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511화
“이걸로 끝이다!”
투기 발산을 사용한 브로리의 마력 이 거칠게 팽창했다. 그녀의 주먹에 응축된 마력의 영향을 받아 주위의 공간이 빙그르르 일그러지고 있었 다. 리그로우도 지금의 공격이 위험 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듯 몸을 트는 모습이었다.
“하찮은 수에 내가 당할 줄 아느 냐!”
말은 그렇게 외쳤지만, 리그로우의 행동은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브로 리를 제외한 다른 에이스들의 공격 에 의해 온몸이 묶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그가 알리우스라는 격외의 존재라고 해도 황금색 재능을 지닌 EX 등급의 영웅들도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었다.
라헬의 회복능력으로 모든 마력을 회복한 호와 영웅들은 본능적으로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깨닫고 브로리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 해 어떻게든 리그로우의 발을 붙잡 고 늘어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리그로우가 괴성과 함께 자신의 정 면에 있는 알바트로스를 향해 달려 들며 양 팔을 내뻗어 강하게 밀어붙 였다. 알바트로스를 밀어버리고 그 틈에 빠져나가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호는 수많은 전투 경험으로 말미암아 그런 리그로우의 행동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출력이 상승 한 알바트로스의 뒤로 두 쌍으로 날 개가 솟구치며 화려한 섬광을 만들 어내었다. 그리고는 정면에서 리그 로우를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가, 감히……!”
영웅들의 활약에 옴짝달싹하지 못
하게 된 행성파괴자라 불리는 알리 우스, 리그로우의 눈이 서서히 겁에 질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최 후를 예견한 모습이었다. 그리 고……. 브로리의 일격이 리그로우 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뚜두두둑!
“크허허억!”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리그로 우의 복부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정상적인 생명체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부상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까지 방심은 금물. 호가 알바트로스 의 창을 거머쥐었다.
푸우욱!
살이 꿰뚫리는 소리와 함께 S등급 마장기의 커다란 강철 창이 리그로 우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리그로우가 손을 내뻗었다. 피에 물든 알리우스 의 손이 알바트로스의 강철 창을 붙 잡았다.
“바보 같은 놈들……. 너희들은 나 말고……
그 말과 함께 모든 일의 원흉이었 던 ‘알리우스-리그로우’의 고개가 푹 꺾였다. 힘겨운 승리였다.
띵동.
-‘알리우스-리그로우’를 물리쳤습 니다.
-전투성과를 결산중입니다. 3…… 2…… 결산완료. 이번 전투의 성 과 등급은 A랭크입니다. 경험치를 979823231 획득했습니다.
-총대장으로 활약에 힘입어 20% 의 경험치를 추가적으로 획득합니 다.
-놀라운 업적입니다! ‘우주의 평화 를 지킨(1)’의 업적 보상으로 카오 스 큐브 50 개를 획득합니다.
-‘행성의 평화를 지킨’의 업적 보
상으로 카오스 큐브 20개를 획득합 니다.
리그로우가 죽는 것과 동시에 여러 메시지들이 호의 눈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알리우스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 까닭인 지 달성한 업적도 여러 개나 되었 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는 것만 같았다.
‘고대신의 학살자’ 의 업적 보상으 로 파편의 설명서를 획득…… @#스%@#$! @#?
“?????? 뭐야?”
호가 눈을 반복적으로 깜빡였다. 눈동자가 따끔거리며 시스템창이 오 류라도 일으킨 듯 노이즈가 끼고 있 었다. 그리고 환한 빛과 함께 머리 에 뿔이 달린 반투명한 정령의 형상 이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일루미나스였다.
“딱 타이밍 좋게 나타났네?”
[크, 큰일입니다!]
“……무슨 말이야? 리그로우는 우 리가 물리쳤는데? 어…… 설마 이 놈 죽은 척하는 건 아니겠지?”
일루미나스의 다급한 목소리에 호 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홱 돌아갔다.
전쟁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익숙 한 클리셰가 떠오른 탓이었다.
하지만 숨이 끊어진 리그로우의 시 체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공허의 괴물을 불러내던 차원문도 기사왕의 공격에 의해 완전히 파괴가 되는 모 습이었다. 살아남은 공허의 괴물들 역시 리그로우가 사망한 탓인지 괴 성과 함께 괴로운 모습으로 죽어가 고 있었다.
“..? r
그때였다. 쿠쿠궁하는 소리와 함께 간헐적으로 떨던 신전의 진동이 점 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신 전의 기능에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호의 눈동자가 자연스레 일 루미나스에게 향했다.
[이 행성의 마력이 담겨 있는 큐 브. 선택의 신전 깊숙한 곳에 보관 되어 있는 큐브가 강제적으로 뜯겨 나가고 있는 현상이에요!]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행성을 유지하는 마력이 사라지면 서 이 행성이 소멸될 거예요!]
일루미나스의 외침에 모두의 얼굴 이 돌처럼 굳었다. 기껏 힘들게 알 리우스를 처리했건만……! 호가 반 사적으로 물었다.
“대체 누가?! 설마 또 다른 알리우
스라는 세리너스가 움직인 거야?”
[아니, 아니에요. 세리너스는 지금 봉인에…….]
호의 물음에 일루미나스는 잠시 말 을 멈추더니 누군가와 귓속말이라도 하듯 혼잣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렸 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 을 열었다.
[행성의 의지가 말하기를 이 행성 의 고대 신 중 한 명이라고 해요. 고대 신의 이름은 라헬……. 라헬이 라고 해요.]
일루미나스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는 순간, 모두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호의 얼굴도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콰아아아아!!!
다섯 기의 마장기가 고속 기동을 한껏 발휘하며 신전의 심장부로 향 하고 있었다. 마정석의 마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빌어먹을……! 그 년을 살리는 게 아니었는데! 어쩐지 리그로우를 두 려워하는 년이 전투 중에 모습을 드러내더라니! 그 때 의심을 했어야 했어!”
“그랬다면 리그로우를 찾을 수도 그리고 물리칠 수도 없었을 거예요.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오빠. 일단은 라헬을 찾아서 그 큐브라는 것을 원 래대로 되돌리는 것만 생각해요.”
한시진의 위로해도 불구하고 호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불안하게도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 한 것처럼 계속해서 진동을 하던 선 택의 신전은 어느새 잠잠해진 상황 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신전의 중심부로
안내하는 일루미나스는 아까부터 계 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 다.
호가 통신 버튼을 누르고 일루미나 스를 향해 말했다.
“행성의 의지? 그 녀석하고는 대화 가 가능해? 큐브는 무사하대?”
[아…… 그게…….]
어두워 보이는 일루미나스의 얼굴 을 보며 호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 다. 아니나 다를까 아무래도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기사왕 이레네 아 르티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 대
륙이 소멸한다는 말인가?”
[아, 아직까지는 여유가 조금 남아 있어요. 라헬이 행성의 마력을 모두 흡수하기 전에 큐브를 원래의 위치 로 다시 되돌리면 된다고 해요.]
“ 후우??????
일루미나스의 대답에 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국 이 행성이 당장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대륙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뜬금없이 사망하는 이상한 배드 엔딩을 맞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신나게 무너져 내리고 부서지는 영 화 속의 한 장면을 직접 경험하지 않게 되어 천만 다행이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 호 는 이번 기회를 통해 라헬을 진정으 로 끝장 내버릴 생각이었다.
“라헬의 위치는?”
이를 으득 갈며 호가 물었다.
[행성의 의지가 큐브를 찾고 있어 요. 지금은……. 리그너스 대륙을 벗 어나고 있다고 해요.]
“루베릭 대륙이로군.”
호가 확신하듯 말했다. 리그너스 대륙의 적이나 다름없는 파신이 갑 자기 자신들을 돕더라니……. 이런 꿍꿍이가 있던 게 틀림없었다. 아무 래도 라헬과 그녀의 자매신이라는 카테지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 었던 게 분명했다.
알리우스들도 강력히 탐을 냈던 큐 브라는 것에는 이 행성의 마력이 담 겨 있다고 했다. 그것을 서로 반씩 만 흡수해도 반신인 그녀들이 온전 한 신좌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힘 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들은 리그 너스 대륙과 이 행성이라는 틀에 얽 매일 필요도 없었다.
호가 조금씩 마장기의 속도를 늦추 기 시작했다.
“어차피 지금 신전의 심장부로 가 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해. 이미 라헬은 큐브를 가지고 루 베릭 대륙으로 도망쳤으니 우리도 나가서 이후의 계획을 세우는 게 좋 을 것 같아. 일루미나스, 이 행성의 무너지기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 가 아?”
[어…… 큐브의 마력이 전부 소멸 되어야 하니, 1년? 라헬이 힘을 홉 수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면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어라……?”
조금씩 느려지던 알바트로스가 완 전히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1년이면 충분히 많이 남은 거 아 니야?”
생각보다 엄청나게 여유가 있는 시 간이었다. 그 정도면 S등급 마장기 로 이루어진 편대를 몇 개나 더 만 들어 낼 수 있었다.
[……행성의 마력이 담겨 있는 큐 브니까요. 아무리 고대 신이라고 해 도 그것들을 간단히 흡수하지는 못 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 록 행성의 마력을 흡수한 라헬과 카 테지나는 점점 더 강해질 거예요.]
“그래봤자 알리우스 보다는 약하지 않겠어?”
[그, 그건 그렇죠? 행성 파괴자는 고대 신과는 격이 다른 괴물들이 니…….]
호의 반문에 일루미나스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당장 인생이 끝장나는 줄 알았는 데, 생각 이상으로 여유가 많이 남 아 있었다.
리그로우의 죽음과 함께 선택의 신 전 밖에서 있던 마족들의 치열한 전 투 역시 끝이 난 모양이었다.
격렬했던 전투였다는 것을 증명하 듯 여러 부위가 부서진 루비 아이가 알바트로스의 앞으로 내려앉았다.
“성공적으로 물리친 모양이로군.”
쉐르난비체는 이미 호와 일행들이 리그로우를 물리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기야 공허의 괴 물들이 괴성과 함께 죽어 나자빠졌 으니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상황 이었다.
그리고 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가 입을 열었다.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은?”
“공허의 괴물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뒤로 물러나더군. 그리고 는 곧바로 자취를 감췄다.”
괜히 물어본 것 같았다. 애초에 의 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루베릭 대륙 의 녀석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우리를 도운 게 분명했으니까.
“루베릭 대륙과 관련해서 문제가 생겼나 보군.”
“라헬이 이 행성의 마력의 담긴 큐 브라는 것을 가지고 도망쳤습니다.”
애초에 비밀로 해야 할 내용도 아 니었기에, 호는 솔직히 대답했다.
게다가 라헬이 도망친 루베릭 대륙 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도 마족의 도 움은 무조건적으로 필요했다. 다행히 쉐르난비체는 금방 상황을 파악 했다.
“자신을 창조신이라 일컫던 괴물도 사라졌으니 그랜드 라인 또한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함대를 준비하겠다.”
“알르드도 바로 원정함대를 편성하 겠습니다.”
“으음, 그런데 말이다.”
쉐르난비체가 호를 바라보며 말했 다.
“알리우스라는 괴물은 두 놈으로 알고 있다. 한 놈은 그대가 무찌른 리그로우, 그리고 나머지 한 놈은 나와 마족을 농락한 세리너스라는 놈이지. 그 녀석은 어떻게 할 거 지?”
호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 나 왔다. 생각해보니 그 문제도 남아 있었다. 게다가 드워프 왕국도 아직 까지 세리너스의 힘에 의해 조종당 하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당장 루베릭 대륙으로 원 정을 떠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 다. 어차피 시간적 여유도 조금 남 아 있었다.
“아무래도 드워프 왕국과 세리너스 를 먼저 처리한 후에 루베릭 대륙을 공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기 전에 후환 은 미리 없애야 했다. 이번 일과 비 슷한 상황을 또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은 드워프 왕국을 상대로 공세 를 펼치고 있는 로우덴과 합류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 호의 말을 들은 쉐르난비체가 말했다.
“원정 군대를 편성하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으니, 나는 먼 저 우리의 영토로 돌아가겠다. 굳이 난장이들을 잡는 데 우리의 힘이 필 요할 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
그러면서 자신들이 차지한 드워프
들의 땅은 마족의 영토로 편입시키 겠다고 말했다. 어차피 그 쪽 땅에 대한 욕심도 없었기에 호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라면 언제든지 블라디션의 마 왕성을 찾아오는 것을 허락하겠다. 언제 알리우스라는 괴물을 쓰러뜨린 무용담을 듣고 싶군.”
“기회가 되면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쉐르난비체와 마족의 군대 는 자신들의 영토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렇게 다급했던 신전에서 의 전쟁이 찝찝하지만 어떻게든 마 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