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제32화
* * *
김혁 팀장님
-오늘은 약속이 있어 접속을 못 할 것 같네요.
“나이스!”
메시지를 본 박경호는 환호성을 외쳤다.
“오늘은 뒷바라지에서 해방이구나.”
환호성을 외친 이유, 그것은 바로 뒷바라지에서 해방됐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에 있겠지?”
박경호는 오늘 할 일이 있었다. 혹시나 뒷바라지를 하게 되면 일이 꼬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는데 다행이었다.
미소를 지은 채 핸드폰을 내려놓은 박경호는 캡슐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판게아’에 접속했다.
‘아직도 1인실에 있으려나?’
판게아에 접속한 박경호 아니, 아딜로는 1인실로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1인실 내부를 확인했다.
‘없네?’
사내는 1인실에 있지 않았다. 1인실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아딜로는 혹시나 책상에서 읽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뒤로 돌아섰다.
‘……!’
그리고 아딜로는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딜 가는 거지?’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목적지는 알 수 없지만 사내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물론 사내의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내가 도서관에서 나갔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했던 아딜로는 사내의 뒤를 따라 재빨리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에서 나온 아딜로는 사내와의 거리를 좁히며 생각했다.
‘일렉트릭 스피어 한 방이면 되겠지?’
사내의 레벨은 높지 않다. 아딜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사내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 때문이었다.
튜토리얼 마을 오렌에서 획득하는 장비들. 사내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은 바로 그 장비들이었다.
아무리 높게 잡아 봐도 40레벨이 한계였다. 40레벨, 거기다 마법사의 생명력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일렉트릭 스피어 한 방이면 죽을 것이다.
“일렉트릭 스피어.”
거리를 좁힌 아딜로는 생각을 끝내고 스킬을 시전했다. 스킬을 시전하자 지팡이 끝에서 일렉트릭 스피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렉트릭 스피어의 시전 시간은 2초. 2초가 지나자 일렉트릭 스피어가 완전히 모습을 갖추었고 그와 동시에 사내를 향해 날아갔다.
‘뭐가 드랍 되려나.’
날아가는 일렉트릭 스피어를 보며 아딜로는 사내의 죽음을 확정했다. 사내의 죽음을 확정한 아딜로의 관심사는 드랍 될 아이템으로 바뀌었다.
‘서류가 드랍 됐으면 좋겠는데…….’
[유저 ‘수혁’을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수혁’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합니다.]
이내 일렉트릭 스피어가 작렬했다.
‘수혁이었구나.’
메시지를 보고 아딜로는 사내의 캐릭터명을 알 수 있었다. 사내의 캐릭터명은 바로 수혁이었다.
‘뭐가 드랍 됐으려나?’
아딜로는 메시지에서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았다. 어떤 아이템이 드랍 되었을까?
“……?”
그러나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본 아딜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안 죽었어?’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죽지 않았다.
‘어떻게…….’
아딜로는 의아해하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일렉트릭 볼.”
왜 죽지 않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 번 더 공격하면 그만이었다. 아딜로는 일렉트릭 볼을 시전했다.
스아악!
일렉트릭 볼은 시전 시간이 없었고 곧장 모습을 갖춘 뒤 수혁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초록색의 안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위로 일렉트릭 볼이 작렬했다. 일렉트릭 볼은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저건 또 뭐야?’
아딜로는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초록색 안개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아딜로의 시야에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블러드 트롤의 독에 중독되셨습니다.]
[1분 동안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붉은 뱀 카푸리의 독에 중독되셨습니다.]
[5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
.
.
‘……어?’
메시지를 본 아딜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 *
독의 마탑.
“아직도 안 왔어?”
파비앙이 물었다.
“……네.”
케일은 파비앙의 물음에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까 출발했다며?”
파비앙은 재차 물었다.
“네, 맞습니다.”
“근데 왜 안 와? 이제 조금만 지나면 날짜가 바뀐다고!”
“…….”
케일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파비앙의 물음에 결국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분명 출발했는데…….’
중앙 마탑에서 출발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오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것일까?
“하…….”
파비앙이 한숨을 내뱉었다.
“중앙 마탑이랑 멀지도 않잖아.”
중앙 마탑과 독의 마탑은 멀지 않다. 벌써 도착하고도 남아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오지 않는단 말인가?
‘잠깐.’
바로 그때였다.
‘설마…….’
문득 떠오른 생각.
‘납치?’
파비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34.
“납치 당한 거 아니야?”
자리에서 일어난 파비앙은 케일에게 말했다.
“납치요?”
케일은 파비앙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납치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래! 납치! 마탑으로 오고 있는데 납치를 당한 거지!”
납치,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측정불가의 재능이 아니던가?
“……그럴 수도 있겠네요.”
파비앙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케일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
납치라고 확정을 내린 파비앙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만약 파비앙이 중앙 마탑으로 마중을 나갔다면? 결코 납치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독의 마탑장인 파비앙에게서 그 누가 납치를 해갈 수 있겠는가? 다른 마탑의 마탑장이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케일!”
파비앙은 케일을 불렀다.
“네!”
케일이 답했고.
“찾아!”
파비앙이 말했다.
“옙.”
케일은 다시 한 번 답을 하고 방에서 나갔다. 그렇게 케일이 나가고 파비앙은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누구지?’
도대체 누가 측정불가의 재능을 납치한 것일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파비앙은 이곳저곳에 보관하고 있던 독을 꺼냈다.
‘죽여 버리겠어.’
단번에 죽이지 않을 것이다.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일 것이다. 파비앙은 꺼낸 독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확인하기 시작했다.
* * *
“뭐? 진짜야?”
케일이 반문했다.
“……네.”
“농담할 상황 아니다. 지금 엄청 화나셨어.”
“농담 아닙니다.”
“…….”
농담이 아니라는 답을 듣고 케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납치당한 줄 알았던 측정불가의 재능.
탑의 마법사들을 풀어 조사를 시작했다. 1등급 마법사부터 6등급 마법사까지 모든 마법사들을 풀었다.
그리고 측정불가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측정불가의 재능은 납치를 당한 게 아니었다.
‘도서관에 갔다고?’
도서관, 측정 불가의 재능은 중앙 마탑에서 도서관으로 갔다.
‘왜 간 거야? 왜 바로 안 온 거지? 도대체 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마탑으로 오지 않고 도서관에 갔단 말인가?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케일의 심복이자 독의 마탑 1등급 마법사 페루가 말했다.
“알았어, 근데 이거 진짜지?”
페루의 말에 케일은 종이를 들어 물었다.
“……진짭니다.”
케일의 물음에 답하며 페루는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갔다. 페루가 방에서 나가고 케일은 종이를 보았다.
“에휴.”
그리고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한테 불똥 튀진 않겠지?”
케일은 종이를 들고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온 케일은 근처에 있는 마탑장 파비앙의 방으로 향했다.
“……!”
방 앞에 도착한 케일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지독한 냄새가 느껴졌다.
‘새로운 독이라도 제조하신 건가?’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다. 혹시 모를 상황에 케일은 마나로 보호막을 만든 뒤 노크했다.
“잠깐 기다려!”
노크를 하자 파비앙이 외쳤다.
“들어와!”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파비앙의 외침에 케일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호막의 색이 변했다.
‘……와.’
색이 변한 보호막을 보며 케일은 감탄했다.
‘뭘 만들어 내신 거야?’
파비앙이 기다리라 한 것은 독을 회수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그러나 완전히 회수를 하지 못했는지 독이 약간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약간의 독에도 보호막의 색이 변했다. 아무래도 어마어마한 것을 만들어 낸 것 같았다. 케일은 파비앙의 앞으로 다가갔다.
“찾았어?”
“예, 여기 있습니다.”
케일은 파비앙의 말에 들고 왔던 종이를 내밀었다. 파비앙은 종이를 받았고 그 안에 쓰여 있는 정보들을 확인했다.
“……?”
그리고 정보를 확인하던 파비앙의 얼굴에 물음표가 나타났다.
“이게 무슨 소리야?”
파비앙은 고개를 들어 케일에게 물었다. 케일은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쓰여 있는 그대로입니다.”
“……그럼 납치를 당한 게 아니라고?”
“네.”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
파비앙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고개를 내려 다시 종이를 볼 뿐이었다.
“하…….”
이내 파비앙이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네.”
납치당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에는 왜 간 거야?”
도서관에 있다는 것만 쓰여 있을 뿐 왜 간 것인지는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았다. 파비앙은 케일에게 물었다.
“그건 직접 물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케일 역시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오케이!”
파비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갔다 올게.”
“……예?”
케일은 파비앙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가실 생각이십니까?”
“어, 직접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를…….”
“아니, 준비는 필요 없어. 금방 다녀올게.”
파비앙은 케일에게 말하며 옆에 두었던 지팡이를 들었다.
‘도서관 좌표가…….’
지팡이를 든 파비앙은 도서관 좌표를 떠올렸다. 하지만 너무나 오랜만이라 그런지 정확한 좌표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파비앙은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 근처로 워프를 시전했다.
스아악
워프를 통해 1차 목적지에 도착한 파비앙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랜만이네.’
전방에 최종 목적지인 도서관이 보였다. 파비앙은 도서관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응?’
그리고 걸음을 옮기던 파비앙은 걸음을 멈췄다.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누가 감히.’
지역 ‘마탑’에서 마법을 쓰려면 최소 1등급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마나는 결코 1등급 마법사의 것이 아니었다. 도서관으로 가려 했던 파비앙은 마나가 느껴진 곳으로 다시 워프 했다.
‘어떤 새끼야?’
도대체 누가 마법을 쓴 것일까?
‘저 새끼구나! 누구한테 마법을…… 어?’
마법을 쓴 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마법의 대상을 확인한 파비앙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이가 있었다. 그림으로 수없이 보았던 존재. 파비앙을 이곳 도서관까지 오게 만든 존재. 마법 공격을 받은 건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진 사내였다.
“일렉트릭 볼.”
파비앙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파비앙은 손을 들어 독안개를 만들어냈다. 일렉트릭 볼이 독안개에 막혀 사라졌다.
‘이 새끼가.’
파비앙은 고개를 돌려 마법을 사용한 사내를 보았다.
‘감히 누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