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496화 (496/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96화

“사운더러스! 어째서 병사들을 뒤 로 물리는 것이냐?! 적들은 아직 무 너지지 않았다!”

기즈린 부대의 포격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쉐르난비체가 자신의 부관인 사운더러스를 호출했다.

“폐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 대로라면 아군의 마장기사단이 먼저 무너질 겁니다!”

통신구에서 전해지는 분노에 사운

더러스가 즉시 응답했다. 그만큼 마 족의 전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쉐르난비체는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 녀의 눈동자는 아직 무너지지 않고 있는 커티삭만 볼 뿐이었다.

“당장???????!”

숨을 들이키던 만마의 지배자가 반 사적으로 루비아이를 움직였다. 이 어서 마력의 열풍이 루비아이를 스 치고 지나갔다.

치직거리는 불꽃과 함께 대기가 강 렬한 마력의 힘에 영향을 받아 엉망 으로 휘몰아쳤다.

정통으로 얻어맞았더라면 아무리 마왕의 전용기인 루비아이라도 멀쩡 하지 못했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 었다.

“오빠! 지원 부탁해요!”

루비아이를 노리고 자신의 마력을 폭발시킨 한시진이 과한 출력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원거리 무기를 던 져버리고는 데스 사이더의 낫을 꺼 내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루비아이를 향해 쇄도했 다.

콰쾅! 쾅! 콰앙!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붉은

색과 검은 색의 점이 서로 부딪쳤다 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조금만 실수해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극한의 마장기전.

귀를 울리는 폭음의 섬광이 계속해 서 궤적을 뒤쫓았고, 그 주인공들인 한시진과 쉐르난비체는 서로의 전투 감각을 한계까지 끌어 올리며 상대 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그렇게 쉐르난비체를 공격하는 한 시진의 기체를 향해 헬 다이블로 급 마장기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 는 모습이 호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방해는 곤란하지.”

호가 재빨리 조종간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알바트로스 허리춤에서 쇠 사슬이 튀어나와 창에 연결되었다.

곧바로 호가 던진 커다란 창이 헬 디아블로급 마장기를 향해 포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적의 공격이다! 조심!

동료의 경고에 알바트로스의 표적 이 된 마장기사가 다급하게 회피 기 동을 했다. 하지만 조종석의 붉은색 의 경고등은 계속해서 점멸하고 있 었다.

콰지지직!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소리가 하 늘을 찢어발겼다.

작살에 꽂힌 생선 마냥 알바트로스 의 창이 마족의 A등급 마장기인 헬 디아블로를 그대로 관통해버린 것이 다. 이어서 주황색의 불빛이 번쩍이 며 관통된 마장기가 하늘에서 폭발 했다.

이어서 커티삭의 성벽에 배치된 알 르드의 마장기들도 공중을 부유하는 마족의 마장기들을 노리며 공격을 시작했다.

- 크아아악!

-뒤, 뒤! 뒤에서 공격이 날아온

다!!!

-저 빌어먹을 창을 조심해!

통신구를 타고 마족 마장기사들의 당황한 목소리와 비명들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그러자 기즈린 부대를 후퇴시키던 사운더러스도 그냥 물러날 수 없었 다. 이대로라면 쉐르난비체 폐하는 물론이고, 그녀의 친위대까지 적들 의 손에 고립될 참이었다.

“리스티 든! 폐하를 구하러 간다!”

후퇴를 하던 기즈린 부대가 다시 포신을 돌려 아군을 공격하는 적들 을 겨누기 시작했다.

“쿠드릭! 비행 병단을 이끌고 시간 을 끌어라!”

사운더러스의 명령을 받은 쿠드릭 이 SS랭크 비행병-심연의 가오리들 을 이끌고 나섰다.

비록 미끼에 불과했지만, 커티삭으 로 향하는 그들의 표정은 모두들 비 장했다.

하지만 기관총처럼 쏟아지는 마장 기의 포격에는 아무리 SS랭크의 병 사라도 버텨낼 수가 없었다.

“사운더러스 각하! 적들의 공세가 매섭습니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최대 3분! 그 안에 폐하를 후퇴시켜야 합니다!”

상대가 만만한 놈들이면 모르겠지 만, 알르드 군은 실력이 뛰어난 마 장기사들이 A, B등급의 마장기를 조종하고 있었다.

심연의 가오리들에게 날리는 포격 하나하나가 짜증날 정도로 정확했 다.

그렇게 아군이 희생으로 시간을 끄 는 사이 사운더러스는 쉐르난비체에 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통신을 계속 보내면서 말 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적에 눈이 돌아간 마왕은 사운더러스의 통신에 전혀 응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크윽!”

순간적으로 엄청난 가속을 내며 다 가오는 적기의 움직임에 사운더러스 가 자신의 기체를 옆으로 피했다.

똑같은 데스 사이더급 마장기인데, 적기의 속도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빨랐다.

콰쾅! 쾅! 카아앙!!!

게다가 감히 자신들의 마왕에게 칼 을 겨눈 적기는 마왕의 전용기인 루 비 아이를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 았다.

아니, 오히려 루비 아이를 힘으로

누르는 모양새였다.

그 증거로 서로의 부딪침이 있을 때 마다 루비 아이의 마력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움직임도 느 려지는 모습이었다.

“강제로 폐하를 후퇴시킨다! 리스 티 든!!!”

“네! 알겠습니다!!!”

리스티 든이 마장기를 움직였다. 굳이 끝까지 명령을 듣지 않아도 상 관없었다.

리스티 든의 데스 사이더가 루비아 이를 노리는 한시진의 마장기를 가 로막았다.

요란한 충격과 함께 서로의 마력이 부딪치며 현란한 빛깔이 하늘을 수 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스티 든의 상대는 만마의 지배자 쉐르난비체도 압도하는 전투 력을 보였던 무력 능력 EX+등급의 영웅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격돌이 계속될수록 리스티 든이 기 체는 눈에 띄게 피해를 입고 있었 다.

벌써 노란불이 들어온 부위도 있었 다. 최선을 다해 필사적으로 마장기 를 움직이고 있지만, 자신보다 몇 수는 앞서는 적기의 공격에 빈틈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리스티 든은 자신보다 뛰어 난 기량을 자랑하는 적기를 상대로 등을 보일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만마의 지배자가 물러날 때 까지 말이었다.

“물러서지 않겠다!”

포효와 함께 리스티 든이 한시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낫 이 리스티 든의 장갑을 그대로 찢어 발겼다.

아니, 찢어발기려고 했다. 리스티 든의 조종석을 파고 들어가던 데스사이더의 낫에서 검은색의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마력의 연결 이 끊어졌다.

“아니, 왜 하필 지금?!”

터어엉!

그 결과 적기를 끝장낼 수 있었던 한시진의 공격은 강철봉으로 리스티 든의 마장기를 후려치게 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그녀의 강력한 마력에 조금씩 과부 하가 걸리던 마장기의 무기가 계속 되는 교전를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 부서져 버린 것이다.

“아! 저놈, 그때 그놈인 것 같은

데……

한시진이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데스 사이더의 무기가 조금만 더 자신의 마력을 버텨냈다면 지금의 공격으로 상대를 끝장낼 수 있었다.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마족의 마장 기가 한시진과 거리를 벌리더니 그 대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들 운이 좋네. 체엣.”

그녀가 노렸던 루비 아이도 마족의 기체 몇 기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모 양새로 물러나고 있었다.

결국 마왕 쉐르난비체에게 기세 좋

게 덤벼들기는 했는데, 제대로 된 성과는 올리지 못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한시진의 활약은 알르 드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에 충분 하고도 넘쳤다.

와아아아아아!!!

마족이 물러나고 한시진의 마장기 가 커티삭의 성 안으로 착륙하자 병 사들의 환호가 귀가 아플 정도로 울 려 퍼지기 시작했다.

만마의 지배자 쉐르난비체가 이끄 는 마족 군단과의 첫 전투는 일단 알르드의 대승이었다.

“적들의 기습입니다!”

“조명 마법을 던져라!”

짙은 어둠을 틈 타 마족의 공격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성벽을 지키는 엘프 영웅의 명령에 따라 브뤼헤아 비쉬들은 조명 마법 을 시전하는 것과 동시에 커티삭에 서 조금 떨어진 요새를 향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콰콰쾅! 쾅!

양 군의 포격과 공격이 사정없이

이어졌다. 계속되는 전투로 많은 수 의 병사들이 죽어나갔고, 부상을 입 은 병사들이 울음이 사방에 진동했 다.

밤새 이어진 마족과의 전투는 새벽 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양측 다 피해가 컸지만, 성벽을 방패로 삼았 던 알르드 군에 비해 마족들의 피해 는 수 배 이상이나 되었다.

특히 어둠을 무기로 은밀하게 접근 한 호의 부대가 마족 병사들에게 치 명적인 피해를 안겨다 주었다.

그렇게 쉐르난비체가 이끄는 마족 은 이, 삼일이 멀다 하고 계속해서 커티삭을 공격했다.

하지만 호는 생각보다 쉽게 마족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공격은 서로의 손, 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족들은 커티삭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평야에 자신들의 주둔 지를 만들었다.

볼 붸르니체스가 멍하니 전방을 바 라보았다. 희미하게 보이는 성벽이 저주스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이나 저 성을 공격했던 가? 하지만 마족의 군대는 커티삭의 성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전력 중 반절 이 상을 알르드의 패왕에게 잡아먹혀 버렸다. 그러는 동안 얼마나 많은 마족의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그 수를 셀 수조차 없었다.

“볼.”

그렇게 멍하니 커티삭을 바라보고 있던 미노타우르스를 향해 칠흑의 갑주를 입은 데스 나이트가 다가왔 다.

그와 동급의 작위를 지니고 있는 군단장 사운더러스였다. 볼 붸르니 체스가 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폐하께서 공격을 준비하라고 하신 다.”

“……음뭐어?! 일주일간 무려 여섯 차례나 전투를 벌였네! 마장기는 죄 다 반파 상태고, 병사들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그런데 전투라니?! 아니, 그 전에 전투에 나설 멀쩡한 부대가 있나?”

“아마 없겠지.”

사운더러스가 힘없는 목소리로 답 했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약한 모습에 심연의 미노타우스르가 얼굴 을 구겼다.

“사운더러스, 너도 짐작은 하고 있 을 거라고 생각하겠다. 최근 들어 폐하의 상태가 이상해진 게 분명 해.”

“볼! 그 말은……

“음무. 내 말 끝까지 들어. 아무리 우리들이 호전적인 마족이라지만 최 근 폐하의 모습은 그 도가 지나쳐. 나는 수백 년이 넘게 폐하를 모셔왔 다. 물론, 사운더러스 자네도 그렇겠 지. 하지만 폐하가 지금과 같은 모 습을 보인 적이 있었나?”

사운더러스가 자신의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볼 붸르니체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만 마의 지배자에서 대한 강렬한 충성 심이 그의 생각을 어지럽히고 있었 다.

“나만의 느낌이기는 하지만 이 전 쟁에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끼 어 있는 것 같다.”

“……그게 뭐지?”

“글쎄.”

그에 대해서는 볼 붸르니체스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딴 사람이라도 된 것 마냥

성격이 변한 쉐르난비체가 가장 먼 저 내린 명령이 바로 알르드를 공격 하라는 명령이었다.

볼 붸르니체스는 그 사실에서 해답 을 찾을 생각이었다.

“음뭐.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소환 자 윤호.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한다.”

“.?!”

사운더러스가 눈을 부릅떴다. 적과 접촉을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였다. 하지만 그 역시 돌아가는 상 황이 이상하다는 것은 충분히 느끼 고 있었다.

절대적인 권력을 자랑하는 만마의 지배자를 향해 최근 휘하 영웅들에 게서도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 오고 있었다.

전부 쉐르난비체의 과한 공격 명령 과 아군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가 지나칠 정도로 커티삭만을 노 리는 그녀의 전투 방식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 습. 그들이 모시는 만마의 지배자는 그렇게까지 어리석지 않았었다.

“사운더러스. 내 생각이 맞는다면 폐하가 이상해지신 것에 관해 알르 드는 분명히 알고 있을 거다.”

“……설마 그 녀석들이 폐하를?”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지. 음무어. 하지만 드워프와도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알르드의 상황으로 봐서는 알 르드의 패왕이 폐하께 무슨 짓을 했 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 단 만나보면 알겠지.”

볼 붸르니체스가 굳은 표정을 고개 를 주억였다. 그리고 사운더러스가 물었다.

“어떻게 접촉할 생각이지?”

“너도 알다시피 이상하게 변하신 폐하께서는 전투 중 아군이 무슨 일 을 당해도 전혀 신경을 쓰시지 않으시지. 그 점을 이용해 알르드의 패 왕과 접촉해 볼 생각이다. 지금의 폐하는 나 하나 정도는 전장을 이탈 해도 눈치 채지 못하실 거다.”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는 사운더러 스를 향해 볼 붸르니체스가 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마족의 미래를 위 해서라도 만마의 지배자를 원래의 모습을 되돌려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