.”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방으로 들어간 뒤 책장을 확인했다.

‘역시!’

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확실히 책장 속 책들은 반짝이고 있었다.

“어쩐 일이야?”

파비앙이 물었다.

“아, 그게 책을 좀 읽을 수 있을까 해서요.”

“응?”

파비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

“네.”

수혁은 파비앙의 반문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내 방에 있는 책들을 읽고 싶다는 거야?”

“안 될까요?”

“아니, 안 될 거 없지. 읽어!”

수혁은 파비앙의 허락이 떨어지자 재빨리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을 하나 꺼내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다.

파비앙은 그런 수혁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책상으로 돌아가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를까.’

얼마 뒤 수혁은 책의 마지막을 읽었고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책을 덮은 순간 메시지가 쭈르륵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가 총 몇 개 나타났는지, 지혜가 몇이나 올랐는지 확인했다.

‘……7!’

나타난 메시지의 수는 7개였다.

‘장난 아니다. 책 한 권에 7이라니.’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읽었던 책을 원래 자리에 넣고 이번에는 책 다섯 권을 꺼내 소파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몇이나 오를까.’

방금 전 읽은 책은 얇았다.

이번에 읽을 책은 두껍다.

과연 두꺼운 책은 지혜가 몇이나 오를까?

수혁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3이나 차이 나네.’

이번에 나타난 메시지는 10개였다.

좋아하는 자 칭호가 몇 개 없었을 때는 많이 차이가 나도 1이었다.

그런데 칭호가 많아진 지금은 그 차이가 상당히 컸다.

얇은 책과 두꺼운 책의 차이를 확인한 수혁은 다음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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