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제60화
-김우혁 (만다라) : 그럼 그 새끼 고독 길드 아닌 거네?
-차주윤 (헤이든) : 고독 길드? 아니야, 길드 없었어. 마크 안 보였음.
-김우혁 (만다라) : 헐, 그럼 개인? 혼자 움직이는 녀석이라고?
-차주윤 (헤이든) : 어, 그런 듯.
-김우혁 (만다라) : 근데 이름을 처음 듣는데? 너는 들어 봤냐?
-차주윤 (헤이든) : 유명 랭커는 아닌 것 같아. 처음 들어 봐.
-김우혁 (만다라) : 그럼 비공식 랭커인가?
-차주윤 (헤이든) : 그런 거 같은데?
-김우혁 (만다라) : 아니, 근데 그 정도면 우리 길드 알 텐데? 우리 길드가 그렇게 안 유명한가?
-차주윤 (헤이든) : 알고 건드린 거면 더 무서운 거 아니냐?
바로 그때였다.
-양명수 (로켄) : 슈벌탱. 나도 뒤짐.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양명수가 등장했다.
-김우혁 (만다라) : 헐. 너도 죽었냐?
-양명수 (로켄) : 어. 완전 대화가 안 통해. 대화할 생각이 없나 봐.
-양명수 (로켄) : 케팜한테 뭐라고 말하지? 지금 난리났을 텐데.
-양명수 (로켄) : 하, 젠장.
-차주윤 (헤이든) : 길드에 보고할 거냐?
-양명수 (로켄) : 내가 안해도 케팜이 할걸?
-김우혁 (만다라) : 또 깨지겠네 ㅋㅋ
-양명수 (로켄) : 야, 벌써 연락왔다. 잠시만.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채팅창에는 정적이 흘렀다. 김우혁은 채팅창을 내리고 다시 홈페이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채팅창 아이콘이 반짝였고 김우혁은 바로 채팅창을 확인했다.
-양명수 (로켄) : 아…… 미치겠다.
-차주윤 (헤이든) : 왜?
-김우혁 (만다라) : 의뢰비 내놓으래?
-양명수 (로켄) : 아니, 일단 우리 페널티 끝나는 대로 다시 의뢰 수행하래. 그리고 우리 죽인 그 새끼는 길드에서 찾아 처리하겠다는데?
-김우혁 (만다라) : 이야, 역시 길마 화끈하네.
-차주윤 (헤이든) : 근데 우리 그냥 압살당한 거 보면 랭커급이잖아.
-김우혁 (만다라) : 랭커든 아니든 혼자잖아. 다굴에 장사 없지. 암.
-차주윤 (헤이든) : 그건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찾는데? 길드도 없잖아.
-김우혁 (만다라) : 뭐, 또 애들 풀어서 발품 뛰겠지.
-양명수 (로켄) : 그게 우리 길드 장점 아니겠냐? 미친 짓인 걸 알면서도 하는 거.
* * *
“죄송해요. 제가 조금 더 일찍 도착했어야 했는데.”
수혁이 말했다.
“아니야, 네가 왜 죄송해?”
“맞아, 그 녀석들이 나쁜 거지!”
지성과 지수는 수혁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수혁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방으로 들어왔다.
‘이 새끼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 번 죽인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왜 그딴 짓을 한 거지?’
도대체 왜 그런 학살을 한 것일까? 그것도 초보자들만?
‘재미로?’
설마 재미로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죽인다는 그런 쾌감을 위해? 수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아직 접속 시간이 아니니까.’
그리고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받았다!
얼마 뒤 연중이 전화를 받았다.
“연중아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수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악마 길드라고 아냐?”
-악마 길드? 한 곳 알고 있기는 한데.
“머리에 뿔 3개가 달린 악마가 길드 마크인 곳.”
-어, 그래! 그 마크를 가지고 있는 악마 길드는 알고 있지. 근데 왜?
“어떤 길드야?”
-응? 어떤 길드냐니?
“실은…….”
수혁은 방금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연중에게 말해주었다.
-뭐? 미친 새끼들이 진짜.
모든 이야기를 들은 연중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더러워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거 이번에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네. 수혁아 일단 너 빨리 길드 가입해야겠다.
“응?”
연중의 말에 수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할 예정이긴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왜 길드 가입 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 그 새끼들 죽였다고 했지?
“그렇지.”
죽였다. 단숨에 죽였다.
-악마 길드 새끼들이 웃긴 게. 길드원이 잘못을 해도 만에 하나 해를 입으면 해를 입힌 유저를 척살해. 아마 너도 척살하려고 할 거야.
“뭐? 사과가 아니라 척살? 무슨 그딴 길드가.”
사과를 받으려고 악마 길드에 대해 물어 본 것이었다. 그런데 척살이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우리 길드가 그래도 꽤 이름이 있는 길드거든. 아마 우리 길드 마크 달게 되면 녀석들도 함부로 못 건들 거야.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연중이 길드 가입을 말한 이유를 깨달았다.
‘하지만…….’
그러나 곧 떠오른 생각에 수혁은 입을 열었다.
‘그 개새끼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는데.’
부모님의 시체를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말 최악이었다.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연중아. 미안하다. 지금 가입은 안 될 것 같아.”
-뭐? 왜?
“민폐 끼칠 것 같아서.”
-……너 무슨 생각이야?
“딱히 생각한 건 없어.”
연중의 말에 답하며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근데 악마 길드 길드 하우스 어디에 있는지 알아?”
싸늘함이 가득한 미소였다.
61.
* * *
-알려 줘서 고맙다.
“야, 진짜 아니야! 그거 오바라니까! 너 혼자 길드 하나를 전부 상대한다고? 아무리 게릴라라고 해도 불가능하다니까?”
-내가 죽인 새끼들 꽤 강한 축에 속한다며? 그러면 다른 애들도 쉽게 죽일 수 있겠지.
“아니, 물량에는 장사가 없잖아.”
-마법 많다. 그리고 내가 당장 쳐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 계획이 있어.
“생각해둔 거 없다며!”
-지금 막 생각했지.
“…….”
수혁의 말에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끊는다.
이내 수혁이 통화를 끝냈다.
“미치겠네…….”
연중은 통화가 끝나고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악마 길드 새끼들이 개 같긴 해도 얕볼 녀석들은 아닌데…….”
강하진 않지만 얕볼 정도는 아니다.
“근데 이 녀석 많이 화난 것 같은데.”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한 게 아니라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목소리와 분위기 그리고 상황을 보면 화가 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때처럼 화난 거면…….”
십수 년을 알고 지냈지만 연중은 수혁의 화난 상태를 몇 번 보지 못했다. 그러나 수혁이 화났을 때 어떤지는 그 몇 번으로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악마 길드를 걱정해야 되나?”
* * *
악마 길드의 길드 하우스.
“캐릭터명은 수혁이고. 독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다라…….”
하기스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었다.
“그럼 마법사라는 건데 그 셋이 마법사한테 당했다는 거야?”
그리고 반대편에 앉아 있는 길드 마스터 바알에게 물었다.
“응.”
바알은 하기스의 물음에 답하고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 조합이면 마법사한테 안 죽어야 정상 아닌가? 만다라 새끼는 뭐했는데? 마법사 킬러라는 새끼가 진짜.”
책에 집중하는 바알을 보며 하기스가 이어 말했다.
“기습당해서 제일 먼저 죽었대.”
하기스의 말에 바알은 여전히 책에 집중하며 답했다.
“두 방에 죽었다는 걸 보니 보통은 아닐 거야.”
“두 방? 만다라가?”
“어.”
“헐.”
바알의 말에 하기스는 탄성을 내뱉었다.
“라이노한테 물어봐.”
하기스의 탄성에 바알이 이어 말했다. 라이노, 독의 마탑 마법사였다. 물론 평범한 위치의 마법사는 아니었다. 하드락에 있는 독의 마탑 지부의 지부장이었다.
“그동안 먹인 게 있으니 아주 잘 대답해 줄 거야.”
악마 길드에서는 라이노에게 여태껏 많은 선물을 주었고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녀석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독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었다는 수혁. 그 말은 수혁이 독의 마탑 소속이라는 뜻이다. 라이노에게 묻는다면 수혁에 대한 정보를 줄 것이다.
“오케이! 그리고 헤르딘에도 애들 보낸다?”
“어.”
* * *
연중과 통화를 마친 수혁은 중얼거렸다.
“하드락이라…….”
용병왕 하드락이 만든 도시 국가 하드락. 악마 길드의 거점은 하드락에 있었다. 수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악마 길드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수혁은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악마 길드에 대해 검색했다. 연중의 말대로 꽤나 유명한 길드였다.
“……이거 또라이 집단이네?”
악마 길드에 대한 글을 둘러보던 수혁이 중얼거렸다. 악마 길드는 연중이 말했던 것보다 상상 이상의 또라이 집단이었다.
“수배령이 내려져야 가입이 가능해?”
수혁이 가장 크게 당황한 것은 길드 가입 조건이었다. 수배령, 범죄자 수치가 어지간히 높지 않고서야 내려지지 않는다는 수배령이 내려져야 길드에 가입할 수 있었다.
“적도 많고.”
아무래도 범죄자 집단이라 그런지 적도 많았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대륙 전역에 두루두루 있었다.
“근데 왜 유지가 되는 거야?”
어째서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
조금 더 검색을 해 본 수혁은 악마 길드가 유지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었다.
첫째, 길드원들은 수배령이 내려진 곳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둘째, 길드원이 해를 당할 경우 해를 입힌 자들을 최소 5번은 죽인다. 모든 길드원들이 힘을 합쳐.
“이래서 더럽다고 한 건가.”
연중에게 들었을 때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척살을 당한 유저들의 글을 보니 크게 와 닿았다.
“흐음.”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캡슐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날 어떻게 찾으려나.’
악마 길드에서는 수혁을 척살하려 할 것이다.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악마 길드에서 아는 것은 수혁의 캐릭터명과 외모뿐이었다. 문제는 캐릭터명은 중복될 수 있으며 외모야 장비 착용 등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냥 죽치고 돌아다니려나?’
혹시나 사건이 터졌던 헤르딘을 이 잡듯이 돌아다닐까?
‘어찌 됐든.’
악마 길드에서 어떤 방법으로 찾든 상관없다.
‘척살하려는 건 변함없으니까.’
중요한 건 수혁을 척살하려 한다는 것이다.
‘새끼들이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사과를 해도 화가 가라앉지 않을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척살이라니?
‘확실히 레벨 올리길 잘했어.’
이런 상황에 힘이 없었다면 정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수혁은 힘이 있는 상황이었다. 부모님을 죽였던 세 사내도 단숨에 죽이지 않았던가?
판게아에 접속한 수혁은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체는 당연히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이들 역시 별일 없었다는 듯 오가고 있었다. 1시간 전과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였다.
분위기를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다니는 이들의 머리 위를 확인했다. 길드 마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안 보이네.’
악마 길드의 길드 마크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얼마나 됐다고.’
하기야 시간이 많이 흐른 것도 아니고 셋을 죽인 지 고작 1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