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
제124화
122.
“좋은 옵션이 붙으면…….”
특수 옵션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유저들이 선호하는 특수 옵션이 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
상상을 해 본 김석천은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자신의 길드 ‘블랙라벨’의 간부들에게 단체 통화를 걸었다.
간부들 역시 바쁘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을 리는 없었다. 이미 로그아웃하기 전 모든 간부들에게 나와 대기하라고 전했기 때문이었다.
-1.
이내 간부들이 전화를 받기 시작했고 간부들은 정해진 숫자를 외치기 시작했다.
-3.
-2.
-4.
-6.
-5.
이번 단체 통화에 참여할 간부들의 수는 여섯, 김석천 본인을 포함해 일곱이었다.
“다 받았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5번째 간부를 끝으로 모든 간부가 전화를 받자 김석천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들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길드 자금을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구매는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래는 구매 후 판매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글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이다. 그것도 여태껏 본 적 없는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구매 후 판매를 한다?
-저도 동의합니다. 길드 자금을 움직인다면야 구매는 할 수 있겠지만…….
-되팔아 이득을 챙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차라리 중개를 하는 것이…….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되팔아 챙길 수 있는 이득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손해가 날 가능성도 있었다.
-저는 조금 더 투자를 받아서라도 구매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이들이 구매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저도요. 골드야 손해가 날 수 있겠지만 길드 이미지는 물론 골드 말고도 다른 것들을 얻어낼 수 있으니까요.
구매 후 판매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일단 구매를 하게 되면 길드 홍보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독점 거래권이라던가! 저 역시 구매 쪽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중개를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리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골드가 아닌 다른 여러 가지들을 얻을 수도 있다. 골드에서는 손해를 봐도 다른 쪽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저도 구매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길드나 재벌 랭커들과 인연을 맺을 수도 있으니까요. 골드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구매를 하는 게 이득이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구매 후 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이었다.
“흐음…….”
간부들의 의견을 들은 김석천은 침음을 내뱉었다.
“구매 넷, 중개 둘이군요. 제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과반은 정해져 있으니.”
물론 간부들의 의견은 의견일 뿐이다. 최종 결정은 김석천이 내린다. 아무리 구매를 하자고 과반이 말해도 김석천이 중개를 하자면 중개다. 하지만 김석천은 그런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생각이 없었다.
“구매하는 것으로 결정하겠습니다.”
김석천이 결정을 내리자마자 간부 중 하나가 물었다.
-근데 그 아이템을 판매한답니까?
간부의 물음에 김석천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예, 연중이에게 확인했습니다. 판매할 예정이라고요.”
정확히 말해서 판매할 예정은 아니고 판매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석천에게는 그 말이 그 말이었다. 판매할 생각이 있다면 판매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장사꾼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하는 김석천이었다.
“일단 투자는 인당 1만 골드까지만 받겠습니다. 길드원들에게 전하세요.”
-옙
-알겠습니다.
간부들의 답을 들은 김석천은 통화를 종료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후…….”
그리고 한숨을 내뱉으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들려나…….”
과연 야리온의 분노를 구매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까?
“재벌들이 끼어들 틈 없이 단숨에 낚아채야 되는데…….”
돈도 돈이지만 전략도 필요했다. 급작스럽게 몰아쳐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 재벌들이 참여한다면 곤란하다. 재벌들의 자금력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니까.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책을 덮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다음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책이 없었다.
수혁은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았다. 책이 단 한 권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책을 찾기 위해 뻗었던 손뿐이었다.
‘벌써 다 읽었나.’
가져온 책을 전부 읽은 것 같았다. 수혁은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연중 : 야! 나 왔어!
-연중 : 글 올렸다!
-연중 : 설마 또 책 읽고 있냐?
-연중 : 와, 너 안 궁금해? 어떤 반응인지?
-연중 : 나였으면 계속 기다렸을 텐데.
-연중 : 지금 쪽지 오고 난리다! 반응도 개쩔고! 그리고 내 구독자도 어마어마하게 늘었어!!
-연중 : 귓보면 바로 연락 줘라!
연중에게 또다시 귓속말 폭탄이 와 있었다. 수혁은 반납하기 위해 들었던 책들을 잠시 내려놓고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미안, 지금 봤어.
귓속말을 보내고 수혁은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연중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곧장 답이 오지 않았다.
“사냥하고 있나?”
수혁은 다시 책을 들었다. 그리고 책을 반납한 뒤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서 읽을 책 다섯 권을 가지고 책상으로 돌아온 순간.
-연중 : 수혁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하마터면 책에 빠져 다시 귓속말 폭탄을 받을 뻔했던 수혁은 책을 내려놓고 책상에 앉으며 연중의 귓속말에 답했다.
-수혁 : 응
-연중 : 대박 터졌다.
-수혁 : 대박?
수혁은 반문했다.
-연중 : 내가 들어오기 전에 조회수가 얼마나 됐는지 아냐?
-수혁 : 10만?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대충 답했다. 어차피 맞출 수 있을 리 없었고 연중 역시 맞추기를 바라고 물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연중 : 흐흐흐.
수혁의 답에 연중은 음흉한 웃음을 보내왔다.
-수혁 : 얼만데?
그런 연중의 웃음에 수혁이 물었다.
-연중 : 놀라지 마라.
-수혁 : 응.
-연중 : 내가 들어오기 전 조회수가…….
-연중 : 250만!
“……!”
조회수에 놀랄 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그러나 조회수를 알게 된 순간 절로 놀랐다.
-수혁 : 250만이라고?
250만이라니? 연중이 글을 올린 지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니고 고작 몇 시간이었다. 그런데 250만이라니?
‘연중이 구독자가 150만이라고 하지 않았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중의 구독자 수는 150만. 말이 150만이지 솔직히 말해 글을 올려도 150만이 전부 보는 것은 아니다.
3분의 2인 100만만 되어도 괜찮은 조회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조회수가 250만이나 된 것일까?
-연중 : 그래! 지금 인기글 올라가서 해외 애들도 구경 중이다!
판게아는 아직 한국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서비스를 한다고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해외에서도 판게아를 이용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 수는 결코 적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해외에서 이용하는 유저들을 위한 공식 홈페이지가 있었다.
-연중 : 참고로 지금 인기글 2, 3위가 내 글이야! 네 덕이다!
어째서 조회수가 250만이 되었는지 깨달은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어진 연중의 귓속말에 끄덕임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2, 3위?’
2, 3위라니?
-수혁 : 글 2개 올렸어?
-연중 : 아, 말을 안 해 줬구나. 쏘리, 쏘리. 나눠서 글 두 번 올렸어. 그 덕에 반응은 완전 폭발!!! 만약 판다면 엄청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다.
수혁은 연중의 귓속말에서 연중이 흥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기야 지금 상황에서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 맞아.’
바로 그때였다.
-수혁 : 연중아, 근데 던전은 언제 갈 거냐?
문득 던전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상황에서 뜬금없기는 했지만 또다시 잊어버릴까 싶었던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연중 : 아, 맞다. 던전 가야지.
-연중 : 시간은 이제 아무 때나 괜찮아?
-수혁 : 응, 가기 전에 잠시 들를 곳이 있긴 한데 얼마 안 걸릴 거야.
-연중 : 그러면 4일 뒤 어때?
-수혁 : 토요일?
-연중 : 응.
-수혁 : 알았어. 4일 뒤 출발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
-연중 : 그래, 근데 어떻게 할 거야?
“……?”
수혁은 연중의 말에 의아했다. 어떻게 할 것이냐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짐작 가지 않았다.
-연중 : 지금 쪽지 장난 아니야, 지인이 누구냐고. 다리 좀 놔 달라고.
“아…….”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수혁 : 언제 팔지는 모르겠는데 판다면.
언제 팔지는 모른다. 아직 정하지 않았다. 애초에 반응도 보지 못했다. 파는 날은 반응을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수혁 : 경매장에 올릴 생각이야.
그리고 판매는 경매장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연중 : 하긴 수수료가 조금 아깝긴 해도 경매장 이용하면 얼굴이 안 알려질 테니 깔끔하고 좋겠네.
경매장은 장단점이 있었다. 장점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가 경매장에 아이템을 올렸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즉, 귀찮아질 일이 없다. 끝없이 연락이 오는 연중의 현재 상황을 생각해보면 수혁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단점은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첫 번째로 수수료. 경매장을 이용해 판매하면 판매금액의 1%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1%라 적어 보이지만 야리온의 분노는 역대급 경매가 될 예정이었다. 1%로 지불해야 될 수수료는 어마무시할 것이었다.
두 번째 단점은 경매에 올리고 한 시간 내로 취소하지 않을 경우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즉, 한 시간 내로 취소를 하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가격에 낙찰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이번 경우에는 두 번째 단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낙찰금이 과하면 과했지 모자랄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연중 : 날짜 정해지면 알려 줘! 글 올리게!
-수혁 : 알았다. 그리고 날 한 번 잡아서 밥이나 먹자! 내가 살게.
-연중 : 아니야, 내가 사야지. 네 덕에 올라간 구독자 수가 몇인데!
-연중 : 토요일에 던전 가야 되니까 금요일 점심 어때? 던전에 대해 자세히 설명도 해 줄 겸 겸사겸사.
-수혁 : 알았다. 그럼 금요일 점심에 보자.
-연중 : 오케이! 수고해라! 그리고 축하한다!
그렇게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생각했다.
‘어느 정도일까.’
반응이 궁금했다.
물론 반응이 궁금하다고 해서 지금 당장 로그아웃해 확인을 할 생각은 없었다.
스윽
수혁은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