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515화
“대형 개체입니다!”
“나한테 맡겨!!!”
한 마장기사의 보고에 브로리가 대 답했다. 아까 전부터 각 마장기의 통신구에서는 그녀의 신난 목소리만 이 들려오고 있었다.
가끔 한시진이 적을 격파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를 할 뿐이었고, 프 리덤의 강력한 화력을 이용해 다수 의 적들을 우르르 쓰러뜨리고 있는 기사왕 - 이레네 아르티아는 그다 지 말이 많은 영웅이 아니었다.
“(이! #! ⓒ#%! ⓒ#”
다른 마장기사들의 보고가 들려오 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브로리의 흥분한 소리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진짜 못 말리겠네.”
그 모습에 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투가 시작된 이후, 알르드의 마 장기 편대는 일방적으로 세리너스의 피조물들을 쓰러뜨렸다.
S등급 마장기와 A등급 마장기 다 수로 구성된 호의 마장기 편대의 전투력은 세리너스의 대형 몬스터조차 도 쉽사리 쓰러뜨리고도 남았다.
“생각보다 쉬운걸?”
알바트로스의 마력 창으로 마장기 와 비슷한 덩치를 지닌 설인 거인을 쓰러뜨린 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 던 결과였다.
옛날 라헬과 창조신의 농간에 의해 이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을 때 는 이보다 작은 몬스터가 등장해도 벌벌 떨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호에게 몬스터 따위 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오우거 따위는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강력한 동료가 옆에 있었으며,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군대가 호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자신을 창조신이라 일컫던 거짓된 신인 알리우스도 크게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그만큼 호는 리그너스 대륙에서 많 은 것을 경험했고, 그만큼 성장해나 갔다.
또한 알르드라는 세력을 크게 발전 시켜나가며 강력한 전력도 구축할 수 있었다.
바로 그 결과가 지금 호의 눈앞에
서 톡톡히 드러나고 있었다.
콰아앙! 쾅!
요란한 폭발과 함께 세리너스의 거 대 몬스터들은 마장기 편대의 공격 에 하나, 둘씩 죽어 나갔다. 일반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호님을 위하여!!!”
“우리의 손으로 대륙의 평화를 지 키자!”
“거짓된 신을 쓰러뜨려라!!!”
SSS 랭크의 병사들인 실버 문과 드래곤 라이더, 브뤼헤아 비쉬의 합 공에 속속 나자빠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얼마나 얼음 요새의 몬스터 들을 쓰러뜨려 나갔을까?
요새의 단단한 성벽이 반 이상 무 너질 무렵 요새의 중심부가 급격하 게 일렁이더니 샛노랗게 변하기 시 작했다.
게이트가 형성되는 모습이었다.
“알리우스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가장 먼저 이상 현상을 발견한 시 진이 통신구로 경고를 보내며 즉각 태세를 정비했다. 다른 영웅들도 마 찬가지 였다.
“이제야 제대로 된 적이 등장한 건 가?”
신나게 적의 대형 몬스터를 샌드백 처럼 두들기던 브로리도 다른 마장 기사에게 자신이 상대하던 몬스터를 떠넘기듯 던져 버리고는 게이트 쪽 으로 달려왔다.
갑작스레 생겨난 게이트의 주변으 로 마력이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었 다.
우주의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고 알 려져 있는 강력한 존재답게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세리너스로 추정되는 존재 가 게이트를 뚫고 모두의 앞에 모습 을 드러내었다.
“저게 대체 뭐야……?”
알리우스의 모습을 본 시진이 혼란 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몸은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 었지만, 위에는 커다란 드래곤의 머 리가 달려 있었다.
게다가 등에는 파충류의 날개와 함 께 촉수가 연상되는 기다란 것들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절로 흑마법에 의해 합성된 키메라 가 연상되는 외형이었다.
“정말 괴물다운 외형인데? 어차피 어떻게 생겼든 무슨 상관이야? 적이 나타났다는 게 중요하지.”
“그 말이 맞네.”
브로리의 말에 동의하면서 일찌감 치 세리너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 던 호는 바로 명령을 내렸다.
상대가 어떻게 생겼든 간에 불길한 마력이 치솟는 게이트를 뚫고 나온 이상 아군의 적인 것만은 틀림없었 다.
“공격 시작. 단번에 끝내 버린다.”
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제일 먼저 프리덤 편대의 전탄 사격이 괴물을 향해 날아들었다.
일종의 환영인사였다. 그렇다 하더 라도 가볍게 여길 만한 위력은 결코 아니었다. 세리너스와 동급의 존재 라는 리그로우도 쉽사리 무시하지 못했던 강력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콰왕! 쾅! 쾅!
수십 센티는 되어 보이는 단단한 보호막이 괴물의 몸을 둘러싸면서 프리덤의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 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 큼직큼직하게 금이 가고는 있었지만, 괴물의 신체 를 직접적으로 타격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거짓된 신이라 해도 그만큼의 능
력은 지니고 있다는 건가? 하아아 압!!!”
그 모습에 이레네 아르티아가 자신 의 힘을 끌어 올렸다. 그녀가 탑승 한 전용기의 모든 포구가 세리너스 에게 조준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형형색색의 마력 포.
알리우스의 강력한 보호막도 EX 등급의 영웅인 기사왕 이레네 아르 티아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까지는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기사왕의 공격이 일점사로 날아들 자 프리덤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던 보호막이 와장창 깨지며 세리너스가 등에 달린 파충류의 날 개를 크게 퍼덕였다.
그리고는 마장기들을 노려보며 소 리를 질렀다.
-여기까지 날 찾아오다니! 끈질긴 놈들!
“말은 바로 해야지. 네 놈이 우리 를 부른 거잖아?!”
시진이 세리너스의 말을 맞받아치 며 윙 쓰러스트를 가동했다. 그녀의 기체가 빠른 속도로 알리우스에게 날아들었다.
카아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리턴의 마력 검이 거칠게 뽑혔다. 이어서 시진이 세리너스를 반으로 갈라버릴 기세로 힘껏 내리쳤다.
부우웅!
그러나 한시진의 공격은 멍하니 공 기만을 가를 뿐이었다.
상대는 알리우스. 리그너스 대륙에 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라 할 수 있 는 고대신보다도 한 수 위의 생명체 였다.
하지만 시진은 포기하지 않게 계속 해서 알리우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시진과 세리너스가 맞붙는
동안 호는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강력한 적이 나타났다는 흥분으로 몸이 떨려오고 있었지만, 마지막 전 투라고 해서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일단 전투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 던 까닭에 아군 마장기들의 동력은 다들 멀쩡했다. 리그로우 때와는 상 황이 크게 달랐다.
거기에 예비 부대도 뒤에서 대기 중이었다. 또한 리그로우와는 달리 세리너스의 주 능력 또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미 세리너스에게 한 번 당한 경 험이 있는 쉐르난비체가 일러준 내 용이었다. 바로 마인드 컨트롤 능력 이었다.
“일단 브로리만 지원해! 나머지 기 체들은 뒤에서 대기! 프리덤의 오너 들은 후방에서 지원 사격으로 브로 리와 한시진을 돕는다. 일단 세리너 스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다.”
호가 통신구로 명령을 내렸고, 영 웅들은 그런 호의 명령에 따라 충실 하게 움직였다.
브로리와 한시진 그 영웅은 알르드
의 하고 많은 영웅들 중에서도 전투 력 면에서는 한손에 꼽히는 영웅들 이었다.
세리너스의 갑작스러운 공격도 충 분히 버틸 수 있었다.
“어디 얼마나 강한지 나랑 한번 놀 아보자고!”
명령을 받은 브로리가 한시진과 부 닥뜨리고 있는 세리너스를 향해 거 칠게 달려들었다.
투기 발산을 사용한 그녀의 무력은 알리우스와 정면 대결을 해도 밀리 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겉으로 유형화된 투기가 그녀의 마
장기를 뒤덮고 있었다.
쿵! 쿵 쿵!
성큼성큼 달리기 시작한 브로리의 골든 스테이트가 크게 도약했다. 그 녀의 기체가 한시진과 세리너스의 위를 스치듯 날아올랐다.
“뒤!”
통신구를 통해 전해져 오는 짤막한 목소리에 시진은 반사적으로 앞으로 달려들었다.
세리너스가 움직일 수 없도록 그녀 의 발을 묶으려는 의도였다.
-같잖은 수를!
한시진의 공격에 세리너스는 뼈와 비슷하게 생긴 무기로 그녀의 공격 을 막아내는 한편, 뒤로는 두툼한 보호막을 만들어내었다. 브로리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는 세리너스의 실수나 다 름없는 행동이었다. 그녀는 일찌감 치 한시진을 뿌리치고 그 자리를 피 해야 했다.
투기 발산을 사용한 브로리의 전투 력은 리그너스 대륙의 일반적인 영 웅과는 궤를 달리했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웅!
브로리가 들고 있는 단검이 그녀의
투기에 공명하듯 섬뜩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세리너스의 보호 막을 그대로 산산조각을 내며 동시 에 그녀의 어깨에 붙어 있는 파충류 의 피막 같은 날개까지 그대로 잘라 내었다.
?캬아아아아악?!
세리너스의 비명이 전장을 크게 뒤 흔들었다. 생각지 못한 고통에 그녀 의 마력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호는 지금이 바로 공격을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강한 알르드의 전력에 거
짓된 창조신이 너무나도 쉽게 동요 하고 있었다.
“공격!”
그렇게 소리를 지른 호는 바로 알 바트로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달려들던 대형 몬스터 몇 몇이 마장기 편대의 진격을 막기 위 해 달려들었다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조금 전의 공성전에서 브로리과 한 시진의 손에 네임드 개체 혹은 지휘 개체들이 죄다 죽어 나간 까닭에 전 술적인 움직임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놈들이라면 일반 병사 들만으로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 다.
‘리그로우보다도 약해 보인다!’
호의 눈동자가 반복적으로 세리너 스의 모습을 훑었다.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는 세 리너스는 아직 본인의 힘을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면 서 세리너스는 호가 지휘하는 마장 기 편대의 공격에 속절없이 얻어맞 기 시작했다.
본인의 장기로 보이는 보호막 능력
을 계속해서 펼쳐보이는 모습이었지 만, s 등급 마장기인 프리덤이 주축 으로 된 강력한 화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라이온 레인의 마력 포탄 역시 만만한 위력의 공격이 아니었 다.
어, 어째서 이렇게 강한 거지?!
리그로우 녀석을 상대할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지 않느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 못 들어봤냐?”
절망에 찬 세리너스의 외침에 호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슬슬 위기를 느끼는 모양인지 아까 부터 점점 말이 많아지는 모습이었 다.
하기야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당황 스러운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 었다.
알르드의 급격한 전력 상승은 그것 을 이뤄낸 호 본인도 때때로 놀랄 정도였으니까.
“멍멍! 호님을 지원해라! 멍!!!”
열심히 개소리를 짖어대며 병사들 을 지휘하는 로우덴에게는 언제나 고마운 생각뿐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정말로 고생을 많
이 한 녀석이었다.
캬아아악!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 어! 모조리, 모조리 내 노예가 되어 라!!!
우우우웅!
비명에 가까운 발악과 함께 세리너 스의 이마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 다.
그 모습을 본 순간 호의 머릿속으 로 하나의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 갔다.
만마의 지배자인 쉐르난비체에게 들었던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틀림 없어 보였다.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라 불리는 쉐 르난비체마저도 순식간에 당했을 정 도의 위력적인 능력이었지만 알고 보면 파훼 방법은 굉장히 간단했다.
머릿속을 울리는 세리너스의 반복 된 의지를 마력을 이용해 거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쉐르난비체가 거짓된 창조신 인 세리너스의 마인드 컨트롤에 당 했던 것도 그녀를 정말로 창조신이 라도 생각했던 조그마한 믿음이 크 게 작용한 탓이었다.
“모두 머리에 마력을 집중한다. 이 상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바로 차단해 버려!”
당연히 이에 대해서도 이미 대비책 이 갖춰져 있었다.
마인드 컨트롤를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마력 운용이 떨어지는 마장 기사들은 강제로 기절을 시키면 그 만이었다.
_ 무슨??????!
자신의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에 세리너스가 눈을 부릅떴다.
순간적으로 힘을 크게 소모한 까닭 에 그녀의 얼굴은 크게 일그러져 있 었다.
“똑같은 능력에 두 번이나 당할 정
도로 우리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호가 말했다. 이건 세리너스의 실 수에 가까운 무리수나 다름없었다.
사방을 포위한 마장기사들을 조종 하기 위해 회심의 일격인 셈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사용했지만, 두 기의 A 등급 마장 기사가 쓰러진 것을 제외하면 알르드의 전력에는 별 피 해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호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나 다름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세리 너스의 힘을 쭈욱 빼냈기 때문이었 다.
“공격 시작.”
당연히 호는 이 기회를 그냥 봐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