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513화
까앙! 까아앙!!!
알르드의 수도인 디르시나의 본성. 600여 개가 넘는 방들이 있는 커다 란 성의 중심부에서 요란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고 있었다.
대장간에서나 들릴 법한 단단한 무 언가를 망치로 내리치는 소리였다.
성을 울리는 시끄러운 금속성에도 성내를 돌아다니는 집사와 시녀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평범하게 자신들의 일을 하는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소리를 내고 있는 주인 공의 정체가 디르시나의 주인이자 알르드의 패왕인 윤 호였기 때문이 었다.
+7 칼리아르의 강화에 실패했습 니다. 강화에 사용된 마정석과 강 화석이 마력을 잃으며 사라집니다.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 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얼굴에 짜증이 가 득 실렸다.
“빌어먹을. 더럽게 안 붙네.”
또 실패였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강화할 아이템과 마정석 그리고 강화석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휘 하 영웅들에게 고 강화 장비를 안 겨다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강화를 하는 행동 자체가 엄청난 반복 작업이었다. 너무 오 랜만에 하는 강화라 그 사실을 잊고 있던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강화는 시스템의 능력을 이 용할 수 있는 호 본인밖에 하지 못 했다.
“에이, X벌. 그래도 무기는 안 날
아가서 다행이기는 한데……
모 가상현실게임은 강화에 실패했 을 경우 강화 무기가 완전히 증발하 기도 했다.
덕분에 게이머들의 불만 섞인 글이 회사 홈페이지를 가득 채웠헜지만 ‘리그너스 대륙전기’는 그래도 인간 적인 게임이었다. 적어도 무기가 날 아가지는 않았다.
만약에 ‘리그너스 대륙전기’도 그 런 시스템이었다면 진지하게 강화 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 을 것 같았다.
어쨌든 S 등급 마장기의 탑승 조
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영웅들에게 줄 아이템을 강화하는 것도 만만 치 않은 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10강으로 풀 강을 하고 싶었 지만 잘 안 붙으면 5, 잘 붙으면 7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계속해서 강화만 붙잡고 늘어지 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이 정도 면 SS 등급의 무기를 기준으로 했 을 때 100 에 가까운 세부 능력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더 많은 영웅을 리턴과 프리덤의 마장기사로 만들고 싶었지만, 당장 은 서너 편대를 더 추가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오늘은……
호의 고개가 뒤로 향했다. 성의 보 물창고에서 가지고 온 SS등급의 검 과 갑옷 그리고 신발 아이템 세 개 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저것까지 만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였다.
똑똑
“폐하, 로우덴 님께서 찾아오셨습 니다.”
“로우덴이?”
밖에서 들려오는 시녀의 말에 호 가 고개를 갸웃했다. 드워프 왕국 과의 전쟁이 끝난 이후, 로우덴은 호가 내린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 느라 수왕 아쉬토와 함께 대륙 전 체를 떠돌고 있었다. 그런 그가 디 르시나를 찾아온 것이다.
“들여보내.”
호의 대답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면서 외알 안경을 낀 견인 영웅이 방안으로 들어섰 다.
알르드 총 군사이자 군단 규모의 병력을 지휘할 수 있는 몇 안 되 는 총독 작위의 영웅 그리고 리그 너스 대륙을 통틀어서 다섯밖에 되지 않는 EX 등급의 영웅인 로우 덴이 확실했다.
자신을 보자마자 풀어지는 멍청한 표정이 그것을 증명했다.
“멍멍. 시종들이 그러는데 매일 강화를 하느라 바쁘시다 하더군요. 그것들이 강화된 아이템들입니까?”
“그래. 일단 자리에 앉지?”
호의 말에 로우덴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엘프들의 손에의해만 들어진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았다. 그런 견인 영웅을 바라보며 호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설마 벌 써……?”
“멍, 그렇습니다. 찾았습니다, 호
님.”
말을 꺼내는 로우덴의 표정은 굉 장히 심각했다. 덩달아 호의 얼굴 역시 딱딱하게 굳었다.
호의 명령에 따라 로우덴은 알르 드의 수색대를 이끌고 마족들과 연합해 ‘알리우스 - 세리너스’를 수색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알르드와 마족의 공격에 의해 리그로우가 죽은 것도 벌써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최소 반 년 이상은 걸릴 줄 알았 는데……. 그래서 세리너스는 어디 에 자신을 봉인하고 있는 거지?”
“멍멍. 대륙의 끝. 푸트란 빙붕입 니다.”
“푸트란 빙붕? 빙붕이 뭐지?”
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가상현실 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클리 어 한 그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 었다. 그리고 로우덴의 설명이 이 어 졌다.
골든 크로우의 북쪽에 있는 세계 의 끝이라 불리는 산맥을 넘어가 면 사파이어 바다라 불리는 곳을 발 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맑은 날, 사파이어의 바다 북쪽을 바라보면 수평선 즈음에 나타난다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이 바로 빙붕이라고 했다.
그리고 푸트란 빙붕은 그런 얼음 덩어리 중에서 가장 큰 크기를 지닌 덩어리였는데, 그 크기가 얼마나 큰 지, 제덴 사막을 품고 있는 알르드 의 영토 ‘바리안지의 대지’ 와 엇비 슷할 정도라고 했다.
‘아니, 그런 곳에 세리너스가 봉 인되어 있다는 사실은 대체 어떻 게 알아낸 거야?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이야?’
어째 로우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런 장소에 세리너스가 숨어 있다 는 사실을 찾아낸 게 더욱 신기해 보였다. 얼굴로 황당함을 드러내는 호의 모습에 로우덴이 자신의 코를 슥 홅으며 말했다.
“아쉬토의 도움이 굉장히 컸습니 다. 고속 기동을 사용할 수 있는 s 등급 마장기로 수색을 하다 보니 전 에는 갈 수 없던 곳도 수색이 가능 해지더군요, 멍멍.”
“아아. 고속 기동이 그렇게 사용 되었군.”
하기야 S 등급의 마장기는 일반 마장기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 도로 빠른 기동이 가능했다. 마정 석만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면, 계 속해서 몇 배나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거기에 윙 스러스트를 활용한 공중 기동이면 지형지물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알르드는 강화석과 마정 석이 넘쳐나는 왕국이었다. 근 두 달간 호가 날려 버린 강화석과 마정 석만 해도 정령 왕국의 일 년 생산 량과 맞먹는 양이었다.
“멍. 그러면 바로 영웅들을 소집 하겠습니까?”
세리너스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그 괴물이 힘을 되찾기 전에 당장이 라도 공격을 시작해야 했다.
리그로우와 마찬가지로 세리너스 또한 이 행성을 파괴하려는 알리우 스. 그냥 둬서는 위험한 존재였다.
“으음.”
로우덴의 말에 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이은 전쟁으로 인해 영웅 들은 물론이고, 병사들도 상당히 피 로가 쌓인 상태였다.
다만 세리너스와의 전투는 국가 대 국가의 전쟁 혹은 루베릭 대륙과 벌 이는 전쟁처럼 대규모로 이뤄지지는 않을 터였다.
분명 리그로우를 상대했던 것처 럼 S 등급 마장기에 탑승한 마장기사 몇과 에이스급 오너들도 이 루어진 최정예 전력들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전 투가 벌어지는 장소가 얼음 덩어 리라는 빙붕이었다.
만약 얼음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소중한 병력들이 차가운 바다에 수 장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생각하니 A 등급 이하의 마장기도 불안했다. 수중형 마장기 가 아닌 이상 아무리 강철의 거인이 라도 차가운 바다는 당해낼 수 없었 다.
“일루미나스.”
[불렀나요?]
호의 중얼거림과 함께 그의 뒤쪽 에서 조그마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 려왔다.
그리고 로우덴이 눈을 동그랗게 뜨 는 것과 동시에 이마에 뿔이 난 요 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주의 관 찰자라 불리는 일루미나스였다.
“큐브의 상태는 어때?”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는 것 같 아요. 행성의 의지는 큐브의 마력이 사라지기 전까지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2년이라고?”
호가 의문어린 표정을 지었다. 저 번에 들었을 때 보다 기간이 좀 더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라헬과 카테지나의 사이가 틀어 진 건가?’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보이 기는 했는데……. 그 문제가 나쁜 쪽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좋은 쪽으 로 생긴 문제였기에 호는 깊게 생각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두 고대 신 사이에 트러 블이 생긴 모양이었다.
“시간이 그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야……. 세리너스는? 푸트란 빙붕에 숨어 있다는 것은 이미 들었겠지?”
[네. 그렇지 않아도 관찰을 시작 했어요.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봉 인한 상황이에요. 하지만 정신은 일찌감치 깨어 있던 것 같아요. 세 리너스의 명령을 받는 거대한 얼 음 골렘들이 그녀가 봉인된 장소 에 커다란 요새를 만들고 있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자기를 공격할 것이라 생각하고 일찌감치 대비하는 모양이로군.”
“멍멍. 조심스럽게 정찰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로우덴은 그렇게 말했지만, 호는
세리너스가 자신들의 움직임을 파 악하고 있던 것에 대해 별달리 신 경이 쓰이지 않았다.
차원의 문을 통해 공허의 괴물을 소환하던 리그로우도 물리쳤던 자신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많은 S 등급의 마장기들이 준비 되어 있었고, 다른 종족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S 등급 마장기에 탑승할 영웅들이 별로 없다는 거지만.’ 그런 생각과 함께 호는 뒤쪽의 장비 아이템들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좀 더 장비의 강화에 속 도를 내야 할 것 같았다.
“도베르만 제독에게 푸트란 빙붕 으로 갈 수 있는 항로를 찾아보라 고 해.”
“알겠습니다, 멍멍.”
“그리고 엘프 왕국 쪽으로 병력을 집결시켜.”
그전에 먼저 처리를 해야 할 놈 도 있었다. 호의 명령에 로우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명령에 담긴 내용을 파악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콰앙! 쾅!!!
휴머니온 껍데기에 마력을 응축 시켜 폭발시키는 프리덤의 신형 포탄이 쏜살같이 날아가 커다란 괴물에게 부딪쳤다. 요란한 폭발과 함께 괴물의 비명이 마장기사들의 귀를 찌르르 울렸다.
“똑같은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EX 등급의 영웅들이 움직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네.”
“마장기사의 차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요.”
아쉬움을 담은 호의 중얼거림에
시진이 말을 받았다. 만약 똑같은 기체라 해서 똑같은 위력을 낼 수 있다면 그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진 기체일 게 분명했다.
그래도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 나 브로리와 비교를 했을 때나 부족 하다는 의미였지, 새롭게 s등급 마 장기의 오너가 된 십이멀들이나 니 나 다니엘레는 고대 신을 상대로 충 분히 대단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 었다.
‘저 정도라면……
알리우스를 상대로도 제법 활약 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앞 으로 있을 루베릭 대륙과의 대륙전쟁에서도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호는 알바트로스의 카메라를 통 해 정신없이 팔을 휘두르는 고대 신 을 바라보았다.
코끼리처럼 생긴 애쉬드라는 몸통 에 여러 개의 팔이 달려 있었다. 비 록 그중 네 개는 마장기사들의 공격 에 찢겨 사라졌고, 배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됐어. 새로운 마장기사 들의 전투력도 확인했고. 빨리 끝내 고 돌아가자.”
“좋아. 그러면 내가 나설 차례로 군.”
브로리의 마장기가 양 주먹을 쾅쾅 부딪쳤다. 이어서 프리덤 편대의 전 탄 사격이 애쉬드라를 두들겼다. 뼈 와 살로 이루어진 애쉬드라의 몸체 가 박살 나고 부서지고 있었다.
기사왕과 함께 브로리가 나서는 순간,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 었다. 고장이 난 기계처럼 팔을 허 우적대던 고대 신은 두 EX 등급 영웅의 합공에 너무나도 쉽게 목 숨을 내주었다.
호가 처음 마주했던 운트리온, 파 이가론과 같은 고대 신들과는 달 리 애쉬드라는 상당히 약한 개체였 다.
물론 S등급 마장기 두 개 편대와 기사왕과 브로리가 전투에 나섰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만약 A, B 등급으로 이루어진 마장기 편대였다 면, 제법 고생을 했을 것 같았다.
띵동
애쉬드라의 숨이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호는 업적과 관련된 메시 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보상으로 카오스 큐브도 획득할 수 있었다.
‘이제 스무 개만 남았네.’
호는 자신의 가지고 있는 카오스 큐브의 개수를 확인했다. 고대 신 과 알리우스 그리고 신의 파편을 모조리 큐브로 교환한 까닭에 현재 510의 카오스 큐브를 품에 들고 있 었다.
그리고 호가 목표하고 있는 ‘유니 버스급 - 함선’ 발록은 큐브 상점 에서 카오스 큐브 530개를 지불해 구매할 수 있었다.
그것만 있으면 바다를 통하지 않더 라도 자신들의 병력을 그대로 이끌 고 루베릭 대륙으로 넘어가 라헬과 카테지나를 쓸어버릴 수 있었다.
정말로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 같 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