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14화 (114/553)

# 114

제114화

112.

스윽

로미안은 품에 다시 지도를 넣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왼쪽 벽으로 다가가 주섬주섬 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찾았다.”

벽을 더듬던 로미안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에 힘을 주어 벽을 밀었다.

스르릉…….

그러자 놀랍게도 로미안이 민 부분이 안으로 들어갔다.

쩌저적.

그리고 벽이 움직이며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하루면 되겠고.”

새로운 길의 정체는 바로 지름길이었다. 책에는 지름길을 이용하면 끝에 도착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물론 길 자체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함정이나 몬스터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반으로 단축될 것이라 쓰여 있었다.

이틀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었던 함정의 길. 지름길을 이용하면 그 절반인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틀은 걸리겠지.”

로미안은 몬스터의 길로 간 수혁을 떠올렸다. 수혁에게 말하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 정확히 말해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거짓을 말해 주었다.

수혁에게는 몬스터의 길로 가는 것이 함정의 길보다 더 빠르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몬스터의 길이나 함정의 길이나 차이가 없다. 길의 길이는 같다.

“그럼 최소 하루 일찍 도착하는 거니까.”

아마도 수혁이 몬스터의 길을 통해 끝에 도착하는 데에는 이틀이 걸릴 것이다.

“그 안에 모두 끝낸다.”

하루면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로미안은 미소를 지은 채 지름길로 들어갔다.

* * *

‘뭐가 나오려나?’

여섯 무리만 잡으면 해당 몬스터의 영역이 끝나고 다음 몬스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지금 수혁은 트롤 여섯 무리를 잡은 상태.

즉, 다음 몬스터를 만날 차례였다. 문제는 다음 몬스터가 어떤 몬스터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책에 나와 있는 몬스터의 종류. 아니, 정확히 말해 로미안이 말해 준 몬스터의 종류는 고블린, 오크, 웨어 울프, 트롤이 끝이었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몬스터가 등장할까?

‘그건 그렇고 벌써 15분째인데…….’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마지막 트롤 무리를 잡고 벌써 15분째 이동을 하고 있었다.

‘없는 건 아닐 텐데.’

몬스터는 분명 더 있다.

‘설마 나도 모르게 지나쳤나?’

혹시 수혁 본인도 모르게 몬스터들을 지나친 것일까?

‘그럴 리는 없지…….’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크어어엉!

전방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몬스터의 포효였고 포효를 들은 순간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수혁은 어느 한 몬스터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오우거?’

바로 오우거였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오우거와 비슷한 포효를 내뱉는 몬스터들은 꽤나 있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수혁이 직접 들어 본 게 오우거의 포효뿐이기에 오우거가 먼저 떠올랐던 것이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포효 때문일까? 한동안 대충대충 전방을 훑던 수혁은 제대로 전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오우거!’

수혁은 포효의 주인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포효의 주인공은 오우거였다. 길을 막고 있는 오우거의 수는 둘이었다.

저벅!

앞서 다른 몬스터들을 잡을 때와 달리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아무리 레벨이 낮을 것이라 해도 오우거는 오우거였다.

-크엉?

-쿠어어어!

이내 수혁을 발견한 두 오우거가 다시 한 번 포효하며 수혁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파이어 스톰.”

수혁은 달려오는 오우거들을 보며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스아악!

파이어 스톰이 나타났고 오우거들은 그대로 파이어 스톰에 휘말렸다.

-우어어…….

-크어어…….

오우거들은 파이어 스톰에 고통스런 비명을 내뱉었다.

‘역시 오우거는 오우건가.’

비명을 들은 수혁은 생각했다.

앞서 잡은 고블린, 오크, 웨어 울프, 트롤들은 파이어 스톰이 등장하는 순간 죽었다. 그런데 오우거는 죽지 않았다.

-쿠어어…….

-우어어…….

여전히 비명을 내뱉고 있었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았다.

-오우거의 힘줄 2개

첫 번째 비명으로부터 4초, 두 번째 비명으로부터 2초가 지나자 드랍 창이 나타났다.

저벅저벅

드랍 창이 나타나자 걸음을 멈췄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했다.

‘이거 갑자기 난이도가 오른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 4초나 걸릴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비명을 듣고 또 비명을 듣게 될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더 강해졌는데.’

파이어 스톰의 숙련도도 올랐고 무엇보다 스텟 ‘지혜’가 강화되며 마법 공격력이 더욱 올라갔다.

더 강해졌을 파이어 스톰을 4초나 버티다니? 아무리 오우거라 하더라도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 느낌이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202

경험치 : 19%

생명력 : 111600

마나 : 75500

포만감 : 65%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3775 (+10)

“……!”

캐릭터 창을 확인한 수혁은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8%가 올랐다고?’

오우거를 잡기 전, 그러니까 트롤 여섯 무리를 잡았을 때 수혁의 경험치는 11%였다. 고블린, 오크, 웨어 울프, 트롤 각 여섯 무리를 잡는 동안 1%밖에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11%였던 경험치가 19%가 되어 있었다. 고작 오우거 2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8%가 오른 것이다.

‘레벨이 말도 안 되게 높아진 것 같은데.’

4초나 버텼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경험치를 많이 준 것으로 보아 오우거의 레벨은 결코 낮지 않다. 앞서 잡은 몬스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게 분명했다.

‘갑자기 왜 난이도가…….’

너무나도 갑작스레 난이도가 상승했다. 그것도 보통 상승한 게 아니라 대폭 상승했다. 오우거가 버틴 시간, 그리고 경험치가 바로 그 증거였다.

도대체 왜 갑자기 난이도가 상승한 것일까?

‘이런 난이도면…….’

난이도에 대해 생각하던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겠는데?’

앞서 잡은 몬스터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 보상에 대해 걱정했었다. 그런데 오우거의 수준을 보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꽤 괜찮겠어.’

지금의 난이도라면 보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분명 괜찮은 아니, 좋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숙련도를 위해 각종 마법을 시전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흐음, 흔적은 여기까지인데.’

카르텐은 앞을 보았다. 카르텐의 앞에는 절벽이 있었다. 흔적은 절벽 바로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절벽을 오른 건 아니고.’

그러나 절벽을 오른 것은 아니다. 절벽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간 것도 아니고.’

절벽을 바라보던 카르텐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절벽과 마찬가지로 주변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카르텐은 다시 절벽을 보았다. 흔적은 절벽 바로 앞에서 끊겨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

‘비밀 공간이 있는 건가?’

모든 상황이 비밀 공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절벽 안에 비밀 공간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윽

카르텐은 마지막 흔적이 남아 있는 절벽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절벽을 두드렸다.

절벽을 두드리며 소리를 확인한 카르텐은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절벽을 두드려 소리를 확인했다.

‘달라!’

아주 미세하게 소리가 달랐다.

‘뭔가 있다.’

절벽 안쪽에 뭔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여기가 그 동굴인가.’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마도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 관련이 있는 게 아니라 동굴의 입구일 가능성도 높았다. 카르텐은 다시 흔적이 끊겨 있는, 무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절벽 앞으로 돌아왔다.

스윽

카르텐은 품에 손을 넣어 작은 병을 꺼냈다. 병에는 연두색 가루가 반 정도 담겨 있었다.

“아깝지만…….”

연두색 가루의 정체는 ‘흔적의 바람’이라는 이름의 마법 아이템이었다. 10g에 120골드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마법 아이템.

카르텐은 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병에 있던 ‘흔적의 바람’을 소량 꺼내 절벽에 뿌렸다.

스아악

흔적의 바람은 카르텐이 뿌린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여러 곳으로 퍼져 절벽의 이곳저곳으로 날아갔다.

절벽에 자리 잡은 흔적의 바람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카르텐은 빛을 뿜어내는 흔적의 바람을 보며 생각했다.

‘절벽이 들어가며 공간이 나타나는 건가.’

흔적의 바람을 통해 드러난 흔적을 보니 절벽이 안으로 들어가며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는 듯했다. 아니, 확실했다.

‘그 열쇠는 바로 저기인 것 같고.’

새로 드러난 흔적들을 전체적으로 살피던 카르텐은 한 곳에 집중했다. 다른 곳과 비교해 더 많은 흔적의 바람이 머물러 있는 곳. 아마도 저곳을 통해 비밀 공간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었다.

스윽

카르텐은 손을 뻗어 확인했다.

‘틈.’

작은 틈이었다.

‘뭔가 넣어야 되는 것 같은데.’

틈을 살핀 카르텐은 생각했다. 만져서 열리는 구조가 아니다. 무언가를 넣어야 열리는 것 같았다.

‘열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열쇠였다.

‘하지만 열쇠를 그들이 가지고 있을 리가…….’

하지만 카르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열쇠는 헤론에게 있었다.

‘아니지.’

바로 그때였다.

‘열쇠가 두개라면?’

문득 든 생각에 카르텐은 미간을 좁혔다. 열쇠가 하나가 아니라면? 지금 상황을 봐서 열쇠는 하나만 있는 게 아닐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애초에 열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이들이 이런 곳에 올 이유가 없었다.

카르텐은 고민했다.

지금 선택지는 2가지였다.

‘부셔?’

입구를 부셔 강제로 비밀 공간에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돌아가 보고?’

아니면 보고를 하러 갈 것인가.

‘흐음…….’

카르텐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수면서까지 확인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해.’

뭐가 있을지 모른다. 강제로 비밀 공간을 확인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했다.

‘돌아간다.’

보고를 하기로 결정을 내린 카르텐은 풀숲으로 들어갔다. 워프 스크롤을 사용하며 남게 될 흔적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서였다.

스악

풀숲에 들어온 카르텐은 워프 스크롤을 꺼냈다. 그리고 주변을 확인한 뒤 곧장 워프 스크롤을 사용했다.

스아악

스크롤을 사용하자 빛이 뿜어져 나와 카르텐의 발밑에 작은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내 빛과 함께 카르텐은 파르빌 상단가의 대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카르텐은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자신이 호위하고 있는 파르빌 상단가의 가주 레이든의 동생이자 무력 단체 붉은 늑대를 이끌고 있는 로스의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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