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제68화
“……?”
그리고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텟 경험치?’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의 효과는 책을 읽을 경우 스텟 경험치 추가 획득이었다. 스텟 경험치라니?
‘설마 그건가?’
책을 읽을 경우 지혜가 오른다. 물론 항상 오르는 건 아니었다. 책의 두께, 몇 권을 읽었는지 등 상황에 따라 다르다. 수혁은 일정치 않은 이유가 책을 읽을 때마다 얻는 무언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무언가의 이름이 아무래도 스텟 경험치인 것 같았다.
‘얼마나 더 준다는 거지.’
추가 획득이라 쓰여 있을 뿐 구체적인 수치가 쓰여 있는 게 아니었다.
‘읽어 보면 알겠지.’
책을 읽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거 때문에라도 빨리 다음 도서관을 찾아야겠는데.’
물론 이곳 마탑 도서관에서는 알 수 없다. 이미 반짝이는 책들을 전부 읽었다. 스텟 경험치를 받을 수 있는 책이 없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열어두었던 창들을 전부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을 반납한 뒤 차근차근 책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도서관의 책을 다 읽음으로써, 도서관을 정복함으로써 조건을 충족해 색이 바뀐 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없네.’
하지만 색이 바뀐 책은 없었고 모든 책장을 확인한 수혁은 그대로 로그아웃을 했다.
“어디로 갈까.”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을 시작했다.
제목 : 어둠의 도서관 보스 몬스터가 도대체 누구임? [5]
제목 : 어둠의 도서관 150레벨이 사냥하기 적당함? [12]
제목 : 140레벨인데 어둠의 도서관 가라는데 어디에 있는 거임?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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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도서관을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자 수많은 글들이 나타났다.
“…….”
하지만 수혁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
‘헷갈리게 말이야.’
나타난 글들은 전부 사냥터 ‘어둠의 도서관’에 대한 내용뿐이었다. 책이 단 하나도 없는데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사냥터. 처음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도서관인 줄 알고 설렜던 수혁은 검색어를 바꿨다. 정확히는 원래 검색어인 ‘도서관’에서 추가로 단어들을 붙였다.
제목 : 코잔 왕국의 왕궁 도서관 이용 조건 [9]
제목 : 내가 보려고 올리는 도서관 이용 조건 [14]
제목 : 오렌에도 도서관 있던데 도서관 이용 조건이 무슨 50골드야!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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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뒤에 ‘이용 조건’이라는 단어를 추가하자 수혁이 원하는 정보들이 나타났다.
“호오. 많이 올라왔네?”
얼마 전에 똑같은 검색어로 검색을 했을 때와 비교해 새로운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내가 보려고 올리는 도서관 이용 조건?”
거기다 시선을 확 끄는 글도 있었다. 수혁은 일단 천천히 첫 글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제목 : 코잔 왕국의 왕궁 도서관 이용 조건
캐릭터명 : 고고학자가꿈
코잔 왕국의 왕궁 도서관 이용할 일이 생겼습니다. 퀘스트 때문에요. 그런데 그냥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코잔 왕국의 인정이라는 아이템이 있어야 된다는데 어떻게 얻는 거죠? 이거 없으면 이용 못 하는 건가요?
-만물박사 : 왕국의 인정은 공헌도를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아마 제가 알기로 공헌도 받은 유저가 100명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정도로 받는 데 빡센 아이템입니다.
-고고학자가꿈 : 네? 도서관 이용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인데……
-만물박사 : 이게 도서관 이용하는 게 빡셉니다. 다른 곳들도 비슷해요. 제일 쉬운 곳이 아마 마탑 도서관일 겁니다. 거기는 직업이 마법사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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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글을 확인한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도서관 이용 조건이 왜 이렇게 빡빡한 건지.”
고작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인데 조건이 너무나 빡빡했다. 수혁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글을 바라보다가 다음 글을 클릭하며 미소를 지었다. 기대가 되는 글이기 때문이었다.
제목 : 내가 보려고 올리는 도서관 이용 조건
캐릭터명 : 무한의사서
1. 오렌 도서관 : 50골드
2. 마탑 도서관 : 직업이 마법사
3. 페이드 제국 황궁 도서관 : 모름, 들어가지도 못함. 일단 황궁에 입장해야 되니 작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음.
4. 페이드 제국 대도서관 : 자작 이상의 작위 혹은 대상인으로 인정받을 것.
5. 페이드 제국의 도시 아이린 도서관 : 레벨 500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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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내용을 확인한 수혁은 감탄을 내뱉었다. 내용이 기대 이상이었다.
“이용 조건만 확인하러 다녔나?”
글에 나와 있는 도서관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정말 많은 도서관들의 이용 조건이 쓰여 있었다. 도서관의 이용 조건만 확인하러 다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하지만 도서관들의 이용 조건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수혁의 표정에는 근심이 짙어졌다.
“하…….”
이내 글을 전부 확인한 수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드락밖에 없나.”
이 글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는 없다. 직접 확인해 본 것이 아니기에. 하지만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수혁이 목표로 삼을 도서관은 하드락뿐이었다.
스윽
글을 몇 개 더 확인한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
“하드락밖에 없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하드락뿐이었다. 결정을 내린 수혁은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판게아에 접속했다.
‘개방하고 보자.’
판게아에 접속한 수혁은 자리에 멈춰선 채 고개를 돌려 도서관 내부를 한번 훑었다. 영원히 마탑 도서관과 이별하는 건 아니었다. 세 번째 문을 개방하고 와야 한다. 읽어야 할 책이 있기 때문이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공동에 도착과 동시에 워프 마법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통해 하드락으로 워프했다.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은 용병 사무소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A등급까지는 얼마나 걸리려나.’
하드락의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A등급 용병이 되거나 S등급 길드에 소속돼야 한다. 수혁은 두 가지 조건 중 첫 번째 조건인 A등급 용병이 될 생각이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나니.’
A등급 용병이 된 유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정보는 충분히 올라와 있었다. 문제는 A등급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유저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4개월이 걸렸고 어떤 이는 1개월이 걸렸다.
“오크 토벌 의뢰 같이 하실 분! D등급 의뢰입니다! 100레벨 이상만!”
“오크 피 삽니다! 종류 상관없어요! 가격 잘 쳐드려요!”
A등급을 찍는데 얼마나 걸릴까 생각하던 수혁은 곧 용병 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줄도 길겠는데.’
용병 사무소 입구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있었다. 사무소 안에도 많은 유저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수혁은 유저들을 지나쳐 용병 사무소 안으로 들어갔고 줄을 서 있는 수많은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줄의 길이는 전부 달랐다. 어떤 곳은 10명 정도 서 있었고 또 어떤 곳은 배 이상의 인원들이 서 있었다. 길이가 다른 이유 그것은 바로 등급 때문이었다.
‘C등급이 확실히 많긴 하네.’
가장 많은 인원이 상주하고 있는 등급은 C등급이었다. 업무를 볼 수 있는 카운터도 5개로 가장 많았다. 수혁은 C등급 줄들을 지나쳐 끝에 있는 F등급 카운터로 향했다.
F등급 용병 혹은 아직 용병 등록을 하지 않은 이들이 업무를 볼 수 있는 F등급 카운터는 인원이 없어 그런지 하나밖에 없었다. 물론 줄을 서 있는 인원도 다섯뿐이었다. 금방 업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혁은 줄을 섰다.
“다음 분!”
이내 수혁의 차례가 되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수혁이 자리에 앉자 NPC가 물었다.
“용병 등록을 하려고 왔는데요.”
“아! 용병 등록을 하시기 위해 오셨군요.”
NPC는 수혁의 답에 탄성을 내뱉으며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서랍에서 종이를 꺼내 수혁에게 내밀며 이어 말했다.
“옆에 있는 구슬에 손을 대 주시겠습니까?”
이미 공식 홈페이지에서 용병 등록하는 방법을 숙지한 수혁은 기다렸다는 듯 오른쪽에 비치되어 있는 구슬 위에 손을 올렸다.
[10초 동안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미 출혈 상태에 빠질 것을 알고 있던 수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종이에 손을 올려주시겠습니까?”
NPC의 말에 수혁은 NPC가 내민 종이에 손바닥 도장을 찍었다. 수혁의 손바닥 모양이 그대로 종이에 각인되었고 NPC가 종이를 회수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수혁의 답을 들은 NPC는 종이를 가지고 뒤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NPC가 나왔다. NPC의 손에는 종이가 아닌 네모난 나무패가 들려 있었다. 바로 용병패였다.
“여기 용병패입니다.”
NPC가 용병패를 내밀었다. F라는 글자가 각인되어 있는 용병패. 용병패를 내민 NPC가 이어 말했다.
“현재 등급은 F등급이십니다.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아뇨. 설명은 괜찮습니다.”
어떤 설명을 듣게 되는지도 이미 알아보았다.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승급 의뢰 목록을 보고 싶은데요.”
E등급부터는 승급 의뢰를 받기 위해서 의뢰를 여러 번 완료해야 된다. 하지만 F등급에서는 처음부터 승급 의뢰를 받을 수 있었다.
“승급 의뢰를요?”
승급 의뢰는 일반 의뢰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그런데 갓 용병으로 등록한 수혁이 승급 의뢰 이야기를 꺼내자 NPC가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네.”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문에 답했다.
“잠시…….”
NPC는 수혁의 답에 말끝을 흐리며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종이 뭉치를 꺼내 수혁에게 내밀었다.
“수행하시고 싶으신 의뢰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승급 의뢰들이 적혀 있는 종이였다. 수혁은 NPC의 말에 종이를 넘기며 의뢰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음?’
종이를 넘기며 어떤 의뢰가 가장 빨리 끝날까 확인하던 수혁은 움직임을 멈췄다.
-연금술사 코라의 준비물!
‘코라?’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수혁은 어디서 ‘코라’라는 단어를 보았나 곰곰이 생각했다.
‘아!’
그리고 이내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으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69.
<특수 퀘스트 - 강인한 체력>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그러면 강인한 체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철 허수아비 파괴 : 50 / 50]
[미친 연금술사 코라의 특제 포션 복용 : 0 / 2]
퀘스트 보상 : 체력 스텟 강화
코라라는 단어가 익숙했던 이유, 그것은 바로 퀘스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빨간 책을 읽어 생성된 특수 퀘스트 ‘강인한 체력’의 완료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코라와 관련이 있었다.
‘이 코라인가?’
혹시 퀘스트의 코라가 의뢰 목록에 나와 있는 코라와 동일 인물일까?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NPC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