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
제156화
154.
에오와 귓속말을 끝낸 로니아는 루팅을 떠올렸다.
‘루팅…….’
수장 회의에서 루팅에게서 느껴졌던 미묘한 이상함.
‘이런 식으로 수를 쓸 줄이야.’
루팅은 현재 길드 하우스로 오고 있는 수혁과 직접 부딪혔었다.
수혁이 얼마나 강한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도망을 갔다는 말만 했다.
수혁의 강함을 모르는 다른 파벌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게 분명했다.
‘역시 머리가 참 좋단 말이야.’
로니아는 활짝 웃었다.
수혁에 대해 말을 해 주지 않은 게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루팅의 그런 점이 매력이라 생각하는 로니아였다.
-로니아 : 루팅!
생각을 마친 로니아는 루팅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루팅 : 예, 로니아 님.
-로니아 : 나 수혁 잡기로 했어.
-루팅 : 로니아 님이 직접 나서시게요?
-로니아 : 응, 괜찮지?
-루팅 : 괜찮습니다만 조심하시길.
로니아는 루팅과 대화를 나누다 미간을 찌푸렸다.
‘조심? 루팅이?’
루팅은 조심이란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조심이라는 단어를 루팅이 사용했다면 엄청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그 정도로 강하다고?’
* * *
-제목 : 안녕하세요. 독고 길드의 마스터 햇별입니다.
현재 리더 길드의 마스터 연중 님이 올린 글은 사실이 아닙니다.
리리스 님이 저희 길드에 가입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리리스 님이 억울한 일을 당하셨더군요.
수혁 님이 길드에 들어왔고 연중 님은 수혁 님을 부길드 마스터로 임명하려 했습니다.
친구라는 이유만으로요.
리리스 님은 당연히 반대를 했지요.
부길드 마스터라는 직책을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임명하면 길드원들이 좋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결국 그 일로 사이가 틀어졌고 연중 님의 거짓으로 인해 리리스 님이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길드에서 추방당했습니다.
거기다 척살령까지 내리려 하셨더군요.
.
.
“이 새끼가.”
연중은 독고 길드의 마스터 햇별이 올린 글을 읽고 이를 악물었다.
“이딴 식으로 글을 올려?”
글에는 오직 거짓뿐이었다.
-아이스 : 이걸 누가 믿음?
-리얼 : 헐, 그렇게 안 봤는데 리더 길드 참…….
-블레드 : 아이스 / 믿는 사람 있는데요? ㅋㅋㅋ 이걸 믿네.
-엘릭 : 아니, 연중 그 새끼 이럴 줄 알았음. 어쩐지 부길드 마스터가 첩자라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문제는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그 수는 적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
“……후.”
연중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반박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다닥!
엄청난 속도로 반박 글을 작성한 연중은 마당에 작성한 글을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판게아에 접속했다.
판게아에 접속한 연중은 길드 창을 열었다.
그리고 전쟁 현황을 확인했다.
“……!”
전쟁 현황을 확인한 연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이리 압도적이야?’
정말 압도적인 차이로 수혁이 1위였기 때문이었다.
‘아까랑은 비교가 안 되는데?’
아까 수혁이 1위가 되었을 때에도 2위와 꽤 차이가 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차이가 나도 너무나도 많이 났다.
‘또 비욘드에 간 거겠지?’
비욘드에 간 것이 분명했다.
연중은 길드 창을 닫고 친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수혁의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살아 있네.’
다행히도 비욘드에 간 게 분명한 수혁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접속 중이라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연중 : 수혁아, 너 지금 비욘드냐?
연중은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응.
귓속말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에게서 답이 왔다.
-수혁 : 루팅 어디 갔나 봐. 안 나타난다.
그리고 이어진 수혁의 귓속말에 연중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수혁 : 길드 하우스 보인다. 끝나고 귓 할게.
연중은 수혁의 귓속말을 보며 중얼거렸다.
“……길드 하우스?”
여기서 말한 길드 하우스는 리더 길드의 길드 하우스가 아니다.
독고 길드의 길드 하우스를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도착했다고? 거기를?”
연중은 수혁에 대한 생각을 고쳤다.
“생각보다 훨씬 강하구나…….”
아무래도 수혁의 힘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것 같았다.
연중은 전쟁 현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수혁의 공헌도를 주시했다.
“…….”
그리고 이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는 수혁의 공헌도를 보며 연중은 입을 버엉 벌렸다.
‘이 정도면…….’
2위와의 차이를 점점 벌리는 수혁을 보며 연중은 생각했다.
‘지지는 않겠는데?’
패배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을 보니 패배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 * *
-수혁 : 길드 하우스 보인다. 끝나고 귓 할게.
연중과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전방을 보았다.
저 멀리 독고 길드 하우스가 보였고 수많은 독고 길드원들이 입구를 오가고 있었다.
“어? 야, 저거 리더 길드 마크 아니냐?”
“미친, 그 새끼 또 온 거 같은데?”
입구를 오가던 독고 길드원들 중 몇몇이 수혁을 발견했다.
“흐.”
수혁은 씨익 웃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물론 웃은 것은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독고 길드 하우스는 말 그대로 독고 길드의 거점이었다.
즉, 일반 유저들은 출입하지 않는다.
독고 길드원들만 출입을 한다.
‘이제 마음 편히 마법 쓸 수 있겠어.’
일반 유저들이 없기에 범위 마법을 사용해도 된다.
이제는 루팅이 나타난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
“파이어 스톰.”
수혁은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스아악!
독고 길드 하우스 입구에 파이어 스톰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륵!
[독고 길드원 ‘케차찹’을 죽이셨습니다.]
[독고 길드원 ‘라인’을 죽이셨습니다.]
[독고 길드원 ‘해볼’을 죽이셨습니다.]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메시지 역시 나타났다.
입구에 있던 독고 길드원들의 사망 메시지였다.
“파이어 월, 파이어 필드.”
수혁은 파이어 월과 파이어 필드를 시전했다.
혹시나 파이어 스톰을 뚫고 나올 이를 위한 선물이었다.
그렇게 입구를 파이어 스톰, 파이어 월, 파이어 필드로 점거한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라온 유저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저기에도 있겠지.’
일단 독고 길드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수혁이 상대해야 할 이들은 독고 길드원들만이 아니었다.
독고 길드원들만 덤빈 게 아니다.
동맹 길드, 혹은 현상금을 노리는 유저들이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오오오오!”
“오오오!”
주시하고 있던 유저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
유저들의 탄성에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수혁은 유저들의 시선이 뒤로 가 있는 것을 보고 뒤로 돌았다.
“……!”
뒤로 돌아선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스아악!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증기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갑자기 나타난 비구름 때문이었다.
구름에서는 쉴 새 없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빗방울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냥 물 덩어리가 쏟아지고 있었다.
물 덩어리에 의해 파이어 스톰의 크기는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이내 파이어 스톰이 사라지고 이어 파이어 월과 파이어 필드 역시 사라졌다.
입구를 장악하고 있던 세 마법이 사라지고 수혁은 길드 하우스에서 나오는 한 여인을 볼 수 있었다.
* * *
-에오 : 녀석이 도착했습니다.
로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장비 창을 열어 무장 버튼을 클릭했다.
스악 스악 스악
장비 창에 등록되어 있던 아이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무장을 끝낸 로니아는 길드 하우스에서 나왔다.
“이거 데미지 너무 쎈데?”
“뭐야, 이거?”
“어떤 놈이 이런 거야?”
길드 하우스에서 나가려 했던 길드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헉, 로니아 님을 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우왕좌왕하던 길드원 중 하나가 로니아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그러자 다른 유저들 역시 로니아에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다섯 파벌의 수장 중 유일한 여성인 로니아는 다른 파벌의 길드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로니아는 미소를 지은 채 인사를 받아주고는 입구를 막고 있는 파이어 스톰을 보며 입을 열었다.
“기적의 비구름.”
로니아는 스킬 ‘기적의 비구름’을 시전했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하늘에 비구름이 나타났다.
비구름에서 이내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엄청난 수증기와 함께 파이어 스톰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내 파이어 스톰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에는 파이어 월이야?’
파이어 스톰이 사라지고 시야에 들어온 건 거대한 불의 벽이었다.
스윽
로니아는 지팡이를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비구름 역시 앞으로 움직여 파이어 월을 향해 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파이어 월이 사라지자 파이어 필드가 나타났고 이번에도 로니아는 비구름을 옮겨 파이어 필드를 없앴다.
‘쟤구나.’
파이어 필드까지 없애고 나서야 로니아는 여우 가면을 쓰고 있으며, 리더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를 볼 수 있었다.
“네가 수혁이구나?”
로니아는 수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겁도 없이 여기까지 오다니.”
그것도 잠시 로니아는 이내 미소를 지우고 싸늘한 눈빛을 지었다.
“구름 흡수.”
스아악
로니아는 스킬 ‘구름 흡수’를 통해 비구름을 흡수했다.
[기적의 비구름을 흡수하셨습니다.]
[10분간 마법 공격력이 30% 증가합니다.]
[10분간 마법 방어력이 20% 증가합니다.]
“파괴의 번개구름.”
비구름을 흡수해 버프를 획득한 로니아는 스킬 ‘파괴의 번개구름’을 시전했다.
스아악!
허공에 다시 구름이 나타났다.
스윽
구름이 나타나자 로니아는 지팡이로 수혁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뇌전.”
쩌저저적!
로니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름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뇌전.”
쩌저저적!
“뇌전.”
쩌저저적!
벼락은 쉴 새 없이 수혁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뇌전.”
쩌저저적!
로니아는 수혁을 공격하며 생각했다.
‘왜 안 피하지?’
무언가 이상했다.
벼락에 기절 같은 특수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수혁이 움직이질 않았다.
즉,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대체 왜 공격을 피하지 않는 것일까?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수혁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구름을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설마 내 마법은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건가?’
혹시 벼락에 별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아무리 마법 방어력이 높다고 해도 데미지를 입지 않을 리 없다.
거기다 수혁은 마법사다.
생명력이 낮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죽을 것이다.
‘왜 안 죽어?’
하지만 얼마 뒤 로니아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벌써 8번 이상 벼락에 맞았다.
그럼에도 수혁은 죽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이 로니아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구름을 보고 있던 수혁이 고개를 내렸고 로니아는 수혁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