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제36화
“파이어 볼.”
너무 많이 와도 곤란하다. 아무리 한 방이라고 하지만 스킬은 2개뿐이다. 거기다 쿨타임이 10초, 15초로 전투 중에는 긴 편이라 할 수 있었다. 수혁은 더 이상 울음소리를 내뱉지 못하게 파이어 볼을 날렸다.
수혁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동료를 부르는 것에 더 큰 집중을 하고 있던 늑대는 파이어 볼을 피하지 못했다.
쾅!
파이어 볼이 작렬하며 드랍 창이 나타났다.
-늑대 가죽
-늑대 송곳니
수혁은 바로 확인을 눌러 드랍 아이템을 습득했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확인했다. 울음소리를 듣고 나타날 늑대를 잡기 위해서였다.
‘온다!’
주변을 확인하던 수혁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늑대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졌을 즈음 수혁은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거리를 좁히던 늑대는 매직 미사일을 피하지 못했다. 그대로 매직 미사일에 죽음을 맞았다.
‘쿨타임이 문제네.’
늑대를 잡았음에도 수혁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달려오는 늑대는 두 마리였고 잡은 것은 한 마리였기 때문이었다.
-아우!
이내 수혁 근처에 도착한 늑대가 점프했다. 그리고 때마침 파이어 볼의 쿨타임이 끝났다.
“파이어 볼!”
* * *
“파이어 볼!”
쾅!
[레벨 업!]
늑대가 죽으며 레벨 업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수혁은 메시지에 시선을 줄 상황이 아니었다.
수혁은 자신을 포위한 늑대의 수를 확인했다. 방금 전 죽인 늑대 때문에 겁을 먹었는지 달려들지 못하고 경계만 하는 늑대들.
‘4마리.’
늑대들의 수는 4마리였다. 4마리의 늑대는 동서남북, 수혁의 사방위를 점하고 있었다.
‘버틸 수 있을까?’
수혁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늑대들을 보며 생각했다. 현재 매직 미사일과 파이어 볼은 쿨타임으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진 전투로 인해 수혁의 생명력은 100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공격 한 방에 50씩 닳으니까.’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늑대마다 공격력이 달랐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공격 한 번에 50의 생명력이 깎여 나간다.
‘잘 피해야겠어.’
아슬아슬했다. 잘 피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포션 좀 사올걸.’
마나 포션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마나는 아무리 스킬을 써도 넘쳐났다. 수혁이 말하는 건 생명력 포션이었다.
생명력 포션을 사오지 않은 게 후회됐다. 원래 계획은 여우를 잡는 것이었다. 비선공 몬스터인 여우이고 한 방이라는 생각에 생명력 포션을 사오지 않았다. 그게 너무나 후회됐다.
바로 그때였다.
-아우!
수혁을 포위하고 있던 네 마리의 늑대 중 한 마리가 움직였다. 움직인 늑대는 수혁의 뒤쪽에 있던 늑대였다. 그리고 그 늑대를 시작으로 앞, 오른쪽, 왼쪽에 있는 늑대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늑대들이 움직이자 수혁 역시 움직였다. 수혁이 움직인 방향은 앞이었다. 수혁은 앞으로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앞쪽에서 다가오던 늑대는 수혁의 검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몸을 날렸고 수혁은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굴렀다.
물론 그 사이 가장 먼저 움직였던 뒤쪽 늑대의 앞발에 공격당했지만 상황을 생각해보면 선방이라 할 수 있었다.
“매직 미사일!”
마침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이 끝났고 수혁은 곧장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매직 미사일의 목표는 수혁의 검을 피해 옆으로 몸을 날렸던 앞쪽 늑대였다.
쾅!
거리가 가까워 늑대는 매직 미사일을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죽었다. 남은 늑대는 3마리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전투라 할 수 있었다.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은 10초. 파이어 볼 역시 5초가 넘게 남아 있었다.
짧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투에 있어 아주 기나긴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수혁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며 늑대들을 위협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엉성하게 검을 휘둘렀기 때문일까? 늑대들은 바로 수혁에게 달려들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전과 달리 전부 전방에 있다는 점이었다.
수혁은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도망을 쳐봤자 늑대의 이동 속도를 따라 갈 수는 없기에 금방 따라잡혔다. 늑대들의 앞발이 차례대로 날아왔고 생명력도 차근차근 깎여 나갔다.
“파이어 볼!”
깎여 나가는 생명력을 보며 수혁은 뒤로 돌아 파이어 볼을 날렸다. 다시 한 번 앞발을 휘두르려 했던 가운데 늑대는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늑대 가죽 25장
-늑대 송곳니 17개
-늑대 앞발 9개
늑대가 죽으며 드랍 창이 업데이트 됐지만 수혁은 드랍 창에 신경 쓸 수 없었다. 아직 2마리가 남아 있었다.
‘하, 다행이야.’
하지만 신경을 쓰지 못할 뿐 다급한 건 아니었다. 다행히 공격을 몇 번 받지 않고 늑대의 수를 줄일 수 있었다. 고비를 넘긴 것이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
수혁은 늑대들의 공격을 피하다가 매직 미사일과 파이어 볼의 쿨타임이 돌아오자 전투를 끝냈다.
“하…….”
전투를 끝낸 수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더 안 오겠지?”
한숨을 내뱉은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늑대 시체만 보일 뿐 새로 다가오는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진짜 미친 듯이 사냥했네…….”
쿨타임이 끝나면 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1초의 낭비도 없었다. 그 정도로 나타난 늑대들이 많았다.
“많이도 쌓였구나.”
수혁은 우선 엄청나게 쌓인 드랍 창 속 드랍 아이템들을 전부 습득했다.
“얼마나 지난 거지?”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7분?’
이곳에 도착해 대화를 나누던 늑대 두 마리를 잡은 후 고작 7분이 지났다.
‘레벨 업을 했는데?’
레벨이 오를 정도로 수많은 늑대들을 잡았다. 그런데 7분이라니? 일반 직업보다 5배나 많은 경험치가 필요했기에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대박이네?’
나쁜 쪽으로 당황스럽다는 게 아니었다. 오래 걸릴 것이라 걱정했던 레벨 업이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긴 1분에 10마리를 잡을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1분에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최대 10마리다. 경험치가 5배나 더 필요하다고 하지만 남들 보다 5배 아니, 그 이상을 잡는데 느릴 이유가 없다.
‘좋았어!’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쿵! 쿵!
수혁이 미소를 지은 순간 굉음이 울려 퍼졌다. 수혁은 귓가에 들려온 굉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소리?’
발소리인 것 같았다. 그러나 늑대의 발소리는 아니었다. 늑대의 발소리라고 하기에는 소리가 너무 컸다.
쿵! 쿵!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발소리.
‘뭐야? 곰인가?’
혹시나 곰이 이곳까지 온 것일까? 수혁은 발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발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38.
[경고!]
[늑대 서식지의 왕, 왕늑대가 등장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왕늑대!’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수혁은 보스 몬스터 왕늑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엄청 크네…….’
과연 보스 몬스터였다. 왕늑대의 덩치는 여태껏 수혁이 잡아왔던 늑대들과는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압도적인 덩치.
‘잡을 수 있나?’
그 덩치를 보니 고민이 들었다. 과연 잡을 수 있을까? 늑대는 한 방이지만 왕늑대는 보스 몬스터였다.
늑대와 비교해 수십 배나 많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대마도사의 후예로 추가 데미지가 100%인 것을 감안해도 매직 미사일과 파이어 볼에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생명력이 간당간당한데.’
거기다 휴식을 취해 어느 정도 복구를 했지만 여전히 생명력은 절반 이하였다. 만약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 이 2개의 마법으로 죽일 수 없다면? 절반도 되지 않는 생명력으로 버텨야 된다. 과연 왕늑대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까?
쿵! 쿵!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에도 왕늑대와의 거리는 좁혀지고 있었다. 왕늑대가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아닌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어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분명 좁혀지고 있었다.
수혁은 도망을 가든 싸우든 결정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결정을 조금만 더 지체하면 도망을 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
그리고 이내 결정을 내렸다.
‘생명력이 반도 안 되는데.’
생명력이 가득했다면 모를까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왕늑대를? 매직 미사일과 파이어 볼로 죽일 수 있다면 모를까 확실한 게 아니다.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거기다 사망 페널티도 어마어마하지.’
사망 페널티가 별 것 아니라면 도박을 했겠지만 사망 페널티는 어마무시하다. 24시간 접속 불가에 레벨 1 하락, 스텟 랜덤 1~3 하락 그리고 보유 아이템 랜덤 드랍.
아이템이야 드랍 되어도 딱히 문제 될 아이템은 없다. 값나가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페널티들이 문제였다.
‘다음에 잡자.’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 * *
동쪽 사냥터 곰 서식지.
-쿠엉!
곰이 포효와 함께 앞발을 휘둘렀다. 그 앞에 있던 치유 단일 마법사 뀨우는 재빨리 몸을 날려 피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뀨우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곰을 보며 뒤쪽에 있는 다른 두 마법사에게 말했다.
“아이스 포그 쿨 언제 되세요?”
“이제 곧 됩니다!”
“일렉트릭 볼, 라이트닝 체인도 준비됐어요!”
뀨우의 물음에 물 단일 마법사 카토와 전기 단일 마법사 케빈이 답했다.
-쿠엉!
둘의 답을 들으며 뀨우는 다시 한 번 몸을 날렸다. 곰의 앞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곰의 앞발이 뀨우에게 작렬했다.
“힐!”
순식간에 빠지는 생명력. 하지만 뀨우는 치유 마법사였다. 자체 힐을 통해 생명력을 회복시킨 뀨우는 다시 몸을 날렸다.
바로 그때였다.
“아이스 포그!”
푸른색 안개가 나타났다.
[이동속도가 20% 감소합니다.]
적아를 가리지 않고 이동속도를 감소시키는 아이스 포그. 메시지를 본 뀨우는 아이스 포그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다.
“지금이에요!”
그리고 범위에서 벗어난 순간 뀨우가 외쳤다.
“일렉트릭 볼!”
뀨우의 외침을 기다리고 있던 케빈이 일렉트릭 볼을 날렸다. 일렉트릭 볼은 빠른 속도로 나아갔고 이내 아이스 포그에서 허우적거리는 곰에게 작렬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스 포그에 들어선 순간 점점 크기를 키워나가던 일렉트릭 볼은 곰에게 도착했을 때 2배로 커져 있었다. 2배로 커진 만큼 데미지 역시 증가한 상황.
-쿠엉!!!
곰이 고통스런 포효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곰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앞서 여러 번의 사냥으로 알고 있는 케빈이었다.
“라이트닝 체인!”
그것을 알기에 준비한 것이 라이트닝 체인이었다. 케빈이 라이트닝 체인을 시전하자 지팡이에서 전기가 뿜어져 나와 곰에게 날아갔다.
물론 일렉트릭 볼과 마찬가지로 라이트닝 체인 역시 아이스 포그에 진입한 순간 굵기가 증가했다.
-쿠어어엉!
아이스 포그로 강화된 일렉트릭 볼, 라이트닝 체인. 계속해서 고통스런 포효를 내뱉던 곰은 이내 죽음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