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제3화
저벅저벅
수혁은 메시지에 나온 대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면 되는 건가?’
집 앞에 도착한 수혁은 생각했다. 집으로 이동하라고 했는데 이게 집 앞을 가리키는 것인지 집 안으로 들어가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안 뜨는 거 보니까.’
그러나 집 앞에 도착했음에도 아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아무래도 집 안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았다.
끼이익
생각을 마친 수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캐릭터가 없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하겠습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나며 여러 개의 창이 나타났다. 캐릭터명과 캐릭터의 외형을 조절할 수 있는 창이었다.
[우선 캐릭터명을 설정하겠습니다.]
창이 나타나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여러 개의 창 중 캐릭터명을 설정할 수 있는 창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캐릭터명을 말씀해 주세요.]
3.
“수혁.”
수혁은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어 답했다.
[캐릭터명을 ‘수혁’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네.”
[캐릭터명이 ‘수혁’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캐릭터 외형을 설정합니다.]
[스캔합니다.]
캐릭터명이 설정되자마자 이어 캐릭터 외형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스캔된다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의 앞에 수혁이 나타났다. 수혁은 자신의 캐릭터를 보며 생각했다.
‘이대로 갈까?’
외형 설정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약간의 키 그리고 얼굴, 피부, 머리카락뿐이었다.
‘키만 높이자.’
키를 높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수치만 올리면 된다. 피부 역시 색을 정하는 것이었기에 어렵지 않았고 바꾸고 싶지도 않았다.
문제는 얼굴과 머리카락이었다. 정말 세밀한 설정이 가능해 아예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가능했다.
‘시간이 너무 걸려.’
하지만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도서관에 가고 싶던 수혁은 키만 최대치로 높이는 것으로 캐릭터 외형 설정을 끝냈다.
[캐릭터가 생성되었습니다.]
[접속을 하시려면 생성된 캐릭터와 접촉해주세요.]
캐릭터가 생성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시작 지점은 안 정하나?’
설정한 것은 캐릭터명과 캐릭터 외형뿐이었다. 아직 시작 지점을 정하지 않았다.
‘접속을 해야 정할 수 있나?’
혹시나 접속을 해야 시작 지점을 정할 수 있는 것일까? 수혁은 손을 들어 자신의 캐릭터에 접촉했다.
스아악
그 순간 수혁의 캐릭터가 빛났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캐릭터 ‘수혁’ 접속합니다.]
[첫 접속입니다.]
접속 메시지와 함께 주변이 다시 어둠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이 나타났다. 캐릭터를 생성했던 그 집이었다.
‘뭐야, 시작 지점이 랜덤인 건가? 아니면 정해져 있나?’
접속 시 시작 지점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혹시나 시작 지점이 랜덤으로 정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정해져 있는 것일까? 여러 생각을 하며 수혁은 우선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고 나왔다.
“와, 대박이다.”
“엄청난데?”
문을 열고 나온 수혁은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확인하는 몇몇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퀘스트 ‘도우미 카잔을 찾아라!’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는 퀘스트 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도우미 카잔을 찾아라!>
중앙 광장에 있는 도우미 카잔을 찾아가라!
퀘스트 보상 : 1골드, 딱딱한 빵 1개
‘뭐가 이리 불친절해?’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친절히 설명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퀘스트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메시지에 나왔던 그대로 도우미 카잔을 찾으라는 내용만이 쓰여 있었다. 물론 위치는 나와 있지만 중앙 광장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찾아간단 말인가?
‘그냥 알아서 돌아다니며 익히라는 건가.’
참으로 불친절한 퀘스트였다.
“중앙 광장이 어디지?”
“몰라, 이제 찾아 봐야지.”
“와, 불친절한데 그래서 좋다.”
“왜? 모험하는 느낌 나냐?”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주변을 살폈다. 퀘스트를 확인하던 사이 유저들은 대폭 늘어나 있었다.
‘빨리 벗어나야겠는데?’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유저들을 보며 수혁은 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유저들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 지점에서 벗어난 수혁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구경했다.
‘진짜 소설 속에 들어 온 것 같네.’
소설을 읽으며 상상하던 그 판타지 세계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호호, 그래서요?”
“내가 엎어치기로 그냥 날려버렸지! 이 상처가 그때 난 거라니까?”
그렇게 주변을 구경하며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이들을 보고 생각했다.
‘물어볼까?’
복장과 분위기를 보아 유저는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유저는 아닌 게 확실했다. 오픈한 지 얼마나 됐다고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겠는가? NPC가 분명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NPC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응? 자넨 누군가?”
수혁이 다가오자 가죽 갑옷을 입고 있던 사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사내의 물음에 수혁이 답했다.
“아는 것이면 답해주겠네.”
수혁의 답에 사내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내가 끄덕이자 수혁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중앙 광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되나요?”
수혁이 물어보려 한 것, 그것은 바로 중앙 광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중앙 광장? 중앙 광장이라면.”
다행히도 사내는 중앙 광장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대로 쭉 직진하면 되네. 그러면 나오네.”
“아, 감사합니다.”
수혁은 사내의 답에 탄성을 내뱉으며 감사를 표했다.
“하하, 아닐세. 또 궁금한 건 없나?”
“하나 더 궁금한 게 있기는 합니다.”
사내의 물음에 수혁이 답했다. 수혁의 물음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아직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뭔가?”
“여기에 도서관이 있나요?”
바로 도서관의 존재였다.
“도서관?”
사내는 수혁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이 있는 그 도서관을 말하는 건가?”
중앙 광장과 마찬가지로 사내는 도서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네!”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미안하네, 도서관에는 관심이 없어서.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군.”
하지만 이어진 사내의 답에 수혁은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시작 지점이라 도서관이 없는 건가.’
바로 그때였다. 옆에서 수혁과 사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도서관이라면 제가 알고 있어요! 호호.”
“……!”
아쉬워하던 수혁은 여인을 보았다. 그리고 수혁의 눈빛에 여인이 이어 말했다.
“정확히 길을 설명해주는 건 힘들고 북쪽에 가시면 도서관이 있답니다.”
“북쪽이요?”
“네, 중앙 광장에 가시죠? 거기에 카잔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에게 물어보면 잘 알려줄 겁니다.”
‘카잔이라.’
여인의 입에서 나온 인물은 카잔, 도우미 카잔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여인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 감사 인사 때문일까?
“카잔이 알려 줄지 몰라 미리 말씀 드리자면.”
여인이 말을 덧붙였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아, 그렇군요.”
수혁은 여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출입증 같은 게 필요한 건가?’
그냥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무래도 출입증 같은 것이 필요한 듯했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보겠네!”
“넵,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사내의 말에 수혁은 생각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인사했다. 그렇게 사내와 여인은 다시 하하호호 소리 내어 웃으며 사라졌다.
‘이대로 쭉 가면 된다고 했지.’
수혁 역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쭉 따라 걸음을 옮기면 중앙 광장이 나올 것이고 카잔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뒤 수혁은 중앙 광장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중앙 광장에 도착한 수혁은 광장 내부를 한번 훑어보았다.
‘저긴가?’
광장 내부를 훑으며 카잔을 찾던 수혁은 곧 이상한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곳이었다. 괜히 줄을 서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수혁은 줄을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여기가 줄인가요?”
수혁은 줄을 서며 앞에 있는 여인에게 물었다.
“네.”
여인은 수혁의 얼굴을 보고는 짧게 답한 뒤 다시 앞을 보았다. 조금 쌀쌀한 듯 보였지만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감사합니다.”
수혁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빨리 온 편이었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수혁의 뒤로 유저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줄이 긴 것을 보고 늦었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수혁은 상당히 빨리 온 편이었다.
“다음 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수혁의 바로 앞 여인의 차례가 되었다. 수혁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 되는 것인지 구경했다.
“이름이?”
“유라요.”
“유라 씨구나! 여기요! 안녕히 가세요!”
“네, 수고하세요.”
카잔과 유라의 대화를 듣고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무언가 이상했다.
‘통성명하고 책 받고 끝이야?’
이름을 말하고 책을 받았다. 그리고 끝이 났다.
“다음 분!”
그렇게 수혁이 의아해하는 사이 수혁의 차례가 되었다. 수혁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카잔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카잔의 물음에 수혁은 생각했다.
‘진행해 보면 알겠지.’
앞서 카잔과 대화를 나눈 유라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반응으로 사라졌다. 진행하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카잔의 물음에 답했다.
“수혁입니다.”
“수혁 씨군요!”
[퀘스트 ‘도우미 카잔을 찾아라!’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을 획득합니다.]
카잔이 수혁의 이름을 부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와 보상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스윽
그러나 수혁은 메시지에 신경 쓸 수 없었다. 카잔이 책을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이 무슨 책인지 궁금했다.
[가이드북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가이드북을 펼쳐라!’가 생성되었습니다.]
책을 받자마자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책의 정체는 바로 가이드북이었다.
‘이래서 그냥 간 거였나.’
퀘스트도 완료됐고 가이드북도 받았다. 그리고 퀘스트도 생성됐다. 유라의 반응은 이상할 것 없었다.
“안녕히 가세요.”
카잔이 수혁에게 인사했다.
“한 가지 더 여쭤 볼 게 있습니다.”
그러나 수혁은 카잔의 인사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뒤에 있는 유저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물어 볼 것이 있었다.
“도서관 위치와 이용할 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