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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520화 (520/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520화

“어, 옴……

어이가 없어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 다.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 이상의 강함 을 자랑하는 파신들과 A등급 마장 기만큼이나 강력한 전력인 파신의 피조물들이 어떻게 박살이 났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라헬을 보며 호 는 설핏 웃음을 지었다.

어째서 일까?

이 행성의 힘을 흡수했다는 라헬의 모습이 우스워 견딜 수가 없었다.

“ 하?”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어쨌든 라헬의 이러한 모습은 호의 뒤에 있던 알르드의 영웅들에게 도 발로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알르드에는 도발을 참지 못 하는 다혈질적인 영웅이 한 명 있었 다.

“뒤져버려!”

투신 브로리가 큰 목소리를 내며 라헬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전용 무기인 커다란 워 해머가 붉게 물들 고 있었다.

이어서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광선 포가 허공으로 솟구치며 라헬을 때 리기 시작했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탑승한 프리덤의 전탄사격이였다.

라헬도 멍청하게 당하지만은 않았 다.

그녀가 손을 들었다가 아래로 휙 내리자 강력한 압박이 마장기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큐브를 흡수해서 얻은 행성의 힘 인 모양이네.’

그러나 이런 압박에 짓눌릴 정도로 호는 마지막 전투에 대한 준비를 어 설피 하지 않았다.

“공격!”

호가 앞으로 창을 뻗었다.

명령에 따라 프리덤 편대가 좌우로 산개하며 마력포를 발사하기 시작했 다.

프리덤을 움직이는 영웅 특유의 색 이 섞인 마력포가 라헬의 보호막을 두들겼다.

리셴르나, 팔쿤, 웃소, 레이자 카르 핀, 아쉬카로트, 라쿤, 엘 니키타.

라헬과의 전투에 투입된 이들은 모 두가 알르드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 는 맹장들이었다.

거기에 각종 능력들을 보조하는 +9강 아이템들까지 장착한 영웅들 이었다. 한명 한명이 전쟁 영웅이라 할 수 있었다.

콰앙! 쾅!

저격에 가까운 프리덤의 마력포에 라헬이 움찔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보호막의 빠르게 두꺼워지기 시작했 다. 하지만 그녀를 노리는 것은 프 리덤 편대만이 아니었다.

“내가 바로 투신 브로리다!!!”

띵동

-브로리 발란스가 ‘투기 발산’을 사용했습니다. 그녀의 무력이 두 배 상승하며 강력하게 응축된 마력의 투기를 다루게 됩니다.

투신의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있는 스킬의 사용과 함께 브로리가 탑승 한 마장기가 짙은 마력에 휩싸였다.

그리고 라헬의 지척까지 접근한 ‘리턴-골든 스테이트’의 눈이 붉게 반짝였다.

콰아아앙!

무지막지한 공격에 라헬의 보호막 이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 했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다시 보호막을 만들어내었다.

“이, 이게 무슨?!”

라헬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순간이지만 등골이 오싹했다.

그만큼 브로리의 공격은 그녀의 상 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한 번의 공격에 불과했지만, 라헬 의 머릿속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경고성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가 지가 아니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알르드의 마장기 들은 자신이 알고 있던 기체가 아니 었다.

아니, 자세히 살펴보니 눈에 익은 기체들이기는 했다.

‘설마???????’

짧은 시간이지만 알르드를 도와 알 리우스들을 공격했던 전적이 있던 그녀였다.

그런 만큼 알르드의 전력에 대해 아예 모르지만은 않았다. 그녀가 호를 도울 무렵 알르드의 주력은 라이 온레인이나 데스사이더와 같은 A 등급 마장기였다.

S등급 마장기의 연구가 진행되며 생산까지 이뤄지기는 했지만 기껏해 야 한두 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것들은……!’

자신을 공격하는 마장기의 무기를 피해 라헬은 땅을 박찼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조금 전까지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큼지막한 크 레이터가 생겨났다.

‘말도 안 돼!’

라헬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눈

에 들어오는 모든 마장기들이 S등급 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마장기들이 이제껏 그녀가 익숙하게 봤던 대륙의 마장기들이 아니었다.

단순한 착각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뒤에서 천족들을 조종한 만큼 그녀는 리그너스 대륙 에 존재하는 모든 마장기들을 꿰뚫 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짧은 시간에 S 등급 마장기를 이렇게나 생산을 하다니.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공격하는 마장기들 은 하나같이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 하고 있었다.

공격력만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녀를 공격하게 위해 달려드는 속 도에 눈이 홱홱 돌아갈 정도였다.

그뿐인가?

콰아앙!!!

멀리서 날아오는 형형색색의 마력 포는 그녀의 몸에 접착제라도 바른 것처럼 정확하게 날아들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이 행성의 힘을 손에 넣었는데?!”

당황한 라헬이 울부짖듯 외쳤다.

그와 동시에 브로리의 워 해머가 그녀의 머리를 둘로 쪼개버릴 기세 로 내리쳐졌다.

콰아아앙!!!

행성의 마력으로 만들어낸 보호막 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 모자라 그녀 의 몸에 가해지는 커다란 충격에 라 헬의 허리가 절로 꺾였다.

“아, 아아……!”

어느새 사방을 포위한 마장기들의 모습에 라헬은 전의를 상실했다.

큐브에 담긴 행성의 마력이라면 자

신의 뜻을 거역하는 리그너스 대륙 의 피조물 따위는 단숨에 소멸시킬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말도 안 돼.’

라헬의 얼굴이 패닉을 물들었다.

자신을 공격하는 알르드의 전력은 그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의는 이미 상실한 지 오래.

죽음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머릿속 으로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발악이라도 하듯 라헬이 마력을 다

시 끌어올렸다.

“ 아으아아아 HI”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방에서 날아 드는 마장기의 공격에 라헬은 다시 한번 무릎을 꿇어야 했다.

땅을 짚은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본인들을 창조신이라고 칭했던 리 그로우와 세리너스를 뛰어넘는 본인 의 힘이 이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 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라헬을 향해 호는 알 바트로스의 창을 겨눴다.

“생각보다 싱겁네. 그렇지 않아?”

이 행성에서의 마지막 전투라 할 수 있는 라헬과의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호는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일단 유니버스급 함선인 등장했다 는 것만으로도 결과는 정해진 것이 나 다름없었다.

카오스 큐브로 구입한 유니버스급 함선은 이 행성을 가볍게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궤를 달리하는 병기 였다.

S등급의 마장기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마장기를 생산한 것뿐 아니

라 윙 스러스트, 전용기와 같은 기 술처럼 전투와 관련된 연구를 전부 끝낸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풀 강 화를 시켰다는 이야기였다.

“자, 잠깐! 호, 호! 할 말이 있어 요!”

알바트로스의 창에 마력이 깃드는 것을 알아챈 라헬이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여기서 도망을 칠 수는 없 었다.

사방이 적들이었다. 어떻게든 말로 호를 설득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 야 했다.

그것이 모든 힘을 흡수하지 않은

큐브를 내주는 한이더라도…….

푸一욱!

알바트로스의 창이 그대로 라헬의 목을 꿰뚫었다.

“……어, 어째서?”

라헬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파 르르 떨렸다. 그리고 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뒤통수는 한 번이면 족하거든.”

호의 말의 끝나기가 무섭게 입에서 피를 토한 라헬의 고개가 푹 숙여졌리그너스 대륙의 고대신이자 천족 들에게는 신이라 불렸던 여신의 최 후라기엔 초라한 마지막이었다.

“끝났네요. 생각보다 허무한 전투 였어요.”

마력을 잃은 라헬의 몸이 서서히 가루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시진이 말했다.

상대는 고대신이자 큐브의 힘을 흡 수한 여신이었다. 하지만 시진은 본 인의 검을 몇 번 휘두르지도 못했 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잖아? 유니 버스급 함선에 S 등급의 마장기면 이미 끝난 거지.”

“하긴, 그렇죠.”

이런 전력들이 아니었다면 라헬과 의 전투가 이렇게 쉽게 끝나지는 않 았을 터였다.

그뿐만 아니라 루베릭 대륙과의 파 신들을 상대로도 고전을 면치 못했 을 게 분명했다.

데비스의 고스트 쉽에 예비군 및 병량의 수송에 방해를 받으면서 리 그너스 대륙과 비슷한 크기의 대륙 에서 전쟁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제는 모든 게 끝이 났네요.”

“그렇지.”

시진의 말에 동의하며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십 년?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시간 이 지났을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 다. 그동안 원래의 세계에서는 상상 도 하지 못할 정도의 사건, 사고들 을 많이 겪었다.

많은 피를 손에 묻혔고, 많은 이들 과 인연을 맺었다.

‘그런데도 진짜 놀랍게 잘 적응했 네.’

일루미나스가 만들어낸 시스템의 존재 덕분이었다.

호가 즐겼던 가상현실게임과 흡사 한 이 시스템의 도움이 아니었더라 면 지금의 결과는 만들어내지 못했 을 가능성이 높았다.

백 퍼센트였다.

“이제 끝난 거지? 빨리 집에나 가 자.”

브로리가 자신의 해머에 묻은 라헬 의 잔재를 털어내며 말했다.

그녀만이 아니라 다른 영웅들도 빠 르게 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파신들과 그들의 피조물들은 전부 소멸했지만, 그들의 사기가 남아 있 는 이 요새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 고픈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먼지밖에 보이지 않 는 라헬의 있던 자리를 보던 호가 몸을 뒤로 돌렸다.

전쟁의 끝이었다.

와아아아아아!

“호 님 만세!!!”

“호! 호!! 호!!!”

“거룩하신 호 님이시여!”

리그너스 대륙의 사람들은 루베릭

대륙을 정복하고 귀환한 호와 병사 들을 반겼다.

비명을 지르는 것은 예사였고, 호 를 만수무강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이들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 다.

심한 이들은 멀리 움직이는 알바트 로스만 보고 까무러치기도 했다.

“이러다가 라헬교의 뒤를 이어 윤 호교라고 생기는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시진이 재미 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큼 리그너스 대륙에서 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게 싫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이 행성을 떠야겠는데?”

그런 호의 대답에 잠시간의 침묵과 함께 시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빠. 정말로 지구로 갈 거예 요‘?”

“물론이지.”

“……아쉽지 않아요?”

호가 고개를 까닥였다.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평행차원의 세계라 해도 이 행성을 벗어나 지구로는 돌아가고 싶었다.

유니버스급 함선이 없었다면 모를 까,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수단까 지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떠나고 난 알르드는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출중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라면 알르드라는 거대한 제국도 충분히 잘 다스릴 게 틀림없 었다.

‘거기에 로우덴이 도와준다면……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으리라.

호전적인 성격을 지닌 마족의 쉐르 난비체가 살짝 걱정되기는 했지만, 알르드와 마족과의 관계 그리고 S 등급의 마장기라면 충분히 전쟁억지 력을 보일 수 있으리라.

‘그래도 브로리는 걱정이 되네.’

과연 사고뭉치인 그녀를 누가 컨트 롤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되기는 했 다.

그래도 생각이 없는 영웅은 아니니 충분히 평화의 시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수도인 디르시나로 복귀하 는 동안 호는 이 행성을 떠날 준비 를 머릿속으로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호 님! 여기 좀 봐주세요!!!

호 님 만세!!!

그러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행성을 떠나면 보기 힘들 리그너스 대륙의 익숙한 풍경과 이 행성에 살 고 있는 다양한 종족들의 얼굴들을 잊지 않고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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