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507화
쿵 쿵!
거대한 강철의 거인이 하늘을 날았 다가 땅을 짓밟으며 커다란 발자국 을 남겼다.
알리우스-리그로우를 상대할 알르 드의 에이스 편대는 호와 한시진을 비롯해 투신 - 브로리, 전신 - 기 사왕 이레네 아르티아, 전장의 광기 -수왕 아쉬토를 포함한 총 다섯 개 편대의 마장기사들 이루어져 있었 다.
알바트로스까지 합해 S등급의 마장 기가 다섯 기, A등급 마장기가 열 다섯 기였다. 당연하지만 마장기를 조종하는 오너들은 모두가 SSS등급 이상의 영웅들이었다.
그만큼의 전력이 본대에서 빠져 나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워프 들은 알르드 군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군신 로우덴의 지휘능력이 그 누구 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것도 이유였지만, 사방에서 공격을 받는 터라 정신이 없던 까닭이었다.
“조금 더 속도를 높인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압도적인 화 력의 차이를 이용해 드워프의 북부 전선을 괴멸시킨 호는 쉽게 전쟁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 요한 것은 드워프 왕국을 무너뜨리 는 게 아니었다.
앞으로 한 달 아니, 그보다 더 이 른 시간에 공허의 괴물들이 리그너 스 대륙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 다.
비록 선봉대라지만 그 숫자는 무시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리그로우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악의 경 우 공허의 괴물과의 싸움도 각오해 야 했다.
“마정석의 재고는 어때?”
“아직은 괜찮습니다. 드래곤 라이 더들의 공중 수송이 가능한 거리입 니다.”
호의 에이스 편대는 드워프의 영토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감시탑과 방 어탑을 발견하면 보이는 즉시 족족 파괴를 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아군의 위치를 들킬 염 려가 있기는 했지만, 방어탑의 공격 에 마정석을 수송하는 드래곤 라이 더를 잃는 게 훨씬 큰 손해였다.
어차피 알르드를 포함한 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통과하는 호의 에이스 편대를 막아낼 전력이 없었다.
“라헬. 선택의 신전까지는 얼마나 남은 거지?”
“이런 속도라면 열홀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여신 라헬이 말끝을 흐렸다. 최근 선택의 신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움직임을 리그로우가 알 아차린 듯 보였다. 그런 라헬의 이 야기를 들은 호가 힐끔 뒤쪽의 마장 기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스무 기로 가능하려나
쉽지 않을 게 분명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일반 병력의 지원을 기다리 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리그로우 가 공허의 괴물을 모두 불러낼 때까 지도 선택의 신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드워프들의 수 송 마장기인 드워르기니를 다수 운 용해 보는 건데……
그러나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 황이었다. 게다가 드워르기니는 이 런 산맥지형에서는 제 속도를 낼 수 도 없었다.
“움직인다.”
호가 알바트로스를 가동하며 아군 에게 통신을 넣었다.
어찌되었든 지금의 전력만으로 알 리우스 중 하나인 리그로우를 상대 해야 했다.
그래도 EX등급의 영웅이 무려 넷 에 S등급의 마장기도 제작한 만큼 어느 정도 전투에 대한 자신은 있었 다.
그렇게 호가 드워프 왕국의 영토를 상하로 길게 가로지르고 있을 때, 서부 전선에서는 만마의 지배자가 이끄는 마족의 군대가 드워프들의 거친 저항을 누르고 방어선을 뚫어 버리고 있었다.
“네 이년 쉐르난비체!!!”
드워프 왕국 최강의 맹장으로 명성 을 떨치는 아크칸이 만마의 지배자 를 향해 거칠게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쉐르난비체는 그런 아크칸 의 포효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 니, 휘하의 부하에게 한 마디만을 했을 뿐이었다.
“사운더러스.”
“알겠습니다, 폐하.”
마족의 데스 나이트가 예를 취하며 물러났다. 이어서 사운더러스의 마장기가 맹렬히 아군을 공격하는 아 크칸의 헤임빌을 막아섰다.
“흥.”
드워프 왕국의 맹장이라지만 아크 칸은 자신의 검 카시아움에 피를 묻 힐 자격이 없는 놈이었다.
적어도 대족장 골드 스트리안 정도 가 되어야만 마왕의 검을 받을 자격 이 있었다.
잠시 사운더러스와 아크칸의 전투 를 지켜보던 쉐르난비체가 지루한 표정으로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부 복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마족의 군 단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알르드가 움직였다고 들었다. 전 황은 어떻지?”
“음무워. 정찰대의 보고에 의하면 드워프들의 북부 방어선은 이미 무 너졌다 합니다. 새로운 마장기가 모 습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이제껏 본 적이 없는 마장기라고 합니다. 그리 고 현재 군단장 로우덴이 전선을 펼 치며 드워프의 영토를 차지하며 남 하하고 있다고 합니다.”
“드워프들의 움직임은?”
“예비로 편성된 군단이 나섰던 모 양이지만……
로우덴의 신출귀몰한 책략에 우왕
좌왕 하다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나 버렸다.
G랭크 스킬인 ‘군신의 진격’조차도 사용하지 않은 결과였다.
“땅만 파던 난장이들의 운명도 이 전쟁으로 끝이 나겠군. 그런데 왜 군단장이 움직이는 거지? 윤호는?”
“에이스 오너들로 이루어진 마장기 사단을 편성해 드워프 왕국을 빠르 게 남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윤호의 움직임에 쉐르난비체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남하하고 있다고? 무엇을 노리는 건지 짐작할 수 있겠나?”
“제 추측에 따르면 그들의 목적지 는 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선택의 신 전으로 보입니다. 음무. 여신 라헬이 동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볼 붸르니체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의외의 보고에 쉐르난비체는 자신의 검을 움켜쥐었다.
마족의 신기 카시아움이 날카롭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복수의 시간이 다가온 모양이었다.
호가 남하를 시작한 지 열홀 차.
“이 자식! 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 던 게 틀림없어!!!”
브로리의 괴성이 통신구를 쩌렁하 게 울렸다. 징그럽게 생긴 괴물들에 게 빼곡하게 포위를 당한 그녀의 마 장기를 보며 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미리 말을 했던 것 같은 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호 역시 쉬지 않고 알바트로스의 창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창이 파공음을 낼 때마다 알바트로스에 달려들던 괴물들이 산 산조각이 나 쓰러졌다. 선택의 신전으로 향하는 일행들의 앞을 가로막 은 건 드워프들이 아니었다. 괴상하 게 생긴 괴물들이었다.
“공허의 괴물!”
그리고 그들의 정체는 곧바로 한시 진이 확인해줬다. 최대한 빨리 움직 였지만, 결국 리그로우는 이 대륙에 공허의 괴물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 한 모양이었다.
마장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은 괴물 들은 약 오천 여 마리 정도로 크기 도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놈은 축구 공보다 조금 더 큰 크기에 불과했지 만, 마장기의 허리까지 오는 큰 덩 치의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보스급 몬스터도 아닌 일반 괴물들이 알르드에서 제일가는 에이 스 오너들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마력의 검이 화려하게 불타올랐고, 후방에서는 프리덤의 포격이 빗발치 듯 쏟아져 내렸다. 불과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괴물들은 한 기의 마 장기도 파괴하지 못하고 그대로 몰 살되 었다.
“별것도 아닌 녀석들에게 웬 엄살 이야?”
전투를 마치고 알바트로스의 조종 석에서 나온 호가 전투 내내 시끄럽 게 떠들던 브로리를 향해 타박하듯 말했다.
“하지만 징그럽게 생겼잖아. 어휴. 다리가 수십 개나 달린 벌레같이 생 긴 그놈을 네가 봤어야……
아니, 그렇게 생긴 몬스터를 가장 많이 때려잡은 게 자기면서…….
G랭크 스킬을 사용하면 혼자서 오 천 마리 전부를 때려잡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녀석이 엄살을 부리는 모습을 보자니 절로 어이가 없어지 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부터의 여정은 순탄치 않을 것 같았다. 공허의 괴물들은 이미 소환된 것 같고, 리그로우는 그런 괴물들을 이용해 자신들을 막 으려 들 게 분명했다. 한시진이 물 었다.
“지원 병력들을 기다려야 될까요?”
“시간이 부족해. 지금도 선택의 신 전에서는 리그로우가 계속해서 공허 의 괴물들을 불러내고 있을 거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괴물들이 저 희들의 앞을 가로막게 되면……
마장기의 동력원인 마정석이 줄어 들게 된다.
선택의 신전으로 부리나케 달려와 야 했던 까닭에 호와 일행들이 보유 한 마정석은 기껏해야 네다섯 번 정도의 전투를 치를 분량밖에 남아 있 지 않았다.
그것도 드래곤 라이더들이 중간까 지 보급을 해줬기에 이 정도의 양이 남아 있을 수 있었다.
“네 번, 아니 세 번밖에 전투를 할 여유가 없어. 그 전에 리그로우를 찾아서 그 녀석을 쓰러뜨려야 해.”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의 심각성은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리그로우는 자신들의 약점 을 눈치챈 게 틀림없었다. 그 증거 로 호가 다시 마장기를 움직인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공허의 괴 물들이 일행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괴물 무리입니다!!!”
“최대한 전투를 회피하며 뚫고 지 나간다!”
호의 명령에 따라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탑승한 ‘프리덤-블루 세 이버’의 전탄 공격이 공허의 괴물들 을 일직선으로 가르고 지나갔다.
파도와 같은 마력에 휩쓸린 괴물들 이 괴성과 함께 순식간에 증발해버 렸다.
그 틈을 타 알바트로스를 비롯한 다른 마장기사들이 빠르게 괴물 무리들을 뚫고 지나갔다. 이어서 기사 왕의 프리덤 또한 고속 기동으로 괴 물들의 방해를 피해 아군에 합류했 다. 하지만 그런 방법도 한계가 있 었다.
최대 출력을 동원한 프리덤의 전탄 공격은 오너의 마력만큼이나 마력 엔진을 돌리는 동력원의 에너지 또 한 순식간에 소모시켰기 때문이었 다.
게다가 언제인가부터 프리덤의 전 탄 공격에도 버틸 만큼 많은 숫자의 괴물들이 일행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덕분에 적들을 증발시키고, 그 틈
을 이용해 돌파를 하는 꼼수는 하루 도 지나지 않아 봉인이 되어 버렸 다.
“에이, 나쁜 새끼가 머리도 좋네.”
브로리가 아쉬운 듯 말했다. 호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마정석을 아끼면서 선택 의 신전에 도착하려고 했건만……. 신전의 위치를 알고 있는 라헬의 말 에 따르면 아직도 이틀 정도는 더 가야한다고 했다.
호가 아쉬움을 담아 중얼거렸다.
“이럴 때 일반 병사들이라고 있으 면……
자신의 G랭크 스킬인 ‘한계 돌파’ 를 이용해 공허의 괴물들을 쓸어버 리고 리그로우의 앞에 도달했을 지 도 몰랐다. 그러나 알르드의 병사들 은 로우덴의 지휘 아래에 드워프들 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병사들만 있으면 되는 것이더냐?”
등 뒤에서 어떤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병장기들이 동 시에 뽑히며 알르드의 영웅들이 소 리가 난 뒤를 돌아보았다. 하늘 위 에서 가느다란 피막을 날개처럼 펼 친 여인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쉐르난비체?”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 마족은 서부 전선에서 아크칸 이 이끄는 드워프들과 전쟁 중이었 어야 했다.
“아크칸 따위가 나를 막아낼 수는 없지. 승리를 거둔 나의 용맹스러운 병사들은 볼 붸르니체스와 함께 난 장이들의 수도 콜스타인으로 향하고 있다. 물론, 나 역시 콜스타인으로 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흥미로 운 이야기가 들리더군.”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의 대화 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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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 고 있었다. 공허의 괴물들이 내는 소리였다. 그리고 호가 전투를 준비 하기 위해 마장기에 탑승하려던 찰 나였다.
“저 놈들이 나에게 모욕을 주었던 알리우스라는 괴물들의 끄나풀이렸 다‘?”
만마의 지배자 세르난비체의 얼굴
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그런 마왕 의 뒤로 붉은색의 마장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왕의 전용기 루비 아이였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 낸 것은 루비 아이만이 아니었다.
척! 척! 척! 척!
마족의 마장기 편대를 비롯해 블러 드 씨커, 하이 코넷 위치, 유령군마 들로 이루어진 마왕의 친위 병력이 산등성이 너머에서 자신들쪽으로 진 군해오고 있었다.
“나와 마족을 건드렸던 것을 후회 하게 만들어 주지.”
그리고 루비 아이의 조종석에 올라
탄 쉐르난비체가 괴물들을 향해 선 언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