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23화 (123/553)

# 123

제123화

121.

* * *

컴퓨터 앞에 앉은 연중은 손가락을 까닥여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했다.

“어떻게 올려야 될까.”

이제 야리온의 분노에 대한 글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냥 떡하니 야리온의 분노 정보를 올리고 전설 아이템 등장! 이라고 올릴 수는 없다.

그렇게 올리기에는 소재가 너무나도 아까웠다.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첫 전설 등급의 장비 아이템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재였다.

“일단 제목은…….”

책상을 두드리던 연중은 키보드를 두들겼다.

-제목 : [특급 정보! 전설 등급 아이템이 나타나다!]

“이걸로 하고.”

제목을 입력한 연중은 다시 손가락을 까딱여 책상을 두들겼다.

“내용이 문제란 말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어떻게 내용을 써내려 가야 될까?

“그냥 단순하게 가 버릴까?”

생각을 하던 연중은 중얼거렸다.

“단순하게 가면 오히려 더 궁금해 할 것 같은데.”

원래는 단순하게 갈 생각이 없었다. 소재가 너무나도 좋았기에. 그러나 생각을 해 보니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단순하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단순하게 가는 것이 더 큰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러 유저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어 빠르게 퍼질 것이다.

세세하게 분석해서 쓴다면 유저들이 쓸 수 있는 글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분석하지 않고 단순하게 쓴다면?

갖가지 추측들이 나올 것이다. 즉, 세세하게 쓰는 것보다 단순하게 쓰는 것이 더 많은, 다양한 글들을 올라오게 할 것이었다.

“그래, 단순하게 가자.”

생각 끝에 연중은 단순하게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린 연중은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시간을 두고 나눠서 올리는 게 낫겠지?”

물론 단순하게 쓴다고 해서 달랑 정보만 올려 둘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연중은 두 번에 나누어 글을 올릴 생각이었다.

“일단 처음에는 정보랑 지인이 얻었다는 내용을 쓰고.”

첫 번째 글에는 야리온의 분노 정보와 지인이 얻은 아이템이라는 내용을 쓸 생각이었다.

“숨겨진 옵션은 두 번째 글에서 쓰자.”

두 번째 글에는 옵션에 대해 쓸 생각이었다. 공격력 증폭 같은 옵션이 아니라 바로 숨겨진 옵션에 대해서 말이다.

“두 번째 글에서 반응 엄청 폭발하겠지.”

두 번째 글에서 관심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 연중은 확신했다. 숨겨진 옵션은 그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다 썼다.”

첫 번째 글을 전부 쓴 연중은 글을 올리기 전 혹시나 오타가 있는지,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했다.

-제목 : [특급 정보! 전설 등급 아이템이 나타나다!]

안녕하세요.

리더 길드의 마스터 연중입니다.

오늘은 제가 특급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제목에서 언급한대로 전설 등급 아이템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획득한 것은 아닙니다!

지인 중 한 분이 획득하셨고 정보를 보내 주셨습니다.

우선 전설 등급의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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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온의 분노[전설]>

제한 : 없음

물리 공격력 증폭 : 5

마법 공격력 증폭 : 3

마검사 야리온의 분노가 담겨 있는 검. 마법의 광물 라이오디렘으로 만들어져 마법을 증폭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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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온의 분노!

전설 등급이라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이 무기가 특별한 것일까요?

저희가 익히 알고 있는 무기의 옵션이 아니네요?

공격력 증폭은 도대체 무슨 옵션일까요?

말 그대로 공격력을 증폭시켜 주는 옵션일까요?

어느 정도의 효율을 보여 줄까요?

착용하는 데 필요한 조건도 없으니 그리 대단한 효과를 보여 주지는 못할까요?

아니면 전설 등급의 무기이니 대단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확인을 마친 연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틀린 곳은 없고.”

틀린 곳은 없었다.

“이 정도면 미친 듯이 글이 올라오겠지.”

그렇지 않아도 이슈가 될 소재였다. 그리고 물음표를 연달아 날렸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적어 올릴 것이다.

스윽

연중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리고 확인을 눌렀다. 그렇게 글이 올라가고 연중은 정상적으로 글이 올라갔는지 확인했다.

“잘 올라갔네.”

정상적으로 글이 올라간 것을 확인한 연중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얼마나 오르려나.’

궁금했다. 과연 조회수는 얼마나 될지, 구독자는 얼마나 늘지, 글은 얼마나 올라올지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 1분이 지났다. 연중은 1분 동안 조회수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새로고침을 눌렀다.

“……!”

새로고침을 누르고 조회수를 확인한 연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3만?”

고작 1분이 지났을 뿐인데 조회수가 3만이 되어 있었다.

“와, 대박.”

평소 글을 올리고 1분이면 조회수 5천을 간신히 넘기는 연중이었다. 조회수가 평소보다 더 나온 것은 야리온의 분노 때문이 분명했다.

“전설 아이템이 이 정도였나?”

조회수가 더 나올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연중은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눌렀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조회수와 댓글의 수가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었다.

“허…….”

엄청난 반응에 연중은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며 숨을 내뱉었다.

“이거 생각보다 더 대박 터지겠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이슈가 될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링!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

연중은 의아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핸드폰을 확인한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석천이 형?”

전화를 건 이는 바로 판게아에서 알게 된 ‘리프’라는 캐릭터 명을 사용하고 있는 김석천이었다.

“글 보셨나?”

설마 글을 보고 전화를 한 것일까?

“에이, 아니겠지.”

글을 올린 지 3분도 지나지 않았다. 글을 보고 전화를 했을 리 없다. 연중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연중아!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들려오는 김석천의 우렁찬 목소리에 연중은 귓가에 가져다 대었던 핸드폰을 잠시 뗐다.

-그 글! 진짜냐!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외침에 연중은 글을 보고 전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형도 참 대단해.’

연중은 외침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렇게 바쁘면서 어떻게 글을 또 봤대?’

김석천은 판게아에서 매우 유명했다. 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리온의 분노가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 아이템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영웅 등급의 아이템들을 장사하는 유저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판게아 최강의 장사 길드 ‘블랙라벨’의 마스터였다. 바쁜 것으로는 웬만한 랭커들 뺨을 두세 번 치고도 남을 정도다.

대부분의 시간을 판게아에서 보내는 김석천이 어떻게 이리 빨리 전화를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중아?

연중이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김석천이 연중을 불렀다.

“예, 형.”

김석천의 목소리가 평소의 크기로 돌아오자 연중은 다시 귓가에 핸드폰을 가져다 대며 부름에 답했다.

-어, 그래. 혹시 그 무기 진짜니?

“네.”

-누구야?

“지인이요?”

-응.

“하하, 형. 알려드릴 수 없는 거 알죠?”

연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김석천이 전화를 한 이유는 역시나 야리온의 분노를 구매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에이, 연중아 그러지 말고 다리 좀 놔주라. 응?

“형.”

-어?

“아직 글 다 안 끝났어요.”

-뭐? 무슨 소리야 그게? 글이 안 끝났다니?

“지금부터 9분 뒤에 글 하나 더 올라갑니다. 그거부터 확인하세요.”

-글이 하나 더 올라와? 혹시 판매글이야?

“판매글은 아닌데 판매할 생각은 있다네요. 형, 나중에 이야기해요!”

그 말을 끝으로 연중은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이어 무음으로 바꾼 뒤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두 번째 글을 써 볼까?”

두 번째 글을 쓸 차례였다.

“이번 글이 올라가면…….”

연중은 두 번째 글을 써내려가며 생각했다.

“어떤 반응이려나.”

조회수와 댓글의 수를 보면 이미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두 번째 글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이제 기다렸다가 올리면 되겠네.”

두 번째 글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글을 전부 쓴 연중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예정된 시간이 되자 확인을 눌러 두 번째 글을 올렸다.

* * *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하이고야…….”

김석천은 한숨을 내뱉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도대체 무슨 글을 또 올린다는 거지?”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글이 하나 더 올라올 것이라 했다. 도대체 무슨 글을 올리려는 것일까?

“뭔가 더 있는 건가?”

괜히 글을 하나 더 올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무언가 있다. 김석천은 새로고침을 누르며 연중의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이야, 조회수 봐라…….”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연중이 올린 글의 조회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템을 내가 중개한다면…….”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얼마에 거래가 되려나.”

얼마에 거래가 될까? 오랜 시간 많은 아이템을 거래한 김석천이었지만 도무지 가격을 짐작할 수 없었다.

얼마 뒤.

“떴다!”

연중의 마당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응?”

그리고 글의 제목을 확인한 김석천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 : 아, 깜빡하고 전해드리지 못한 정보! 아주 중요한 정보입니다!

“깜빡하고 전해드리지 못한 정보?”

깜빡하고 전해드리지 못한 정보라니? 제목 그대로 연중이 깜빡한 것은 아니다. 아까의 통화를 생각해보면 고의적으로 빠트렸다.

도대체 무슨 정보이길래 이렇게 글을 나누어 올리는 것일까? 김석천은 제목을 클릭했다.

-제목 : 아, 깜빡하고 전해드리지 못한 정보! 아주 중요한 정보입니다!

전설 등급 장비부터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야리온의 분노만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퀘스트를 통해 옵션을 개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퀘스트는 총 2개로 2개의 특수옵션이 숨겨져 있다고 하네요.

아주 중요한 정보인데 깜빡해서 죄송합니다!

추가로 정보가 들어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구독 부탁드립니다!

“……뭐?”

글의 내용을 확인한 김석천은 반사적으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반문에 답을 해 줄 사람은 없었고 애초에 답을 바라고 반문한 것도 아니었다.

“퀘스트를 통해 옵션 개방? 이 말은…….”

김석천은 홈페이지를 최소화시켰다. 그리고 바탕화면에 저장해 둔 전설 무기 ‘야리온의 분노’의 정보를 켰다.

“여기에 옵션이 붙는다는 소리?”

정보를 보며 중얼거린 김석천은 생각했다.

‘최초의 전설 무기, 인기 있는 검, 착용 제한 없음, 공격력 증폭도 아주 좋아 보이는 옵션, 거기다 특수 옵션도 붙게 됨. 그것도 두 개나.’

생각을 마친 김석천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쳤다.”

말 그대로 미쳤다. 특수 옵션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가격에 형성될 것인데 특수 옵션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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