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1화 (31/553)

# 31

제31화

양주혁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장율을 보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독의 마탑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 수혁 이 유저 왜 또 도서관에 있는 거야?”

마탑장 회의가 어떻게 끝났는지 양주혁과 장율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쯤 독의 마탑에 도착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혁은 독의 마탑이 아닌 도서관에 있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퀘스트를 받고 독의 마탑으로 갈 줄 알았는데 도서관으로 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장율 역시 양주혁의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없었다. 장율 역시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여기 있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한 아딜로는 증표를 건넸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도서관에 들어온 아딜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내를 찾기 위해서였다.

‘……있다!’

그리고 곧 아딜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책? 책이랑 관련 있는 건가?’

사내는 책을 읽고 있었다. 혹시나 책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저벅저벅

아딜로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사내의 앞에 도착한 아딜로는 곧 사내가 자신을 볼 것이라 생각했다.

“……?”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사내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딜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책상을 두드렸다.

똑똑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노크 소리.

“…….”

하지만 그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무시를 하는 것인지 사내는 이번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뭐야?’

아딜로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책을 가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아딜로는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찌푸려지는 사내의 미간을.

사내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사내는 아딜로와 눈이 마주쳤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뭡니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요.”

“아까 답해 드렸을 텐데요.”

“생각을 바꾸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아딜로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싫습니다.”

하지만 사내는 아딜로의 싸늘한 미소에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사내는 아딜로의 손을 치우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 사내를 보며 아딜로는 뒤로 돌아섰다.

‘에이, 알려 줬으면 살려 줬을 텐데.’

케르자와 나눈 대화를 알려 준다면 사내를 살려 줄 생각이었다. 이야기를 들었는데 굳이 죽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PK 불가 지역만 아니었어도.’

그런데 사내는 자신이 살길을 걷어찼다. 도서관이 PK 불가 지역만 아니었어도 사내는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곧 나오겠지.’

왼쪽에 두 권, 오른쪽에 두 권이 있었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을 포함해 세 권을 읽으면 사내는 도서관에서 나올 것이다. 도서관이 PK 불가 지역인 것이지 도서관 밖은 PK 불가 지역이 아니다.

즉, 사내가 도서관에서 나온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사내가 사망하는 때가 될 것이다. 도서관 밖으로 나온 아딜로는 생각했다.

‘서류가 나와야 할 텐데.’

이따 사내가 드랍 할 아이템이 서류이길 간절히 바라며 아딜로는 사내가 나오길 기다리기 시작했다.

33.

* * *

.

.

.

이제 그녀를 만날 수 있겠지?

책의 마지막을 읽고 수혁은 책을 덮었다.

스아악

여태까지 그래왔듯 반짝임이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포만감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응?’

지혜 상승 메시지가 아니었다. 책을 읽은 직후이기에 당연히 지혜 상승 메시지라 생각했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당황했다.

‘책이 얇아서 그런가?’

아무래도 책이 얇아 지혜가 상승하지 않은 것 같았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을 반납한 뒤 도서관 내에 위치한 휴게소로 향했다.

휴게소에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빵을 먹기 위해서였다. 인벤토리를 연 수혁은 부드러운 빵 2개를 꺼내며 생각했다.

‘사러 가야겠네.’

빵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빵을 한번 보충해 줘야 할 때가 되었다.

‘내일 가자.’

일단 오늘은 아니었다. 남은 시간도 그렇고 오늘은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예정이었다. 빵을 꺼낸 수혁은 빵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2개를 섭취하자 다시 포만감이 90%를 넘어갔다. 포만감을 확인한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고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책을 꺼내며 생각했다.

‘밖에 있는 건 아니겠지?’

중앙 마탑에서 도서관 앞까지 따라왔으며 그로부터 두 시간 뒤 도서관으로 들어와 행패를 부린 사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사내가 행패를 부리고 도서관에서 나간 지 한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사내가 밖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상관없지.’

물론 상관없었다. 사내가 귀찮게 한다고 해도 수혁은 말해 줄 생각이 없었고 무엇보다 수혁은 오늘 도서관에서 나갈 생각이 없었다. 책을 꺼낸 수혁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 * *

“언제 나오는 거야?”

아딜로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읽었을 텐데?”

기다리기 시작한 지 벌써 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도 사내는 나오지 않았다.

“책 읽는 시간이 느린가?”

설마 책 읽는 시간이 생각보다 느린 것일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느린 것일 수 있다. 아딜로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아딜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껏 구겨진 표정으로 짜증이 가득 났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아무리 느려도 이미 읽었을 시간이야.’

아무리 책 읽는 속도가 느려도 30분이나 더 걸릴 정도는 아니었다. 아딜로는 도서관 건물로 다시 들어갔다.

“여기요.”

사서 NPC가 말하기도 전에 증표를 내민 아딜로는 입구를 지나쳐 도서관에 들어가 사내의 자리를 확인했다. 그리고 아딜로는 볼 수 있었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사내와 그 옆에 쌓여 있는 책들을.

아딜로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역시나 이번에도 사내는 아딜로가 왔음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미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아딜로는 옆에 쌓여 있는 책을 확인했다.

‘이런 미친.’

1시간 30분 전에 쌓여 있던 책이 아니었다.

‘또 읽는다고?’

새로운 책들이었다. 사내는 새로운 책을 가져와 읽고 있었다. 아딜로는 사내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책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건가?’

책이 지혜를 올려 준다고 하지만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레벨을 올리거나 퀘스트를 통해 비약을 얻어 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이미 모든 유저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사내 역시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것을 보니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그렇기엔 책이 너무…….’

하지만 비밀이 있다고 하기에는 책이 너무나 많았다. 아까는 다섯 권이 있었고 지금은 여섯 권이었다. 이 많은 책들이 전부 비밀과 관련이 있다?

‘책 제목도 연관이 없어.’

시리즈도 아니고 제각기 다른 책들이었다.

‘그럼 지혜를 올리려고?’

그렇다면 남은 경우의 수는 하나다. 지혜를 올리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분명했다.

‘미련하게?’

너무나도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

아딜로의 표정이 구겨졌다. 사내의 미련한 행동에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시간 아깝게.’

사내가 서류를 드랍 하길 바라며 기다리던 아딜로였다. 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렸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이미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다. 아니, 무엇보다 사내가 케르자와 나눈 대화. 그리고 서류가 너무나 궁금했다.

‘책을 못 읽게 하면 알아서 나가겠지. 아니면 알려 주든가.’

PK가 불가능한 것이지 다른 행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아딜로는 사내가 읽고 있던 책을 가렸다.

역시나 책을 가리자 사내의 미간이 급격히 찌푸려졌다.

“또 뭡니까?”

사내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알려 주세요.”

아딜로는 사내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싫습니다.”

사내는 아딜로의 손을 치우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아딜로는 다시 사내의 책을 가렸다.

“…….”

사내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들어 아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사내가 입을 열었다.

“말해 줄 때까지 이럴 겁니까?”

“네, 알려 줄래요?”

“…….”

아딜로의 말에 사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이제 가나?’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를 보며 아딜로는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도서관 밖으로 나가려는 것일까?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아딜로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내의 목적지는 도서관 밖이 아니었다.

‘……1인실?’

사내가 들어간 곳, 그곳은 바로 1인실이었다. 1시간에 5골드를 지불해야 되지만 다른 이들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는 곳이었다.

‘망할.’

1인실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던 아딜로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사내를 방해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제 가야 되는데…….’

이제 로그아웃을 해야 될 시간이었다. 물론 시간이 꼭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보다 더 늦게 로그아웃 한다면 내일 하루를 보내는데 지장이 있을 것이다.

‘출근만 아니었어도.’

내일 출근을 해야 된다는 상황이 너무나 아쉬웠다.

‘내일도 꼭 있어라.’

아딜로는 사내가 들어가 있는 1인실을 바라보며 로그아웃을 했다.

* * *

[5골드가 소모됩니다.]

[남은 시간 : 60분]

1인실에 들어와 결제를 한 수혁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5골드면 빵이 몇 개야?”

스킬 퀘스트를 깰 수 있음에도 깨지 않은 이유는 골드 때문이었다. 당장 스킬을 쓸 일이 없는데 골드를 굳이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퀘스트를 깨지 않았다.

그 정도로 수혁은 골드를 아끼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게 골드를 쓰게 됐다. 수혁은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읽기 전, 생각했다.

‘또 오진 않겠지?’

만약 사내가 계속 온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1인실에 계속 있을 수는 없는데…….’

계속해서 1인실에 있는 건 불가능하다. 한두 시간 이용하는 거면 모를까 1인실에서 책을 읽기엔 골드가 너무나도 많이 필요했다.

‘사서 NPC 옆에서 읽어야 되나?’

방해 받지 않는 곳은 1인실뿐만이 아니다. 사서 NPC의 옆, 그 옆에서 읽어도 방해를 받지 않는다. 사서 NPC 앞에서 비매너 행위를 한다? 그럴 경우 사서 NPC의 능력인 퇴출이 발동된다. 퇴출당한 유저는 한 달간 도서관 출입이 불가능하다.

‘돌아다닐 때 오면 어떻게 하지?’

문제는 사서 NPC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사서 NPC는 도서관 내부를 자주 돌아다닌다. 지금 1인실에 들어 온 것도 사서 NPC가 돌아다닐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괜한 걱정이야. 내일은 안 올 수도 있잖아?’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 수 있다. 오지 않을 수 있다.

‘책이나 읽자.’

생각을 마친 수혁은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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