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84화 (84/553)

# 84

제84화

수혁이 아니었다면 그냥 캐릭터명만 알아 뒀을 것이다. 두 길드의 관심을 받은 것만으로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수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알아 둬야 했다.

“두 길드에서 포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길드가 없다 보니.”

현재 수혁은 길드가 없다. 물론 마탑 소속이긴 하지만 마탑은 길드가 아니었다. 그리고 마탑에 소속되어 있다고 길드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길드에 들어가 있는 마탑 NPC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수혁은 현재 승급 퀘스트 중입니다.”

“NPC들한테 인기가 많은 타입인가.”

장율의 답에 양주혁이 중얼거렸다. 이미 마탑 최고위 NPC들에게 핫한 관심을 받은 수혁이었다.

“마탑에 이어 하드락이라…….”

그런데 이번에는 하드락 최고위 NPC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용병왕으로 전직이 불가능하다는 건가.”

하드락에서 얻을 수 있는 1등급 특수 직업 용병왕. 그러나 이미 대마도사의 후예로 전직을 한 수혁이었다.

용병왕으로 전직하기 위한 첫걸음인 레임 길드와 드렉 길드의 관심을 받았지만 용병왕으로 전직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다른 특전들을 얻을 수 있으니까 상황 보면서 알려 줘.”

양주혁이 장율에게 말했다. 용병왕으로 전직을 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하드락에는 용병왕으로의 전직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특전들도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장율은 양주혁에게 답하며 다시 모니터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 * *

“후…….”

수혁은 걸음을 옮기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수혁이 한숨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승급 퀘스트 때문이었다.

<심상치 않은 오우거들>

오우거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 않는다.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레드 산맥의 오우거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드락의 두 기둥 중 하나인 드렉 길드에서는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려 한다. 레드 산맥으로 가 오우거들을 확인하라.

[오우거 : 0 / 20]

[트윈 헤드 오우거 : 0 / 2]

퀘스트 보상 : ???

“하필 레드 산맥이야…….”

오우거와 트윈 헤드 오우거만 잡으면 되는 줄 알았다. 하드락 근처에 오우거가 서식하는 사냥터가 있었기에 금방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행 장소가 정해져 있었다. 바로 레드 산맥. 레드 산맥의 오우거가 아니면 숫자는 올라가지 않는다.

문제는 레드 산맥의 위치였다. 하드락에서 남쪽으로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레드 산맥이었다.

“괜찮은 몬스터라도 있으면 몰라.”

가는 길에 잡을 만한 몬스터라도 있었으면 한숨을 내뱉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레드 산맥으로 가는 길에는 잡을 만한 몬스터가 없었다.

정확히 말해 몬스터들이 웬만해서 나타나지 않는 안전 지역이었다. 몇몇 유저들은 편히 갈 수 있어 좋아하겠지만 수혁은 시간을 그냥 날리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근데 한 방에 죽으려나…….”

레드 산맥의 오우거들은 레벨이 낮지 않다. 200~250으로 상당히 높았다. 즉, 여태까지와 달리 한 방에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여럿이서 같이 다니니까. 완료 조건은 금방 충족하겠지.”

한 방에 죽지 않아도 딱히 문제될 건 없다. 사용할 마법은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드 산맥의 오우거들은 다른 지역의 오우거들과 달리 여럿이서 뭉쳐 다닌다. 금방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레드 산맥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후…….”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1시간 20분.’

예상했던 시간보다 10분 단축했다. 물론 10분 단축했다고 해도 1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을 그냥 걷는 데 쓴 것에 짜증이 난 수혁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산맥으로 들어갔다.

저벅저벅

수혁은 위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산맥 아래쪽에도 오우거들이 있긴 하겠지만 그리 많지 않고 무엇보다 수혁은 트윈 헤드 오우거도 잡아야 했다.

‘중간 정도부터 나타난다고 했지.’

트윈 헤드 오우거의 활동 범위는 레드 산맥의 중간 지대부터였다. 즉,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간 지대에는 가야 했다.

바로 그때였다.

-우어어어!

-우오어어어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수혁은 걸음을 멈추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쾅! 쾅!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굉음이 들려왔다.

-우오오오오!

-우어어어엉!

그리고 이어 포효가 들려왔다. 오우거들의 포효가 분명했다.

‘몇 마리나 있으려나.’

수혁은 방향을 틀어 오우거들의 포효가 들려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수풀을 헤치며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하나, 둘…….’

걸음을 멈춘 수혁은 오우거들의 수를 확인했다.

‘잠깐.’

그러나 수를 다 세기도 전에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수혁이 수를 세는 것을 멈춘 이유, 그것은 바로 오우거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우어어어어!

쾅!

-우어어어어어어!

쾅!

‘싸움?’

두 오우거가 서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여러 오우거들이 가만히 서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84.

구경을 하고 있는 오우거들은 오우거답지 않았다. 팔짱을 끼거나 혹은 바위에 앉아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걸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물론 수혁은 레드 산맥의 오우거들이 이렇다는 것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다만 직접 보니 기분이 묘할 뿐이었다.

쾅!

-우어어어!

쾅!

-어어어어!

‘하나, 둘…….’

수혁은 다시 오우거들의 수를 확인했다.

‘10마리라.’

오우거들의 수는 총 10마리였다.

‘어떻게 잡을까.’

수를 확인한 수혁은 고민했다. 레드 산맥의 오우거들은 200~250 레벨이다.

‘한 방은 안 나올 테고.’

현재 수혁의 지혜는 3천이 넘는다. 지혜가 말도 안 되게 높기는 했지만 200~250레벨의 오우거들을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 오히려 잘됐어.’

고민을 하던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실험을 해 볼 수 있겠군.’

여태까지 잡아 왔던 몬스터들은 대부분 한 방이었다. 한 방이 아니더라도 독에 의해 금방 죽었다. 그래서 실험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던 조합 마법. 드디어 실험을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포이즌 포그.”

생각을 마친 수혁은 우선 포이즌 포그를 시전했다.

스아악

그러자 신나게 치고 박는 두 오우거들의 사이에서 독 안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어어어?

-우어어어엉!

먼저 반응을 한 것은 당연하게도 싸우던 두 오우거였다. 두 오우거는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고 곧 독 안개와 접촉했다.

-우어어엉!

-우어어어엉!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오우거는 독 안개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하지만 독 안개의 퍼지는 속도는 빨랐고 재차 두 오우거를 집어 삼켰다. 마비 독에 중독이 됐는지 오우거들은 다시 독 안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역시 빨리 안 죽네.’

그러나 나오지 않을 뿐 죽은 것은 아니었다. 드랍 창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어어어?

-우어어어어!

바위에 앉아 있거나 팔짱을 낀 채 구경을 하고 있던 오우거들 역시 당황스런 표정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파이어 스피어.”

수혁은 오우거들을 보며 서서히 커지고 있는 독 안개로 파이어 스피어를 날렸다. 파이어 스피어는 빠른 속도로 독 안개에 날아갔고 접촉한 순간.

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와…….’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강한 후폭풍이 느껴졌다. 수혁은 후폭풍에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이 정도였어?’

큰 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로 큰 후폭풍을 동반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포이즌 포그가 없어지는 건 아쉽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포이즌 포그와 파이어 스피어의 조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폭발을 하며 포이즌 포그가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범위 공격이랑 순간딜이 필요할 때는 괜찮겠어.’

전체적인 데미지는 포이즌 포그가 더 높다. 그러나 범위와 순간적인 데미지만큼은 포이즌 포그와 파이어 스피어의 조합이 뛰어나다.

수혁은 포이즌 포그와 파이어 스피어의 조합을 언제 사용하면 될 지 결정을 내리고 오우거들이 있던 곳을 보았다.

오우거들이 전부 쓰러져 있었다.

‘하긴, 어떻게 보면 두 방이니까.’

포이즌 포그와 파이어 스피어 두 개의 마법을 사용했다. 한 방이지만 완벽한 한 방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시체를 보던 수혁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레벨 업!]

‘레벨 업도 했네.’

지금 보니 레벨 업 메시지도 나타나 있었다. 하기야 200이 넘는 오우거들을 10마리나 잡았다.

비슷한 레벨도 아니고 많은 차이가 나는데 레벨 업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며 드랍 창을 보았다.

-오우거의 힘줄 7개

-오우거의 눈알 2개

“……?”

드랍 창을 확인한 수혁은 잠시 멈칫했다.

‘무슨 드랍률이…….’

분명 10마리를 잡았다. 지금 시야에 들어온 오우거의 시체도 10개였다. 도망친 오우거는 결코 없다. 그런데 나온 아이템의 수가 9개였다. 즉, 최소 한 마리는 아이템을 드랍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 아이템들을 전부 습득한 뒤 이어 캐릭터 창을 보았다. 보너스 스텟을 분배하기 위해서였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27

경험치 : 3%

생명력 : 111600

마나 : 66200

포만감 : 64%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3310 (+10)

보너스 스텟 : 5

“오.”

캐릭터 창을 확인한 수혁은 감탄을 내뱉었다.

“3%?”

레벨이 오르고도 경험치가 3%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의 레벨은 경험치를 받았을 때 126이었다. 오우거들의 레벨이 200~250인 것을 감안하면 고작 3%라고 할 수도 있다.

“이야 5배나 더 필요해서 막막했는데…….”

하지만 수혁의 경우 일반 유저보다 더 많은 경험치가 필요하다. 그것도 무려 5배나 많은 경험치가 필요하다.

“레벨이나 올리고 갈까.”

경험치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경험치도 좋고.”

오우거는 같은 레벨의 다른 몬스터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준다. 오우거라는 종족 자체가 강하기 때문이었다.

“몰려다니고.”

거기다 이곳 레드 산맥의 오우거들은 무리를 지어 다닌다. 즉, 한 번에 많은 오우거들을 사냥할 수 있다.

“잡기도 어렵지 않고.”

수가 많다고 사냥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완전 괜찮은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레드 산맥은 아주 괜찮은 사냥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조건부터 충족하자.”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분배하고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오우거를 찾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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