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제9화
[오렌의 도서관 출입증을 획득했습니다.]
케잔이 내민 출입증을 받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출입증을 그대로 케잔에게 내밀며 말했다.
“바로 이용하겠습니다.”
“예, 가실 때 다시 찾아가시면 됩니다.”
케잔은 수혁의 말에 답하며 출입증을 받아 뒤쪽에 있던 보관함에 넣었다. 케잔의 말을 듣고 수혁은 바로 입구를 지나쳐 도서관에 입성했다.
“이야……?”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책장과 책들을 보며 감탄을 내뱉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밖에서 보았던 대로 도서관 내부는 컸다. 거기다 책들도 많았다. 물론 책들이 많아 고개를 갸웃거린 건 아니었다.
“왜 반짝여?”
수혁이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 그것은 바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눈을 비비고 다시 책을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책들은 반짝이고 있었다.
“저건 뭔데 안 반짝이지?”
모든 책이 반짝이는 건 아니었다. 하나, 반짝이지 않는 책이 하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기에 반짝이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진 수혁은 반짝이지 않는 책이 꽂혀 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가이드북?”
반짝이지 않는 책의 정체는 바로 가이드북이었다.
“읽지 않은 책만 반짝이는 건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가이드북에서 시선을 돌려 반짝이는 책들을 보았다. 확실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곳 ‘판게아’에서 유일하게 읽은 가이드북만 반짝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스윽
확인을 해 보면 된다. 수혁은 가이드북 옆에 자리 잡고 있던 책들을 몇 개 꺼내 중앙에 비치되어 있는 책상 앞으로 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행일지네?’
어떤 책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읽은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은 누군가의 여행일지였다.
-아르테력 1252년 11월 23일
모험의 첫날.
하드러스라는 좋은 동료를 만났다. 시작이 좋다.
-아르테력 1252년 11월 25일
두 번째 동료를 만났다. 유리스, 참으로 예쁘다. 하드러스 역시 히죽 웃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르테력 1252년 11월 28일
아버지에게 들었던 모험과 너무나도 다르다. 벌써 세 번째 동료를 만났다. 하드러스, 유리스와도 잘 맞는 것 같다.
-아르테력 1252년 11월 29일
네 번째 동료를 만났다. 이름은 케릴, 뛰어난 검사였다. 엄청나게 강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강한 동료가 생겼으니 좋아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드러스와 유리스, 테멜의 표정이 좋지 않다.
-아르테력 1252년 12월 1일
오크와의 전투가 있었다. 하드러스가 실수를 해 케릴이 죽을 뻔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
-아르테력 1252년 12월 3일
결국 케릴이 떠났다. 아무래도 그제 있었던 그 일 때문이겠지? 이제 남은 건 나와 하드러스 그리고 유리스, 테멜뿐이다.
-아르테력 1253년 1월 24일
하드러스가 던전에 대한 정보를 구해왔다. 고대 마법사의 던전이라고 한다. 위험해 보이는데 우리가 과연 던전을 탐사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
-아르테력 1253년 2월 2일
던전을 찾았다. 나는 던전을 찾았다는 것 그 자체로 좋았는데 하드러스나 유리스, 테멜의 표정은 너무나도 싸늘하다. 긴장한 걸까?
-아르테력 1253년 2월 14일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끝냈다. 내일 던전에 진입한다.
-아르테력 1253년 2월 15일
던전에서의 첫날, 첫날인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물론 시간만 정확히 알 수 없을 뿐, 던전 탐사는 무난하다. 아직까지는.
-아르테력 1253년 2월 16일
유리스가 함정에 걸려 크게 다쳤다. 어제만 해도 쉽게 탐사를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하드러스가 가지고 있던 포션 덕분에 금방 치료할 수 있었다. 그런데 포션은 산 기억이 없는데 원래 가지고 있던 걸까?
-아르테력 1253년 2월 18일
던전의 함정이 너무나도 많다. 돌아가자 말했지만 모두가 거부했다. 돌아가려면 혼자 돌아가라는 하드러스의 눈빛이 너무나도 싸늘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하드러스와 너무나도 다르다. 아니, 원래 하드러스의 성격을 지금에야 알게 된 걸까?
-아르테력 1253년 2월 20일
오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하드러스와 유리스, 테멜은 이번에 처음 만난 것이 아니었다. 원래부터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런데 어째서 처음 만난 것처럼 행동한 것일까?
-아르테력 1253년 2월 25일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제 남은 것은 함정 하나뿐. 이제 던전의 끝이 보인다.
-아르테력 1253년 2월 27일
배신을 당했다. 이대로 죽는 걸까?
-아르테력 1253년 3월 1일
악마를 만났다.
.
.
.
여행일지라고 하지만 수혁에게 있어 소설과도 같았다. 아니,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책의 마지막장을 읽고 덮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스악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책의 반짝임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10.
“……?”
메시지를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혜가 올라?”
갑자기 지혜가 왜 오른단 말인가?
“책을 읽어서 그런가?”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나뿐이었다. 책을 읽은 것, 지혜가 오른 이유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스윽
수혁은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책을 보았다.
“읽은 책을 또 읽어도 오르려나?”
혹시나 읽었던 책을 읽어도 또 스텟이 오를까?
“…….”
잠시 책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수혁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안 오르네.”
이내 책을 다시 한 번 정독한 수혁은 나타나지 않는 메시지를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읽은 책을 읽어봤자 스텟은 오르지 않는다.
읽지 않은 책. 그러니까 반짝임이 있는 책을 읽어야만 스텟이 오르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 역시 확실한 건 아니었다.
수혁은 두 번이나 정독한 여행일지를 오른쪽으로 치웠다. 그리고 왼쪽에 쌓아두었던 책 중 가장 위에 있던 책을 집었다.
아직 읽지 않아 책에는 반짝임이 가득했고 수혁은 책을 펼쳤다. 이번 책도 누군가의 여행일지였다.
스악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여행일지를 전부 읽자 반짝임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혜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8
경험치 : 51%
생명력 : 2040
마나 : 300
포만감 : 52%
힘 : 14
민첩 : 15
체력 : 38
지혜 : 15
보너스 스텟 : 10
지혜가 2 올라 15가 되어 있었다.
“이러면 굳이 보너스를 모아둘 필요가 없지 않나?”
수혁이 보너스 스텟을 모으려 했던 건 마법사로 전직을 하기 위해서였다. 마법사의 전직 조건은 레벨 10과 지혜 30. 책을 읽어 지혜가 오른다면 굳이 지혜를 찍기 위해 보너스 스텟을 모을 필요가 없었다. 지금도 보너스 스텟 5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는가?
“아니야,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스텟이 오르는 게 아닐 수 있다. 처음 몇 번만 오르는 것일 수도 있다.
“대비는 하자.”
일단 수혁은 자유롭게 투자가 가능한 5개의 보너스 스텟을 전부 체력에 투자했다. 그리고 캐릭터 창을 닫았다.
“포만감부터 채우고.”
방금 전 포만감을 확인했다. 52%, 채워야 될 때였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딱딱한 빵을 꺼냈다.
“엇!”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안에서 취식하시면 안 됩니다!”
“아! 네.”
케잔의 외침에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게임 속이라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도서관에서 나와 재빨리 딱딱한 빵을 씹었다. 그렇게 빵을 전부 먹어 포만감을 채운 수혁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스악
책을 다 읽자 반짝임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반짝임만 사라졌을 뿐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텟이 오르지 않은 것이다.
“역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오르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 또 오를 수 있는 것이니 계속해서 읽어봐야 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무조건 오르는 건 아니구나.”
책을 읽는다고 해서 무조건 스텟이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책이 단 한 번도 읽지 않아 반짝임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말이다.
“안 쓰길 잘했어.”
최소한의 보너스 스텟을 남겨 뒀다. 수혁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반짝임이 사라진 책을 오른쪽에 내려놓고 왼쪽에 있던 반짝임이 가득한 책을 집었다. 그렇게 수혁은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 * *
<마지막 시험>
훈련용 허수아비를 5개 파괴하라!
[훈련용 허수아비 : 4 / 5]
퀘스트 보상 : 5골드, 훈련 기사
‘앞으로 하나!’
앞으로 허수아비 하나만 파괴하면 된다.
리아는 퀘스트 창을 닫았다.
휙!
그리고 앞에 있는 허수아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훈련용 허수아비가 파괴되었습니다.]
단 한 방, 한 방에 허수아비가 파괴됐다. 리아는 흐뭇한 표정으로 쓰러진 허수아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허수아비에서 시선을 돌려 검을 보았다.
‘역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니깐!’
훈련용 검과는 비교하려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이었다.
“리아야!”
바로 그때였다.
검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리아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로 돌았다.
“지아야!”
리아를 부른 목소리의 주인공, 그녀는 바로 리아와 함께 ‘판게아’를 시작한 지아였다.
“다 잡았어?”
지아가 도착하가 리아가 물었다.
“응! 너는?”
“나도!”
리아와 마찬가지로 지아 역시 퀘스트 ‘마지막 시험’의 완료만을 앞두고 있었다. 둘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훈련 교관에게 다가갔다.
“파괴했습니다!”
“파괴했어요!”
훈련 교관 앞에 도착한 리아와 지아는 동시에 외쳤다.
“……수고했다.”
둘의 활기찬 외침에 훈련 교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퀘스트 ‘마지막 시험’을 완료하였습니다.]
훈련 교관의 말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본 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약속했던 것 주세요!”
“저두요!”
손을 내민 것은 리아 뿐만이 아니었다. 지아 역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렇게 둘이 손을 내민 이유는 바로 퀘스트 보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기다려라.”
훈련 교관은 피식 웃으며 품에서 주머니를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리아와 지아의 손에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 안에 약속했던 증표가 있다.”
주머니를 나눠준 뒤 훈련 교관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