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60화 (160/553)

# 160

제160화

158.

“그게 무슨 소리인가? 지금 이 시간에 후작님을 봬야겠다니?”

프릴은 켈로이의 말에 의아해했다.

“말하지 않았나. 큰일이 났다고.”

켈로이는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프릴을 마주 보며 답했다.

“당장 후작님이 아셔야 할 정보가 있어!”

“무슨 큰일? 후작님이 아셔야 할 정보는 또 뭔가?”

“일단 나갈 준비부터 하게! 가면서 말해 줄 테니!”

“알겠네.”

프릴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옷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

“가세.”

프릴이 방에서 나오자 켈로이는 먼저 1층으로 내려가 저택에서 나와 비욘드 후작의 저택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뒤를 따라온 프릴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혹시 수혁에 대한 이야기인가?”

“맞네, 수혁 님에 대한 이야기네.”

켈로이는 프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직 수배령 내리지 않았지?”

그리고 이어 프릴에게 물었다.

비욘드 후작은 독고 길드의 마스터 햇별과 대화를 나눴고, 햇별의 성의를 보고 수혁에게 수배령을 내리기로 했었다.

“내일 내린다고 하셨네.”

프릴은 켈로이의 물음에 답한 뒤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런데 님이라니?”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잘못 들었을 리 없다.

켈로이는 분명 수혁에게 ‘님’을 붙였다.

“자네가 님이라고 붙일 정도로 엄청난 사람인 겐가?”

1등급 마법사인 켈로이다.

거기다 독의 마탑 페이드 제국의 지부장이다.

그런 켈로이가 님을 붙일 정도라면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었다.

“맞네.”

켈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프릴은 켈로이의 끄덕임에 미간을 찌푸렸다.

“수혁 님은 우리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시네.”

“뭐?”

그리고 이어진 켈로이의 말에 프릴은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놀란 표정으로 크게 반문했다.

스윽 스윽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느낀 프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밤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이들이 몇 보이지 않았다.

그 몇조차 관심이 없는 듯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주변을 확인한 프릴은 조용한 목소리로 켈로이에게 말했다.

“차기 마탑장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보았던 그 마법사가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라고?”

“그래. 우리 차기 마탑장님이셨어.”

“아니, 자네 왜 그 중요한 사실을 이제 말해 주는 건가?”

프릴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가 속한 마탑의 차기 마탑장을 몰랐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안하네. 아직 공식 발표가 된 게 아니야. 몇몇 인원들에게만 전해졌다고 하더군.”

물론 그 몇몇 인원에는 켈로이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켈로이는 본인이 포함되어 있단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프릴은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만약 수배령이 내려졌다면…….”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에게 수배령을 내릴 뻔했다.

만약 수배령이 내려졌다면?

“후작님께서는 엄청난 타격을 받으셨을 거야.”

비욘드 후작의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빨리 가지.”

어서 한시라도 빨리 비욘드 후작에게 이 사실을 전해야 했다.

프릴이 속도를 올렸다.

속도를 올린 켈로이와 프릴은 얼마 뒤 비욘드 후작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프릴 단장님을 뵙습니다.”

켈로이와 프릴이 도착하자 저택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가 꾸벅 인사했다.

“후작님을 뵈러 왔네.”

프릴은 병사의 인사를 받아주며 말했다.

“옙. 열어!”

병사는 프릴의 말에 답하고 후임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러자 후임 병사들이 후다닥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프릴과 켈로이는 안으로 들어갔다.

“총집사님!”

입구를 지나 저택에 도착한 프릴은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총집사 하릭을 발견하고 외쳤다.

“프릴 단장님?”

걸음을 옮기던 하릭은 프릴의 외침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외침의 주인공이 프릴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하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사이 프릴과 켈로이가 도착했고 하릭이 물었다.

“후작님께 급히 전해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후작님께요?”

“예, 급한 일입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프릴의 표정을 보고 하릭은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켈로이와 프릴은 하릭의 뒤를 따랐다.

똑똑

“후작님. 프릴 단장과 켈로이 님이 오셨습니다.”

이내 비욘드 후작의 방 앞에 도착한 하릭이 노크와 함께 말했다.

끼이익

얼마 뒤 문을 열고 비욘드 후작이 나왔다.

비욘드 후작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프릴은 비욘드 후작의 눈빛에 입을 열었다.

“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들어오게.”

비욘드는 안으로 들어갔다.

“하릭.”

안으로 들어가 책상에 앉은 비욘드는 하릭을 불렀다.

“차 좀 가져다주게.”

“예.”

하릭은 비욘드의 말에 답을 하며 문을 닫고 나갔다.

“무슨 일인가? 켈로이 님까지 온 것을 보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비욘드는 하릭이 나가자 반대편에 앉은 프릴에게 물었다.

“이 친구가 말씀드릴 겁니다.”

프릴은 비욘드의 물음에 옆에 앉은 켈로이를 보았다. 그리고 켈로이는 프릴의 말에 입을 열었다.

“내일 내릴 수배령을 취소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 내일 내릴 수배령이요?”

켈로이의 말에 비욘드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반문했다.

“설마 수혁이란 자의 수배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비욘드의 반문에 켈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내일 수배령을 내리기로 한 수혁 님은 저희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십니다. 저도 방금 전 마탑에 가 알게 됐습니다.”

이유를 설명함과 동시에 변명까지 마친 켈로이는 비욘드를 보았다.

“……!”

비욘드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기야 수배령을 내리려 했던 이가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라는데 놀라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지, 진짜입니까?”

비욘드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예, 확실합니다.”

“…….”

켈로이의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에 비욘드는 생각에 잠겼다.

‘차기 마탑장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했다.

‘만약 수배령을 내렸으면…….’

수배령을 내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독의 마탑에서 알게 되었다면?

수혁이 어떤 짓을 저질렀건 상관없다.

수배령을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독의 마탑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을 것이었다.

단순히 독의 마탑과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마탑에서도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차기 마탑장에게 수배령을 내렸으니 당연하다.

비욘드는 만약 수배령을 내렸을 경우 어떻게 됐을지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끝장났겠군.’

상상의 끝은 끝장이었다.

“감사합니다.”

생각을 마친 비욘드는 켈로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수배령은…….”

켈로이가 말끝을 흐렸다.

“당연히 취소해야지요.”

비욘드가 답했다.

“독고 길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잠자코 있던 프릴이 물었다.

이번 수배령은 독고 길드에서 부탁한 일이었다.

독고 길드는 비욘드 후작과 아주 긴밀한 관계였다.

“끙…….”

비욘드 후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독고 길드와의 관계는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인 수혁과 독고 길드가 어떤 일로 이러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수혁과 독고 길드가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독고 길드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좋지 않다.

즉, 독고 길드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독고 길드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길드였다.

그러나 독의 마탑과 비교하자면 한참이나 모자랐다.

독의 마탑의 영향력은 독고 길드가 감히 넘볼 수 없었다.

독고 길드가 반딧불이라면 독의 마탑은 태양이었다.

“제 생각도 후작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프릴의 생각 역시 비욘드와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 독고 길드와의 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맞았다.

괜히 독고 길드를 돕다가 아니, 근처에 있다가 불똥을 맞을 수 있다.

그것도 아주 큰 불똥을 말이다.

* * *

아침을 먹고 세수를 하고 판게아에 접속할 준비를 마친 수혁은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침인데 사람이 있으려나.”

주말 아침도 아니고 평일 아침이었다.

과연 길드 하우스에 사람이 있을까?

“없으면 없는 대로 빨리 끝내고 오지 뭐.”

수혁은 캡슐로 들어갔다.

그리고 판게아에 접속하자 익숙한 도서관 풍경이 나타났다.

‘오늘 내로 정복 가능하겠어.’

어제 로그아웃하기 전 수혁은 도서관에 남은 책들을 확인했다.

오늘 정복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수혁은 도서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도시 비욘드로 워프했다.

‘확실히 한산하네.’

어제 낮과 저녁에 왔을 때와 달리 비욘드의 아침은 한산했다.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독고 길드 하우스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야야, 저기 저 유저 수혁 님 아니야?”

“리더 길드 마크에 여우 가면. 맞는 것 같은데?”

“오오, 또 독고 길드 털러 가시는 건가?”

걸음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의 유저들이 수혁을 발견하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수혁은 유저들이 따라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둘러보며 독고 길드원을 찾을 뿐이었다.

‘아침이라 그런가.’

아침이라 그런 것일까?

‘사망 페널티가 안 끝나서?’

아니면 사망 페널티 때문일까?

독고 길드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제였다면 벌써 다섯 번은 마주했을 거리를 왔는데 단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다.

‘퀘스트 때문에라도 만나야 하는데…….’

특수 퀘스트 ‘살인마의 지혜’ 때문에라도 독고 길드원들을 만나야 하는 수혁은 상당히 난감했다.

‘한 명도 못 만날 줄이야.’

이내 독고 길드 하우스에 도착한 수혁은 인상을 썼다.

‘아니, 자기들 거점에 적이 왔으면 얼굴이라도 비춰야지.’

길드 하우스에 오는 동안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오늘은 그 새끼 안 오려나?”

“에이, 어제 기사들 보고 바로 튀었잖아. 안 오겠지.”

“하긴, 오늘 수배령도 내린다고 했는데.”

길드 하우스에서 독고 길드원들이 나왔다.

“포이즌 스톰.”

수혁은 재빨리 포이즌 스톰을 시전했다.

[독고 길드원 ‘레릿고’를 죽이셨습니다.]

[독고 길드원 ‘수고링’을 죽이셨습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든 생각에 미소를 지웠다.

‘둘로는 부족해.’

고작 둘 잡자고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곧 기사들이 올 텐데.’

조금 있으면 기사들이 올 것이다.

기사들과는 충돌할 수 없다.

즉, 기사들이 오면 후퇴해야 한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저벅

수혁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뒤로 돌아섰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뒤로 돈 수혁은 의아해했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중년의 사내였다.

‘독의 마탑?’

그리고 중년의 사내는 독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었다.

저벅!

“안녕하십니까.”

이내 수혁의 앞에 도착한 사내는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페이드 제국 지부장 켈로이. 수혁 님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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