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제38화
앞서 잡은 3마리, 2마리가 끝이었는지 더 이상 늑대가 보이지 않았다. 왕늑대의 뒤쪽에는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앞쪽에는 없었다.
주변을 확인한 수혁은 왕늑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쿨타임도 끝났으니 이제 왕늑대를 잡을 차례였다.
‘세 번 만에 안 잡히면.’
수혁의 스킬은 현재 3개다. 스킬 3개를 전부 사용했는데 죽지 않는다면?
‘10초 동안은 아무것도 못 하니까.’
물론 아예 공격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수혁에게는 검이 있었다. 하지만 검으로 공격할 바에 도망을 다니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잘 도망 다녀야겠어.’
[경고!]
[늑대 서식지의 왕, 왕늑대가 등장합니다.]
왕늑대에게 다가가던 중 메시지가 나타났다.
-크엉?
그리고 엎드려 있던 왕늑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늑대의 고개는 정확히 수혁에게 향해 있었다. 수혁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왕늑대를 향해 외쳤다.
“파이어 스피어!”
시작은 파이어 스피어였다.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그리고 이어 파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쾅! 쾅! 쾅!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망할.’
그리고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먼지구름에 왕늑대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망 메시지나 드랍 창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말은 죽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역시나 오전의 후퇴는 옳은 선택이었다. 수혁은 서서히 가라앉는 먼지구름을 보며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
하지만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안 움직여?’
왕늑대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죽은 건 아니다. 보스 몬스터가 죽을 때 나타나는 사망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고 드랍 창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늑대는 흉포한 눈빛으로 수혁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움직이지 않는 왕늑대를 보다 문득 든 생각.
‘기절한 건가?’
매직 미사일의 특수 효과는 10% 확률로 대상을 기절시키는 것이었다. 혹시나 그 특수 효과가 터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터진 게 확실했다.
‘허.’
이런 식으로 시간을 벌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실소가 나왔다.
‘몇 초나 기절해 있으려나?’
기절 시간은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었다. 몬스터의 종류, 매직 미사일을 사용한 유저가 누구냐에 따라 기절 시간이 달랐다.
‘보스 몬스터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보스 몬스터의 경우 기절 시간이 무척이나 짧다는 것이었다.
-크어어어엉!
왕늑대가 기절 상태에서 풀렸는지 포효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혁은 생각을 멈추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왕늑대를 보며 언제든 포션을 꺼내 마실 수 있게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며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을 확인했다.
‘5초!’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은 5초가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왕늑대의 속도는 빨랐고 5초는커녕 3초가 흐르기도 전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왕늑대는 앞발을 휘둘렀다. 수혁은 날아오는 앞발을 보며 생각했다.
‘한 방에 죽지는 않겠지.’
수혁은 책을 통해 지혜를 올렸다. 그래서 레벨을 올릴 때마다 주어지는 보너스 스텟을 지혜에 투자하지 않았다.
모든 보너스 스텟을 체력에 투자했다. 그 결과 수혁은 동레벨의 다른 마법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높은 편이었다.
거기다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초보 사냥터인 늑대 서식지의 보스 몬스터였다. 일반 늑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겠지만 헉 소리가 날 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퍽!
이내 앞발이 작렬했고 버틸 생각이 없던 수혁은 그대로 날았다. 날아가며 수혁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500?’
깎인 생명력을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일반 늑대의 10배였다. 그러나 생명력이 3천이 넘는 수혁에게 문제없는 데미지라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수혁에게는 포션도 있었다.
퍽!
왕늑대의 앞발에 하늘을 날았던 수혁은 나무에 부딪히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나무에 부딪힌 순간 200의 생명력이 추가로 깎여 나갔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포션을 꺼내 마셨다.
-크어어엉!
포션을 마신 후 자신을 향해 다시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왕늑대를 보며 수혁은 입을 열었다.
“매직 미사일.”
쿨타임이 돌아왔다. 이제 수혁의 차례였다.
쾅!
매직 미사일이 작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특수 효과가 터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터질 수가 없었다.
[늑대 서식지의 왕, 왕늑대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5분 간 늑대들이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홀로 왕늑대를 처치하셨습니다.]
[칭호 : 늑대 서식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왕늑대는 매직 미사일과 충돌한 순간 그대로 고꾸라졌다.
‘나이스!’
수혁은 쓰러진 왕늑대와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칭호도 획득했고 레벨까지 올랐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활짝 미소를 짓게 만들 정도로 기분을 좋게 만든 건 드랍 창이었다.
-왕늑대의 가죽
-왕늑대의 송곳니
-왕늑대의 가죽 장갑
-왕늑대의 가죽 신발
‘2개나!’
장비템이 무려 2개나 드랍 되었다. 혼자서 잡았는데 너무나 적은 게 아닐까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수혁은 알고 있었다.
이곳 ‘마탑’에서는 왕늑대 사냥이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다른 곳에서는 리젠이 되자마자 잡힐 정도로 활발히 사냥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수십 명 중 선택받은 몇 명만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그것을 알기에 수혁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저벅
‘……?’
귓가에 들려오는 발소리. 왕늑대의 발소리는 당연히 아니고 일반 늑대의 발소리도 아니었다. 거기다 하나가 아니었다. 여럿의 발소리였다.
수혁은 일단 몸을 숨겼다. 그리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 발소리의 주인공들을 보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라? 아무도 없는데요?”
“고렙 유저가 잡은 거 맞나 보네요. 보니까 귀환 스크롤을 사용한 것 같은데.”
‘……유저?’
수혁이 조금 놀란 이유, 그것은 바로 발소리의 주인공들이 유저이기 때문이었다. 여태껏 늑대 서식지에서 단 한 명의 유저도 보지 못했던 수혁이었다.
“근데 여기 조금 불안하지 않아요?”
“경계로 돌아가죠.”
“네, 그렇게 해요.”
대화를 나누던 유저들은 이내 사라졌다. 유저들이 사라졌지만 수혁은 다시 왕늑대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았다. 이미 챙길 건 전부 챙겼다.
수혁은 유저들이 사라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걸음을 옮기고 나서 이동을 멈춘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12렙이라.’
사냥에 투자한 시간을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전부 체력에 투자한 뒤 칭호 창을 열었다. 이번에 획득한 보상 중 하나인 칭호 ‘늑대 서식지 정복자’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늑대 서식지 정복자 (힘, 민첩, 체력, 지혜 +1)
‘기본 스텟 1이라.’
칭호 늑대 서식지 정복자는 힘, 민첩, 체력, 지혜. 기본 스텟을 전부 1씩 상승시켜주는 칭호였다.
‘나쁘진 않네.’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칭호를 하나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얻은 칭호의 효과를 전부 받을 수 있는 판게아에서 칭호는 많을수록 좋았다. 칭호를 확인한 수혁은 칭호 창과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마지막 보상인 드랍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수혁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아이템 옵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글을 통해 아는 것과 직접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옵션이 차이난다는 게 아니라 기분의 차이였다.
<왕늑대의 가죽 장갑[특별]>
제한 : 레벨 10
물리 방어력 : 70
민첩 +3
먼저 확인한 것은 가죽 장갑이었다. 사용 제한은 레벨 10. 저레벨 아이템이라 할 수 있지만 민첩을 3이나 올려주기에 민첩이 주스텟인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템이었다. 수혁은 장갑을 착용하고 이어 신발을 확인했다.
<왕늑대의 가죽 신발[특별]>
제한 : 레벨 10
물리 방어력 : 100
민첩 +3
신발 역시 장갑과 다를 것 없었다. 다른 건 물리 방어력이 30 높은 것뿐이었다. 수혁은 신발을 착용 후 인벤토리를 닫았다.
‘이제 덜 아프겠지?’
장비를 착용하기 전 일반 늑대의 공격에 50이 닳았다. 물리 방어력이 170 올랐다고 해서 아예 닳지 않거나 1이 닳는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는 분명 줄어들 것이었다.
‘가 볼까.’
보상도 확인했으니 이제 사냥을 할 때다. 수혁은 늑대를 찾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양주혁은 고개를 푹 떨군 장율을 보며 생각했다.
‘많이 피곤했나 보네.’
하기야 하는 일이 많은데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양주혁은 장율을 깨우지 않기로 결정하고 업무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헉!”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양주혁은 장율의 놀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서운 꿈이라도 꿨냐?”
양주혁은 장율의 놀란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론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양주혁의 두 눈은 서류에 가 있었다.
“그, 그게 아니라.”
장율이 말을 더듬었다.
“……?”
그리고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목소리가 잠겨 있지 않았다. 항상 잠에서 깨면 5분 정도는 목소리가 잠겨 있는 장율이었다.
그 말인즉, 방금 잠에서 깬 게 아니라는 소리였고 놀란 목소리는 무서운 꿈 때문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양주혁은 서류에 가 있던 시선을 장율에게 보냈다. 장율은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사냥 시작했나 봅니다.”
“사냥?”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반문했다. 사냥을 시작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고 왜 그것에 놀란단 말인가?
“대마도사의 후예요.”
양주혁의 반문에 장율이 답했다.
“벌써 18렙입니다.”
40.
“뭐? 그게 무슨 소리야? 18렙?”
들었음에도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10렙 아니었어?”
특등급 관리 유저들은 수시로 레벨을 체크한다. 그리고 분명 대마도사의 후예인 수혁의 레벨은 10레벨이었다.
“예, 10렙이었죠…….”
장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양주혁이 이어 말했다.
“아무리 동레벨 몬스터가 한 방이라고 해도 말이 안 되잖아.”
하루가 지난 것도 아니고 고작 몇 시간이다. 아니, 2시간도 되지 않았으니 몇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 과하다.
2시간도 안 되어 8레벨을? 경쟁이 없던 초기라면 모를까 경쟁이 어마어마한 초반 구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8레벨을 올린 것일까?
“설마 고레벨 사냥터 간 거야?”
혹시나 10레벨들이 갈 수 없는, 10레벨 입장에서는 고레벨 사냥터라 할 수 있는 곳을 가 사냥을 한 것일까?
“아뇨, 그건 아닙니다.”
방금 전 고개를 끄덕였던 장율은 이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늑대를 잡았습니다.”
“……늑대?”
“예.”
장율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아무래도 마법사들만 있는 곳이라 늑대 서식지에 유저들이 없어서…….”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장율은 말을 마쳤다.
“아…….”
양주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지금도 사냥중이야? 18렙이면 늑대로는 경험치가 안 될 텐데?”
그리고 장율에게 물었다. 18레벨이면 늑대로는 더 이상 경험치를 올리기 힘들다. 더군다나 특수 직업인 ‘대마도사의 후예’가 아닌가?
“아뇨. 지금은 사냥 끝냈습니다.”
“다른 곳을 간 게 아니라?”
“네, 도서관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