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33화 (133/553)

# 133

제133화

131.

“독기 지대?”

“네.”

양주혁의 반문에 장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거기가 그렇게 어려워?”

“예, 아무래도 신경 써야 할 상태 이상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요.”

독기 지대는 말 그대로 독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4구역의 용암 지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격이 다르다.

용암 지대의 경우 화상 상태만 신경 쓰면 되지만 독기 지대의 경우 오한, 화상, 동상, 저주, 출혈, 마비 등 수많은 상태 이상에 대비해야 된다.

“그 유저는 그냥 통과하겠지?”

“누구요?”

장율은 양주혁의 말에 반문했다. 대형 길드들의 정예들조차 뚫지 못하는 6구역을 누가 그냥 통과한단 말인가?

“누구긴 수혁이지.”

“아…….”

장율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겠네요. 중독이 되지 않을 테니.”

독의 마탑 특전인 칭호 ‘독의 대가’를 얻은 수혁이다. 6구역의 독이 강하긴 하지만 칭호 ‘독의 대가’와 수혁의 지혜를 뚫을 만큼은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양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

장율은 의아한 표정으로 양주혁을 보았다. 양주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어 말했다.

“리더 길드 마스터. 수혁이랑 친구라고 하지 않았나?”

“……!”

이어진 양주혁의 말에 장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더 길드는 몇 구역까지 갔어? 확인해 봐.”

양주혁은 놀란 장율에게 말했다. 장율은 재빨리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4단계에서 실패했습니다.”

“4단계…….”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중얼거림과 함께 생각했다.

‘길드 간에 사이가 좋지 않으니 6구역에 대한 정보는 없을 테지. 근데 만약 정보를 얻고 수혁과 함께 간다면?’

양주혁은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리며 장율에게 물었다.

“같이 간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같이 가면요?”

“어.”

“음…….”

장율은 잠시 생각하고는 이내 답하기 시작했다.

“수월하게 깰 것 같은데요? 세 번째로 치유의 문을 개방했으니까요. 지혜 수치랑 야리온의 분노라면 힐량이 장난 아닐 테니…….”

“그 말은…….”

양주혁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장율이 이어 말했다.

“……또 얻을 수도 있겠네요.”

* * *

하드락 워프 게이트.

“어디로 가십니까?”

“유스 왕국의 수도요.”

“50골드입니다.”

수혁은 마법사에게 50골드를 건넨 후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유스 왕국의 수도 스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은 다시 스루의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길다…….’

주말인 데다 수도라 그런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려는 유저들은 많았다. 수혁은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어디로 가시나요?”

“레카톤으로 갑니다.”

“15골드입니다.”

이내 수혁의 차례가 되었고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15골드를 꺼내 마법사에게 건넨 뒤 마법진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수혁은 최종 목적지 레카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 : 어디야?

레카톤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오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여기야, 여기!”

그리고 수혁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스윽

수혁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서는 연중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수혁은 연중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리리스라고 합니다.”

연중의 옆에는 리더 길드의 부길드장이자 이번에 같이 던전에 갈 리리스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혁입니다.”

수혁은 리리스가 내민 손을 마주 잡고 인사를 했다.

“일단.”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연중이 말했다.

“길갑부터 하자.”

이야기야 진즉 했지만 미루고 미루어진 길드 가입.

“그래.”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연중이 허공에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의 앞에 창이 나타났다.

[길드 ‘리더’에 가입하시겠습니까?]

길드 가입 창이었다.

[길드 ‘리더’에 가입하셨습니다.]

[길드 창이 활성화됩니다.]

확인을 누르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길드 ‘리더’의 길드 마크가 보였다.

“하, 드디어 가입했네.”

연중은 수혁의 머리 위에 있는 길드 마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어 씨익 웃으며 수혁에게 말했다.

“가자. 가죠!”

수혁에게 말한 뒤 리리스에게도 말을 한 연중은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수혁은 연중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 *

“그럼 이제 완전히 다 알려진 거야?”

수혁이 물었다.

“음, 완전히는 아니고 몇몇 대형 길드만 알고 있을 거야.”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답을 한 순간 생각 난 것에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독고 길드 그 개자식들이 내 뒤를 미행한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입구를 찾아 낼 수가 없는데.”

라이언의 보고의 입구는 대놓고 있지 않다. 상당히 깊숙한 곳에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독고 길드가 나타났다. 우연히 찾은 게 아니다. 당시 독고 길드의 반응을 생각하면 미행을 한 것이라 연중은 확신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레드 스네이크 떴어요.”

리리스의 말에 수혁과 연중은 대화를 멈췄다. 그리고 전방을 보았다.

스르륵…… 스르륵…….

거대한 붉은 뱀, 레드 스네이크가 다가오고 있었다.

“투지!”

연중은 버프 스킬 ‘투지’를 시전하고는 레드 스네이크의 앞을 막아섰다. 앞을 막아섰기 때문일까 아니면 연중이 시선을 끄는 ‘투지’를 시전했기 때문일까? 레드 스네이크는 연중에게 달려들며 몸체만큼 거대한 입을 쩍 벌렸다.

물론 레드 스네이크의 공격에 당할 연중이 아니었다. 이미 수많은 레드 스네이크를 잡아 칭호 ‘붉은 뱀 사냥꾼’까지 획득한 연중이었다.

휙!

연중은 옆으로 걸음을 옮기며 들고 있던 방패로 레드 스네이크의 머리를 후려쳤다.

쾅!

방패가 작렬하자 굉음이 터져 나왔다.

-퀴이이이익!

그리고 레드 스네이크는 뱀의 소리라 생각할 수 없는 기괴한 비명을 내뱉었다.

“라이트닝 스피어.”

비명을 내지르는 레드 스네이크를 향해 리리스가 라이트닝 스피어를 날렸다.

-퀴이이익!

라이트닝 스피어에 레드 스네이크는 다시 한 번 비명을 내뱉었다.

“방패 치기!”

그리고 이어진 연중의 공격.

수혁은 끊임없이 레드 스네이크에게서 비명을 뽑아내는 연중과 리리스를 보며 생각했다.

‘호흡 진짜 잘 맞네.’

오픈 초기부터 같이 사냥을 했기 때문일까? 연중과 리리스의 호흡은 잘 맞았다.

‘끼어 들 틈이 없어.’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끼어들면 해가 될 것 같았다.

-퀴이익…….

이내 몇 번의 공격이 이어지고 레드 스네이크가 구슬픈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연중은 방패를 등에 메고 수혁의 옆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기며 설명했다.

“방금 전 그 몬스터가 이곳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기본 몬스터 중 하나인 레드 스네이크, 속성은 피부를 보면 알 수 있듯 불 속성. 레벨은 400에서 410 사이. 잡는 시간에 비해 경험치도 쏠쏠해서 이 근처에서 활동하는 랭커 혹은 준랭커들의 주 사냥감이야. 이제부터 계속 마주치게 될 거다. 녀석들의 영역이거든.”

수혁은 연중의 설명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중 님.”

그리고 끄덕이던 중 리리스가 연중을 불렀다. 연중은 리리스의 부름에 등에 멘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전방에서 레드 스네이크가 다가오고 있었다.

쾅!

-퀴이익!

쾅!

-퀴이이익!

수혁은 이번에도 지켜만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드 스네이크는 죽음을 맞았다. 그렇게 수혁은 연중과 리리스의 레드 스네이크 사냥을 구경하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기야.”

연중이 전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혁은 전방을 보았다. 수혁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지하로 이어지는 동굴이 있었다.

동굴 앞에는 제각기 다른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들이 있었다. 던전 ‘라이언의 보고’를 알고 있는 몇몇 대형 길드에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낸 유저들이었다.

“알려지기 전에 재빨리 클리어 해 버렸어야 했는데.”

연중은 동굴 앞을 지키고 있는 유저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연중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일까?

“여!”

동굴 앞에 서 있던 수많은 이들 중 한 사내가 다가왔다.

“또 죽으러 왔냐?”

그리고 이어진 사내의 말에 수혁은 사내가 연중과 아는 사이이지만 좋은 사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 다물고 가라.”

연중은 미간을 찌푸린 채 사내에게 말했다.

“허허, 걱정을 해 줘도.”

사내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또 죽고 싶냐?”

연중은 그런 사내에게 사나운 분위기로 답했다.

“…….”

사내는 연중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없이 돌아갔다. 그렇게 사내가 돌아가고 연중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독고 길드 새끼들 진짜…….”

연중의 중얼거림을 들은 수혁은 입구로 돌아가는 사내의 길드 마크를 보았다.

‘저게 독고 길드 마크구나.’

어떤 길드인가 했는데 독고 길드였다. 독고 길드의 마크를 머릿속에 각인한 수혁은 연중, 리리스와 함께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곧 문이 나올 거야. 거기가 시작.”

동굴로 들어 온 연중이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연중의 말대로 거대한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시만.”

문 앞에 도착한 연중은 문 가운데에 있는 고리를 잡아 당겼다. 고리는 연중의 손을 따라 쭈욱 늘어났다.

이내 고리가 문에서 1m 정도 떨어졌을 때 연중은 고리를 놓았다. 그리고 고리는 원래 자리로 빠르게 돌아갔다.

탁!

그렇게 고리가 원래 자리로 돌아간 순간.

끼이익!

문이 열리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던전 – 라이언의 보고의 문이 열립니다.]

[최대 3명 입장이 가능합니다.]

[던전 – 라이언의 보고는 10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0개의 시험을 통과할 경우 클리어 됩니다.]

[각 구역의 시험을 통과할 때마다 중도 포기가 가능하며 중도 포기 시 1주일간 재입장이 불가능합니다.]

“가자.”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연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지나쳐 던전 ‘라이언의 보고’에 입장했다.

* * *

-수라마검 : 예, 길마님. 방금 들어갔습니다.

-햇별 : 얼굴은 잘 기억했나요?

-수라마검 : 네. 연중, 리리스와 같이 온 그 유저 얼굴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수라마검 : 그런데 리더 길드에 가입을 했던데요?

-햇별 : 리더 길드에 가입을 했다구요?

-수라마검 : 예.

-햇별 : 알겠습니다. 3조 도착하면 바로 복귀하세요.

-수라마검 : 옙.

수라마검은 독고 길드의 마스터 햇별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햇별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라마검은 햇별과 나눈 귓속말을 보며 생각했다.

‘참 대단한 분이야.’

아무리 봐도 햇별의 정보력은 대단했다.

‘어떻게 연중이 올 걸 알고 계셨던 걸까?’

연중이 오는 것을 미리 연락받았다.

‘이 던전을 찾아낸 것도 그렇고.’

거기다 던전 ‘라이언의 보고’ 역시 햇별이 찾아낸 것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정보들을 구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정보원이 누굴까.’

정확히는 정보원이 궁금했다.

“마검 님! 저희 왔어요!”

생각에 잠겨 있던 수라마검은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각을 끝내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3조의 조장 하늘과 조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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