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제61화
아공간에 도착과 동시에 수혁은 오른쪽 통로를 통해 워프 마법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통해 마탑으로 이동했다.
‘다시 돌아올 줄이야.’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증표를 맡기고 책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원래 오늘은 헤르딘에서 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이 틀어졌다.
‘후…….’
그때의 일이 떠오르니 절로 기분이 처졌다. 수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책장에서 책을 꺼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여행이 끝나는 대로…….’
책상으로 돌아온 수혁은 책을 펼치며 생각했다.
‘진짜 악마가 뭔지 보여주겠어.’
생각을 마친 수혁은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수혁?”
라이노가 반문했다.
“예. 아십니까?”
하기스는 라이노의 반문에 답했다. 혹시나 수혁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 처음 듣는 자군.”
“그렇군요.”
“흐음, 왜 찾는지 알려 줄 수 있나?”
라이노가 침음을 내뱉으며 물었다. 독의 마탑 소속 마법사라는 수혁. 수혁을 왜 찾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 그것이…….”
하기스는 라이노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사실대로 알려 줘도 되나?’
악마 길드와 라이노의 관계는 돈독하다. 하지만 수혁이 어떤 자인지 아직 모른다. 라이노가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한 다리 건너 알고 있는 사이면…….’
그러나 다리 하나 건너 돈독한 사이일 수 있다. 만약 그런 사이라면 사실대로 말할 경우 꽤나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아니지, 이 녀석 인성이라면.’
라이노의 인성을 떠올린 하기스는 고민을 끝냈다. 한 다리 건너 알고 있다고 해서 돈을 포기할 자가 아니다.
‘거기다 이유도 합당하고.’
이유 역시 라이노가 듣기에는 합당할 것이었다.
“저희 길드원이 공격을 당했습니다. 무려 셋이나.”
“……!”
하기스의 말에 라이노는 조금 놀랐다.
“그럼…… 복수를 위해서인가?”
그리고 조심스레 하기스에게 물었다.
“일단 사과를 받을 생각이지만…….”
하기스는 라이노의 물음에 답했다.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그럴 생각입니다.”
솔직히 사과를 받을 생각은 없다. 사과를 한다고 해도 죽일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해줄 필요는 없었다.
“흐음.”
하기스의 답에 라이노는 침음을 내뱉었다.
“…….”
“…….”
그리고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하기스는 생각에 잠겨 있는 라이노를 보았다. 이내 라이노가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알겠네. 한번 알아봐 주도록 하지. 다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네.”
“감사합니다.”
라이노의 답에 하기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 인벤토리를 열어 각종 보석이 담겨 있는 주머니를 꺼냈다.
“바알 길드장이 전해드리라 했습니다.”
주머니를 꺼낸 하기스는 라이노에게 주머니를 내밀며 말했다.
“…….”
라이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빛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탐욕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머니 속 내용물을 확인한 라이노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라이노는 고개를 들어 하기스에게 말했다.
“내일 오게. 내일까지 알아봐 주지.”
시간이 단축됐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하기스는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오늘도 근데 그 녀석들 있으면 어떻게 하지?”
“그러게.”
지성과 지수의 말에 수혁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먼저 확인해 볼게요.”
어제처럼 PK가 일어나고 있다면? 또 PK에 휘말릴 수 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아공간으로.”
도서관에서 로그아웃을 했던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하자마자 수혁은 오른쪽 통로를 따라 워프 마법진으로 향했다. 헤르딘의 워프 게이트를 이용한 수혁은 이제 워프 마법진으로 헤르딘에 갈 수 있었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헤르딘으로 워프했다.
웅성웅성
“살려주세요!”
“악!”
헤르딘에 도착과 동시에 들려오는 외침들.
“…….”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새끼들이.’
혹시나 하고 와 본 것인데 진짜 PK가 일어나고 있었다. 수혁은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세 사내를 보았다. 어제 죽였던 로켄, 헤이든, 만다라였다.
‘페널티 끝나자마자 이딴 짓을?’
사망 페널티로 인해 셋은 24시간 접속 제한이었다. 그런데 페널티가 끝나자마자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정신을 못 차렸나.’
아무래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았다.
“뭐, 뭐야! 당신들!”
“이러고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학살.
‘저 새끼들을 지금 죽여야 하나.’
학살을 보며 수혁은 고민했다.
‘지금 죽이면 길드원들이 올 거 같은데.’
당장 죽이고 싶었고 죽일 능력도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악마 길드원들이었다.
‘여행만 아니었어도.’
여행이 아니었다면 당장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가족 여행이 있었다. 만약 지금 셋을 죽인다면 악마 길드원들이 돌아다닐 것이고 제대로 된 여행을 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지켜만 보자니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근데 왜 저 셋만 움직이는 거야? 근처에 있는 악마 길드원들은 왜 안 움직이지?”
“누굴 찾는 것 같은데?”
바로 그때였다.
‘……음?’
고민을 하고 있던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유저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어제 그 유저 찾는 거 아냐?”
“아, 그 수혁이라는 유저?”
‘……!’
그리고 유저들의 대화를 들은 수혁은 주변을 확인했다. 악마 길드의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가 여럿 보이고 있었다.
62.
‘대기를 타고 있을 줄이야.’
대기를 타는 악마 길드원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대기를 타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만에 하나 셋을 죽였다면?
‘힘들어졌겠지.’
대기하고 있던 악마 길드원들이 등장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지?’
수혁은 착용하고 있던 독의 마탑 로브를 인벤토리에 넣고 고민했다. 지금도 로켄, 만다라, 헤이든은 학살을 하고 있었다. 셋을 죽이자니 오늘 있을 가족 여행이 걸렸고 가만히 있자니 마음이 찝찝했다.
‘그래.’
얼마 뒤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이런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야.’
서로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게 아니다. 일방적인 학살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이해해 주시겠지.’
만에 하나 여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모님은 오히려 잘했다고 말을 해 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거리를 좁혔다.
바로 그때였다.
“이 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지?’
멀리서 여러 유저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유저라고 확신한 건 머리 위에 있는 길드 마크 때문이었다.
“고독 길드다!”
“고독 길드네!”
수혁은 주변에 있는 유저들의 외침에 달려오는 유저들이 고독 길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시에서 이런 행패를 부려?”
“겁대가리 없이!”
도착과 동시에 고독 길드원들이 로켄과 만다라, 헤이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수혁은 잠시 상황을 주시했다.
“이런 제길!”
“너희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볍게 유저들을 학살하던 로켄, 만다라, 헤이든은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로켄의 몸에 검은빛이 나타났다. 죽은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
“뭐가?”
“어색한 느낌이 들어.”
“보기 힘든 장면이라 그런 거 아닐까?”
고독 길드원들과 로켄, 만다라, 헤이든의 전투를 지켜보던 유저들이 대화를 나눴다. 상황을 주시하며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생각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수혁 역시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왜 어색하지?’
전투도 그렇고 뭔가 어색했다.
“쫓아!”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수혁은 어색했던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왜 공격을 안 하는 거야?’
충분히 공격이 가능한 거리였다. 그런데 공격을 하지 않았다. 고독 길드원들은 그저 도망을 치는 만다라와 헤이든의 뒤를 쫓을 뿐이었다. 마치 연기,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 근데 악마 길드 놈들 다 어디 갔냐?”
“어? 그러게? 근처에 있었잖아.”
“그 녀석들이 다 달려들면 저렇게 당하진 않았을 텐데.”
“그러니까. 갑자기 다 어디간 거야?”
“쫄아서 도망갔나?”
“하긴 고독 길드장이 독고 길드 출신인데 건들긴 좀 그렇겠지.”
유저들의 대화에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 갔지?’
방금 전까지 주변에는 악마 길드원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도대체 어딜 간 것일까?
‘이렇게 되면…….’
수혁은 도망치는 두 사내, 만다라와 헤이든을 보았다.
‘죽여도 큰 문제는 없겠네.’
고독 길드원들이 나타나며 처음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수혁은 플레임을 시전했다. 시전 대상은 만다라가 아닌 헤이든이었다. 만다라와 달리 헤이든은 수혁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저 ‘헤이든’을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헤이든’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유저 ‘헤이든’의 파티원들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플레임이 시전 되었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얼마 뒤 도망을 치던 헤이든이 쓰러지며 검은빛이 나타났다.
“수혁, 이 개새끼가!”
헤이든이 쓰러지자 함께 도망을 치던 만다라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어디 있어! 어디 있냐고!”
수혁은 만다라의 외침을 들으며 고독 길드원들을 보았다.
‘……?’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당황해?’
고독 길드원들이 당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황은 만다라가 해야지 왜 고독 길드원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당황해하는 고독 길드원들.
‘진짜 짜고 치는 건가?’
당장 잡아야 할 텐데 당황하며 머뭇거리는 걸 보니 왠지 짜고 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수혁을 찾지 못한 만다라는 욕과 함께 다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고독 길드원들도 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보고 수혁은 생각했다.
‘설마 이 학살을 고독 길드에서 의뢰한 건가?’
악마 길드가 또라이들의 집단이지만 무작정 학살을 벌일 정도는 아니었다. 분명 이번 학살도 누군가의 의뢰일 것이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의뢰를 한 게 고독 길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만약 수혁의 생각대로 고독 길드가 의뢰를 한 것이라면? 도대체 얻는 게 무엇일까?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인지도를 올리려고?’
학살을 의뢰하고 그 학살을 막는다? 인지도야 오를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아니야, 인지도는 충분하잖아.’
고독 길드는 독고 길드에서 나온 이들이 만든 길드였다. 주변 유저들도 고독 길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인지도는 이미 충분했다. 오히려 이번 의뢰는 알려진다면 인지도를 깎을 일이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