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09화 (109/553)

# 109

제109화

‘2개?’

수혁은 치유의 탑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개방된 문의 수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건가?’

앞서 바람의 문이나 독의 문을 개방하려 했을 때 나타난 골렘이나 두꺼비는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탑이 2개 나타났다. 개방된 문의 수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저건 생명력이겠지?’

탑 위에는 100%라는 숫자가 있었다. 탑의 생명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건 뭐 위험한 거 없나?’

수혁은 치유의 탑을 보며 생각했다. 독 두꺼비는 공격을 받으면 독을 뿜어냈다. 혹시나 치유의 탑도 독 두꺼비처럼 뭔가 있지 않을까?

“파이어 스피어.”

수혁은 확인을 해 보기 위해 치유의 탑으로 파이어 스피어를 날렸다.

쾅!

굉음과 함께 %가 깎였다. 수혁은 숫자가 탑의 생명력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수혁은 조금 당황했다. 99%로 깎였던 탑의 생명력이 100%로 다시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회복?’

아무래도 회복을 한 것 같았다.

‘하긴 회복을 안 하는 게 이상하지.’

이름이 치유의 탑이었다. 오히려 회복을 하지 않았다면 이상했을 것이다.

‘얼마나 걸리려나.’

수혁은 치유의 탑 2개를 파괴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포이즌 스톰.”

가장 먼저 시전한 마법은 포이즌 스톰이었다.

스아악

포이즌 스톰이 치유의 탑을 집어 삼켰다.

‘잘 보이네.’

혹시나 포이즌 스톰에 치유의 탑 생명력 현황이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선명히 보였다.

‘근데…….’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왜 안 깎여?’

생명력이 100%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설마 독에는 안 깎이는 건가?’

혹시나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기에 독 공격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한 순간 100%에서 99%가 되었다.

“휴…….”

수혁은 99%로 내려간 두 탑의 생명력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깎이긴 하는구나.’

생명체가 아니기에 독 공격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 것이라면 어찌해야 되나 고민했는데 괜한 고민이었다.

“독의 사슬, 독 웅덩이.”

고민을 끝낸 수혁은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스톰이나 파이어 볼 같은 불 마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불은 독을 잡아먹는다. 순간 파괴력으로 탑의 생명력을 0으로 만들 수 있다면 모를까 0으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 굳이 불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큰 공격보다는 지속적인 공격이 더 나았다.

마법을 난사하며 수혁은 생각했다.

‘회복량이 얼마나 되는 거야?’

두 탑의 생명력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수혁의 독 공격이 약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생명력의 총량과 회복량이 얼마나 되기에 깎이는 속도가 느린 것일까?

‘10분 안에 파괴할 수 있나?’

시간제한이 없다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파괴될 것이기에. 그러나 탑을 파괴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10분으로 딱 정해져 있었다. 10분이 지나면 실패였다. 무조건 10분 안에 파괴를 해야 한다.

‘아슬아슬할 것 같은데.’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생명력이 깎이는 속도와 남은 시간을 보니 아슬아슬하게 성공하거나 실패를 할 것 같았다.

‘만약 특수 상황이 터지면.’

물론 아슬아슬한 것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고 이대로 상황이 유지 될 경우였다. 만약 특수 상황이 터져 생명력을 대폭 회복한다거나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거나 한다면 무조건 실패였다.

‘5초에 1% 정도인가.’

시간이 흐르며 수혁은 %가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두 탑의 생명력이 1% 하락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5초였다.

정확히 딱딱 5초마다 1% 하락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때에는 4초였고 어떤 때에는 6초 혹은 7초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5초면 1%가 하락했다.

‘그러면…….’

1%가 하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파악한 수혁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 내에 파괴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때였다.

-연중 : 어떻게 됐어?

계산을 하려던 찰나 연중에게 귓속말이 왔다.

“포이즌 스피어, 포이즌 볼.”

수혁은 시간을 확인하고 쿨타임이 끝난 스킬들을 다시 시전하고는 연중의 귓속말에 답을 해주었다.

-수혁 : 아슬아슬해.

처음에는 어렴풋이 아슬아슬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계산을 해 보니 확실하게 아슬아슬했다.

-연중 : 아슬아슬?

-수혁 : 어, 가까스로 개방하거나 아니면 실패하거나.

-연중 : 힘내라! 힐러!

수혁은 연중의 귓속말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치유의 탑에 집중했다.

‘4%.’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두 탑의 생명력은 4%로 내려갔다. 생명력을 확인한 수혁은 이어 시간을 확인했다.

‘30초.’

남은 시간은 30초였다.

‘아슬아슬하게 파괴할 수 있겠네.’

5초에 1%가 깎인다. 특수 상황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상황이 유지만 된다면 10초 정도를 남기고 두 탑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만에 하나 최악으로 7초마다 1%가 깎인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남는다.

‘이대로 유지돼라.’

수혁은 치유의 탑에 마법을 시전하며 특수 상황이 터지지 않기를, 이대로 상황이 유지되기를 바랐다.

쩌저적!

다행히도 특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혁의 예상대로 20초가 지나자 두 탑의 생명력은 1초의 오차도 없이 0%가 되었고 동시에 금이 쩍쩍 가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치료의 탑을 파괴하셨습니다.]

절반 이상 무너져 내렸을 때 파괴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치유의 문이 개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기다리던 개방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킬 ‘대마도사’가 강화됩니다.]

[스킬 퀘스트 ‘힐’이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치유의 손길’이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치유의 물결’이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성수 뿌리기’가 생성됩니다.]

.

.

.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재빨리 스킬 창을 열었다.

‘이번에는 어떤 효과가 생겼으려나.’

스킬 ‘대마도사’가 어떻게 강화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대마도사[패시브]>

숙련도 : -

특수 효과 : 1. 마법 공격 시 추가 데미지 100%

2. 마법 시전 시간 20초 감소

3. 마법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상을 중독시킨다.

4. 자신의 마법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친.’

스킬 ‘대마도사’의 변화는 2가지였다. 우선 첫 번째로 마법 시전 시간 감소가 15초에서 20초로 5초 증가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시전 시간 감소가 5초 증가했다는 점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바로 새로 생긴 효과였다.

‘마법에 데미지를 입지 않아?’

본인의 마법에도 본인이 피해를 입는 곳이 바로 판게아였다. 그런데 자신의 마법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니?

물론 칭호 ‘독의 대가’ 역시 자신의 마법에 피해를 입지 않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스킬 ‘대마도사’의 4번째 효과는 칭호 ‘독의 대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효과였다.

칭호 ‘독의 대가’의 효과는 본인의 독 마법에만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스킬 ‘대마도사’의 효과는 독 마법 한 가지가 아닌 모든 마법이었다.

“…….”

말없이 스킬 정보를 바라보던 수혁은 이내 스킬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퀘스트 창을 열었다.

이번에 치유의 문을 개방하며 생성된 스킬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치유의 문을 개방해 생성된 스킬 퀘스트들은 전부 1번 목록에 머물러 있었다.

수혁은 5번 목록을 만들어 치유 관련 스킬 퀘스트들을 전부 이동 시켰다. 그리고 완료해 습득할 수 있는 퀘스트를 확인했다.

“힐뿐인가…….”

완료 표시가 나타나 있는 스킬 퀘스트는 치유 속성 마법 중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힐’ 뿐이었다.

수혁은 퀘스트를 완료해 ‘힐’을 습득했다.

* * *

<힐>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10% 확률로 2배 회복한다.

마나 : 200

쿨타임 : 20초

힐의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 나와 있는 게 있어야지.’

다른 스킬과 마찬가지로 ‘힐’ 역시 나와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었다. 과연 힐을 통해 해키드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을까?

‘써 보자.’

수혁은 스킬 창을 닫았다.

“힐.”

그리고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해키드에게 힐을 시전했다.

스아악

힐을 시전하자 해키드의 몸에 새하얀 빛이 서렸다.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빛이 서림과 동시에 해키드의 표정에 변화가 나타났다. 고통이 가득했던 해키드의 표정에 안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힐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스아악

이내 해키드에게 안정을 가져다주던 새하얀 빛이 사라졌다. 수혁은 빛이 사라지고 한층 표정이 나아진 해키드에게 물었다.

108.

“괜찮으세요?”

스윽

수혁의 물음에 해키드가 고개를 들었다. 전에는 물음에도 고통스런 숨소리만 내뱉던 해키드였다. 확실히 전과 다른 반응이었다.

“수……혁 님?”

고개를 들어 수혁을 본 해키드가 입을 열었다.

“예, 접니다.”

“여긴 어떻게…….”

“구하러 왔습니다.”

“아…….”

해키드는 탄성을 내뱉었다.

“하아…….”

그리고 이어 깊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감사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진정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힐의 효과 때문일까? 해키드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근데 일어나실 수 있으십니까?”

수혁은 해키드의 감사 인사를 받아주며 물었다.

“족쇄 때문에…….”

해키드는 수혁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내렸다. 수혁은 해키드를 따라 고개를 내려 해키드의 발을 봉인한 족쇄를 보았다.

‘아, 아직 안 풀었구나.’

앞서 세 사내를 죽이며 나타난 드랍 창. 그곳에는 족쇄의 열쇠 역시 이름을 올렸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곧장 인벤토리를 열어 족쇄의 열쇠를 꺼냈다.

“잠시만요.”

열쇠를 꺼낸 수혁은 해키드에게 말하며 족쇄를 풀었다.

딸칵

이내 족쇄가 풀렸다.

“흐읍!”

너무나 오랜 시간 족쇄를 차고 있었기 때문일까? 힐을 두 번이나 받았음에도 해키드는 쉽게 발을 움직이지 못했다. 간신히 족쇄에서 발을 꺼냈을 뿐이었다.

“힐.”

수혁은 다시 한 번 힐을 시전했다.

스아악

새하얀 빛이 해키드의 몸에 깃들었고 해키드의 표정이 한결 더 나아졌다. 빛이 사라진 뒤 해키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몸 이곳저곳을 움직이고는 수혁에게 말했다.

“혼자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혁은 해키드의 말에 생각했다.

‘생각보다 힐의 효능이 어마어마한가 보네.’

유저들의 입장에서 힐은 그저 생명력을 채워주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유저와 달리 NPC에게는 그 이상의 효과를 주는 것 같았다.

“가시죠.”

수혁은 해키드를 데리고 감옥에서 나왔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1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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