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제18화
“여기 있습니다.”
메시지를 보고 있던 수혁은 케르자의 말에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케르자를 보았다. 케르자의 손에는 무언가 쥐어져 있었다.
‘저게 마법사의 증표구나.’
케르자의 손에 쥐어져 있는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신분을 증명해 주는 ‘마법사의 증표’였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증표를 받았다.
“그럼 2주 뒤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케르자에게 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그때 뵙겠습니다.”
케르자 역시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을 했다. 그렇게 케르자의 배웅을 받으며 1층에 도착한 수혁은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지혜가 10 올랐으니까.’
마법사로 전직하며 전직 보너스로 지혜가 10 상승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현재 지혜가 몇인지 확인하기 위해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마법사
레벨 : 10
경험치 : 0%
생명력 : 3040
마나 : 26620
포만감 : 65%
힘 : 14
민첩 : 15
체력 : 58
지혜 : 1331
‘오, 직업도 생겼네?’
전직을 했기 때문일까? 전에 없던 직업란이 생겨 있었다. 직업란에 쓰여 있는 마법사를 보고 흐뭇해하던 수혁은 지혜를 확인 후 쓴웃음을 지었다.
‘오르긴 했는데 오른 것 같지가 않아.’
10이나 올랐다. 그런데 원래 지혜가 높았기 때문일까? 오렌의 도서관 정복자 칭호를 얻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큰 감흥이 없었다. 수혁은 이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드디어 마방이 확보됐구나.’
전직을 하며 얻은 것은 지혜 10뿐만이 아니었다. 스텟 ‘지혜’가 강화됐다. 전직 전 ‘지혜’는 마법 공격력과 마나, 두 능력만 강화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강화되며 마법 방어력까지 상승하게 됐다.
‘스킬 퀘스트라.’
마지막 메시지는 스킬 퀘스트 ‘매직 미사일’의 생성이었다. 수혁은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하고 퀘스트 창을 열었다. 당연히 스킬 퀘스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스킬 퀘스트 - 매직 미사일>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골드 : 190 / 5]
퀘스트 보상 : 스킬 - 매직 미사일
퀘스트 완료 조건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5골드라.’
5골드만 있으면 완료가 가능했다. 이미 연중에게 받은 골드가 있었기에 조건은 충족되어 있었다. 수혁은 바로 완료 버튼을 눌렀다.
[스킬 퀘스트 ‘매직 미사일’을 완료하였습니다.]
[스킬 ‘매직 미사일’을 습득했습니다.]
5골드를 소모해 퀘스트를 완료한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스킬 창을 열었다. 그리고 ‘매직 미사일’을 확인했다.
<매직 미사일>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10% 확률로 대상을 기절시킨다.
마나 : 100
쿨타임 : 10초
‘진짜 데미지가 안 나와 있구나.’
스킬에 데미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나와 있는 건 숙련도와 효과, 스킬 시전에 필요한 마나 그리고 쿨타임뿐이었다.
가끔 스킬에 대한 글이 올라올 때에는 농담이라 생각했다. 데미지가 나와 있지 않다니?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그런데 직접 보니 농담이 아니었다. 수혁은 열어두었던 캐릭터 창, 퀘스트 창, 스킬 창을 전부 닫았다.
“이제…….”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인벤토리를 연 수혁은 첫 번째 칸에 자리 잡고 있는 ‘마법사의 증표’를 보며 히죽 웃었다.
“도서관에 가 볼까?”
마탑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마법사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제 마법사가 되었고 그것을 증명할 증표도 있다.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소리고 수혁은 지금 당장 도서관에 갈 생각이었다.
“북쪽에 있다고 했지?”
이미 마탑 도서관의 위치까지 알아둔 수혁이었다. 중앙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마탑 도서관이 있는 북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불의 마탑.
“그게 정말이야?”
부마탑장 코델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코델의 되물음에 보고를 했던 카플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진 자가 나타났습니다.”
“허…….”
코델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탄식했다. 측정불가의 재능이라니? 측정불가의 재능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뜻한다.
‘30년 만인가?’
측정불가의 재능이 이번에 처음으로 나타난 건 아니다. 30년 전에도 나타났었다. 30년 전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졌던 자는 현재 마탑장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그 정도로 측정불가의 재능은 엄청나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코델은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개량 수정구로 재능을 측정한 건가?”
미간을 찌푸린 코델은 카플랑에게 물었다. 20년 전 새로운 수정구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수정구는 개량 수정구라 불리었고 기존 수정구보다 재능의 측정 범위가 더욱 컸다. 설마 개량 수정구로 측정불가의 재능이 나온 것일까?
“……네.”
카플랑은 전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코델은 카플랑의 답에 입을 쩍 벌리며 놀라고는 이어 말했다.
“다른 마탑에도 전달됐나?”
“예, 중앙 마탑에서 정식으로 전해 온 정보입니다. 중앙 마탑에서는 마탑장 회의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탑장 회의라…….”
코델은 중얼거렸다.
“어서 전해 드려야겠군.”
한시라도 빨리 마탑장에게 이 사실을 전해야 할 것 같았다.
20.
“나가보게.”
“옙.”
카플랑은 코델의 말에 인사한 뒤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카플랑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델 역시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온 코델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코델의 목적지는 이곳 불의 마탑의 주인인 마탑장 브리니스의 방이었다.
코델의 방과 브리니스의 방은 그리 멀지 않았고 코델은 곧 브리니스의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 앞에 도착한 코델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흘러내리고 있었다.
걸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 정도 걸음에 힘이 들 정도로 체력이 약하진 않았다. 땀이 나는 것은 브리니스의 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때문이었다.
불의 마탑 최고 권위자인 마탑장 브리니스의 방은 특수한 마법진으로 인해 엄청난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시는 건지.’
코델은 땀을 훔치며 생각했다. 방 밖에서도 느껴지는 강력한 열기다. 이런 열기 속에서 어떻게 지내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긴 그러니 그런 힘을 얻으신 거겠지.’
“브리니스 님!”
코델은 노크와 함께 외쳤다.
“들어와.”
얼마 지나지 않아 문 안쪽에서 브리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델은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스아악!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강력한 열기.
‘후…….’
코델은 순간 움찔하고는 속으로 숨을 고르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가 느셨네?’
브리니스의 가냘픈 몸 주위에는 파이어볼 8개가 쉴 새 없이 맴돌고 있었다. 전에는 7개의 파이어 볼을 다루던 브리니스였다. 1개가 늘어난 것을 보아 한층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역시 괴물이셔.’
괜히 마탑장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야?”
브리니스가 물었다.
“마탑장 회의가 열릴 것 같습니다.”
코델은 브리니스의 물음에 생각을 멈추고 이곳에 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뭐? 마탑장 회의? 마왕이라도 나타난 거야?”
브리니스는 코델의 답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닙니다.”
코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라리 마왕이 나타난 것이라면 나았다. 측정불가의 재능은 그보다 더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측정불가의 재능이 나타났습니다.”
“……!”
“그것도 개량 수정구로 측정했다고 합니다.”
“카코가 만든 수정구로 측정불가라고?”
“네.”
“…….”
브리니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카코가 만든 수정구로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대지의 마탑장 카코가 만든 개량 수정구의 성능을 브리니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30년 전 측정불가의 재능을 받은 카코.
만약 개량 수정구로 측정을 했다면 자신은 측정불가의 재능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개량 수정구를 만든 카코 본인이 말했다.
그 정도로 개량 수정구의 측정 범위는 크다. 그런데 측정불가라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단어였다.
“언제야?”
생각에 잠겨 있던 브리니스는 코델에게 물었다. 마탑장 회의가 언제인지 궁금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코델은 브리니스의 물음에 답했다. 한 국가의 왕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마탑장들이 모이는 회의다.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제부터 날짜를 조율해야 된다.
“언제가 편하십니까?”
“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브리니스는 한시라도 빨리 마탑장 회의를 하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를 보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최대한 빠르게 날짜를 잡아보겠습니다.”
코델은 브리니스의 말에 답했다. 물론 확답을 줄 수는 없었다. 브리니스가 원하는 날짜에 마탑장 회의를 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탑장은 브리니스를 제외하고도 아홉이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브리니스에게 답을 들었다. 이제 움직일 차례였다. 코델은 브리니스에게 인사를 한 뒤 뒤로 돌아섰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
뒤로 돌아선 코델은 브리니스의 외침에 다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코델이 뒤로 돌아서자 브리니스가 입을 열었다.
“몇 살이야?”
브리니스가 코델을 불러 세운 이유, 그것은 바로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진 자의 나이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20살이라고 들었습니다.”
“……!”
코델의 답을 들은 브리니스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남자야? 여자야?”
놀람을 진정시킨 브리니스가 재차 물었다.
“……남자입니다.”
“그, 그래?”
이어진 코델의 답, 이번에도 브리니스의 표정에는 변화가 있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코델은 브리니스의 얼굴에 나타난 홍조를 보며 인사 후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방을 나서며 생각했다.
‘설마 또 빠지시는 건 아니겠지?’
31년 전 5살의 나이로 측정불가의 재능을 받은 브리니스. 원래 성격이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브리니스의 스승을 자처한 당시 불의 마탑장 세린의 영향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브리니스는 남자를 밝혔다. 물론 남자를 밝힌다고 해서 음란한 것은 아니었다.
음란했던 전대 마탑장 세린과 달리 브리니스는 전혀 음란하지 않았다. 다만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자를 사랑할 뿐이었다.
문제는 그 사랑 때문에 상당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건의 뒷수습을 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코델이었다.
‘반응을 보니 불안한데.’
브리니스의 홍조를 떠올린 코델은 상당히 불안했다.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진 20살의 사내는 충분히 매력 있는 존재였다. 측정불가의 재능이 아니던가? 브리니스가 사랑에 빠질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아니지.’
잠시 생각을 하던 코델은 생각을 고쳤다.
‘측정불가의 재능이라면…….’
생각을 해 보니 빠져도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