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
제125화
123.
* * *
수혁은 책을 덮은 뒤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이만.’
책을 한 권 더 읽을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조금 일찍 로그아웃을 할 생각이었다.
‘반응이 어떠려나.’
수혁이 평소보다 조금 일찍, 그것도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로그아웃을 하려는 것은 바로 연중이 올린 글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히 말해서 야리온의 분노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수혁은 책을 반납한 뒤 곧장 로그아웃을 했다.
판게아를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판게아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한 수혁은 메인 페이지 상황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메인 페이지에 올라오는 인기글들이 전부 ‘야리온의 분노’와 관련된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였어?”
연중에게 어느 정도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것이라 생각지는 못했다.
“1, 2위로 올라갔네.”
인기글 중 가장 최상단, 그러니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은 바로 연중의 글이었다. 1위뿐만이 아니었다. 2위 역시 연중의 글이었다. 2, 3위였던 순위가 1, 2위로 올라간 것 같았다.
“일단…….”
수혁은 먼저 인기글 1위부터 확인했다. 이미 글의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던 수혁은 쭉쭉 스크롤을 내려 유저들의 댓글을 확인했다.
-라피드 : 와, 대박 진짜?
-내가바로법사 : 개쩐다.
-아디오스 : 이거 진짜임? 합성이 아니라?
-네피라 : 공격력 없는데 똥옵 아님?
-베알 : 네피라/ 공격력 대신 공격력 증폭 있잖아요.
-보보보 : 쩔어! 와, 전설 무기는 이렇구나.
-천상천하 : 근데 전설은 다 제한이 없나? 이것만 그러나?
-독종 : 천상천하 / 이것만 제한 없는 것 같은데요? 근데 이게 첫 전설이라 확신할 수는 없다는 점! 다른 전설 아이템들이 나오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검신 : 이 검 갖고 싶다. 하, 전설 무기 휘두르면 느낌이 그냥 어우. 확 다를 것 같은데.
유저들의 댓글에는 대부분 놀람 혹은 부러움이 가득했다. 첫 번째 글의 반응을 확인한 수혁은 뒤로 가기를 눌러 메인 페이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인기글 2위이자 연중의 두 번째 글을 확인했다.
-검신 : 헐?
-보보보 : 숨겨진 옵션이 있다구요?
-휴르시 : 미쳤다! 미쳤어! 와, 대박!
-연중바라기 : 연중님! 그 옵션 궁금해요! 꼮꼮 올려주세욤!
-전설의레전드 : 어쩐지 전설 무기에 특수 옵션이 없는 게 이상했습니다!
-라피드 : 와, 진짜 궁금하네요. 전설 무기에는 어떤 특수옵션이 붙을지.
2위 글 역시 1위 글과 다를 것 없었다. 조금 다른 점은 2위 글에 달린 댓글들이 1위 글에 달린 댓글보다 더 격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더 격한 이유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게시판들은 어떨까나.”
연중이 올린 글에 달린 유저들의 댓글을 확인한 수혁은 자유 게시판, 직업 게시판 등 각종 게시판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제목 : 형님들 전설 무기 보셨어요?
-제목 : 와, 야리온의 분노 탐난다!
-제목 : 공격력 증폭이라는 게 데미지를 증폭시켜 주는 거임?
-제목 : 야리온의 분노 마법사가 껴도 되는 거 아님?
-제목 : 진짜 3배면 말이 안 되는 건데.
-제목 : 이 전설 무기 쓰면 완전 마검사 아님?
-제목 : 숨겨진 옵션이 뭘 것 같음?
-제목 : 전설 등급 숨겨진 옵션 떴다!
-제목 : 안녕하세요. 연중의 지인이자 이번 야리온의 분노를 획득한 유레카입니다.
각 게시판마다 글의 성격이 다르긴 했지만 대부분 야리온의 분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엄청난데?”
댓글에서도 느꼈지만 반응이 엄청났다.
“이럴 때 처분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수혁이 생각하기에 야리온의 분노를 가장 비싸게 처분할 때는 바로 지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심은 떨어질 테고 새로운 전설 아이템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1주일 정도는 시간을 주는 게 맞겠지?”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올릴 생각은 없었다. 시간을 줘야 했다. 구매자들이 자금을 끌어 모을 시간을 말이다.
“근데 이렇게 이슈가 될 줄이야…….”
아무리 첫 전설 등급의 무기라고 하지만 이렇게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연중이 덕분이겠지?”
아마도 연중이 글을 올렸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큰 이슈가 된 것이 분명했다. 연중이 아니었다면 이슈가 됐어도 이렇게 빨리 크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혁은 조금 더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팔아야겠다.’
유저들의 반응을 본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
‘던전 탐사 끝나는 대로 팔아야겠어.’
던전 탐사가 끝나는 대로 야리온의 분노를 판매하기로.
* * *
-리프 : 연중아?
-리프 : 연중아 뭐하니~
블랙라벨의 길드 마스터 김석천 아니, 리프는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내고 있었다.
-연중 : 예, 형. 사냥하고 있었죠.
얼마 뒤,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고 리프는 매우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리프 : 어떻게 됐어? 물어봤어?
이번이 연중과의 첫 귓속말이 아니었다. 이미 이전에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가장 핫한 아이템인 ‘야리온의 분노’를 가지고 있는 연중의 지인에게 다리 좀 놔 달라고 수도 없이 귓속말을 보냈던 것이다.
-연중 : 팔 거라고 하던데요.
“……!”
연중의 귓속말에 리프의 동공이 커졌다. 판다니? 그렇다면 아무런 경쟁 없이 구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일까?
-연중 : 경매장으로.
하지만 이어진 연중의 귓속말에 커진 리프의 동공은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연중 : 알려지는 게 싫다고 하더라구요.
“후…….”
연중의 귓속말을 보며 리프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긴 경매장이 제일 깔끔하긴 하겠지.”
지금 상황에서 직접 판매를 하는 것은 위험하고 귀찮은 일이다. 경매장으로 처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리프 : 날짜는?
-연중 : 아직 날짜는 안 정했어요. 날짜 정해지면 알려드릴게요.
-리프 : 고맙다!
-연중 : 즐판하세요!
“……끙.”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리프는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경매라…….”
현 상황에서 보자면 경매장은 판매자에게 최선의 판매 방식이었다. 그러나 구매자인 리프에게는 최악의 판매 방식이었다.
“재벌 녀석들이 전부 참여하겠지?”
최악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최악을 뽑자면 바로 재벌들의 참여였다. 판게아에 미친 듯이 돈을 쏟아 붓는 재벌들 역시 이번 경매에 참여를 할 것이다.
“전략을 잘 세워야겠는데…….”
그렇다고 포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전략을 잘 세우면 된다.
“동맹도 염두에 둬야겠어.”
물론 전략을 잘 세워도 압도적인 돈의 힘 앞에는 소용없다. 리프는 몇몇 장사 길드와 동맹을 염두에 두고 길드 관리 창을 열었다.
“자금이…….”
그리고 길드 자금을 확인했다.
“200만 골드라…….”
현재 블랙라벨의 길드 자금은 200만 골드였다. 200만 골드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던 리프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투자를 더 받아야겠어.”
경매가 아니라면 200만 골드로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경매인 것을 알게 된 지금은 아니다. 200만 골드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다른 길드와의 동맹을 염두에 둘 정도다. 200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길드원들에게 투자를 더 받기로 결정을 내린 리프는 길드 관리 창을 닫았다.
* * *
띠리리링!
알람이 울렸다.
수혁은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며 잠을 날렸다. 그리고 이어 방에서 나와 아침을 먹고 샤워를 마친 후 방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어떨까…….”
방으로 돌아온 수혁은 여태까지와 달리 캡슐이 아닌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야, 식지를 않았네.”
여전히 게시판에는 야리온의 분노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다른 이야기도 나올 줄 알았는데.”
솔직히 하루가 지났으니 관련 글이 줄어들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은 여전히 야리온의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저들의 식지 않은 반응을 확인한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캡슐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오늘 갔다 와야겠지?’
토요일에는 던전을 가야 한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연중과의 점심 약속이 있다. 그렇다면 남은 날은 오늘과 내일인 수요일과 목요일뿐이다.
불의 마탑장인 브리니스와의 대화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미리미리 가서 확인을 하는 게 좋았다.
스악
판게아에 접속한 수혁은 용병패를 받고 도서관에서 나왔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도서관에서 나와 아공간으로 워프 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오늘의 일정을 생각했다.
‘일단 치유의 마탑부터.’
오늘 들러야 할 곳은 총 세 곳이었다. 그리고 수혁은 가장 먼저 치유의 마탑으로 갈 생각이었다. 가장 빨리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치유의 마탑에서는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아이템만 구매하면 된다. 그것으로 치유의 마탑에서의 볼 일은 끝난다.
[마탑으로 워프합니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마탑으로 워프했다. 지역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치유의 마탑으로 향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사야 될 템이…….’
구매할 아이템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스킬 퀘스트 – 패스트 힐>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힐 시전 : 700 / 700]
[치유의 돌 : 0 / 2]
[트롤의 피 : 0 / 10]
퀘스트 보상 : 스킬 – 패스트 힐
<스킬 퀘스트 – 성스러운 보호막>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힐 시전 : 900 / 900]
[보호막 스크롤 : 0 / 5]
퀘스트 보상 : 스킬 – 성스러운 보호막
<스킬 퀘스트 – 생명의 마법진>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힐 시전 : 800 / 800]
[4등급 마나석 : 0 / 5]
[치유의 돌 : 0 / 10]
퀘스트 보상 : 스킬 – 생명의 마법진
<스킬 퀘스트 – 생명의 축복>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힐 시전 : 500 / 500]
[5등급 마나석 : 0 / 10]
[성수 : 0 / 5]
퀘스트 보상 : 스킬 – 생명의 축복
<스킬 퀘스트 – 활성화>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힐 시전 : 400 / 400]
[5등급 마나석 : 0 / 5]
[성수 : 0 / 3]
[치유의 돌 : 0 / 1]
퀘스트 보상 : 스킬 – 활성화
‘배울 수 있는 건 이것들이고.’
배울 수 있는 스킬은 ‘패스트 힐’, ‘성스러운 보호막’, ‘생명의 마법진’, ‘생명의 축복’, ‘활성화’ 총 5개였다.
‘사야 될 아이템은…….’
메모지를 꺼낸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구매해야 할 아이템들을 적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