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5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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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날아드는 마장기사들의 공격에 세리너스가 여러 감정으로 뒤범벅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뱉었 다.
그리고 호는 조종석의 버튼을 눌러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차단했 다.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전탄 사 격!”
“프리덤 기체는 전부 화력을 쏟아 낸다! 창조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를 우롱한 괴물 녀석을 물리쳐라!”
“돌격!!!”
프리덤에서 쏘아지는 색색의 마력 포가 최대 출력으로 세리너스를 향 해 발사되었다.
근접 기체들도 그에 질세라 무기를 휘둘렀다. 이미 리그로우를 상대하 면서 알리우스의 전력이 어느 정도 인지는 충분히 확인된 사항.
그렇기에 거짓된 신을 상대하는 알 르드 마장기사들의 움직임에는 거침 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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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너스는 연신 발악을 하며 촉수 와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힘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중간 에 깨어나야 했던 그녀의 힘은 s 등급의 마장기와 한계를 뛰어넘은 EX 등급의 영웅들을 감당해낼 수 없었다.
알바트로스에 탑승한 호 역시 마력 창으로 세리너스의 몸통을 연달아 가격했다.
그럴 때마다 여성체의 모습을 띤 괴물의 입에서는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최후의 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 금은 싱겁게 느껴지는 전투였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알르드의 전력 이 막강하기 때문이었다.
S 등급의 마장기가 아니었다면, EX 등급의 영웅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지금과 판이하게 달라졌을 게 틀림없었다. 어쨌든 그들이 아니 었다면 전투 양상이 지금처럼 압도 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을 테니 말 이다.
그렇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강력 한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세리너스의 가슴으로 한시진의 샤이닝 스워 드가 틀어박혔다.
“커헉!!!”
피 분수와 함께 세리너스의 몸이 빙붕 위로 쓰러졌다. 동시에 여러 메시지들이 호의 눈앞으로 주르륵 떠올랐다.
띵동
-‘알리우스 - 세리너스’를 물리쳤 습니다.
-전투성과를 결산 중입니다. 3…… 2…… 결산 완료. 이번 전투의 성 과 등급은 A랭크입니다. 경험치를 1175234438 획득했습니다.
-총대장으로 활약에 힘입어 20% 의 경험치를 추가적으로 획득합니 다.
-놀라운 업적입니다! ‘우주의 평화 를 지킨 (2)’의 업적 보상으로 카오 스 큐브 50개를 획득합니다.
-‘행성의 평화를 지킨(2)’ 의 업적 보상으로 카오스 큐브 20개를 획득 합니다.
-‘최후의 잔재 처리’ 의 업적 보상 으로 카오스 큐브 40개를 획득합니 다.
“나 참. 마지막까지 경험치가 들어 오네.”
호는 메시지를 확인하며 피식 웃었 다. 이제는 저 메시지들도 자주 볼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 다가 사라졌다.
어쨌든 그 와중에 눈에 확하고 들 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최후 의 잔재 처리’라는 업적이었다.
“징글징글하게도 오래 걸렸다.”
그것을 보며 호는 정말로 소환자들 을 이 세계에 불러왔던 알리우스라 는 괴물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체감 할 수 있었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의 탈을 쓴 이 대륙에 온 지도 벌 써 십 년 가까이나 흐른 것 같았다. 긴 시간이었다.
“아직은 살아 있다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할 터였다.
이미 메시지는 뜬 상황. 더군다나 세리너스는 샤이닝 스워드가 가슴에 박혀 있었다.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다수 의 마장기들이 세리너스를 포위하고 있기도 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였다.
-사, 살려다오.?
그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차리 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호의 머릿속으로 분명하게 들려오 는 소리는 강한 의지로 만들어진 소 리였다.
세리너스. 그녀가 내는 말이었다.
“웃기는 소리하네. 십 년. 이 행성 의 힘을 흡수한답시고 우리를 소환 했던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아니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 지 알아?”
-그것에 대한 보답은 해줄 수 있 다! 원하는 것은 뭐든지 말해라. 아이템? 강력한 힘?
머리로 전해지는 세리너스의 의지 에는 절절함이 잔뜩 담겨 있었다.
살고 싶을 테지.
우주의 관찰자라 불리는 일루미나 스의 말에 의하면 리그로우와 세리 너스는 이 우주의 유이한 알리우스 라고 했다.
그런 알리우스 중 리그로우가 이미 소멸된 상황이니 남은 것은 호의 눈 앞에 있는 세리너스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소멸되면 알리우스라는 존 재 역시 사라지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필요 없어.”
본인의 목적을 위해 차원의 축을 비틀어서까지 우리들을 소환한 괴물 이 바로 눈앞의 녀석이었다.
호와 인연이 강하게 이어진 이들은 다들 살아 있었지만, 선택의 제단에 서 소환된 소환자들 중 대다수가 이 대륙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무 이유도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말이다.
‘만약 내가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똑같은 꼴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
-그래. 라, 라헬! 라헬을 내가 대 신 처리해 주겠다! 그러니까 내 목 숨은……!
“응, 아니야. 포기해.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능력이 뭔지 알아?”
_……뭐지?
“바로 정신 지배야. 미쳤다고 정신 지배가 가능한 괴물을 살려둬?”
괜히 살려두었다가 쉐르난비체처럼 강한 동료가 뒤통수를 치면 곤란했 다.
-제발, 아, 안 돼!
주위에 있는 이들의 고막을 꿰뚫을
정도의 고성이 세리너스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렇게 자신의 심장을 울렁거리게 만들 정도의 감정을 배출해내는 세 리너스를 보던 호가 한시진을 향해 손가락을 탁 튕겼다.
푸욱!
-안 돼----
한시진의 샤이닝 스워드가 세리너 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사, 살려……. 죽고 싶지 않 아…….
그것도 잠시 한시진의 마력으로 만 들어진 불꽃이 샤이닝 스워드를 타고 알리우스의 신체를 불태우기 시 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의 프리덤 이 최대로 출력을 끌어모아 세리너 스가 있던 장소를 마력포로 증발시 켰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빙붕들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철저하네.”
“상대가 그 창조신이자 알리우스라 불리는 괴물이었으니까요. 막 그 만 화 속에 나오는 괴물처럼 세포 하나만 있어도 부활을 할지 모르잖아 요?”
매시지까지 뜬 이상 이미 죽은 녀 석이었다. 그리고 한시진에게 그 말 을 하려던 호는 멈칫하다가 입을 다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후환은 깔끔하게 정 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드, 드디어 쓰러뜨렸습니다, 호님! 멍멍.”
프리덤 편대가 세리너스의 시체를 마력포로 녹이는 것을 구경하고 있 을 무렵, 병사들을 추슬린 로우덴이 네 발 걸음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고생했어, 로우덴.”
“이제 호님을 위험에 빠뜨릴 존재 는 이 대륙에서, 아니, 이 행성에서 단 한 놈뿐입니다, 멍.”
“……후우. 라헬 말이지?”
로우덴의 말에 호의 미간이 팍 구 겨졌다. 자신의 뒤통수를 치고 행성 의 큐브를 훔쳐서 도망간 한 년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믿을 수 없는 그 리고 믿지 말았어야 했던 존재였다.
“푸트란 빙붕에서의 일도 끝났으니 이제 루베릭 대륙을 도모해야겠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겁니다, 멍.”
“알다시피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그녀가 큐브에 담긴 행성의 힘을 전부 흡수하기 전에 라헬을 쓰러뜨 려야 했다.
일루미나스의 말에 의하면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파신 데비스의 분신인 고 스트 쉽이 항로를 틀어막고 있습니 다. 더군다나 알르드의 상륙을 저지 하기 위해 루베릭 대륙의 해안선에는 강력한 방어선들이 구축되고 있 다는 보고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 습니다.”
걱정이 담긴 로우덴의 목소리에 호 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 다. S 등급의 마장기인 리턴과 프리 덤 편대도 바다에서는 제 능력을 발 휘할 수 없었다.
만약 대양에서 고스트 쉽가 전투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알르드 군이라 해도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 이 컸다.
특히나 리그너스 대륙에서 건조되
는 함선들은 고스트 쉽의 강력한 함 포 공격을 감당해 낼 수 없었다.
함대 지휘에 일가견이 있는 도베르 만 제독이 있다 해도 큰 피해를 입 을 건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완벽한 해결책 이 있었다. 아니, 없었지만 생겨난 상황이었다.
“그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로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거 든.”
“멍멍? 그게……
의아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던 로우 덴이 천천히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허공을 향해 호가 손가락을 움직일 수록 그의 눈동자가 빠른 속도로 커 다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로우덴만이 아니었다.
띵동
-‘유니버스급 함선 -발록’의 구매 비용으로 카오스 큐브 530개가 사 용됩니다.
-‘유니버스급 함선 - 발록’을 구매 했습니다.
알르드의 병사들이 발을 디디고 있
는 푸트란 빙붕 위로 큰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저건……
“새로운 적인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물체를 발견 한 기사왕과 브로리가 급격히 마력 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이 닿기에는 하 늘 위에 나타난 물체는 너무나도 높 은 곳에 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주는 함선을 관찰하던 시진이 흠칫하며 소리를 내었다.
“유, 유니버스급 함선?! 저건 데빌 스 레기온의 발록이잖아?!”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오는 길은 너무나도 쉬웠다.
유니버스급 함선인 발록의 존재 때 문이었다.
전장만 700m, 전폭과 전고 역시 각각 179m, 228m를 자랑하는 이 초대형 함선은 리턴과 프리덤을 다 수 탑재할 수 있었다.
함선을 운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 다. 함선의 주인으로 등록이 된 호 만 탑승하면 발록의 인공지능이 모 든 것을 해결해줬다.
마장기를 운용할 마장기사만 충분 하면 수송함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 었다.
“유니버스급 함선이라니……. 발록 의 레플리카겠죠?”
“……그거야 나는 모르지. 애당초 발록은커녕 유니버스급 함선이라는 것도 처음 들었다고.”
“아, 오빠는 데빌스 레기온과 같은 건 모른다고 했었죠. 그나저나 카오스 큐브로 저런 것도 구할 수 있었 다니……
발록을 구매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시진을 비롯한 리그너스 대륙의 영 웅들은 하늘 위에 떠 있는 함선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 다.
그리고 그 반응은 종족들마다 판이 하게 달랐는데 엘프와 수인족들은 초대형 함선인 발록을 크게 두려워 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천성이 대장장이인 드워프 영웅들은 우주선이라는 것이 무엇인 지 알아보겠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발록을 조사하고 싶다며 떼를 쓰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모은 카오스 큐 브를 전부 사용해야 했지만.”
성간이동이 가능한 유니버스급 함 선을 얻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었 다.
어쨌든 저 함선을 이용하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그 지구가 자신이 아는 지구 인지 아니면 한시진이 살던 지구인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후자겠지.’
호가 살던 곳은 가상현실은 있어도 저런 초대형 함선은 존재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우주 기술이라곤 기껏해야 인공지 능을 이용한 화성 탐험 정도가 전부 였다.
우주인의 존재가 밝혀진 적도 그렇 다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다른 행성 으로 이주를 해야 할 정도로 지구의 상태도 나쁘지 않았었다.
‘뭐, 아무렴 어때.’
발록을 얻었어도 자신이 살던 곳으 로 돌아갈 방법은 아득히 멀어 보였 다.
하지만 십 년 동안 리그너스 대륙 에서 살아왔던 경험 때문일까?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서 가 슴이 답답하거나 미칠 정도는 아니 었다.
한시진, 로우덴, 브로리를 비롯해 리그너스 대륙에서 인연을 맺은 소 중한 동료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었 다.
물론, 처리해야 할 악연도 한 놈 있었다. 이 행성을 떠나는 것은 그 녀석의 처리를 끝낸 뒤에 생각할 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