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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521화 (521/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521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호가 루베릭 대륙을 정벌하고 여신 라헬의 야욕을 무너뜨린 지 벌써 반 년.

그동안 호는 일루미나스의 도움 을 받아 큐브를 원래의 위치로 돌 려놓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레네 아르티아에게 왕위를 물 려줄 준비 역시 함께였다.

“나, 나는……

호와의 비밀 독대에서 알르드의 다음 왕이 되어달라는 말을 들은 기사왕은 그럴 수는 없다며 강하 게 반대의견을 내었다.

“저는 돌아가야 합니다, 폐하.”

그러나 호를 비롯한 소환자들이 유니버스급 함선을 이용해 본인들 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말 에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알르드라는 거대한 제국을 다스 릴 황제가 없다면 리그너스 대륙 은 또 다시 전란의 세계로 빠져들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행성의 의지가 움직이기 시작했 습니다. 이제는 큐브를 원래의 자 리로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사왕에게 자신의 권한 들을 하나씩 내어주며 호는 라헬 에게서 빼앗은 큐브를 들고 선택 의 신전으로 향했다.

리그로우와 전투를 벌였던 고대의 신전은 시간 제법 지났음에도 불구 하고 전투의 상처들이 아직까지도 적나라하게 남아 있었다.

“이러면 이제 이 행성이 무너질 염려는 없는 건가?”

신전 내부의 비밀 장소.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뜯긴 자리에 호가 큐브를 던져 넣었다.

그 순간,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마력의 선들이 생겨나 큐브를 포박 하듯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어, 저거 괜찮은 거 맞는 거 죠?”

마치 죄인을 포박하는 것 같은 모습에 시진이 불안한 목소리를 내었다.

[괜찮습니다, 행성의 의지가 큐브 를 소중하게 보관하려는 모습이니 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일루니마스의

대답에 시진이 눈을 끔뻑였다.

라헬에게 행성의 마력을 반 이상 이나 빼앗긴 큐브였지만, 그래도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 이상 이 행성 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행성의 수명 은 크게 줄어들었을 겁니다.]

“……그러면 얼마나 남은 거죠?”

[5억 년 정도입니다.]

일루미나스의 말에 호와 시진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정도라면 알르드라는 국가가

몇 번을 멸망하고 다시 세워지고 도 남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돌아가는 건가 요?”

“그렇지.”

큐브까지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 으니 리그너스 대륙에서 해야 할 일은 전부 끝이 난 셈이었다.

선택의 신전에서 나오자마자 후 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비에 호와 시진은 밖 으로 나가지 않고 비를 피해 신전 의 입구에 걸터앉았다.

마장기를 사용하면 금방 도시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호는 굳이 그 러고 싶지 않았다.

이런 소나기조차도 곧 있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었다.

“소환자들은 어때? 대륙에 남아 있는 이들은 전부 지구로 돌아간 대?”

“아니요. 의외로 여기 남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시진의 대답에 호는 고개를 주억 였다. 다들 비틀린 차원의 축에 빠 져서 온 이들이었다.

호처럼 리그너스 대륙전기라는

가상현실게임이 있는 세계에서 온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시진처럼 대한제국이 있는 차원에서 온 사람 들도 있었다.

그리고 호와 시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아주 다양한 곳에서 끌고 왔다. 애썼다, 애썼어.”

문제는 유니버스급 함선 발록으 로도 원래의 차원으로는 돌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고대신과의 전투가 벌어 지고 창조신들이 대륙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소환의 의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천 명이 조금 안 되는 인원들이 리그 너스 대륙으로 끌려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은 사람들의 숫자는 아무리 많이 쳐줘도 오십이 조금 안 됐다.

자신의 상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 계인 데다가 일곱 종족이 대륙의 패 권을 다투는 전란의 상황에서 버티 지 못한 것이다.

“그것도 알르드가 대륙의 패권국 으로 부상하면서 소환자들에 대한 대우가 좋아졌기 때문에 그만큼이 나 살아날 수 있던 거죠.”

“그런데도 지구로 돌아가지 않겠 다고?”

“네. 그렇게 고생을 해서 이 세계 에 적응했는데, 자신들이 살던 지 구도 아닌 곳으로 먼 길을 떠나고 싶지는 않은가 봐요. ……돌아가기 를 포기한 거죠.”

그들이 심정이 이해가 됐기에 호 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뭐, 어쨌든 이 세계에 남겠다는 이들까지 지구로 데리고 갈 생각 은 없었다.

시진이 말했던 이유 때문인지 지

구로 돌아가겠다는 이들은 생각보 다 많지 않았다.

한시진, 한시연 자매를 포함해 아 스트리드 벨, 신윤아, 김유진 등 열 명이 채 안 되는 숫자였다.

큐브를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놓 고 디르시나로 돌아온 호는 유니 버스급 함선에 각종 식량과 자재 들을 싣기 시작했다.

혹시 있을 불상사를 대비해 S 등 급 마장기인 리턴과 프리덤도 배 치했다. 함선의 크기가 워낙에 큰 탓에 마장기를 탑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당연히 알바트로스도 탑재했다.

그렇게 모든 자재와 마장기들이 함선에 적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호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떠날 준비가 끝난 것이다.

“뭐, 뭐라고요?! 멍멍!”

로우덴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 졌다.

하지만 그런 반응과는 다르게 그 의 목소리는 굉장히 침착했다. 어느 정도 예상을 아니, 확신했던 일 이기 때문이었다.

루베릭 대륙을 정벌한 이후, 호는 기사왕에게 자신의 권한을 조금씩 나눠주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기사왕이 대륙의 칠제이 자 인간들의 수호자라 하더라도 이런 호의 행동은 왕이 신하에게 왕권을 나눠주는 이상한 일이었다.

호가 알르드의 초대왕이자 루베 릭 대륙을 정벌한 패왕이었기에 영웅들이 그냥 넘어갔던거지 만약 다른 왕이었다면 이상한 소리들이 백 번이라도 나왔을 터였다.

“멍. 그, 그렇다면……

로우덴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의 시선의 디르시나의 외곽에 있 는 거대한 금속배로 향했다.

그 함대에 식량과 자재 그리고 마 장기를 적재한 것은 로우덴이 직접 지휘했던 일이었다.

“나는 함께 갈 거야.”

넓은 회의실에서 호의 대화를 들 은 브로리가 툭 말을 내뱉었다.

“같이 간다고? 지구로?”

“응. 어차피 난 이 대륙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거든? 알르드에 몸을 담았던 것도 호 네가 있었으니 한 일이지.”

“ 으음??????

“네가 반대해도 무조건 갈 거야. 저 커다란 금속 배에 내가 마음먹 고 숨으면 네가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 나 참.”

호는 브로리를 바라보았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그녀의 눈동 자는 무슨 대답이 나와도 자신을 따라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뭐, 상관 없으려나?’

애당초 브로리는 수인족과 인간족 의 혼혈.

혼혈을 천대하는 리그너스 대륙의 인식을 생각하면 홀로 대륙에 남아 있으면 분명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게다가 투신이라 불릴 정도로 뛰 어난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그녀 가 함께한다면 그냥 마음이 든든 할 것 같았다.

“저도 가겠습니다, 멍멍!”

“너도?”

“그렇습니다, 멍. 이 로우덴 셰필드. 죽을 때까지 호 님과 함께할 겁니다.”

마치 선언을 하듯 말하는 로우덴의 모습에 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 다.

결국 호는 로우덴과 브로리와 함 께하기로 했다. 이 외 지구로 돌아 가겠다는 영웅들은 없었다.

드래곤인 레피스트 퓨리온이 관 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 였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는 떠나 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 다.

그녀는 호를 대신해서 알르드라는 거대한 제국을 다스려야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른 새벽.

디르시나의 외곽에 배치된 함선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 고 떠날 건가?”

소수의 호위대만을 이끌고 유니 버스급 함선을 찾은 기사왕이 눈 앞의 남자를 향해 물었다.

“네. 오히려 혼란만 불러일으킬 겁니다.”

“……그렇겠지.”

호의 대답에 기사왕은 솔직한 소 감을 내뱉었다.

그만큼 패왕은 리그너스 대륙에서 그리고 알르드에서는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였다.

이 무거운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알르드의 영웅들 중에서도 오직 한 명밖에 없었다.

“무거운 짐이다. 나 역시 인간, 그대가 떠난다면 다른 종족의 영웅 들이 나를 따를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

“팔쿤과 웃소와 같은 수인족의 십 이멀들에게는 확답을 받아냈습니 다. 니나 다니엘레나 칸디르와 같 은 천족들도 폐하를 돕기로 했고요. 엘프족은 엘 아르윈과 엘 라스 엘 그리고 하이엘프인 에어리스가 대표해서 도와줄 겁니다.”

마족 영웅들은 컹컹이가 장악할 예정이었다.

브로리의 장난감에 가까웠던 그 는 브로리가 호와 함께 이 행성을 떠난다는 말에 시무룩해져서는 떠 나는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의외로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 었다.

“그래도 마족 친구들은 성질 자체 가 호전적이니 가끔씩 던전 토벌명령을 내려서 전투를 시켜줘야 할 겁니다.”

“……알겠다.”

“그리고 레피스트 퓨리온님이 많 이 도와주실 겁니다.”

“후우……. 그렇군. 대륙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폐하의 능력이라면 가능할 겁니 다.”

희미하게 떨리던 이레네 아르티 아의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앉았 다.

하나씩 준비를 하면서 마음을 먹던 상황이 드디어 온 것이다. 단지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조금 힘들었을 뿐이었다.

어차피 영원히 헤어지는 것도 아니 었다.

기약은 없지만, 인연이 닿는다면 또 다시 리그너스 대륙에서 재회를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기사왕과의 대화를 마친 호 는 함장실로 향했다.

한씨 자매를 포함해 긴 여정을 함 께한 동료들이 다들 모여 있었다.

-출발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러면 어디 떠나볼까? 지구까지 는 얼마나 걸리지?”

-시공간 드라이브를 사용해서 성 간 이동을 할 경우 522일이 걸릴 예정입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A.I의 대답에 호는 혀를 내둘렀 다.

성간 이동이 가능한 함선이라기 에 그것을 사용하면 바로 태양계 에 도착할 줄 알았다.

-출력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모 두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함장실을 울리는 A.I의 말에 따 라 다들 자리에 앉았다. 호도 함장 석의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십대와 삼십대를 바쳤던 리그너 스 대륙을 떠난다는 생각 때문일까?

‘괜히 기분이 멜랑꼴리하네.’

갑자기 느껴지는 피곤함에 호는 눈을 감으며 이제까지의 일들을 떠올렸다.

게임을 하다가 대륙으로 끌려와 왕이 되었고, 알르드라는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었다.

알르드의 건국 목적은 전란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에 불과했다.

하지만 알르드는 리그너스 대륙 의 패권을 다투는 세력으로 성장 했고, 결국 대륙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알리우스라 불리는 행 성파괴자라는 괴물과 여신까지 쓰러 뜨리는 큰 모험을 했다.

호시탐탐 리그너스 대륙을 노리던 고대신들과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도 모조리 물리쳤다.

‘우주여행이라……

거기에 이제는 생판 예정에도 없 었던 우주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있던 차원과는 다 른 곳인 지구로 향하는 여행이었 다.

“재미있겠네.”

앞으로 어떤 사건이 생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호의 입가에는 웃음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으아아악! 베, 벨트!”

“내, 내 얼굴이 찌그러진다아!!!”

……강력한 G 때문에 고래고래 소 리를 지르는 멍청한 리그너스 대륙 의 인연들 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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