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
제89화
-쿠허허허헝!
눈이 마주친 오렘의 머리가 포효를 내뱉었고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나머지 두 머리도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았다. 그렇게 3개의 머리, 6개의 눈빛과 마주하게 된 수혁은 입을 열었다.
“포이즌 스톰.”
스아악
포이즌 스톰이 나타나 오렘을 집어 삼켰다.
-쿠허허헝!
하지만 3초가 지나기도 전 포효와 함께 오렘은 포이즌 스톰에서 뚫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곧장 수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독의 사슬, 독의 웅덩이.”
수혁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오렘을 보며 계속해서 마법을 날렸다. 우선 이동속도를 저하 시키는 마법들이었다.
쾅! 쾅!
하지만 특수 효과가 터지지 않았는지 아니면 면역인 것인지 오렘의 속도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포이즌 프로그, 포이즌 스피어.”
수혁은 미간을 좁힌 채 뒷걸음질 치며 사용 가능한 마법들을 꾸준히 시전했다.
‘피통이 안 보이는 게 참…….’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오렘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생명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였다면 더 싸울지 아니면 도망을 칠지 결정을 내렸을 텐데 상당히 아쉬웠다.
-쿠허허헝!
이내 거리가 좁혀졌고 오렘이 주먹을 휘둘렀다. 수혁은 날아오는 오렘의 주먹을 보며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미친.’
날아오는 주먹이 하나가 아니었다. 세 개의 주먹이 날아오고 있었다. 문제는 속도도 속도지만 범위였다. 범위를 보니 도저히 피할 각이 나오지 않았다.
쾅!
이내 오렘의 주먹이 작렬했다. 왼쪽 가운데 주먹이었다. 수혁은 뒤쪽으로 빠르게 날아가며 생명력을 확인했다.
“……!”
그리고 생명력을 확인한 순간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8만?’
8만, 현재 생명력이 8만이 되어 있었다.
‘3만?’
수혁의 생명력은 11만이 넘는다. 그런데 8만이 되었다는 것은 방금 전 주먹 한 방에 3만이 넘는 생명력이 깎였다는 뜻이었다.
‘이런 미친.’
오렘의 생명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남은 생명력, 오렘의 공격력을 알게 된 지금 수혁은 고민을 끝낼 수 있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잡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한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해 공동으로 워프했다.
“한 방에 무슨 3만이 까여.”
공동에 도착한 수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오른쪽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이제 한 등급 남았네.”
이제 퀘스트만 완료하면 B등급이 된다.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A등급까지 고작 한 등급이 남았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하드락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수혁은 곧장 용병 사무소로 향했다.
웅성웅성
얼마 뒤 수혁은 용병 사무소에 도착했고 2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도 비어 있는 카운터가 있었고 수혁은 카운터에 앉아 용병패를 내밀었다.
“……!”
용병패를 받은 후 NPC가 움찔했다.
“……?”
NPC의 움찔을 본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NPC를 보았다. 수혁의 눈빛 때문일까? NPC가 입을 열었다.
“트, 트리플 헤드 오우거가 있었던 겁니까?”
“예.”
트리플 헤드 오우거의 존재 때문에 움찔한 것일까? 수혁은 NPC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퀘스트 ‘레드 산맥의 제왕’을 완료하셨습니다.]
답을 하자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잠시…….”
NPC가 말끝을 흐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패에 각인되어 있는 C를 B로 바꾸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수혁은 NPC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 NPC가 문을 열고 나왔다.
“……?”
NPC를 본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 상자는?’
용병패 뿐만 아니라 NPC의 손에는 상자가 하나 들려 있었다.
‘보상 없었는데?’
퀘스트 ‘레드 산맥의 제왕’의 보상은 ‘B등급 승급’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퀘스트를 보았을 때 조금 짜증이 나지 않았던가?
‘내 게 아닌가?’
혹시 NPC가 들고 오는 상자가 수혁의 것이 아닌 것일까? 하지만 다른 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설마 그전에 완료했던 퀘스트 보상?’
바로 그때 머릿속으로 문득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퀘스트 ‘레드 산맥의 제왕’ 전에 받았던 퀘스트가 있었다.
바로 ‘심상치 않은 오우거들’.
퀘스트 ‘심상치 않은 오우거들’의 보상은 물음표로 되어 있었다. 혹시 그 물음표가 지금 NPC가 가져오는 상자가 아닐까?
턱
이내 NPC가 도착했고 상자와 용병패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먼저 상자와 용병패를 내밀며 말했다.
“의뢰의 보상입니다.”
NPC의 말에 수혁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상자는 퀘스트 ‘심상치 않은 오우거들’의 보상이었다.
“수고하세요.”
수혁은 상자와 용병패를 인벤토리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수혁 님!”
바로 그때였다.
“……?”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NPC의 외침에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NPC를 보았다.
“잠시 저를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예?”
수혁은 이어진 NPC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오라니?
“수혁 님을 만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자들>
용병 사무소의 권력자들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 카롯의 뒤를 따라 권력자들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향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가 나타났다. 갑작스런 퀘스트, 거기다 승급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 같아 거절을 하려 했던 수혁은 퀘스트 내용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권력자들…….’
용병 사무소의 권력자들이라 쓰여 있었다. 괜히 거절을 했다가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알겠습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NPC 카롯에게 답했다.
[퀘스트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자들’을 수락하셨습니다.]
“이쪽으로…….”
카롯은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수혁은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카롯이 어느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똑똑
“수혁 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노크와 함께 안에 외침을 날린 카롯은 옆으로 비켜서며 수혁에게 말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수혁은 카롯의 말에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퀘스트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자들’을 완료하셨습니다.]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였다. 물론 수혁은 메시지에 시선을 줄 수 없었다.
‘저 둘인가?’
방 안에는 사내 둘이 앉아 있었다. 퀘스트가 완료된 것을 보니 두 사내가 바로 퀘스트에 나온 권력자들 같았다. 수혁이 들어오자 두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혁에게 인사하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드렉 길드의 마스터 이안이라고 합니다.”
“저는 레임 길드의 마스터 알렉스라고 합니다.”
89.
“……!”
수혁은 두 사내 이안과 알렉스의 소개를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드렉? 레임?’
바로 드렉 길드와 레임 길드라는 말 때문이었다. 수혁은 드렉 길드와 레임 길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하드락의 최고 권력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 바로 드렉 길드와 레임 길드의 마스터들이었다.
‘왜 날…….’
알렉스와 이안이 왜 자신을 보자고 한 것인지 수혁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아, 안녕하세요.”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알렉스와 이안의 눈빛에 인사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수혁입니다.”
소개를 마친 수혁은 이어 물었다.
“근데 절 보자고 하신 이유가…….”
말끝을 흐리며 수혁은 물음을 마쳤고 수혁의 물음에 알렉스와 이안은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 서로를 향해 시시각각 눈빛을 보내더니 다시 수혁을 보았다.
“실은…….”
눈빛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것일까? 알렉스가 입을 열었다.
* * *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라고?”
알렉스가 반문했다.
“그래.”
그리고 반대편에 앉아 있던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야?”
이안의 답에 알렉스는 재차 물었다. 믿기지 않는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어, 라이노 님한테 직접 확인했어.”
“…….”
알렉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할 거야?”
이안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알렉스에게 물었다.
“뭘?”
알렉스는 이안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반문했다.
“포섭할 거야?”
“우리가 포섭하겠다고 포섭될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10마탑 중 하나인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었다. 포섭을 한다고 해도 본인이 싫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건 그렇지.”
알렉스의 말에 이안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이안이 이어 물었다.
“근데 왜 의뢰를 수행하고 있는 걸까? 그것도 미친 듯이.”
수혁은 현재 미친 듯이 의뢰를 수행하고 있었다. 어째서 의뢰를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다.
“그러게.”
“물어볼까?”
“그래, 그것도 물어보고 포섭도 한번…….”
“우리 쪽?”
“우리 차례잖아.”
“에이, 차례가 어디 있어.”
“우리 이미 포섭 준비까지 끝냈단 말이야.”
“……일단 이야기 나눠 보자. 괜히 앞서 나가지 말자고.”
“분명 말했어. 우리 차례다.”
이안과 알렉스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마스터, 하칼입니다.”
노크 소리에 알렉스와 이안은 대화를 멈췄다. 그리고 방의 주인인 알렉스가 하칼의 외침에 답했다.
“들어와.”
끼이익
문이 열리며 하칼이 들어왔다. 하칼은 이안을 발견하고 움찔하더니 이어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가 왔다고 합니다.”
“그?”
알렉스가 반문했고 옆에 있던 이안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혁 님 말하는 것 같은데?”
“맞아?”
이안의 말에 알렉스가 하칼에게 물었다.
“……예.”
하칼이 답했고 알렉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안에게 말했다.
“지금 보는 게 낫겠지?”
“그러자.”
* * *
<하드락의 태양들>
하드락을 관리하는 두 길드 드렉과 레임. 드렉 길드의 마스터인 이안과 레임 길드의 마스터 알렉스는 당신을 포섭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포섭을 하기 위해 독의 마탑 차기 마탑장인 당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노릇. 그래서 이안과 알렉스는 당신의 의견을 존중하려 한다.
퀘스트 보상 : 드렉 길드 가입 또는 레임 길드 가입
이안을 선택 시 드렉 길드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알렉스를 선택 시 레임 길드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
수혁은 말없이 퀘스트를 보았다.
‘이건 또 뭔 소리야?’
퀘스트 내용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내가 차기 마탑장이라고?’
정말 뜬금없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차기 마탑장이라니? 지금 퀘스트 내용에 나온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은 이안과 알렉스의 생각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들었기에 독의 마탑 차기 마탑장이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차기 마탑장은 둘째 치고.’
멍하니 퀘스트 내용을 바라보던 수혁은 퀘스트에서 시선을 돌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이안과 알렉스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