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42화 (142/553)

# 142

제142화

140.

얼마 뒤.

똑똑

“저 왔습니다!”

리리스가 도착했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연중의 말에 리리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방으로 들어온 리리스는 자연스레 소파에 앉으며 연중에게 물었다.

스윽

연중은 리리스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리리스의 반대편에 앉은 뒤 입을 열었다.

“리리스 님.”

“네?”

리리스는 연중이 물음에 대한 답 대신 자신을 부르자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저한테 하실 말 없으세요?”

그리고 그런 리리스의 반문에 연중이 물었다.

“……?”

리리스는 연중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전보다 조금 더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연중을 바라볼 뿐이었다.

“…….”

연중 역시 답이 없는 리리스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리리스는 연중의 눈빛과 분위기에 생각했다.

‘나한테 화난 느낌인데…….’

리리스는 연중이 화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 연중이 화가 난 것일까?

“왜 그러셨어요? 다른 길드도 아니고 왜 하필 독고 길드입니까?”

바로 그때였다.

“……!”

연중의 말에 리리스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 그게 무슨…….”

너무 놀란 리리스는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연중을 보았다.

‘……후.’

그런 리리스의 반응에 연중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라도 독고 길드가 나타난 것이 우연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혹시는 혹시였다. 독고 길드가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 * *

“잘하고 있으려나?”

햇별은 친구 창을 열었다.

“……?”

그리고 친구 창을 확인한 햇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로그아웃이야?’

커맨더가 접속 중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도 아닌데.’

햇별은 시간을 확인했다. 밥을 먹을 시간도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아니지, 무슨 일이 있으면 보고를 했겠지.’

잠시 생각을 해 본 햇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일이 생겼다면 보고를 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루팅 : 햇별 님.

루팅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햇별 : 네.

-루팅 : 지금 잠시 밖으로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커맨더 님이 실패했다고 합니다.

-햇별 : 예? 실패요?

-루팅 : 네, 죽었다고 합니다. 화랑 길드의 개입이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자세한 건 전화로 알려드린다고 합니다.

-햇별 : 알겠습니다.

햇별은 루팅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곧장 로그아웃을 했다.

“무슨 일이지?”

캡슐에서 나온 김현성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커맨더 이호영에게 무수히 많은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김현성은 이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신호음이 가자마자 이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김현성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함정이었습니다!

“……?”

그리고 이어진 이호영의 말에 김현성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함정?”

함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봐.”

-화랑 길드 그 개자식들이 대기를 타고 있었습니다!

“뭐? 화랑 길드에서 대기를?”

-네, 저희가 올 걸 알고 있었다구요!

“…….”

김현성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기를 타? 거짓 정보?’

이호영의 말을 듣고 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형님?

김현성이 말이 없자 이호영이 김현성을 불렀다.

“일단 끊자. 나중에 전화할게.”

이호영의 부름에 김현성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된 거지?’

지금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3가지였다. 첫 번째로 화랑 길드가 우연히 그곳에 대기하고 있었을 경우다.

두 번째는 리리스가 일부러 거짓 정보를 넘겼을 경우.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리리스의 배신을 연중이 눈치챘을 경우였다.

‘우연은 아니겠지.’

첫 번째 경우가 일어날 확률은 0에 가까웠다. 마을 ‘아릴’은 화랑 길드의 길드 하우스가 있는 곳도 아니었고 유명한 도시도 아니었다. 그저 수많은 마을 중 한 곳이었다. 우연히 그곳에서 대기를 타고 있었을 리 없다.

‘리리스가 일부러 그런 정보를 넘겼을 리도 없고.’

여태껏 많은 정보를 넘긴 리리스였다. 이제 와 거짓 정보를 넘긴다? 첫 번째 경우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경우 역시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그럼 연중이 눈치를 채고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건데…….’

남은 것은 세 번째 경우. 연중이 리리스의 배신을 눈치채고 리리스에게 거짓 정보를 흘렸을 경우였다.

‘최악이군.’

만약 리리스의 배신을 연중이 눈치챈 것이라면? 최악이었다.

‘그 또라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깽판을 칠 텐데.’

고급 정보원을 잃은 것도 잃은 것이지만 연중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예전 연중의 깽판으로 인해 독고 길드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정예 길드원이었던 케팜과 몇몇 길드원들이 길드를 떠났다.

‘일단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어.’

아직 확실한 것은 없었다. 리리스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할 것 같았다.

저벅저벅

김현성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캡슐로 향했다.

* * *

‘어떻게…….’

리리스는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어떻게 연중이 안 것인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연중이 말했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반 길드원이 되셨습니다.]

[길드 ‘리더’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스아악

메시지에 이어 리리스의 머리 위에 있던 리더 길드의 길드 마크도 사라졌다.

“…….”

연중은 말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리리스를 바라보았다. 리리스는 그런 연중의 눈빛에 소파에서 일어났다.

“여, 연중 님.”

털썩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리리스는 연중을 보았다.

“…….”

차갑기만 하던 연중의 눈빛에 착잡함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착잡함이 나타났지만 차가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리리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연중을 바라보았다.

“…….”

“…….”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가세요.”

정적을 깬 것은 연중이었다.

“제가 생각이 정리되면 어떻게 할지 몰라요.”

연중은 말을 마친 뒤 이를 악물었다.

“……!”

리리스는 연중의 말과 행동에 침을 꼴깍 삼켰다. 화가 난 연중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독고 길드 덕분에 곁에서 여러 번 보았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되니 곁에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스윽

연중이 용서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려 했던 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담겨 있는 표정으로 후다닥 방에서 나왔다.

‘어떻게 하지?’

길드 하우스에서 나온 리리스는 정처 없이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햇별 : 리리스 님?

햇별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

리리스는 햇별의 귓속말을 보고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왠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리리스 : 네.

하지만 그대로 무시할 수도 없었기에 리리스는 이내 햇별의 귓속말에 답했다.

-햇별 : 이상한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은데. 이야기 나눌 시간 되세요?

햇별의 귓속말에 리리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햇별이 말한 이상한 일이 지금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리리스 : 저 들켰습니다.

어떻게 답을 보내야 할까 생각을 하던 리리스는 생각을 마치고 귓속말을 보냈다.

-햇별 : 설마 연중이 눈치챈 겁니까?

-리리스 : 네.

-햇별 : 역시 그랬군요. 그럼 길드에서는…….

-리리스 : 쫓겨났습니다.

-햇별 : 그럼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군요. 저희 길드 하우스로 오세요.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 좀 듣고 싶군요.

“…….”

햇별의 귓속말에 리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리리스 : 알겠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리리스는 햇별의 귓속말에 답하고 독고 길드의 길드 하우스로 향했다.

* * *

다다다다다닥!

양주혁은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팀장님.”

바로 그때 장율이 다가왔다.

“응, 왜?”

양주혁은 장율의 부름에 여전히 키보드를 두들기며 답했다.

“그때 말씀하신 것 다 찾았는데요.”

“어떤 거?”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부탁한 게 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수혁이 얻은 지팡이 등급이 몇인지와 관련 아이템 알아보라고 하셨잖아요.”

양주혁의 반문에 장율이 답했다. 전설 아이템에도 등급이 있다. 가장 좋은 1등급부터 6등급까지 총 여섯 등급이 존재했다.

“아, 그거!”

양주혁은 장율에게 수혁이 얻은 전설 무기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의 등급과 관련 아이템을 알아보라고 했었다.

“그래, 몇 등급이야?”

기억을 해낸 양주혁은 키보드에서 손을 뗀 뒤 장율에게 물었다.

“2등급입니다.”

“……2등급?”

양주혁은 장율의 답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1등급으로 얻던가 왜 하필 2등급이야? 불안하게.”

가장 좋은 1등급이 아니다.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2등급이다. 그런데 어째서 양주혁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에이, 설마 신 등급 아이템을 만들까요?”

그것은 바로 등급에 따른 비밀 때문이었다. 비밀은 전설 등급의 상위 등급인 ‘신’ 등급과 관련이 있었다.

드랍으로 얻을 수 있는 ‘신’ 등급의 아이템은 극히 적다. 대부분의 ‘신’ 등급 아이템은 제작 방식이었다.

그리고 ‘신’ 등급 장비를 만드는 데 필요한 메인 재료가 바로 ‘전설’ 등급의 장비였다.

모든 전설 장비들이 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1등급 전설 장비들은 일단 신 등급 장비의 재료가 될 수 없다.

재료가 될 수 있는 건 2등급 이하의 전설 장비들이었다.

물론 2등급 이하의 전설 장비들이 전부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만들다니? 관련 신 등급 아이템 있어?”

2등급이긴 해도 재료가 아니길 바랐던 양주혁은 장율의 말에 불안함을 느꼈다.

“네, 2개나 있던데요?”

양주혁의 착잡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율이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데?”

“‘무(無)’랑 ‘무형의 파괴자’요.”

“옵션은?”

“말로 설명하기엔 많아서요. 이따 뽑아 드릴게요.”

“알았다.”

장율은 양주혁의 답에 자리로 돌아갔다. 장율이 돌아가고 양주혁은 생각했다.

‘만약 제작 방법을 알아낸다면?’

만약 신 등급 아이템의 제작 방법을 알아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양주혁은 착잡함을 지울 수 있었다.

‘말도 안 되게 힘들다고 했잖아?’

생각해 보니 제작 방법을 알아낸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제작 방법이 말도 안 되게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이 최소 1년은 걸린다고 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지.’

제작 방법을 아는 것은 판게아의 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양주혁의 스승 장경우뿐이었다. 장경우가 말했다. 제작 방법을 알아내 제작에 온 힘을 다한다고 해도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율이가 그래서 저리 편했구나.’

어째서 장율의 표정이 편했던 것인지 깨달은 양주혁은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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