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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99화 (499/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99화

마족과의 일을 해결한 호는 곧바로 ‘바리안스의 대지’로 출발했다.

“저, 저게 대체 무엇이냐! 반인반 마의 마장기라니?!”

그리고 리셴르나를 몰아붙이는 드 워프 왕국의 사령관 아크칸을 말 그 대로 박살을 내버렸다. 아무리 아크 칸이 드워프 왕국 최고의 맹장이라 지만 그래봤자 EX등급의 능력은 하 나도 없는 녀석에 불과했다. 물론, 무력도 포함해서였다.

당연히 한시진은 물론이고 호의 상 대조차도 되지 못했다. 커다란 도끼 가 사정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 다.

단 한 번의 전투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드워프 왕국의 난장이 들은 땅딸막한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바리안스의 대지에서 물러났다.

“냐앙. 딱 필요한 타이밍에 맞춰서 도착하셨군요.”

“응. 딱 필요한 타이밍에 이 대륙 이 나한테 말을 걸었거든.”

큐브 상점이 새로 개장하지 않았더

라면 지금도 만마의 지배자 쉐르난 비체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을 터 였다. 이곳의 지원은 꿈도 꾸지 못 했으리라.

“……냥?”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는 리셴르나 를 뒤로한 채 호는 드워프들이 도망 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마 이대로 끝나지는 않겠지?’

엘릭서의 도움으로 세리너스의 영 향에서 벗어난 쉐르난비체와는 달리 드워프 왕국의 대족장인 골드 스트 리안은 지금도 세리너스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엘릭서라면 그를 제정신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콜스타인에 있는 그에 게 엘릭서를 먹일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엘릭서의 가격은 카오스 큐 브 열다섯 개나 되었다. 골드 스트 리안에게까지 엘릭서를 사용하면 근 한 달 사이에 무려 사십 개가 넘는 카오스 큐브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 었다. 그리고 호는 그것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다.

‘한시진의 승급에 필요한 EX등급 의 검이 스무 개인데……

자신이 들고 있는 카오스 큐브의 개수도 이제 사십 개가 조금 넘을 뿐이었다. 고대신 같은 녀석을 물리 쳐야만 획득할 수 있는 한정적인 재 화인 만큼 호는 최대한 카오스 큐브 의 사용을 자제하고 싶었다.

“……저 녀석, 다시 공격해 올까 요?”

카오스 큐브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을 떠올리던 호에게 한시진이 다가 와 물었다.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데스 사이더를 조종하며 드워프 왕 국의 오너들과 격렬한 마장기전을 벌였지만, 그녀는 땀 한 방울도 나 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리셴르나가 호 대신 입을 열었다.

“제 정신이라면 설마 또 오겠냥?”

“……그놈이 제 정신이 아니라서 문제지.”

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 든 드워프들은 계속해서 ‘바리안스 의 대지’를 노릴 게 틀림없었다. 아 니면 견인들의 나라인 바우 왕국을 통해서 알르드의 남동부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그 쪽은 수왕 아쉬토와 브로리가 빠르게 지원을 갈 수 있었다.

“리셴르나, 분명 드워프들은 이대 로 물러나지 않을 거다. 크리솔라이 트에 좀 더 많은 방어 시설을 건설해야 할 것 같다.”

“냥.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치는 것은 어떨까요? 제덴 사막은 적들의 대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지형적으로 좋지 않아요. 일단 크리솔라이트를 무시하고 ‘붉은 핏빛의 대지’나 ‘군 트락’으로 바로 이동할 수도 있고 요.”

“나도 그러고 싶기는 한데……

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 금 당장은 그럴 만한 병력이 없었 다. 천족이나 켐벨 방어선 중 한 곳 에 주둔하고 있는 군단 병력을 빼내 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방어하고 있는 헤븐즈 전선에서 이 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기, 참모장님. 이게 대체 무 슨 일입니까?”

A+ 등급의 마장기 ‘드릴 루드비히’ 의 오너이자 알르드의 에이스급 영 웅인 케반스가 참모 레이자 카르핀 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레 이자도 지금의 상황이 잘 이해가 되 지를 않았다. 그런 둘의 뒤로 은발 의 천사가 조신한 걸음으로 따라오 고 있었다.

평범한 일반 천사는 아니었다. 자

신의 몸의 몇 배나 되는 크기를 한 날개가 그 증거였다. 아니, 천사의 정체는 여기에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었다. 천족들의 여왕 라이프린. 그 녀가 기사왕을 만나기 위해 혼자 알 르드의 주둔지를 방문했다.

“이게 무슨 꿍꿍이지? 라이프린?”

당연히 라이프린을 마주한 기사왕 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흉 한 천족들의 본성을 잘 아는 그녀였 기에, 이미 완벽히 무장을 갖춘 상 태였다. 거기에 알르드가 자랑하는 마장기사단이 라이프린의 주위를 감 싸고 있었다.

“후우. 나도 이렇게 찾아오고 싶지

않았네요. 제가 모시는 분께서 그대 의 군주를 만나고 싶어 하세요.”

“여신 라헬이? 어림없는 소리.”

기사왕이 코웃음을 쳤다. 정전 따 위는 필요 없었다. 이레네 아르티아 는 여기서 천족들을 절멸시킬 생각 이었다. 리그너스 대륙의 통이를 위 해서는 후방의 화근은 싹부터 제거 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의 계획은 이미 착착 진행이 되어가고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지.’

고작 가드랜드 한 곳의 생산력으로 는 지금 헤븐즈 요새에 주둔하고 있 는 천족의 대군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 증거로 하루가 멀다 하고 헤 븐즈 요새를 지키는 성벽의 병사들 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 뿐인가? 마장기를 움직이는 데 에도 마정석이라는 자원이 필요했 다. 그리고 가드랜드에는 마정석이 생산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천 족들은 파신과 손을 잡은 것 때문에 리그너스 대륙의 그 어떤 종족과도 거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마정석의 비축분이 떨어지는 순간 천족들의 가장 강력한 강철 병 기는 그냥 고철이 되어버리는 것이 다.

그렇기에 아르티아는 이대로 몇 달

이 지나 천족들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 닫을 때 군사를 움직여 천족들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그런 기사왕의 대답에 라이프린이 자신의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리고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뇨, 한 때 이 대륙을 대표했던 한 종족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패왕 윤호를 만나야겠습니다. 그대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무엇이지?”

“……천족의 항복 선언입니다.”

뜬금없는 라이프린의 말에 기사왕

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 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 지만, 그래도 천족들의 여왕이라는 무게감이 있었다. 괜히 한 말은 아 닐 터.

‘항복이라……

아무래도 윤호에게 서신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자신의 재량으 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었 다.

헤븐즈 전선에서 천족들의 여왕 라 이프린이 여신 라헬의 뜻대로 알르 드에 항복하겠다는 말은 곧바로 ‘바 리안스의 대지’에 주둔하고 있던 호 의 귀로 전해졌다.

“……이거 진짜야?”

“그렇습니다. 천족들의 여왕인 라 이프린을 목격하고, 그녀의 말을 들 은 영웅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병사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호는 서 신에 적힌 내용을 보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풀지 않았다. 여신 라헬과 천족들의 여왕인 라이프린. 그 두 여자는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 륙전기’의 메인 스토리에 연관되는 가장 음흉한 흑막이었다.

게다가 여신 라헬은 이 대륙의 힘 을 차지하려는 고대신 중 한 명이었 다. 이 대륙의 다른 영웅들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호는 우주의 관찰자 일루미나스를 통해 진실을 알고 있 었다.

‘그런 라헬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 다라……

짐작이 가는 이유는 있었다. 아니, 너무 많았다.

고대신과 대척하는 강력한 적 알리 우스가 봉인에서 깨어난 것. 천족들 의 세력이 다 죽어가고 있는 것. 거 기에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루베릭 대륙과 손을 잡은 것도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민은 길었다. 라헬을 만나는 것 과 만나지 않은 것. 어떤 것을 선택 해야 자신에게 더욱 이득이 될지 생 각이 필요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 동안 아무 말이 없던 호가 대기하고 있는 병사를 향해 말했다.

“헤븐즈 요새로 가겠다. 마장기를 준비시키도록.”

여신 라헬을 만나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마침 드워프들과의 전쟁도 소강상태인지라 자리를 비워 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호가 라헬을 만나기로 한 결정에는 EX등급으로 성장한 자신의 능력과 S등급의 마장기 알바트로스가 큰 영 향을 미쳤다. 지금의 만남이 라헬의 함정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헤쳐 나 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몇 번이나 고대신이라는 존재 를 상대해본 탓에 호는 고대신의 능 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 파 악하고 있었다. 분명 라헬도 그 수 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터.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인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와 한시진. 그리고 알르드의 에이스급 오너들의 도움이 라면 여신 라헬과 싸움이 벌어져도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천 족들의 여왕은 별 문제도 되지 않았 다.

행여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라헬 의 자매격인 존재라는 여신 카테지 나가 뜬금없이 모습을 드러낸다거나 리그너스 대륙에 숨어든 파신이 나 타난다거나. 아니면 라헬과 창조신 이 손을 잡고 자신을 제거하려 든다 던가. 그러면 상황이 위험해질 가능 성이 높았다.

“이제 왔냐?”

황금색 꼬리를 지닌 소녀가 이제

막 기사왕의 주둔지에 도착한 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육로가 배를 타고 오는 것 보다는 빠르네.”

그래서 호는 투신 브로리를 헤븐즈 전선으로 소환했다. G 랭크 스킬을 사용하면 파신도 때려잡을 수 있는 그녀라면 라헬의 함정도 정면으로 박살을 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뵙겠어요. 1 회 차 소환 자 윤호 님.”

하지만 그런 호의 준비가 무색하게 라헬은 천족들의 여왕 라이프린만을 호위로 거느리고 알르드의 막사로 직접 호를 찾아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사왕이 병사들을 동원해 주변 수 킬로를 정찰했지만, 아무것 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호도 차분하게 라헬을 앞 에 두고 입을 열 수 있었다.

“별로 반가운 모습은 아니네.”

“제가 한 일에 대해서는 당신을 비 롯한 소환자들에게는 미안할 뿐입니 다. 하지만 저도 사정이……

“그 사정에 대해서는 굳이 내가 알 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호의 말을 들은 라헬이 몸을 움찔 했다. 순간적으로 표정이 무너진 것 같았지만, 그녀는 다시 여신의 미소 를 지으며 최대한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을 소환하지 않으면 저는 소멸시키겠다는 창조신들의 협박이 있었습니다.”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 말 은 사실일 것 같았다. 일루미나스에 게 들은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협박이라……

“리그로우와 세리너스. 이 두 명의 창조신은 고대신과의 싸움에서 소모 한 자신들의 힘을 회복시키기 위해 그대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대륙의 영웅들과 소환자의 목숨을 행 성의 마력으로 전환시켜 자신들의 힘으로 흡수하려는 것이지요. 그대 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영웅이나 소환자가 죽으면 푸른 가루들이 하 늘을 배회했다가 사라지는 모습 O..”

나긋하면서도 부드럽게 말하는 목 소리. 라헬의 정체에 대해 모르는 이였다면 절로 설득이 되었을 정도 로 매력적이었다.

“호오??????

하지만 호는 달랐다. 라헬을 만나 기 전부터 호는 그녀를 향한 경계심 이 하늘 끝까지 치솟아 있었다. 어쨌든 진실과 거짓을 반반씩 섞은 이 야기는 확실히 그럴듯한 설득력이 있었다. 과연 내용이 어디까지 전개 가 될지 일단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싶었다.

“창조신은 이 대륙을 혼란에 빠뜨 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은 생명들 의 희생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회복 하려는 속셈이지요. 그렇기에 우리 는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래 야만 이 대륙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말과 함께 라헬이 자신의 몸을 앞 으로 숙이며 손을 내뻗었다. 힘을 합친다는 말처럼 서로의 손을 잡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뭐라 할 틈도 없이 호는 라헬에게 자신의 손 을 내줘야만 했다. 예상보다 그녀의 행동이 너무나도 재빨랐기 때문이었 다.

띵동.

-라헬이 ‘여신의 유혹’을 사용합니 다.

-해로운 효과가 감지되었습니다.

-〈팔진도〉SS랭크가 발동되었습니 다.

-〈팔진도〉SS랭크 스킬의 효과로 인해〈여신의 유혹〉에 저항합니다.

3.2....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아, 아니. 이년이?!’

모든 상태 이상에 저항할 수 있는 스킬인 팔진도가 발동되었다는 메시 지에 호가 멍한 표정으로 라헬을 바 라보았다. 역시나 이년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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