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
제165화
163.
퀘스트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예, 물론이죠.”
[퀘스트 ‘비욘드 대표 길드’를 수락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자 비욘드가 감사를 표했다.
“저…….”
수혁은 비욘드의 감사에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은 어떠십니까?”
“지금이요? 혹시 리더 길드 마스터와의 식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비욘드는 수혁의 말에 반문했다.
“예.”
수혁은 비욘드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때마침 그 친구가 근처에 있거든요.”
이미 수혁은 이곳에 오기 전 연중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연중은 길드 관련 이야기가 나올 경우 조언을 해주기 위해 근처 도시에서 대기하고 있겠다고 했다.
“이번 이야기는 빨리할수록 좋을 것 같은데…….”
대표 길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빨리 나눌수록 좋다.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말을 마친 수혁은 비욘드의 반응을 확인했다.
“지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저도 좋지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비욘드가 답했고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후작님.”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비욘드를 불렀다.
“예.”
“오는 길에 독고 길드와 충돌이 있을 것 같은데…….”
이미 독고 길드에서는 저택을 감시하고 있었다.
지금은 더 많은 이들이 감시를 하고 있을 수 있다.
충돌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거기다 연중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엄청난 인원이 몰려들 것이다.
길드 마스터를 죽이는 것만큼 상징적인 것은 없으니까.
더구나 현재 독고 길드는 이미지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연중을 잡으려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길드 간의 전쟁에 저는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수혁의 말에 비욘드가 답했다.
길드 간의 전쟁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아, 물론 호위가 필요하시다면…….”
“아닙니다. 개입하지 않아 주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연중아!
* * *
연중은 수혁에게서 귓속말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떻게 됐으려나.’
비욘드 후작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길드 이야기를 했을까?’
과연 수혁의 예상대로 길드 이야기가 나왔을까?
바로 그때였다.
-수혁 : 연중아!
수혁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연중 : 응!
귓속말을 기다리던 연중은 바로 답을 보냈다.
-수혁 : 독고 길드랑 관계 정리한다는데?
“……!”
연중은 수혁의 귓속말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독고 길드에게 가장 중요한 귀족이 비욘드 후작이었다.
그런데 관계를 정리한다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연중 : 진짜야? 거짓말 아니지?
-수혁 : 어, 진짜야.
수혁의 답에 연중은 싱글벙글 웃었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 : 그리고 비욘드 대표 길드 자리를 우리 길드에 주고 싶대.
“……?”
싱글벙글 웃고 있던 연중은 이어진 수혁의 귓속말에 순간 멈췄다.
렉이라도 걸린 듯 연중은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대, 대표 길드 자리를? 비욘드의?’
이내 정신을 차린 연중의 표정에 당황과 놀람이 나타났다.
비욘드의 대표 길드 자리라니?
-연중 : 농담 아니지?
연중은 혹시나 수혁이 농담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혁에게 물었다.
-수혁 : 농담 아니야, 독고 길드랑 관계 정리한다고 했잖아.
-수혁 : 대표 길드 자리도 회수할 거래. 근데 대표 길드 자리는 비워 둘 수가 없다고 이번에 우리 길드에 주고 싶다더라.
“…….”
수혁의 답에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수혁 : 어때? 비욘드의 대표 길드 자리?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침을 꼴깍 삼키고 재빨리 답을 보냈다.
-연중 : 당연히 콜!
대표 길드 자리는 기회였다.
독고 길드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기회!
대표 자리를 독고 길드에게서 빼앗는다면?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이고 독고 길드는 물질적으로든 이미지로든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아니, 잘 이용하면 전쟁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표 길드가 된다면 리더 길드 역시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다.
단점이 없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수혁 : 길드원들 생각은?
-연중 : 우리 1차 목표가 대표 길드 자리였어. 다들 좋아할 거야.
리더 길드의 1차 목표가 바로 대표 길드가 되는 것이었다.
길드원들 역시 대표 길드가 된다면 좋아할 것이다.
더구나 숙적인 독고 길드의 대표 길드 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면 더더욱 좋아할 것이다.
-수혁 : 알았다. 지금 당장 이야기하자는데 시간 되지?
-연중 : 지금?
-수혁 : 응, 일방적으로 준다고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해. 안 돼?
-연중 : 아니, 안 될 게 뭐 있어.
안 될 것 없었다.
시간이야 넘쳐났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연중 : 근데 비욘드로 가야 하는 거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비욘드로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비욘드는 아직 독고 길드의 영역이었다.
독고 길드의 영역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조금 껄끄러웠다.
-수혁 : 그렇지, 나 지금 저택 나와서 워프 게이트로 가고 있거든? 10분 뒤에 도착할 것 같다. 시간 맞춰서 출발해.
-연중 : 알았어. 맞춰서 출발할게.
하지만 껄끄러움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그리고 수혁 역시 비욘드에서 엄청난 일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연중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 * *
-무릉 : 이야기 끝났다. 내일 아침 9시 이후로 찾아가 봐.
-햇별 : 고맙다.
-무릉 : 고맙기는, 길드가 위기에 빠졌는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그런데 라인 백작으로 충분해? 비욘드 후작을 압박할 수 있겠어?
-햇별 : 라인 백작이 작위만 백작이지 후작급 파워를 가지고 있잖아.
-무릉 : 비욘드 후작도 보통 후작은 아니잖아.
-햇별 : 걱정 마, 라인 백작 뒤에 누가 있는지 잊었어?
-무릉 : 설마 일레일 공작까지 이용할 생각이야?
-햇별 : 비욘드 후작이 우릴 정리하려 한다면 우리도 갈아타야지.
-무릉 : 끙, 모르겠다.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어쨌든 내가 더 도울 일은 없는 거지?
-햇별 : 그래.
-무릉 : 수고해라.
햇별은 무릉과의 귓속말을 끝낸 뒤 미소를 지었다.
‘내일이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어.’
내일 라인 백작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햇별은 라인 백작을 이용해 비욘드 후작과 자리를 만들 생각이었다.
라인 백작의 뒤에는 일레일 공작이있다.
비욘드 후작은 라인 백작이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며 커맨더가 들어왔다.
“형님!”
“……?”
커맨더의 외침과 표정을 본 햇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노크도 없었고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큰일 아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요!”
햇별의 시선에 커맨더가 말했다.
“무슨 일?”
“지금 연중이 비욘드에 왔습니다!”
“뭐?”
커맨더의 말에 햇별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연중? 그 새끼가 여기에 왔다고?”
햇별은 커맨더가 반문에 답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물었다.
“예.”
커맨더는 햇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근데 뭔가 이상한 게 수혁이랑 만나서 주거 지역으로 가고 있다는데요?”
“주거 지역…….”
햇별은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비욘드 후작을 만나러 가는 건가?’
주거 지역을 지나면 비욘드 후작의 저택이 나온다.
아무래도 연중이 수혁과 함께 주거 지역으로 간 것은 비욘드 후작을 만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커맨더가 물었다.
“어떻게 하긴.”
햇별은 커맨더의 물음에 생각을 끝내며 입을 열었다.
“잡으러 가야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잡으러 가야 한다.
“역시!”
커맨더는 햇별의 답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고 이미 길드원들 소집했습니다! 일부는 미행 붙여 놨구요.”
이곳에 오기 전 이미 길드원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몇몇은 미행을 붙였다.
“그래? 잘했다.”
햇별은 커맨더에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들 비욘드 후작 저택에 갈 거야.”
“예? 비욘드 후작 저택에요? 거길 왜…….”
커맨더는 아직 수혁이 비욘드 후작과 만났음을 모르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햇별과 무릉 뿐이었다.
“설마…….”
커맨더가 말끝을 흐리며 햇별을 보았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네 생각이 맞을 거야.”
“……!”
“가자.”
* * *
“대박, 저거 수혁 님 맞지?”
“맞아, 곰 가면! 리더 길드 마크!”
“근데 왜 워프 게이트로 오신 거지?”
“돌아가시나?”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주변을 살피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어디야?
-연중 : 지금 막 워프 게이트 도착!
연중에게서 답이 왔고 수혁은 워프 게이트 출구를 보았다.
출구에서 연중이 나오고 있었다.
스윽
수혁은 손을 흔들며 연중에게 인사했다.
“헐, 뭐야. 저기 연중 아니야?”
“리더 길드 마스터 연중?”
주변에 있던 유저들은 수혁의 인사에 연중을 발견했고 또다시 웅성이기 시작했다.
-연중 : 뭐야, 유저들 반응이 왜 이래?
그냥 말을 해도 되지만 웅성거리는 유저들의 반응에 연중은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적진에 왕이 나타났는데 당연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수혁 역시 연중에게 귓속말로 답을 한 뒤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연중은 그 뒤를 따랐고 둘의 뒤를 유저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어디 가시는 거지?”
“독고 길드 하우스로 가는 게 아니었나?”
-연중 : 이대로 유저들 데리고 가도 돼?
유저들의 대화에 연중이 물었다.
-수혁 : 유저들이 아는 것도 괜찮지 않아?
-연중 : 괜찮지. 혹시나 하고.
-연중 : 그런데 독고 길드 애들은 왜 안 나타나지?
-수혁 : 그러게.
수혁은 연중의 귓속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왜 안 나타나지?’
어째서 독고 길드원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분명 알 텐데.’
저택 앞에서 죽인 엘리.
현실에서 분명 연락이 갔을 것이고 지금쯤이면 독고 길드에서는 수혁이 비욘드에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연중까지 나타났다.
유저들이 몰라본 것도 아니고 뒤를 따르고 있을 정도다.
독고 길드에서 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아.”
연중이 수혁을 불렀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연중의 부름에 연중을 보았다.
“애들 나타났는데?”
연중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들?”
수혁은 연중의 말과 시선에 고개를 돌려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서 수많은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는 독고 길드 마크가 달려 있었다.
“엄청 많이 몰려왔네.”
수혁은 앞을 막아선 독고 길드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여태껏 비욘드에서 독고 길드원들을 상대했던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이들이 몰려왔다.
“이거 뚫고 갈 수 있을까?”
연중이 물었다.
“독고 길드원 말고는 안 보이지?”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아니, 군데군데 마크 없는 애들이 보여.”
“뭐?”
연중의 답에 수혁은 놀란 표정으로 앞을 막은 독고 길드원들을 자세히 확인했다.
사이사이에 길드가 없는 이들이 있었다.
“길드 마크 없는 애들 중에 눈에 익은 애들이 있어. 네 범위 마법 때문에 일부러 길드 탈퇴시킨 것 같은데? 범죄자 수치를 올릴 생각인가 봐.”
“끙…….”
독고 길드원들만 있다면 범위 마법으로 단숨에 쓸어버릴 생각이었던 수혁은 연중의 말에 생각했다.
‘범죄자 수치…….’
범위 마법만 사용하면 쓸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범죄자 수치가 마음에 걸렸다.
“범죄자 수치 신전에서 초기화하는 데 얼마나 드는지 알아?”
“범죄자 수치가 얼마나 되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엄청 비싸. 그건 왜?”
“왜긴…….”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독고 길드원들을 보았다.
“포이즌 스톰. 독 웅덩이, 포이즌 포그.”
그리고 독고 길드원들을 향해 연달아 범위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