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
제52화
‘잠깐.’
바로 그때였다.
‘설마…….’
문득 떠오른 생각.
‘궁합을 이용해야 되는 건가?’
속성마다 궁합이 있다. 불과 바람이 상생의 속성이듯 불에 약한 속성도 있다. 혹시나 그 궁합을 이용해야 되는 게 아닐까?
‘불에 약한 게…….’
수혁은 불에 약한 속성이 무엇인지 떠올렸다. 그리고 불에 약한 속성이 무엇인지 떠올린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독밖에 없는데?’
53.
독, 불에 약한 속성은 독뿐이었다.
‘독은 좀 그런데…….’
파비앙에게 마법을 배우기로 되어 있었다. 독의 문을 개방하기에는 무언가 아까웠다.
‘포션 사고 도전해 보자.’
포션이 부족해 죽었다. 포션이 많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수혁은 포션을 넉넉히 구비해 다시 도전하기로 결정하고 책장으로 향했다.
* * *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수혁은 인벤토리에 자리 잡은 포션 100개를 보며 생각했다.
‘어제 20개로 50%를 갔으니까.’
어제 바람의 골렘을 상대할 때 20개의 포션으로 반을 갔다. 그 5배인 100개가 있으니 골렘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독도 복용했고.’
물론 확실한 건 아니었기에 수혁은 독의 마탑에 들러 독을 복용했다. 혹시나 또 죽을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해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바람의 문으로 다가갔다.
‘아, 맞다.’
바람의 문 앞에 도착한 수혁은 옆에 있던 대지의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지의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대지의 문을 개방하시겠습니까?]
‘다른 문도 되네.’
개방 실패 시 다른 문으로 선택을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확인을 마친 수혁은 창을 닫고 바람의 문으로 손을 뻗었다.
[바람의 문을 개방하시겠습니까?]
창이 나타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수혁은 확인을 눌렀다.
[바람의 문을 개방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개방된 문의 수 : 1]
[바람의 골렘이 소환됩니다.]
[바람의 골렘을 처치하십시오.]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뒤로 돌아섰다.
스아악
어제와 마찬가지로 공동 중앙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서서히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험을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진이 사라졌고 골렘이 말했다. 하지만 골렘은 전처럼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매직 미사일.”
수혁이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디스펠
골렘은 말을 멈추고 디스펠을 사용했다.
‘역시.’
이미 디스펠을 사용할 것이라 예상했던 수혁이었다.
“파이어 스톰.”
수혁은 곧장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5초의 시전 시간이 필요한 파이어 스톰. 캐스팅 바가 나타났고 수혁은 캐스팅 바를 보며 생각했다.
‘애매하려나?’
어제는 매직 미사일의 특수 효과인 기절이 터져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골렘은 기절 상태가 아니었다.
쿵! 쿵!
골렘이 달려오기 시작했고 수혁은 캐스팅 바와 골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골렘이 도착했을 때 캐스팅 바가 사라졌다. 수혁은 전방에 나타난 불의 회오리를 보며 몸을 날렸다.
쾅!
수혁이 사라진 자리에 골렘의 주먹이 작렬했다.
“플레임.”
이제 시전 시간이 필요한 마법은 없다. 수혁은 계속해서 골렘에게 마법을 시전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스아악
수혁은 피하고 골렘은 쫓고. 그렇게 전투를 이어가던 중 골렘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바람의 골렘의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바람의 골렘이 1차 각성을 시작합니다.]
1차 각성의 시작이었다.
‘벌써?’
메시지를 본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직 10개밖에 안 썼는데?’
어제는 1차 각성까지 포션 20개를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절반인 10개를 사용한 상황이었다.
‘눈에 익어서 그런가?’
어제의 싸움으로 골렘의 공격 패턴이 눈에 익어 공격을 어느 정도 잘 피했다. 아마도 그 때문에 포션을 덜 쓴 것 같았다.
‘기회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포션을 덜 썼다는 점이 아니다. 1차 각성이 끝나고 5초 동안 골렘은 움직이지 않는다.
“파이어 스톰.”
수혁은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그리고 캐스팅 바가 절반 정도 찼을 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1차 각성이 끝났습니다.]
1차 각성이 끝났다는 메시지였다.
-5
어제와 마찬가지로 1차 각성이 끝나자 골렘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4
골렘이 4를 세었을 때 캐스팅 바가 사라졌다.
-3
그리고 이어 골렘이 3을 세었을 때.
화르륵!
파이어 스톰이 등장했다. 등장과 동시에 파이어 스톰은 골렘을 집어 삼켰다.
-2
하지만 골렘은 파이어 스톰 안에서도 숫자 세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수혁은 침을 꼴깍 삼키며 언제든지 몸을 날릴 준비를 마치고 골렘을 주시했다.
-1
골렘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바람
그리고 위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혁은 위를 쳐다보지도 않고 재빨리 앞으로 몸을 날렸다.
쾅!
완전히 피할 수는 없던 것일까? 골렘이 떨어지고 후폭풍에 수혁은 어제처럼 날아갔다.
‘좋았어.’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제보다 대미지를 덜 입었다는 점이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벽에 부딪혀 땅에 떨어진 수혁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포션을 복용했다.
-5
그리고 다시 수를 세기 시작하는 골렘을 보며 표정을 구겼다.
‘뭐야, 설마 계속 이런 공격을 하는 거야?’
설마 이런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일까?
“매직 미사일.”
포션을 복용해 생명력을 가득 채운 수혁은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매직 미사일이 작렬했지만 특수 효과가 터지진 않았는지 골렘은 계속해서 수를 세었고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바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은 다시 한 번 몸을 날렸다.
쾅!
이번 역시 완벽히 피할 수는 없었고 후폭풍에 휘말린 수혁은 날아갔다. 그렇게 포션을 복용해 생명력을 채우고, 마법을 날려 골렘을 공격하고, 골렘의 공격이 만들어 낸 후폭풍에 다시 날아가고, 포션을 복용해 생명력을 채우고. 반복적인 전투를 하며 수혁은 생각했다.
‘2차 각성은 없는 건가?’
1차 각성이었기에 2차 각성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수없이 이어진 공격에도 2차 각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포션도 40개밖에 안 남았는데…….’
후폭풍 한 번에 포션 2개에서 3개를 복용했다. 남은 포션은 40개가량.
“매직 미사일!”
수혁은 골렘에게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5
쾅!
수를 세고 있던 골렘에게 매직 미사일이 작렬했다.
‘터졌나?’
매직 미사일이 작렬한 후 골렘은 수를 세지 않았다. 혹시나 기절이 터진 게 아닐까 생각하던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바람의 골렘의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바람의 골렘이 2차 각성을 시작합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당황했다.
‘50%? 무슨 개소리야, 아까도 50%였잖아.’
수혁이 당황한 이유, 그것은 바로 생명력 때문이었다. 50%, 분명 1차 각성을 할 때에도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졌었다. 그런데 왜 지금도 50%라 쓰여 있는 것일까?
‘설마 각성할 때마다 풀피가 되는 건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이를 악물었다.
‘풀피 된다고 알려 주든가.’
아무래도 각성을 하면 다시 생명력이 100%가 되는 것 같았다.
‘하…….’
수혁은 한숨을 내뱉으며 골렘을 보았다.
[2차 각성이 끝났습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3
그리고 골렘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1차 각성 때와 달리 5가 아니라 3부터 시작되었다.
-2
수혁은 골렘을 주시했다.
-1
이내 골렘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바람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혁은 당황했다.
‘뭐야?’
1차 각성 때와 다를 것 없었다. 아니,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왜 이렇게 빨라!’
속도, 속도가 1차 각성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쾅!
결국 수혁은 피하지 못했다.
[바람의 골렘에게 사망했습니다.]
[바람의 문 개방에 실패하셨습니다.]
[사망 페널티 중 접속 제한 페널티만 받습니다.]
[바람의 문이 닫힙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침묵했다.
‘이게 무슨…….’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걸 깨라고 만든 거야?’
생명력이 낮은 것도 아닌데 한 방에 죽었다. 직격 당했다고 하지만 2만이 넘는 생명력이 단숨에 빠지다니? 깨라고 만든 게 아닌 것 같았다.
‘못 깨는 거잖아.’
포션이 있어도 깰 수 없다. 쓸 틈이 없는데 포션이 있어 봤자였다.
‘진짜 궁합을 이용해야 되나?’
아무래도 궁합을 이용해야 될 것 같았다.
‘독이라…….’
문제는 궁합을 이용할 경우 개방해야 될 문이 독의 문이라는 점이었다. 파비앙에게 마법을 배우기로 되어 있는 상황에 독의 문을 개방하기는 상당히 아까웠다.
‘그냥 아낄까?’
바로 그때였다.
‘굳이 지금 깰 필요가 없잖아?’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100레벨에 두 번째 문을 개방을 할 수 있는 것이지 개방을 해야 되는 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개방하지 않아도 된다. 후에 레벨을 올리고 몰아서 개방을 해도 된다.
‘그래, 아끼자. 지금도 사냥은 충분하고.’
상위 지역으로 간다면 모를까 지금은 보유 중인 스킬로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으로 향하는 수혁의 표정에는 후련함이 가득했다.
* * *
‘아직도 개방 중이려나?’
업무를 보고 있던 양주혁은 문득 든 생각에 업무를 잠시 멈췄다.
“율아.”
“네.”
“아직도 개방 중이야?”
“……?”
양주혁의 물음에 장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마도사.”
“아! 아뇨. 6일 전, 두 번째 실패 후에 포기했는지 지금은 도서관, 독의 마탑, 사냥터만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뭐?”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더 시도를 안 했어?”
당연히 개방에 성공할 때까지 시도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도를 안 했다니?
“네.”
장율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무래도 나중에 깨려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6일이나 시도를 안 했다. 나중에 깨려고 마음먹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흐음…….”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너무 어려웠나?’
두 번 만에 포기를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나중에 개방 시도하면 알려 줘.”
생각을 마친 양주혁은 장율에게 말한 뒤 다시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내일 뵙겠습니다.”
수혁은 인사를 한 후 파비앙의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독의 마탑에서 나와 북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30일간의 여정>
독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당신. 파비앙은 당신의 면역력을 키워 줄 생각이다. 하루에 한 번 파비앙이 주는 독을 복용하라!
[파비앙의 특제 독 복용 : 20 / 30]
퀘스트 보상 : 칭호 – 독의 대가
‘앞으로 10일.’
어느덧 독을 복용한 지도 20일이 지났다. 앞으로 10일만 더 복용하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고 마법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