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제100화
“……!”
4번째 줄의 수정구와 연결되어 있는 마법진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상기한 라모스의 두 눈에 살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놀람과 당혹이 자리 잡았다. 결코 빛이 사라져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들킨 건가?”
아직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빛이 사라진 것을 보니 키메라들의 존재를 들킨 것 같았다.
“미치겠군. 도대체 암단 녀석들은 뭘 하는 거야.”
똑똑
라모스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노크 소리에 라모스가 잠시 생각을 멈추고 불렀다.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며 검은색 로브를 푹 눌러쓰고 있는 사내가 들어왔다.
“마스터께서 긴급회의를 소집하셨습니다.”
“마스터께서?”
“예. 지금 당장 오시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직 전할 곳이 있어…….”
사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문을 닫고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짜증이 나 있던 라모스는 사내의 행동에 더욱 인상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마스터의 총애를 받는다고 너무 예의가 없군.”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마스터의 총애만 아니었다면 당장 죽였을 것이었다.
“끙.”
라모스는 사내가 나간 문을 노려보다 책장에 보관되어 있는 수많은 수정구들을 보았다. 빛을 잃은 수정구가 4개였다.
“다시 설치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마법진을 설치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다시 설치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아까웠다.
라모스는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 옆에 있는 작은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 바닥에는 마법진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라모스는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어 워프했다.
* * *
[키메라 소환 마법진 E가 파괴되었습니다.]
[키메라 소환 마법진 E에서 소환되던 사자코볼트는 키메라 소환 마법진 F에서 소환됩니다.]
‘이제 세 곳.’
소환 마법진 E를 파괴한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가시죠!”
그리고 카미안, 코마 길드원들과 함께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4시라.’
벌써 4시가 되었다. 중간에 있었던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면 6시간 30분이나 되는 시간을 지하 수로에서 보낸 것이다.
‘이동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단 말이지.’
막상 키메라를 잡고 마법진을 파괴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동에 걸린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속도라면 아슬아슬하게 오늘 내로 끝낼 수 있겠어.’
물론 이동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괜찮았다. 지금 속도라면 오늘 내로 충분히 모든 마법진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96
경험치 : 52%
생명력 : 111600
마나 : 74620
포만감 : 69%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3731 (+10)
‘200도 찍겠지.’
남은 마법진 세 곳을 파괴하면 충분히 20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퀘스트 창을 열었다.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
하드락의 지하 수로. 언제부터였을까.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안과 알렉스는 지하 수로를 청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키메라들은 강했고 무엇보다 강력한 독을 품고 있었다. 결국 청소를 실패했고 현재는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뛰쳐나오지 못하게 막고만 있을 뿐이다. 지하 수로의 키메라들을 청소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라!
[키메라 소환 마법진 A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B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C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D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E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F : 0 / 1]
[키메라 : 202 / ???]
퀘스트 보상 : S등급 승급, ???
‘이거 완료하고.’
오늘 퀘스트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는 완료될 것이다.
‘200도 찍을 테니 남은 건…….’
그리고 오늘 200도 찍게 될 테니 남은 것은.
<준비 기간>
로미안은 당신이 이렇게 빨리 열쇠를 가지고 올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로미안 역시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몸 상태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하고 준비해야 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 다시 로미안을 찾아가라!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 : 1 / 1]
[남은 시간 : 4일]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동굴 탐사
로미안이 준 퀘스트 ‘준비 기간’뿐이었다. 남은 시간은 4일이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제외해야 하니 남은 시간은 3일.
‘3일이라…….’
퀘스트를 보던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퀘스트 창을 닫았다.
얼마 뒤.
“어?”
카미안이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
수혁은 카미안의 목소리에 의아한 표정으로 카미안을 보았다.
“수혁 님.”
그리고 수혁의 눈빛을 받은 카미안이 수혁을 불렀다.
“왜 그러세요?”
수혁이 물었고 카미안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퀘스트 조건이 하나 더 충족됐는데요? 지금 막 3개에서 4개로 올라갔어요.”
99.
“예? 3개에서 4개요?”
“네.”
카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은 방금 닫았던 퀘스트 창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했다.
코마 길드의 길드 퀘스트 완료 조건은 마법진 6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확인하지 않았는데 3개에서 4개가 되었다면 수혁의 퀘스트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 역시 변동이 있을 것이었다.
“어?”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
하드락의 지하 수로. 언제부터였을까.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안과 알렉스는 지하 수로를 청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키메라들은 강했고 무엇보다 강력한 독을 품고 있었다. 결국 청소를 실패했고 현재는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뛰쳐나오지 못하게 막고만 있을 뿐이다. 지하 수로의 키메라들을 청소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라!
[키메라 소환 마법진 A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B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C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D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E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F : 0 / 1]
[키메라 : 202 / ???]
퀘스트 보상 : S등급 승급, ???
변동이 있었다. 0이었던 소환 마법진 A가 1이 되어 있었다.
“저도 바뀌었네요. 마법진 하나가 파괴된 것 같습니다.”
1이 되었다는 것은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뜻이고 소환 마법진 A의 파괴를 의미했다. 수혁은 카미안에게 말하며 생각했다.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왜 소환 마법진 A가 파괴된 것일까?
‘누가 들어온 건가?’
혹시 다른 누군가 들어 온 게 아닐까 싶었다. 지하 수로는 입장 제한이 있는 곳이 아니었고 다른 이들이 들어 왔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저희 말고 누가 또 들어온 거 아닐까요?”
대화를 듣고 있던 케토토가 말했다.
“제 생각도 그런 것 같습니다. 누가 들어오지 않고서야…….”
카미안 역시 케토토와 같은 생각이었다.
“일단 출발하죠.”
퀘스트의 변동 때문에 잠시 걸음을 멈췄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미안과 지도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난감하네요.”
수혁이 말했다.
“남은 곳 중 파괴된 곳이 어디인지를 모르니.”
남은 곳은 세 곳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곳이 파괴되었다. 즉, 갈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데 갈 필요가 없어진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러게요.”
카미안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누굴까요?”
끄덕임을 멈춘 카미안이 말했다. 과연 누구일까? 누가 마법진을 파괴한 것일까?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어?”
얼마 뒤 카미안이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
수혁은 카미안의 당황스런 목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데자뷔가 느껴졌다.
“수혁 님.”
이어진 카미안의 부름에 수혁은 생각했다.
‘설마…….’
아까와 같은 패턴이었다.
“예.”
수혁은 카미안의 부름에 답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를 확인했다.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
하드락의 지하 수로. 언제부터였을까.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안과 알렉스는 지하 수로를 청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키메라들은 강했고 무엇보다 강력한 독을 품고 있었다. 결국 청소를 실패했고 현재는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뛰쳐나오지 못하게 막고만 있을 뿐이다. 지하 수로의 키메라들을 청소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라!
[키메라 소환 마법진 A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B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C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D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E : 1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F : 1 / 1]
[키메라 : 202 / ???]
퀘스트 보상 : S등급 승급, ???
‘또?’
0이었던 F가 1로 변해 있었다.
“또 하나가 올랐습니다.”
그리고 확인을 한 순간 카미안이 말했다.
“예, 저도 확인해 보니 올랐네요. 또 파괴된 것 같습니다.”
수혁은 카미안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좋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갈 필요가 없어졌다. 즉, 시간을 아끼게 되었다.
‘이러면…….’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200 못 찍겠는데?’
바로 레벨이었다. 수혁은 200을 찍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아 하니 200을 찍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곳은 한 곳이었다. 한 곳을 정리한다고 해서 200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끙…….’
수혁은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생각했다.
‘도대체 누구지?’
누구일까? 도대체 누가 마법진을 파괴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곳일까요?”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카미안의 말에 잠시 생각을 멈추고 카미안의 말에 집중했다.
“속도를 보아하니 한 곳은 아니고 최소 두 곳 이상인 것 같은데.”
마법진들은 붙어 있지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두 개의 마법진이 연달아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잇따라 파괴되었다. 한 집단에서 한 일이 아니다. 최소 두 집단이 움직인 게 분명했다.
“레임 길드나 드렉 길드에서 움직인 게 아닐까요?”
카미안의 말에 답을 한 것은 가란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가란의 말에 카미안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끄덕임을 멈춘 카미안이 수혁에게 물었다. 수혁은 카미안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레임이랑 드렉은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