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제149화
147.
이전에는 밟고 싶어도 밟을 수 없었다.
리더 길드는 그럴 꼬투리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리더 길드에서 걸어온 전쟁이었다.
밟아 줄 절호의 기회였다.
“근데 이 새끼들은.”
글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김현성은 댓글을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카니아 : 어휴, 독고 새끼들 진짜 쓰레기 그 자체네.
-나빌레라 : 쓰레기한테 사과하셈.
-레카르모시아 : 어떻게 저딴 발상을 하지?
-대장 : 대단하다. 대단해.
-양심 : 와, 리리스 저 새끼 양심도 없네. 바로 독고 길드에…….
대부분의 댓글이 독고 길드를 욕하고 있었다.
아니, 리리스 역시 독고 길드 소속이었으니 모든 댓글이 독고 길드를 욕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래, 많이들 욕해라.”
미간을 찌푸린 채 댓글을 보던 김현성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욕은 예상했었다.
“전쟁 끝나면 또 식겠지.”
전쟁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욕은 중단될 것이다.
“그런데 선전포고를 언제 하려나?”
김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일단 나오기 전까지 선전포고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지금은 했으려나?”
김현성은 판게아에 접속했다.
그리고 접속과 동시에 루팅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루팅 : 보셨습니까?
-햇별 : 예, 봤습니다.
-루팅 :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햇별 : 뭐, 저희가 딱히 반응할 필요가 없겠더라구요.
언론 플레이를 했다면 똑같이 언론 플레이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닌 이상 굳이 언론 플레이에 힘을 쓸 필요는 없다.
-루팅 : 그러면…….
-햇별 : 일단 한 방 맞아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코스프레로 글 올리고 본격적으로 밟아야죠.
일단 햇별은 리더 길드에 한 방 맞아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후 피해자인 척 여론을 한 번 조성하고 본격적으로 리더 길드를 짓밟을 생각이었다.
-햇별 : 전쟁 준비해 주세요.
-루팅 : 알겠습니다.
* * *
리더 길드의 길드 하우스 대회의실.
대회의실에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
“당분간 길드 하우스는 이용할 수 없겠지만.”
연중은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당분간 길드 하우스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독고 길드에서 길드 하우스 주변을 장악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다시 모일 날이 올 겁니다.”
솔직히 말해 리더 길드와 독고 길드 간의 힘의 차이는 크다.
그래서 리더 길드는 전쟁을 선포하긴 했지만 정면으로 붙을 생각이 없었다.
바로 게릴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독고 길드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혹시나 전할 정보가 있다면 어제 만든 채팅방에 말씀해 주세요.”
물론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길드 하우스를 이용하지 못할 테니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모든 이야기를 나눌 것이었다.
“그럼 30분 뒤, 선전포고 하겠습니다.”
연중의 말이 끝나고 길드원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우르르 빠져나갔다.
그렇게 길드원들이 전부 나가고 길드 하우스에 홀로 남은 연중은 걸음을 옮기며 텅 빈 길드 하우스를 둘러보았다.
‘다시 올 수 있으려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아니, 전쟁이 끝나도 이곳에 다시는 오지 못할 수도 있다.
예전의 화랑 길드처럼 거점을 옮겨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
길드 하우스 내부를 둘러보며 생각한 연중은 자신의 방인 길드 마스터의 방으로 향했다.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선전포고는 길드 마스터의 방에서만 가능했다.
방에 도착한 연중은 자리에 앉아 길드 창을 열었다.
선전포고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길드 창을 연 채 연중은 길드원들에게 말했던 30분이 지나길 기다렸다.
‘됐다.’
이내 길드원들에게 말한 30분이 지나 약속 시간이 되었고 연중은 선전포고 버튼을 클릭했다.
그리고 독고 길드를 찾아 확인을 눌렀다.
[페이드 제국 – 독고 길드에 전쟁을 선포하시겠습니까?]
확인을 누르자 창이 나타났다.
연중은 다시 한 번 확인을 눌렀다.
[독고 길드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독고 길드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독고 길드원들을 죽여도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확인을 누르자 이번에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가 볼까.”
연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길드 하우스에서 나왔다.
저벅!
길드 하우스에서 나온 연중은 걸음을 멈췄다.
“이야, 선전포고 날리고 어딜 가시나?”
“진짜 할 줄이야.”
“미친, 할 거면 빨리하던가.”
세 명의 독고 길드원들이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어제의 글을 보고 대기를 한 것 같았다.
연중은 앞을 막아선 독고 길드원들의 얼굴을 보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걸 보니 잔챙이들이군.’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수준이 좀 되는 이들이라면 얼굴이라도 보았을 것이다.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잔챙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뭐, 수준 좀 된다고 해도 루팅이 아니라면.’
물론 수준이 되는 이들이 온다고 해도 상관없다.
최악의 상성인 루팅만 아니면 된다.
“나 잡으려면.”
연중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루팅을 데리고 왔어야지.”
그리고 방패를 들었다.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읽었던 책을 반납하고 책장으로 향했다.
‘이제 마지막이네.’
어제부터 시작된 도루스 도서관 정복 여정은 어느새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남아 있는 하얀 책은 세 권뿐.
세 권만 읽으면 정복이었다.
수혁은 책 세 권을 꺼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바로 그때였다.
[독고 길드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독고 길드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독고 길드원들을 죽여도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작했구나.’
드디어 전쟁이 시작됐다.
‘일단 마무리하자.’
수혁은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가져온 책을 펼쳤다.
남은 책은 고작 세 권뿐이다.
세 권만 읽으면 도서관을 정복할 수 있고 지혜가 대폭 상승한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가져온 책 세 권은 전부 얇았고 읽는 데에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
그러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정복이 안 뜨지?’
마지막 책을 읽었음에도 정복이 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놓친 책이 있나?’
설마 놓친 책이 있는 것일까?
‘놓쳤을 리가 없는데…….’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을 반납한 뒤 다시 한 번 도서관 내부를 돌아다니며 책장을 확인했다.
‘없잖아.’
그러나 없었다.
책장에는 오로지 빛을 잃은 책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설마 숨겨진 공간이 있나?’
혹시나 숨겨진 공간이 있는 것일까?
저벅저벅
수혁은 도서관 입구로 향했다.
“사서님?”
그리고 여전히 초췌한 안색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사서 NPC 호가르를 불렀다.
“예.”
호가르는 수혁의 부름에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혹시 안에 있는 책장이 전부인가요?”
“책장이요?”
초췌함만이 가득했던 호가르의 얼굴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하기야 갑자기 책장이 전부냐 묻는데 의아해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예, 책장이요.”
“네, 책장은 안에 있는 게 전부입니다만…….”
호가르의 반문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호가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근데 그건 왜…….”
끄덕임을 멈춘 호가르가 이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제가 찾고 있는 책이 있는데 보이지를 않아서요. 분명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아아, 혹시 그 책이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입니까?”
수혁의 답에 호가르가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
그러나 수혁은 호가르의 말에 바로 답할 수 없었다.
책의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도루스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의 제목을 쭉 떠올렸다.
‘일단 본 적 없는 책이긴 한데…….’
읽은 책 중에서는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란 제목의 책이 없었다.
“네, 그거 맞습니다.”
수혁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끙, 난감하군요. 지금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는 리옹이 빌려가서…….”
그리고 이어진 호가르의 말에 수혁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죄송하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
“원래는 제가 해야 할 일이지만 몸이 아파 움직일 수가 없어서요. 혹시 리옹에게서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를 받아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사서 호가르의 부탁>
사냥꾼 리옹은 책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를 빌려 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리옹은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를 가져오지 않았다.
호가르는 직접 찾아가려 했지만 몸이 아파 갈 수가 없었다.
호가르를 대신해 책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를 받아와라!
[사냥꾼 레라스의 일기 : 0 / 1]
퀘스트 보상 : 도루스 도서관 입장 가능
호가르의 말이 끝난 순간 퀘스트가 나타났다.
“네. 받아오겠습니다.”
수혁은 퀘스트를 본 순간 바로 수락했다.
[퀘스트 ‘사서 호가르의 부탁’을 수락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자 호가르가 감사를 표했다. 수혁은 호가르에게 물었다.
“리옹이라는 분은 어디에 계십니까?”
“도서관에서 나가셔서 왼쪽으로 쭉 가시다 보면 파란 지붕의 집이 하나 나올 겁니다. 그곳이 바로 리옹의 집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수혁은 호가르의 답을 듣자마자 바로 도서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호가르의 말대로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연중아
-연중 : 응.
얼마 지나지 않아 연중에게서 답이 왔다.
-수혁 : 지금 귓속말 가능해?
전쟁이 시작됐다.
귓속말을 하기 힘든 상황일 수 있다.
-연중 : 어, 방금 끝났어. 가능해.
-수혁 : 뭐가 방금 끝나?
-연중 : 뭐긴, 독고 잔챙이들 처리지.
역시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연중은 귓속말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연중 : 근데 왜?
연중이 물었다.
-수혁 : 아, 물어볼 게 있어서.
-연중 : 어떤 거?
-수혁 : 비욘드에 있는 거 맞지?
-연중 : 비욘드? 도시 비욘드 말하는 거야?
-수혁 : 응, 도시 비욘드.
-연중 : 설마 너 독고 길드 하우스 말하는 거 아니지?
-수혁 : 응, 맞아. 독고 길드 하우스.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차근차근 답을 보냈다.
-연중 : 거긴 왜?
연중은 수혁의 답에 재차 물었다.
-연중 : 너 설마 악마 길드 때처럼 하려는 거야?
-수혁 : 맞아.
전쟁이 시작됐다.
적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길드 하우스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연중 : 가지 마, 개죽음이야. 악마 길드 때처럼 안 돼. 독고 길드 녀석들 강하다니까?
연중이 설득했다.
-수혁 : 아니, 피해를 주지 못해도 상관없어.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을 보냈다.
피해를 주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길드 하우스를 공격하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수혁 : 나 마법사잖아. 아마 화려할 거야. 시선이 많이 끌리겠지.
수혁은 마법사였다.
마법은 화려하다.
시선이 많이 몰릴 것이다.
-수혁 : 길드 하우스가 공격당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 충분해.
독고 길드의 길드 하우스가 공격받았다! 라는 것만 알려도 충분하다.
-수혁 : 그리고.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내며 캐릭터 창과 장비 창을 열었다.
-수혁 : 개죽음을 당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스텟과 이런 장비로 개죽음을 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