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519화
“저기 카테지나의 요새가 보입니 다.”
누군가의 말에 호는 함장실에 배치 된 커다란 화면으로 루베릭 대륙의 거대한 건축물을 확인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생긴 카테 지나의 요새는 파신의 피조물과 분 신들로 빼곡했다.
“여신 라헬이 저기 있다는 거 지……
일루미나스가 말했으니 아마 확실 할 게 분명했다. 설령 저기에 라헬 이 없다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유니버스급 함선의 색적 능력이라 면 리그너스 대륙 전체를 탐색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끝인가……
여신 라헬을 쓰러뜨리고 행성의 마 력을 제 자리에 돌려놓으면 모든 게 끝이었다.
아니, 끝이라는 말은 좀 어폐가 있 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새로운 시작이 어울릴 것 같았다. 라헬을 쓰러뜨린 후 호는 유니버스급 함선을 타고 지 구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누군가가 호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고개를 돌리자 한시진이 호를 향해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마지막 전투가 되겠네요.”
“그렇지? 기분이 어때?”
“잘 모르겠어요. 전투가 앞인데 별 로 긴장이 되지도 않고요.”
시진의 말에 호도 고개를 끄덕였 다.
S 등급의 마장기 편대.
황금색 재능을 지닌 EX 등급의 영 웅들.
그리고 규격 외의 병기인 유니버스 급 함선인 발록까지.
과연 이런 전력을 막아낼 수 있는 세력이 리그너스 대륙에 존재할까?
자신이 알고 있는 에디터와 치트키 를 사용한다고 해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멍멍. 호님. 지상 쪽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기사왕께서 모든 병 력의 배치를 끝냈다는 보고입니다.”
“그래?”
카테지나의 요새로 진격하면서 대 륙 연합군이 입은 피해는 거의 없다 시피 했다.
기껏해야 A 등급 마장기 2기 반파 와 4천 정도의 병력을 잃은 게 전 부였다. 전부 S 등급의 마장기 편대 와 유니버스급 함선의 지원 포격 때 문이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해. 한 방 제대 로 날려준 후에 전투에 들어가도록 하지.”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전투였지 만, 호는 병력을 낭비할 생각이 없 었다.
게다가 유니버스급 함선과 같은 강 력한 병기가 있으면 최대한 이용을 해줘야 인지상정이었다.
“포격 준비. 목표는 정면의 피라미 드형 요새.”
-대상 확인.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호의 명령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함 선의 측면에 위치한 함포에서 강한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러자 여신 카테지나의 요새답게 피라미드에도 반투명한 보호막이 둘 러 졌다.
만약 함포 사격 없이 그냥 전투가 벌어졌다면 배리어를 깨기 전까지 아군의 피해가 상당했을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파신의 피조물과 분신 들은 적어도 천만 아니 그 이상의 단위였으니까.
콰아앙! 쾅!!!
피라미드 요새의 보호막은 유니버 스급 함선의 함포 사격이 몇 번 꽂 히자 여지없이 부서졌다.
제법 단단해 보이는 보호막이었지 만, 함포 사격을 당해낼 정도는 아 니었다.
발록의 함포 사격은 주포가 아님에
도 불구하고 파신 데비스도 단번에 소멸시킬 정도의 강력한 위력을 지 니고 있었다.
“한 방 더, 아니 몇 방 더 날려.”
보호막은 박살 났지만 호는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눈에 보이는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은 셀 수도 없 이 많았다.
콰아앙! 쾅!!!
첫 번째 포격으로 인해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그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포격이 이어질수록 거대했 던 요새에 큼지막하게 구멍이 뻥뻥 뚫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라헬까지 끝내 버리면 좋 겠는데……
그랬다가 큐브까지 함께 날아가면 그보다 더 곤란할 일이 없었다.
어쨌든 강한 에너지 반응이 느껴지 는 장소를 피해 카테지나의 요새를 박살낸 호는 영웅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좋아, 진압한다!”
이미 지상에 있는 병력들은 칠제들 의 명령에 따라 카테지나의 요새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선 내에 대기하고 있던 마장기 편대가 신나게 출격하는 모습을 보며 호도 자리에서 몸을 일으 켰다.
마지막 전투인 만큼 호 역시 알바 트로스를 타고 전장에 나설 생각이 었다.
“호 님을 위하여!”
“적들을 물리쳐라!!!”
포격으로 인한 자욱한 연기와 밝은 빛들이 연속으로 터졌다.
동시에 영웅들이 사용하는 스킬들 이 시야를 가려대는 통해 호는 알바 트로스를 타고 나서자마자 시스템 메시지를 바로 꺼야만 했다.
유니버스급 함선의 마력포 때문인
지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은 이미 전 의를 상실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파신들은 본신의 능력을 드러내며 아군의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파신? 너 잘 만났다!”
“네 놈의 신체를 산산조각 내주 마!”
하지만 그것도 잠시 브로리를 포함 한 EX등급의 영웅들이 파신들을 상 대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그너스 대륙의 네임드와 루베릭 대륙의 네임드끼리의 대결은 전자의 승리였다.
“갈갈이 찢어주겠다!!!”
꼬리에 칼날을 단 사자처럼 생긴 파신이 쉐르난비체와 맞붙었다.
막대한 양의 마력이 연달아 충돌하 면서 커다란 충격파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저도 돕겠습니다!”
엘프의 여왕인 유스타시아도 쉐르 난비체를 돕기 위해 나섰다.
그렇게 두 명의 칠제와 함께 기사 왕 이레네 아르티아까지 합세하면서 사자 형태의 파신은 결국 칠제를 당 해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래도 파신의 악명은 명불허전이 었다.
“ 괜찮나?”
“만마의 지배자께서 저를 걱정해 주시다니……. 오래살고 볼 일이군 요. 대륙을 위협했던 괴물을 소멸시 키고 얻은 상처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습니다.”
세 명의 칠제 중에서 가장 전투력 이 떨어지는 유스타시아가 파신의 공격에 팔 하나를 잃고만 것이다.
“진격하라!!!”
앞을 가로막는 루베릭 대륙의 피조 물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호는 카테지나의 요새 내부로 진입했다.
중간중간 파신의 분신들이 호의 앞 을 가로막았지만, S 등급의 마장기 인 리턴과 프리덤의 상대는 되지 못 했다.
더욱이 S 등급의 마장기를 움직이 는 영웅들은 브로리와 같은 전투력 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생각보다 간단한데요? 컹컹. 조금 시시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게 아니라 우리 군의 전투력이 대단한 거겠지.”
“커어엉?!”
브로리가 컹컹이의 머리를 손날로
내려치며 말했다.
보호막을 갖춘 피라미드 요새. 그 리고 요새에 배치된 파신들과 분신 들.
유니버스급 함선과 S 등급의 마장 기 편대가 아니었다면 제법 고전을 했을 전력이었다.
아니, 함선의 포격 지원이 아니었 다면 이렇게 쉽게 적들의 방어선을 뚫지를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호가 준비한 전력은 루베릭 대륙의 상상을 아니 아군의 상상조 차도 뛰어넘는 전력이었다.
그렇게 루베릭 대륙의 괴물을 처리
하며 안으로 이동하던 도중 한시진 이 물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불구하고 카테지나와 라헬은 코빼기 도 보이지 않네요?”
“멍.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 데……. 그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 습니다, 멍멍.”
그런 시진의 물음에 로우덴이 자신 의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다른 영웅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아무리 행성의 마력을 흡수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도 해도 자신의 세력 이 모조리 날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권속이라 할 수 있는 파신 들도 모조리 소멸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신들이 모습 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이 영 찜찜했 다.
“긴장풀지 마.”
조종간을 앞으로 당기며 호가 말했 다.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도 마지막 보 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은 그만큼 믿는 수가 있기 때문이었 다.
게다가 요새의 지하 중심에서 느껴
지는 마력이 심상치가 않았다. 알리 우스인 리그로우와 세리너스가 지니 고 있던 힘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마력포 지 원해.”
-바로 충전에 들어가겠습니다.
호는 바로 발록의 시에게 명령을 내렸다.
괜히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놓았다 가 사단이 일어나는 건 소설이나 영 화 속에서 많이 봤던 클리셰였다.
그래도 함포 사격은 최후의 수단이 었다. 행성의 마력이 담긴 큐브가 소멸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운이 없으면 행성이 소멸하는 것은 피하더라도 리그너스 대륙이 반으로 갈라지거나 하는 사고가 터질 수 있 었다.
호가 직접 알바트로스에 탑승해 두 여신을 상대하러 가는 이유도 그 때 문이었다.
그렇게 큐브가 있는 위치로 얼마나 이동했을까?
“도착했습니다.”
“여기인가?”
“저 안에 대체 뭐가 있길래 이렇게 문을 크게 만들어 놓은 거지?”
보스룸이라는 것을 말해주듯 마장 기 정도는 가볍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랗고 두꺼운 문이 일행 들의 앞에 나타났다.
“바로 진입한다.”
호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프 리덤의 전탄 공격이 커다란 문을 두 드렸다.
요새와 마찬가지로 문에도 보호막 이 걸려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프리덤에 탑승한 마장기사가 등급 이 낮은 영웅도 아니고, 기사와 이 레네 아르티아를 포함해 전부 SSS 등급의 영웅들이었다.
콰쾅!
- 키에에에에엑!!!
커다란 철문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 에 문 안에서 파신들의 분신과 피조 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적이다!”
“침착하게 상대해!”
그러나 갑작스러운 괴물들의 등장 에 당황하는 마장기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눈을 희번득 빛내며 앞으로 달려 나가는 이들만 있을 뿐이었다.
쿠왕!!!
브로리의 어퍼컷에 거인처럼 생긴 괴물이 하늘을 날아 천장 위로 틀어 박혔다.
“어디 덤벼 보라고!”
턱이 완전히 부서진 것이 저건 보 나마나 사망이었다.
한시진도 마장기로 본인의 뛰어난 검술을 한껏 발휘하며 눈앞을 가로 막는 이들을 순식간에 베어내기 시 작했다.
더 이상 성장할 게 없는 무장들이 앞에서 활약을 하자 뒤에 있는 호는 할 게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가까스로 살아남은 괴물
들을 창으로 확인사살을 할 뿐이었 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주위에 보이는 거라곤 파신 의 분신과 피조물들이 만들어낸 괴 물들의 시체뿐이었다.
그에 반해 아군의 피해는 거의 없 다시피 했다.
기껏해야 전선에서 적들을 상대하 던 마장기의 장갑에 손상이 조금 간 정도에 불과했다.
쿵. 쿵.
그리고 전투의 여파로 인해 박살이 난 문 안으로 호가 걸음을 옮겼다.
호가 걷는 방향으로 미의 여신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여인 이 홀로 오롯이 서 있었다.
“여신 라헬.”
이 리그너스 대륙에 남은 호의 마 지막 악연이었다.
이상하게도 카테지나는 보이지 않 았다. 하지만 호는 그 이유를 곧 찾 을 수 있었다.
여신 라헬의 뒤쪽으로 이상한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색이 한껏 바랜 여인의 옷가지였 다. 그리고 호는 그 옷이 누구의 것 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뒤통수를 쳤나보네.’
옷의 주인은 라헬과의 자매신이라 불리는 카테지나가 분명했다.
보아하니 라헬은 카테지나가 지녔 던 힘과 권능마저도 흡■수를 한 모양 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루베릭 대륙의 괴물 과 파신들이 자신의 창조주를 소멸 시킨 그녀를 따랐을 리 없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요.”
여신 라헬이 유쾌하게 웃는 목소리 로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가락 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 끝에서 마력이 모이더니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호의 조종석을 노린 공격이 었다.
“같잖은 수를!”
하지마 그런 라헬의 공격은 옆에 있던 한시진의 검에 의해 가로막혔 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분위기가 순 식간에 흉흉해졌다.
“그래. 네가 그렇지, 뭐. 너무 뻔해 서 이제는 할 말도 없다.”
“후후후. 조금 아쉽긴 하네요. 그대 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지금의 공 격도 막아내지 못했을 텐데요.”
“……그럴 리가.”
호의 말에 라헬이 낮게 웃음을 터 뜨렸다.
“리그로우와 세리너스? 이 행성의 마력을 손에 넣은 저는 자신들을 창 조신이라 칭했던 그들보다도 강한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리그너스 대 륙이 자랑하는 A 등급 마장기들도 저에게는 한낱 고철더미에 불과하 죠.”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활짝 펼쳤 다. 짙푸른 마력이 그녀의 손에 일 렁 였다.
≪.. 2”
“A등급?”
자신감이 가득 섞인 라헬의 호의 어깨가 들썩였다. 다른 이들도 비슷 한 반응이었다.
A등급 마장기라니?
아무래도 눈앞의 여신은 행성의 마 력을 흡수하는 데 정신이 팔려 세상 이 돌아가는 것을 알지 못한 모양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