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
제130화
128.
“……?”
수혁은 코델의 말에 의아했다.
‘날 기다려?’
왜 기다린 것일까? 수혁이 의아해하는 사이 코델이 계단 바로 앞으로 다가왔고 수혁의 앞, 그러니까 수혁과 코델 사이에 서 있던 마법사는 눈치껏 옆으로 빠져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 저랑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마법사가 사라지고 단 둘이 남게 되자 코델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수혁은 물음으로 답을 해 주었다.
“음,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많이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침음을 시작으로 코델이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코델의 말에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마탑장님이 아무래도 수혁 님을 사랑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요?”
사랑이라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예.”
코델이 고개를 끄덕였고 수혁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브리니스 님이 절 사랑하신다구요?”
“예.”
수혁의 물음에 코델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
코델의 끄덕임에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될까?
‘뭔 개소리야?’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이 있긴 했다. 그러나 밖으로 꺼낼 수 없었기에 수혁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불의 마탑장이 날 왜 사랑해?’
너무 뜬금없었다. 자주 만난 것도 아니다. 예전에 한 번, 어제 한 번. 만남은 총 두 번뿐이었다.
그렇다고 만남 한 번 한 번이 강렬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브리니스가 왜 자신을 사랑한단 말인가? 수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황스러우신 것 압니다.”
그런 수혁의 생각을 눈치챈 것일까? 코델이 이어 말했다.
“그런데 원래 저희 마탑장님이 그렇게 갑자기 사랑에 빠지시는 분이라…….”
“아…….”
코델의 말에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데 그걸 왜……?”
그리고 이어 물었다. 브리니스가 사랑에 빠진 것을 왜 말한 것일까? 설마 사랑을 받아달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저희 마탑장님께서는 사랑에 빠지면 정말…….”
코델은 수혁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가차 없이 퍼 줍니다.”
“……퍼 줘요?”
“예, 고가의 보석이든 그림이든 뭐든 전부 퍼 줍니다. 탑의 재정을 생각하지 않고 퍼 주고 또 퍼 줍니다.”
“…….”
“아마 수혁 님에게도 퍼 줄 겁니다.”
수혁은 코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무어라 말을 해야 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코델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거기다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애초에 이런 거짓말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겠는가?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 마탑장님의 선물을 거절해 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거절해 주신다면 필요하신 것을 제가 구해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코델의 말이 끝난 순간 퀘스트가 나타났다.
<코델의 부탁>
코델은 브리니스가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브리니스가 당신을 좋아하게 됐으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퍼 줄 것이라 코델은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코델은 당신이 브리니스에게 선물을 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아무 대가 없이 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코델은 당신이 선물을 받지 않는다면 대신 당신이 필요한 것을 구해 줄 생각이다. 당신은 브리니스에게 선물을 받을지, 아니면 코델에게서 필요한 것을 얻을지 선택해야 한다.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수락 시 코델과의 친밀도 대폭 상승
퀘스트 거절 시 코델과의 친밀도 대폭 하락
‘허…….’
퀘스트를 본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이게 뭐야?’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였다.
‘대박인데?’
갑작스레 나타나는 퀘스트는 보통 짜증을 유발한다. 이번에도 당연히 짜증을 유발하는 퀘스트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짜증이 아닌 미소를 유발하는 퀘스트였다.
‘결국에는 어떤 선택을 하든 받는다는 거잖아.’
퀘스트를 수락하든 수락하지 않든 무조건 받는다.
‘왜 이런 퀘스트가 나타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이런 좋은 퀘스트가 나타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굴 선택하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답을 기다리는 코델의 눈빛을 보니 빨리 선택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코델이 낫겠네.’
생각을 해 보니 애초에 선택이 정해져 있는 퀘스트였다.
‘친밀도도 그렇고.’
거절하면 친밀도가 대폭 하락한다. 딱히 코델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친밀도 하락이 상관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선물을 주신다면 거절하겠습니다.”
결정을 내린 수혁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코델에게 답했다.
[퀘스트 ‘코델의 부탁’을 수락하셨습니다.]
[불의 부마탑장 코델과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퀘스트 ‘코델의 부탁’을 완료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답을 하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코델이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나중에 혹시나 필요한 게 생긴다면 찾아뵙겠습니다.”
“예! 언제든지 필요한 게 생기시면 말씀해 주세요.”
말을 마친 수혁과 코델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마주 지었다.
* * *
“코델, 준비한 건?”
브리니스가 코델을 불렀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코델이 손을 내밀었다. 코델의 손에는 흑색 자루가 들려 있었다. 그러나 수혁의 시선은 브리니스와 코델에게 가 있지 않았다. 흑색 자루에 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게 아공간이구나.’
유저에게 인벤토리가 있다면 NPC에게는 아공간이 있었다. 수혁의 시선은 바로 코델의 아공간에 가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아공간이 사라졌고 수혁은 다시 고개를 돌려 브리니스를 보았다.
“수혁 님!”
그리고 브리니스가 기다렸다는 듯 수혁을 불렀다.
“예.”
수혁이 답하자 브리니스가 싱긋 웃으며 코델에게 받은 흑색 자루를 내밀었다.
“어제 적어 주신 것들이 여기 들어 있어요.”
“아,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흑색 자루를 받았다.
[코델의 마법 자루를 획득합니다.]
자루를 받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인벤토리에 자루를 넣은 뒤 곧장 사용했고 무수히 많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
.
.
[상급 마족의 영혼석 10개를 획득합니다.]
상급 마족의 영혼석을 끝으로 메시지가 끝났고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2번 목록을 확인했다.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퀘스트의 완료 버튼이 대부분 활성화되어 있었다. 수혁은 완료 버튼을 눌러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스킬 퀘스트 ‘파이어 필드’를 완료하였습니다.]
[스킬 ‘파이어 필드’를 습득했습니다.]
.
.
.
또다시 메시지 잔치가 이어졌다. 물론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메시지였기에 수혁은 메시지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법 쓰는 걸 보고 싶은데 가능하겠어요?”
퀘스트를 완료하며 스킬을 습득하는 동안 브리니스가 물었다.
.
.
.
[스킬 퀘스트 ‘헬 파이어’를 완료하였습니다.]
[스킬 ‘헬파이어’를 습득했습니다.]
헬 파이어를 끝으로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던 스킬 퀘스트를 전부 완료한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물론입니다.”
“음, 여기서는 조금 그렇구.”
브리니스가 미소를 지은 채 지팡이를 들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스아악
지팡이를 휘두르자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곧 일그러진 공간이 복구되며 수혁은 브리니스의 방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긴 어디지?’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그런 수혁의 궁금증을 눈치챘는지 브리니스가 말했다.
“제 수련장이에요.”
* * *
“…….”
코델은 벙찐 표정으로 방금 전까지 수혁과 브리니스가 있던 자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실수로 날 빼고 워프 하셨을 리는 없고. 그럼 일부러 그렇게 워프 하셨다는 건데…….”
브리니스가 실수를 했을 리는 없으니 일부러 수혁과 단둘이 워프를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도 궁금했는데…….”
코델 역시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진 수혁의 마법이 궁금했다. 그런데 궁금증 해결은 다음을 기약해야 될 것 같았다.
“에휴.”
이내 한숨을 내뱉은 코델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방에서 나왔다.
* * *
“이곳에서 마법을 시전하면 되는 건가요?”
“네, 각 벽은 물론 바닥이나 천장에도 강력한 마법 방어진이 각인되어 있으니 마음 편히 마법을 시전하셔도 돼요!”
“어떤 마법부터 시전해 볼까요?”
마법 시전을 보고 싶다고 한 것은 브리니스였다. 수혁은 브리니스에게 물었다.
“음, 시전하실 수 있는 마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법이요. 아! 독 마법 말구 불 마법으로요!”
수혁은 브리니스의 말에 스킬 창을 열었다.
‘가장 강력한 마법이면…….’
그리고 스킬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수혁은 가장 강력하다 생각되는 불 마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헬 파이어>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100% 확률로 대상에게 화상을 부여한다.
마나 : 5000
쿨타임 : 5분
시전 시간 : 30초
바로 헬 파이어였다. 헬 파이어가 현재 수혁의 불 마법 중 가장 강력한 마법이었다.
‘30초니까 10초 동안 캐스팅해야 되네?’
수혁은 헬 파이어의 시전 시간을 보며 생각했다. 수혁은 스킬 ‘대마도사’로 인해 모든 마법의 시전 시간을 20초 단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헬 파이어 시전 시간은 30초. 20초가 감소돼도 10초 동안 캐스팅을 해야 했다.
‘야리온의 분노를 쓸 필요는 없겠지.’
야리온의 분노를 착용한다면 더 강력한 마법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마법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 굳이 야리온의 분노를 착용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헬 파이어.”
수혁은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스아악
캐스팅 바가 나타났고 10초가 지나자 캐스팅 바가 사라지며 작은 불꽃이 나타났다. 그리고 1초가 지나기도 전에 작은 불꽃은 사라져 버렸다.
마법 시전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화르륵!!!
사라진 작은 불꽃은 이내 수혁이 지정한 장소에 나타났다. 그것은 더 이상 작은 불꽃이라 할 수 없었다. 작디작았던 불꽃은 엄청난 크기로 몸집을 키워 지정된 장소를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생각보다 범위가 넓네?’
헬 파이어는 광역 마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 파이어는 상당히 넓은 범위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쩌저적쩌적
벽에 실금이 나타났다. 정확히는 벽이 아니라 벽에 각인되어 있던 마법 방어진에 금이 나타났다. 헬 파이어의 파괴력 때문이 분명했다.
‘저래도 되나?’
실금이 나타나는 것이 정상인 것일까? 아니, 정상이 아닐 것이다. 수혁은 고개를 돌려 브리니스를 보았다.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
당황, 그리고 놀람이 가득한 브리니스의 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