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
제53화
수혁은 스크롤을 내려 또 다른 퀘스트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트롤의 재생>
트롤을 죽여 피를 구하라!
[트롤 : 4000 / 4000]
[트롤의 피 : 391 / 500]
퀘스트 보상 : 스킬 – 트롤의 피가 흐른다
완료를 코앞에 두고 있는 특수 퀘스트 ‘트롤의 재생’이었다. 이미 첫 번째 조건인 트롤 4000마리 사냥은 충족했다. 남은 것은 두 번째 완료 조건 트롤의 피였다.
‘사 버릴까?’
물론 트롤의 피 역시 충족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사냥을 통해 수혁은 많은 골드를 모았고 트롤의 피 109개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야, 일단 1만 마리까지는.’
완료할 수 있음에도 수혁이 완료하지 않는 이유. 그 이유는 바로 아직 트롤 1만 마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트롤을 더 잡아야 한다. 트롤의 피가 더 드랍 될 것인데 굳이 트롤의 피를 사서 완료할 필요가 없었다.
‘오늘이면 잡겠지.’
오늘이면 1만 마리를 달성한다. 1만 마리를 잡고 난 뒤에 수혁은 당분간 사냥을 접을 생각이었다.
즉, 오늘 드랍 되는 트롤의 피가 몇 개인지에 따라 구매할 트롤의 피가 결정될 것이고 퀘스트가 완료될 것이다.
‘잡고, 당분간 책에 집중하자.’
그렇게 향후 계획을 생각하며 불렘 산맥에 도착한 수혁은 트롤을 찾아 움직였다.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수혁은 트롤을 만나는 족족 죽였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트롤 1만 마리를 죽이셨습니다.]
[칭호 : 트롤의 원수를 획득합니다.]
드디어 목표를 달성했다.
‘역시 도란 님 예상대로 칭호 주는구나?’
거기다 도란의 예상대로 칭호 역시 획득할 수 있었다. 수혁은 칭호를 확인하기 위해 캐릭터 창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 칭호 창을 열며 스텟을 확인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02
경험치 : 62%
생명력 : 28500
마나 : 40800
포만감 : 62%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554 (+10)
지혜 : 2040 (+10)
‘헐.’
칭호 창을 연 수혁은 칭호 창에 시선을 줄 수 없었다. 수혁의 시선은 체력에 가 있었다.
‘100이 올랐다고?’
칭호를 얻기 전 체력은 분명 454였다. 그런데 지금은 554가 되어 있었다. 설마 칭호로 100이나 상승한 것일까? 수혁은 시선을 돌려 칭호 창을 확인했다.
-트롤의 원수 (체력 +100)
칭호를 본 수혁은 생각했다.
‘대박이네.’
대박이었다. 1000마리를 잡았을 때 획득한 칭호 ‘트롤 학살자’의 경우 체력 10을 올려주었고 5000마리를 잡았을 때 획득한 칭호 ‘트롤을 증오하는 자’는 30을 올려주었다. 그래서 1만 마리를 잡았을 때 칭호를 받는다면 30을 생각했다. 그런데 100이라니?
‘알려드려야겠지?’
도란 덕분에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칭호였다. 도란에게는 알려 주어야 했다. 수혁은 도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친구 창을 열었다.
바로 그때였다.
54.
쾅!
폭음과 함께 땅울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경고!]
[트윈 헤드 트롤, 아르거가 등장합니다.]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메시지를 본 수혁은 10일 전 보았던 두 사내의 대화를 떠올렸다.
‘보스 몬스터 리젠이 오늘이었지?’
당시 두 사내가 말했다. 보스 몬스터인 트윈 헤드 트롤의 리젠 시간이 10일이라고. 10일 전에 잡았으니 오늘 리젠 되는 것이 맞았다.
‘어떻게 할까?’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또 올 것 같은데.’
두 사내는 이번 리젠 시간도 알고 있다. 아마 지금쯤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것이다. 아니, 이미 도착했을 수도 있다. 괜히 아르거를 잡았다가 시비가 붙는다면?
‘잠깐.’
고민을 하던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람들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하고 있지?’
생각해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트윈 헤드 트롤 아르거는 이곳의 보스 몬스터지 두 사내의 것이 아니다. 수혁이 잡는다고 해도 두 사내가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또라이가 그리 많을 리 없어.’
물론 두 사내의 생각이 보편적이지 않다면 시비를 걸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아딜로와 같은 정신이상자가 많을 리 없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아르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나무를 박살 내며 다가오는 아르거를 볼 수 있었다.
“파이어 스톰.”
수혁은 거리를 좁혀 오는 아르거를 보며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그리고 아르거가 도착한 순간 파이어 스톰이 나타났다.
-우어어!
-우어어어!
아르거의 두 머리는 전처럼 고통스런 포효를 내뱉었다.
“플레임,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 파이어 스피어.”
그리고 수혁은 그런 아르거에게 플레임을 시작으로 모든 마법을 쏟아냈다. 단숨에 잡아내기 위해서였다.
“불놀이.”
마지막으로 불놀이를 시전했을 때 왼쪽 머리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머리도 눈을 감았다.
[트윈 헤드 트롤, 아르거가 죽음을 맞습니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많이 빨라졌네, 크게 스펙이 오른 것도 아닌데…….’
10일 전 수혁의 스펙과 지금 수혁의 스펙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지혜가 올랐지만 많이 오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 10일 전과 비교해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숙련도 때문이겠지?’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지혜보다 숙련도 때문이 아닐까 수혁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와 비교해 각 스킬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했다. 초급이었던 스킬 숙련도가 대부분 중급으로 올라 파괴력이 대폭 강해진 상황.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트윈 헤드 트롤의 가죽
-트윈 헤드 트롤의 머리
-트윈 헤드 트롤의 힘줄
-트윈 헤드 트롤의 피
‘응? 또 나왔네?’
드랍 아이템을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스 몬스터라 고정적으로 주는 건가?’
드랍률이 낮은 피가 또 나왔다. 아무래도 일반 몬스터가 아닌 보스 몬스터로 나와 고정적으로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 아이템을 전부 습득했다.
“아, 시발!”
“헐, 뭐야!”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멀찍이서 들려오는 목소리. 수혁은 일단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새꺄, 또 잡혔잖아!”
“아니, 이게…….”
“이 새끼 진짜 빨리빨리 가자니까.”
“미안…….”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10일 전의 두 사내였다.
“하, 어떤 길드지? 반감 가지고 있는 길드가 한 짓이 분명한데.”
“반감 갖고 있는 길드가 한둘이냐.”
“닥치라고.”
“응…….”
두 사내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전처럼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아르거를 잡고 있는 중도 아니었고 이미 아르거를 잡았다. 거기다 목표했던 트롤 1만 마리도 잡았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고 곧 복구되었다.
“…….”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전방에 있는 9개의 문을 보았다. 잠시 문을 바라보던 수혁은 이내 오른쪽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80개만 사면 되네?’
현재 인벤토리에는 트롤의 피 420개가 있었다. 80개만 더 있으면 500개가 되고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
‘사야겠다.’
수혁은 트롤의 피를 구매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인벤토리를 닫았다.
‘아, 맞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친구 창을 열었다.
‘접속해 계시네.’
도란의 상태를 확인한 수혁은 친구 창을 닫고 도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 *
-도란 : 헐, 감사합니다!
-수혁 : 즐판하세요~
수혁과의 귓속말을 마친 도란은 옆에서 같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파비에게 말했다.
“야, 대박이다.”
“뭐가?”
“체력 100 올려 주는 칭호!”
“……뭐?”
파비는 도란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체력 100?”
반문한 이유, 그것은 바로 도란의 말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체력 100을 올려주는 칭호라니? 아이템이라면 모를까 칭호가 체력 100을 올려준다는 것을 파비는 믿을 수 없었다.
“지랄.”
“야, 진짜라니까?”
이미 파비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던 도란이었다.
“칭호가 무슨 체력을 100이나 올려줘.”
“리얼! 지금 아는 분한테 연락 왔다니까?”
도란의 반응에 파비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도란을 쳐다보며 말했다.
“……누구한테?”
“연중 님 친구 분!”
“아, 그때 그 오크 사냥하다 만났다는?”
“어, 지금 1만 마리 잡으셔서 칭호를 얻었는데 체력 100 올려 준다고 하시더라.”
“…….”
도란의 말에 파비가 미간을 찌푸렸다.
“1만 마리?”
그리고 물었다.
“어! 대박이지 않냐? 틈날 때마다 가서 잡아야겠어. 체력 100이면…….”
답을 한 뒤 말끝을 흐리며 도란은 활짝 웃었다.
“아, 맞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파비에게 물었다.
“독고 길드 사건 어떻게 됐는지 알아?”
“연중 님 사건?”
“어, 말씀이 없으신 걸 보니 잘 해결된 것 같긴 한데…….”
일이 틀어지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도란 역시 독고 길드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을 보아 일이 잘 끝난 것 같았다.
“케팜 새끼 강퇴하는 걸로 끝냈어.”
“엥? 커맨더 그 새끼는? 그 새끼가 PK 하면서 생긴 일이잖아.”
“커맨더 그 새끼 햇별 파벌 2인자잖아. 햇별 새끼가 커맨더를 버리겠냐? 그냥 케팜 버리는 걸로 선을 그은 거지 뭐.”
일의 주범은 따로 있었다. 바로 커맨더. 그러나 커맨더는 독고의 다섯 파벌 중 하나인 햇별 파벌의 2인자였다. 2인자인 커맨더 대신 케팜이 징계를 받은 것 같았다.
“케팜은? 그 새끼 성격도 개차반이잖아. 가만히 강퇴 당한 거야?”
도란이 물었다. 케팜 역시 성격이 안 좋기로 유명했고 직접 겪어 소문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는 도란이었다. 개차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케팜이 가만히 강퇴를 당했을까?
“모르겠어. 무슨 뒷거래가 있었을 것 같은데.”
파비는 도란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뒷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일단 헤르딘에 새로운 길드 만들었다고 하더라.”
“해변 도시?”
“어.”
* * *
“안녕히 가십쇼!”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수혁은 코르세의 인사에 답하며 대지의 마탑에서 나왔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특수 퀘스트 – 트롤의 재생>
트롤을 죽여 피를 구하라!
[트롤 : 4000 / 4000]
[트롤의 피 : 500 / 500]
퀘스트 보상 : 스킬 – 트롤의 피가 흐른다
잡템을 판매한 뒤 부족한 트롤의 피 80개를 구매했다. 그로 인해 현재 수혁은 퀘스트 완료 조건을 전부 충족한 상황이었다.
‘무슨 스킬이려나.’
퀘스트 보상인 스킬 ‘트롤의 피가 흐른다’.
‘회복력 관련 스킬이려나?’
어떤 스킬일지 기대가 됐다. 수혁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퀘스트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