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3화 (33/553)

# 33

제33화

* * *

[2초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유저 ‘아딜로’에게 공격받으셨습니다.]

[유저 ‘아딜로’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빵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뒤에서 짜릿한 느낌이 들더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뭐야?’

당황스러웠다.

‘아딜로?’

수혁은 메시지를 보았다. 공격한 유저는 아딜로라는 이름의 유저였다.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보고 싶었지만 마비 상태에 빠진 수혁은 뒤로 돌 수 없었다. 현재 수혁이 볼 수 있는 건 생명력뿐이었다.

‘이런 미친.’

생명력을 확인한 수혁은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3000이나 되는 생명력이 500이 되어 있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2500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렇게 2초가 지났다. 수혁은 마비가 풀리자마자 재빨리 뒤로 돌았다.

아딜로라는 유저가 누구인지 추가 공격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수혁은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또라이?’

첫 번째로 수혁은 아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 했는데 알고 있는 자였다. 도서관에서 행패를 부린 또라이였다.

‘죽는 건가.’

두 번째로 수혁은 지지직 전기를 뿜어내며 날아오는 일렉트릭 볼을 볼 수 있었다. 남은 생명력은 500, 이대로 죽는 것일까?

‘응?’

세 번째로 수혁은 앞에 나타난 초록색 안개를 볼 수 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초록색 안개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뭐지?’

초록색 안개에 가려 아딜로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초록색 안개가 일렉트릭 볼을 막아주었다는 것이었다.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격을 하려던 아딜로가 초록색 안개를 만든 게 아니다. 수혁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 말은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누구지?’

주변을 확인한 수혁은 곧 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찬 사내는 누군가를 죽일 듯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초록색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아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도대체 저 사내는 누구일까?

‘근데…….’

수혁은 사내에게서 시선을 돌려 초록색 안개를 보았다. 정확히는 초록색 안개 건너에 있을 아딜로를 보았다.

‘어이가 없네…….’

아마도 아딜로가 공격을 한 것은 케르자와 나눈 대화를 알려 주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격을 당할 것이라 생각지도 않았던 수혁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만에 하나 이 초록색 안개가 없었더라면? 죽었을 것이다.

‘레벨만 높았다면…….’

수혁은 생각했다. 레벨이 높았다면? 아딜로는 결코 공격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약했기에, 약해 보였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사냥도 좀 해야겠어.’

원래 수혁에게 사냥 계획은 없었다. 마탑 도서관에는 아직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을 수정해야 될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이번 이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게 아니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수혁은 레벨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수혁이 향후 계획을 결정 내린 순간.

스아악

초록색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당당히 서 있던 아딜로가 쓰러져 있는 것을. 아니, 정확히 말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아딜로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괜찮니?”

아딜로의 시체를 보던 수혁은 아딜로를 시체로 만든 사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사내를 보았다.

“아, 예. 감사합니다.”

수혁은 일단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아니야, 오히려 내가 고맙지. 이 귀한 몸 큰일 날 뻔했어.”

그리고 이어진 사내의 말에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날 알아?’

그냥 지나가다 구해 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내의 말과 분위기를 보니 그냥 구해 준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혹시 절 아시나요?”

수혁은 사내에게 물었다.

“……?”

사내는 수혁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몰라?”

그리고 사내가 수혁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인가?’

수혁은 사내의 물음에 잠시 생각했다.

‘아니야, 처음 보는데…….’

다른 건 몰라도 기억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수혁은 사내를 처음 본다. 수도 없이 나돌아 다녔으면 모를까 수혁이 다닌 곳은 도서관이 전부였다. 많은 사람을 본 것도 아닌데 기억 못 할 리 없다.

“네, 누구신지…….”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사내에게 재차 물었다.

“하하…….”

사내는 어색한 웃음소리로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이런 상황은 예상 못 했는데…… 너무 활동을 안 했나?”

중얼거림을 끝낸 사내는 이어 말했다.

“내 이름은 파비앙이야.”

‘파비앙?’

파비앙,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이었다. 수혁은 어디서 그 이름을 들어 보았나 곰곰이 생각했다.

‘……!’

그리고 이내 수혁은 놀란 표정으로 눈앞의 사내, 파비앙을 보았다.

‘독의 마탑장?’

35.

파비앙, 독의 마탑장의 이름이 파비앙이었다.

“혹시 독의 마탑장이십니까?”

수혁은 파비앙에게 물었다. 동명이인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래! 내 이름은 알고 있구나!”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독의 마탑장 ‘파비앙’이 당신에게 호감을 갖습니다.]

‘……허.’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동명이인이 아니었다. 눈앞의 파비앙은 독의 마탑장 파비앙이었다. 수혁은 파비앙을 보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독의 마탑으로>

당신에게 소개 시켜 줄 NPC는 독의 마탑에 있다. 케르자가 준 서류 봉투를 가지고 독의 마탑으로 가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불가

퀘스트 거절 불가

‘이것 때문에 온 건가?’

독의 마탑장 파비앙이 나타난 이유는 퀘스트 ‘독의 마탑으로’ 때문인 것 같았다. 아니,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케르자가 준 거 있지?”

파비앙이 말했다. 퀘스트를 보며 생각하던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혁은 파비앙의 말대로 케르자에게 받은 것이 있었다. 바로 ‘케르자의 추천서’였다.

“그것 좀 줄 수 있을까?”

이어진 파비앙의 말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케르자에게 받았던 ‘케르자의 추천서’를 꺼내며 생각했다.

‘줘도 되나? 만약 퀘스트가 완료 안 되면…….’

퀘스트 완료 조건은 독의 마탑으로 가는 것이다. 아무리 파비앙이 독의 마탑장이라고 하지만 줘도 되는 것일까? 혹시나 파비앙이 받았다고 퀘스트 완료가 되지 않는다면?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정해져 있는 퀘스트 보상도 NPC와의 대화로 바꿀 수 있듯 퀘스트 완료 조건 역시 바뀌기도 한다. 아마 파비앙에게 준다면 퀘스트 완료 조건이 바뀌어 완료가 될 것이다.

만에 하나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케르자에게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추천서를 한 번 더 받으면 그만이었다.

수혁은 파비앙에게 케르자의 추천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파비앙이 추천서를 받은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독의 마탑으로’를 완료하였습니다.]

예상대로 퀘스트가 완료됐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파비앙을 보았다. 파비앙은 수혁이 내준 서류 봉투에서 케르자의 추천서를 꺼내 읽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좋아!”

뭐가 좋다는 것일까? 수혁이 의아해하던 사이 파비앙이 품에 추천서를 넣은 후 입을 열어 말했다.

“이제 가 볼까?”

“……네?”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간다니? 어딜 간단 말인가?

‘독의 마탑?’

설마 독의 마탑으로 가자는 소리일까?

“마탑으로 가야지! 가서 실험할 것도 있고.”

수혁의 반문에 파비앙이 말했다.

“아…….”

파비앙의 말에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저…….”

그리고 말했다.

* * *

“……?”

케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혼자 오셨습니까?”

케일이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 그것은 바로 파비앙이 홀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아, 그게…….”

파비앙은 말끝을 흐리며 방금 전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특이한 녀석이더라고.”

“예? 특이요?”

특이하다니? 이해 가지 않는 파비앙의 말에 케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케일의 반문에 파비앙이 이어 말했다.

“응, 할 일이 있다고 내일 오겠다는데?”

“……정체는 밝히셨습니까?”

“당연히 밝혔지. 그래서 특이하다는 거야.”

* * *

“안녕히 가세요!”

“예, 안녕히 계세요.”

빵집에서 나온 수혁은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2시간 30분.’

로그아웃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30분이었다. 아무리 늦어도 2시간 40분 뒤에는 로그아웃을 해야 한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저녁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으로 향하며 수혁은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했다. 평소와 달랐던 오늘, 오늘은 참으로 다양한 일이 있었다. PK부터 시작해 보기 힘들다는 마탑장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까지.

‘내일이라.’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파비앙이 준 퀘스트를 확인했다.

<파비앙의 존중>

파비앙은 당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내일까지 파비앙을 찾아가라!

[남은 시간 : 24시간]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불가

퀘스트 거절 불가

당장 가자는 것을 다음으로 미뤄 생성된 퀘스트였다. 남은 시간이 많았다면 당장 따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로그아웃 시간이 정해져 있는 수혁이었다.

따라갈 수 없었다. 따라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로그아웃을 해야 하는 수혁의 입장에서 상황이 참으로 난감해진다. 그래서 미룬 것인데 다행히도 파비앙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끙,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해야 되나.’

퀘스트를 보던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탑도 가야 되고 책도 읽어야 되고 사냥도 해야 되고.’

앞으로 수혁은 여태까지와 다른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하는데 투자했던 수혁이었지만 앞으로는 사냥도 할 생각이었다.

원래 사냥은 마탑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고 난 이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딜로의 PK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일단 오전 독서, 오후 사냥, 밤 독서로 하자.’

수혁은 어떻게 할지 시간 배분을 했다. 사냥을 하기로 마음먹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냥이 주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주는 독서였다.

‘내일은 마탑에 가야 되니까. 끝나는 시간 보고 결정해야겠네.’

내일 당장 적용시킬 수는 없었다. 내일은 마탑에 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수혁은 도서관에 도착했다.

“여기요.”

수혁은 자연스레 증표를 내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일곱 권 정도 읽을 수 있겠네.’

안으로 들어온 수혁은 책장으로 향했다. 남은 시간은 2시간 20분. 바짝 읽는다면 일곱 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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