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제75화
“응?”
“있는데?”
문을 박살낸 두 방문자가 들어왔다. 한명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였고 한명은 왜소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네가 할래?”
“그냥 네가 해. 조만간 범죄자 수치도 초기화시킬 거라며.”
케탄은 두 사내를 보고 생각했다.
‘날 죽일 생각이군.’
말하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두 사내는 조용히 돌아갈 것 같지 않았다.
“저기요.”
왜소한 체구의 사내가 말했다.
“붉은 구슬? 그거 어디 있어요.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
예상대로 두 사내의 방문 목적은 구슬이었다.
“붉은 구슬이라뇨? 당신들 도대체 뭡니까?”
하지만 구슬을 내준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구슬을 내줄 생각이 없던 케탄은 모르는 척 물음에 답했다.
“에이, 그럼 그렇지. 알려 줄 리가 없지.”
“아, 빨리 끝내. 가야 할 곳이 많으니까.”
“알았어.”
왜소한 사내는 건장한 사내의 말에 답하며 케탄에게 다가갔다. 케탄은 다가오는 왜소한 사내를 보며 품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푹!
바로 그때였다.
“……!”
배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감촉에 케탄은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배에 박힌 날카로운 단검을 볼 수 있었다.
‘어, 언제?’
도대체 언제 단검을 던진 것일까?
‘독?’
거기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검에 독이 발려 있는 것 같았다.
푹!
이어 단검 하나가 더 날아와 박혔다. 그리고 그 순간 시야가 어두워졌다. 시야가 어두워진 케탄은 생각했다.
‘로미안, 나는 여기까진가 보다.’
지금 상황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서서히 흐릿해지는 정신을 보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것이다.
‘꼭 살아서 복수를…….’
예상대로 케탄은 생각을 하는 도중 쓰러졌다. 그렇게 케탄이 죽고 두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빨리 찾아 봐.”
“없는 것 같은데?”
“대충 찾지 말고.”
“아, 어차피 없을 수도 있잖아 여기. 돌아다녀야 되는 곳이 한두 곳이냐? 다섯 곳이야, 무려 다섯 곳. 거기다 여기 퀘스트 조건은 충족됐잖아.”
“만약 여기에 있으면?”
“알았어. 아오. 너도 찾아. 말만 하지 말고.”
75.
두 사내는 케탄의 집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내는 붉은 구슬이 보관되어 있는 케탄의 비밀 공간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두 사내는 비밀 공간 같은걸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서랍 혹은 침대 밑 같은 일반적인 장소만 찾아 볼 뿐이었다.
“없어.”
“없네.”
이내 수색이 끝나고 두 사내는 입구로 돌아와 케탄의 시체를 보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가 말했지? 없을 거라고.”
“그래그래, 알았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여기서 3봉우리가 2봉우리보다 더 가까우니까. 3봉우리 먼저 들르자.”
“알았다. 근데 이거 우리한테도 뭔가 이득 떨어질까? 대도 켈타면 유명한 도둑이잖아.”
“모르겠다. 그래도 길마가 소개해 준 퀘스트니까.”
“근데 길마가 퀘스트를 소개해 주는 날이 올 줄이야.”
“얼마 전 미친 새끼 때문에 우리보다 서열 높은 길드원들 여럿 나갔잖아. 그 덕분이지.”
대화를 마친 두 사내는 박살난 문을 지나 집에서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응? 뭐야?”
한 사내가 나타났다.
* * *
카매인 산맥 1봉우리 중앙에 도착한 수혁은 눈앞에 자리 잡은 거대한 붉은 나무를 보았다.
‘이거겠지?’
로미안이 말했던 붉은 나무가 분명했다.
‘여기서 동남쪽.’
수혁은 방향을 잡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진짜 살긴 하는구나.’
걸음을 멈춘 이유, 그것은 바로 전방에 보이는 집 때문이었다.
‘몬스터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대놓고 있어도 되나?’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1봉우리에는 오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몬스터들이 두렵지도 않은지 집이 너무나도 대놓고 있었다.
‘오크는 상관없다 이건가?’
오크에게는 해를 입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수혁은 다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응? 뭐야?”
이내 집 앞에 도착한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문이 왜 박살나 있어?”
문이 박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몬스터들이 습격한 건가?”
혹시나 1봉우리의 몬스터들이 습격이라도 한 것일까? 수혁은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체?’
시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퀘스트 ‘로미안의 첫 번째 부탁’이 퀘스트 ‘비보를 알려라’로 변경되었습니다.]
[퀘스트 ‘로미안의 두 번째 부탁’이 퀘스트 ‘사라진 붉은 구슬’로 변경되었습니다.]
시체를 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다시 한 번 놀랐다. 놀란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변경된 퀘스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비보를 알려라>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케탄. 케탄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고 편지를 써 두었다. 어딘가에 있는 케탄의 편지를 찾아 로미안에게 전하라!
[로미안의 편지 : 1 / 1]
[케탄의 편지 : 0 / 1]
퀘스트 보상 : 로미안의 의뢰 확인서
먼저 확인한 퀘스트는 ‘로미안의 첫 번째 부탁’에서 변경된 ‘비보를 알려라’였다.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눈앞의 시체가 케탄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왜…….’
도대체 왜 죽은 것일까?
‘뭐에 찔려 죽은 것 같은데.’
배에서 피가 흘러나와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배를 찔린 듯했다. 수혁은 다시 퀘스트를 보았다.
‘이 사실만 전해 주면 끝나는 건가.’
퀘스트 ‘비보를 알려라’의 보상은 로미안의 의뢰 확인서였다. 수혁이 필요했던 아이템이기도 했다. 즉, 케탄이 죽은 사실만 전하면 승급 의뢰는 끝난다.
‘근데 원래 두 번째 퀘스트 보상이었잖아.’
원래 로미안의 의뢰 확인서는 두 번째 퀘스트의 보상이었다. 두 번째 퀘스트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변경이 된 상황.
그렇다면 변경된 두 번째 퀘스트의 보상은 무엇일까? 수혁은 퀘스트 ‘사라진 붉은 구슬’을 확인했다.
<사라진 붉은 구슬>
붉은 구슬은 케탄의 집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붉은 구슬 : 0 / 1]
퀘스트 보상 :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
‘어?’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도 켈타?’
바로 보상 때문이었다.
‘대도 켈타라면…….’
퀘스트의 보상은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였다. 수혁은 4번 목록을 열었다. 그리고 예전 마탑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 습득한 특수 퀘스트 ‘켈타의 유산’을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켈타의 유산>
대도 켈타, 피붙이 하나 없던 켈타는 평생 훔친 보물을 비밀 장소에 숨겨 두었다. 그 비밀 장소를 찾아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로미안이 뭔가 알고 있는 건가?’
붉은 구슬을 찾으면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를 획득할 수 있다. 붉은 구슬은 대도 켈타와 연관되어 있는 아이템이 분명했고 붉은 구슬에 대해 알고 있는 로미안 역시 대도 켈타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을 것이었다.
‘찾아야겠지?’
수혁은 내부를 둘러보았다. 이곳 어딘가에 붉은 구슬이 있다. 그리고 그 붉은 구슬을 찾으면 보상으로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를 얻을 수 있다.
특수 퀘스트 ‘켈타의 유산’에 나온 비밀 장소가 퀘스트 ‘사라진 붉은 구슬’의 보상인 열쇠와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비밀 동굴이 비밀 장소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비밀 동굴이 비밀 장소일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막막했던 퀘스트인데 드디어 길이 보였다. 어차피 붉은 구슬이 아니더라도 케탄의 편지를 찾아야 하는 수혁이었다. 수혁은 집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응?’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빛?’
벽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빛을 뿜어내는 벽을 눌러 보았다.
끄극…….
아주 살짝 눌렀을 뿐이다. 그런데 빛나는 부분이 그대로 들어갔다. 수혁은 그대로 힘을 주어 벽을 밀었다.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찾았다.’
붉은 구슬과 편지를.
[붉은 구슬을 습득하셨습니다.]
[케탄의 편지를 습득하셨습니다.]
수혁은 바로 붉은 구슬과 편지를 회수했고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 ‘비보를 알려라’는 로미안에게 편지를 전해야 해서 그런지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퀘스트 ‘사라진 붉은 구슬’의 완료 버튼은 활성화되어 있었다.
‘로미안한테 갈 필요는 없나 보네.’
퀘스트 ‘비보를 알려라’ 때문에 ‘사라진 붉은 구슬’도 로미안에게 가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수혁은 바로 완료 버튼을 눌렀다.
[퀘스트 ‘사라진 붉은 구슬’을 완료하였습니다.]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바로 열쇠의 정보를 확인했다.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영웅]>
켈타의 비밀 동굴. 그곳의 입구를 열 수 있는 열쇠다.
‘역시 위치는 안 나와 있는 건가.’
혹시나 위치에 대한 정보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혹시는 혹시였다. 위치에 대한 정보는 나와 있지 않았다.
‘이야기를 꺼내긴 그런데…….’
로미안은 비밀 동굴에 대해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로미안에게 물어보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케탄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동굴에 대해 물어본다면? 로미안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 붉은 구슬을 주면서 은근슬쩍 물어보자.’
생각을 마친 수혁은 입을 열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이제 로미안에게 보고를 할 차례였다.
* * *
[퀘스트 ‘비보를 알려라’를 완료하였습니다.]
로미안에게 편지들을 전했다. 그러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이제 확인서를 받아야 할 차례인데…….’
이제 퀘스트 보상인 의뢰 확인서를 받을 차례였다. 하지만 로미안의 분위기를 보니 의뢰 확인서를 달라 말을 꺼내기가 껄끄러웠다.
‘그래 편지 다 읽을 때까지만 기다리자.’
그렇다고 계속해서 기다릴 수는 없다. 수혁은 로미안이 편지를 다 읽고 나면 확인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정을 내리고 로미안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
로미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한 눈빛으로 케탄의 편지를 읽을 뿐이었다.
이 편지를 자네가 보고 있다면 지금 난 죽어 있겠군. 대도의 동굴에서 함정에 죽었든가 아니면 살해를 당했든가.
아마도 살해를 당했을 확률이 높겠지. 붉은 구슬. 대도의 비밀 동굴 열쇠로 추정되는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벅찬 물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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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편지를 전부 읽은 로미안은 고개를 들어 수혁을 보았다. 그러자 수혁과 눈이 마주쳤고 로미안은 생각했다.
‘이자는 아니야.’
케탄을 죽인 건 수혁이 아니다. 애초에 수혁이 뭘 알고 케탄을 죽이겠는가? 거기다 수혁이 죽인 것이라면 이렇게 편지를 가져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