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제20화
퀘스트라니?
“아…….”
다행히도 수혁의 의아함은 곧 해결됐다.
“왜 색이 다른가 했는데 퀘스트 때문이구나?”
왜 파란색인가 궁금했다.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파란색으로 반짝인 이유는 퀘스트가 있기 때문이 분명했다.
“지혜도 더 줬네.”
하얀 책과 파란 책의 차이는 퀘스트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읽어도 지혜가 1 올랐던 하얀 책과 달리 파란 책은 지혜가 2 올랐다.
“특수 퀘스트라.”
색이 다른 이유를 알게 된 수혁은 특수 퀘스트 ‘파르빌의 유산’이 어떤 퀘스트인지 확인하기 위해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창에는 2개의 퀘스트가 있었다. 도서관에 오기 전 중앙 마탑에서 받았던 ‘측정불가의 재능’과 방금 전 생성된 특수 퀘스트 ‘파르빌의 유산’이었다. 수혁은 ‘파르빌의 유산’을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파르빌의 유산>
파르빌 상단을 만든 대상인 파르빌, 파르빌은 죽기 직전에도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후회를 하고 있었다. 평생 후회를 하며 살아온 파르빌, 파르빌이 후회를 느낀 장소를 찾아라!
퀘스트 보상 : ???
“……?”
특수 퀘스트 ‘파르빌의 유산’을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다시 의아함이 나타났다.
“후회를 느낀 장소?”
의아함이 나타난 이유, 그것은 바로 퀘스트 수행 장소 때문이었다.
“책에 안 나와 있었는데?”
책에는 후회를 느낀 장소에 대해 나온 것이 없었다. 나온 것이라고는 그냥 후회를 한다는 말뿐이었다.
“직접 발품을 팔아야 되는 건가?”
보아하니 책을 통해 퀘스트를 받을 수는 있지만 책만으로는 퀘스트를 완료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일단 지금 당장 깰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당장 깰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깰 생각도 없었다. 먼저 받은 퀘스트도 있었고 무엇보다 수혁은 책을 읽고 싶었다.
특수 퀘스트 ‘파르빌의 유산’은 후에 천천히 깨도 된다.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파르빌의 유산’을 오른쪽으로 치운 수혁은 왼쪽에 쌓여 있는 책 중 한 권을 앞으로 가져와 펼쳤다.
“근데…….”
책을 펼친 수혁은 문득 든 생각에 책 읽는 것을 잠시 멈췄다.
“다른 색은 없나?”
혹시나 다른 색은 없는 것일까? 하얀색과 파란색만 있는 것일까?
“확인해 봐?”
22.
수혁은 고개를 돌려 주변 책장들을 확인했다. 일단 주변에 있는 책장에는 하얀 책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책장들은 마탑 도서관에 있는 책장들 중 극히 일부였다. 주변 책장에 없다고 다른 색의 책이 없다 단정할 순 없는 것이다. 파란 책이 있듯 다른 책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래.”
수혁은 읽으려 했던 하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신경 쓸 바엔 한번 돌아보자.”
어차피 수혁은 마탑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언젠가는 다른 색의 책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신경이 쓰였다. 다른 색이 있는지 없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먼저 궁금증을 해결하기로 결정한 수혁은 걸음을 옮겨 도서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 저기 또 있네?’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책장을 살피던 수혁은 곧 파란 책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란 책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수혁의 목적은 다른 색의 책이 있는지 없는지 그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수혁은 파란 책을 지나쳐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수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역시 있었구나.’
수혁은 전방에 자리 잡은 책장 아니, 책장 속 책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파랑 말고 다른 색이 있었다.
‘빨강이라.’
바로 빨강이었다. 수혁은 우선 책장으로 다가가 빨간 책을 꺼냈다.
‘이제 다른 책이 있는 건 알았으니까.’
수혁이 궁금했던 건 하얀색, 파란색과 다른 색으로 반짝이는 책의 존재 유무였지 어떤 색이 있느냐가 아니었다. 궁금증은 해결됐다. 파랑 말고도 다른 색의 책은 존재한다.
궁금증이 해결됐으니 굳이 더 돌아다니며 어떤 색이 있는지 찾을 필요는 없다. 이제 돌아가 책을 읽을 차례였다.
빨간 책을 들고 수혁은 왔던 길을 돌아 책상으로 향했다. 물론 왔던 길을 돌아가며 그냥 지나쳤던 파란 책도 챙겼다. 그렇게 빨간 책과 파란 책을 가지고 책상에 돌아온 수혁은 우선 빨간 책을 펼쳤다.
‘뭐가 다르려나.’
파란 책은 ‘파르빌의 유산’이라는 특수 퀘스트를 주었다. 과연 빨간 책은 어떨까? 퀘스트를 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무엇을 줄지는 알 수 없다. 읽어 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그렇게 수혁은 기대감이 충만한 눈빛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 *
“……!”
장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티, 팀장님!”
모니터를 보며 놀란 장율은 고개를 돌려 양주혁을 불렀다.
“……?”
업무를 보고 있던 양주혁은 장율의 부름에 의아한 표정으로 장율을 보았다. 그리고 장율의 표정을 살핀 순간 양주혁은 불안함을 느꼈다.
“이것 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양주혁의 불안함은 이어진 장율의 말에 더욱 더 증폭됐다.
“……왜? 뭔데?”
불안한 목소리로 양주혁은 장율에게 물었다. 무엇을 봐야 된단 말인가?
‘율이가 하고 있는게…….’
양주혁은 장율이 현재 맡고 있는 일들을 떠올렸다.
“수혁 이 유저 도서관에 갔어요!”
그렇게 양주혁이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장율이 입을 열었다.
“……뭐?”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불안함이 가득했던 양주혁의 표정에는 놀람도 나타났다. 양주혁은 불안함과 놀람, 두 감정을 고스란히 표정에 표출한 채 장율의 자리로 다가갔다.
“3번 모니터입니다.”
양주혁이 도착하자 장율이 말했다. 양주혁은 장율의 말에 3번 모니터를 보았다.
“…….”
모니터를 보는 양주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불안함과 놀람이 사라지고 의아함이 나타났다.
‘도대체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NPC들이 안 붙잡은 건가?’
당연히 NPC들이 붙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혁이 도서관에 가는 것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다.
‘거절? 아니면 벌써 특수 직업을 얻은 건가?’
혹시나 거절을 한 것일까? 아니면 벌써 특수 직업을 얻은 것일까?
“특수 직업 얻었어?”
생각에 잠겨 있던 양주혁은 장율에게 물었다.
“아뇨. 일반입니다. 일반 마법사예요.”
“NPC들이 안 붙잡았다고?”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장율은 양주혁의 말에 재빨리 키보드를 두들겼다.
“2번 모니터입니다.”
두들김을 멈춘 장율은 양주혁에게 말하며 2번 모니터를 보았다.
“……!”
그리고 2번 모니터를 확인한 장율의 얼굴에 놀람이 나타났다. 놀람이 나타난 건 장율뿐만이 아니었다.
불안함과 놀람이 자리 잡고 있다가 의아함으로 바뀌었던 양주혁의 표정에도 다시 놀람이 나타났다.
“마, 마탑장?”
양주혁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마탑장들이 움직인다고?’
하나가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모든 마탑장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지혜가 마탑장들을 움직일 정도였어?’
양주혁은 총괄 팀장이었다. 아는 것이 많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양주혁 역시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
‘움직여 봐야 중간 간부급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높은 급이 움직여 봤자 중간 간부급이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탑장이라니?
‘이래서 도서관에…….’
어째서 도서관에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됐다. 마탑장들이 전부 움직인다. 즉,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할 일이 없는 수혁이 도서관에 가는 것은 당연했다.
“어?”
바로 그때였다.
“……?”
2번 모니터를 보고 있던 양주혁은 장율의 당황스런 목소리에 장율을 보았다. 장율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4번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왜 그래?”
양주혁은 장율에게 말하며 장율이 보고 있는 4번 모니터를 따라 보았다.
“……유산 퀘스트?”
4번 모니터를 본 양주혁은 반문했다.
“조건을 충족했다고?”
그곳에는 역시나 수혁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장율은 난감한 목소리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4번 모니터에 기존 정보가 사라지고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다.
“스텟 퀘스트까지?”
유산 퀘스트뿐만이 아니었다. 스텟 퀘스트 역시 받았다.
“마탑 도서관에 특수 퀘스트가 몇 개나 있지?”
“조건 충족한 거요? 아니면 충족 못 한 것까지 전부 합쳐서요?”
“일단 조건 충족한 것만.”
“잠시만요.”
양주혁과 대화를 주고받은 장율은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곧 5번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다.
“조건 충족한 건 현재 5개입니다.”
“이미 받은 유산 퀘스트랑 스텟 퀘스트 포함해서?”
“네.”
“대마도사의 후예도 포함된 거야?”
장율의 답을 들은 양주혁이 재차 물었다.
“……네.”
장율은 ‘네’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하…….”
양주혁은 장율의 답에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미 신경 쓸 랭커들은 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판게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저들은 이미 다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분이 더 계셨네, 그것도 아주 큰.”
한 명이 더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큰 신경을 써야 할 유저였다. 양주혁의 중얼거림에 장율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상태면 대마도사의 후예도 넘어가겠죠?”
마탑 도서관에 있는 1등급 직업 대마도사의 후예. 유산 퀘스트, 스텟 퀘스트와 마찬가지로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렇겠지. 특별한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이미 수혁은 특별한 책의 존재를 알고 있다. 유산 퀘스트와 스텟 퀘스트를 습득했는데 모를 리 없다.
즉, 직업 퀘스트를 주는 책도 곧 발견할 것이고 직업 퀘스트 ‘대마도사의 후예’를 습득할 것이다.
“계속해서 감시해.”
양주혁은 장율에게 말했다.
“특등급으로 올리고.”
수혁은 현재 1등급 주시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1등급으로는 부족하다. 특등급, 아주 소수의 유저들만 올라가 있는 특등급으로 관리를 해야 된다.
“예, 알겠습니다.”
* * *
‘끝이다.’
빨간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은 수혁은 책을 덮으며 어떤 메시지가 나타날까 기대했다.
스아악
책을 덮자 빨간 빛이 사라졌다.
[특수 퀘스트 ‘강인한 체력’이 생성되었습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빨간 책도 퀘스트를 주는구나?’
파란 책과 마찬가지로 빨간 책 역시 퀘스트를 생성해 주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강인한 체력’이 어떤 퀘스트인지 확인했다.
“……!”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