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95화
“적 무기! 접근합니다!”
마족의 신기 카시아움이 커티삭의 성벽 가까이로 접근을 시작했다.
그것에 대응해 족히 백여 개는 되 는 방어시설들이 동시에 불을 내뿜 었다. 사각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 도의 화망이었다.
투투투투투!!!
그러나 카시아움은 마족의 신기라 는 이름답게 기묘한 움직임으로 커티삭의 방어시설들을 농락하며 성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어서 커티삭의 방어탑 몇 개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브리헤아 비쉬 편대! 제어 마법으 로 저 놈의 움직임을 붙들어!”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브뤼헤아 비 쉬들이 카시아움을 붙잡기 위해 주 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물론, 브뤼헤아 비쉬의 마법으로 마족의 신기를 묶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카시아움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성공이었다.
“돌아와라.”
그러나 마력의 유동을 눈치 챈 쉐 르난비체는 곧바로 자신의 무기를 불러들였다. 막 주문을 끝마친 브뤼 헤아 비쉬의 입장에서는 얄미울 정 도의 타이밍이었다.
곧바로 마족 마장기 편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전차형 마장기인 기즈 린의 캐터필터가 땅바닥에 수많은 줄을 그었다.
그리고는 포탑을 커티삭의 성벽 쪽 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포격 준비!”
기즈린 부대를 이끄는 리스티 든이 기즈린을 운용하는 마장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철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합금으로 만들어진 기즈린의 포탄이 포신에 장착되었다.
잠시 후, 리스티 든이 탑승한 데스 사이더에 녹색의 빛들이 점멸했다.
“발사!”
명령과 함께 무수한 숫자의 포탄이 하늘에 반원형의 궤적을 만들어냈 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루비 아이 를 지나 커티삭의 성 안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쾅! 콰아아앙! 쾅!
기즈린의 포탄이 커티삭의 성벽에
부딪쳤다.
커티삭을 둘러싼 높은 성벽은 마력 보호막까지 갖춰진 최고 등급의 성 벽이었지만, 묵직한 질량의 금속이 부딪치자 조금씩 파괴되는 모습이었 다.
마장기 전에서는 굉장히 취약한 모 습을 보이지만, 공성전에서 만큼은 A등급 못지않을 정도로 강력한 위 력을 자랑하는 기즈린의 위용이었 다.
“반격! 반격해라! 저 빌어먹을 마 장기들을 노려!”
커티삭의 성주, 칸디르의 명령에
따라 라이온 레인과 엑스칼리버과 마력포로 기즈린을 노리기 시작했 다.
그들의 후방에서는 아보르 비테가 아군 마장기들을 향해 버프를 걸고 있었다. 서로 간의 공격으로 여기저 기서 폭발이 터졌고, 성벽도 포격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져 내리 기 시작했다.
“시진아, 가자!”
그 사이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요새에 주둔하고 있던 호와 한시진이 행동을 시작했다. 목 표는 적의 기즈린 부대였다.
띵동!
-〈한계 돌파〉G랭크가 발동되었 습니다.
찬란한 빛이 요새를 나서는 실버 문과 드래곤 라이더에게 흩뿌려졌 다.
이어서 강철의 병기를 노리는 돌격 이 시작되었다.
“와아아아아!”
“호 님을 위하여!”
“우리의 유토피아! 알르드를 수호
하자!”
커다란 함성과 함께 병사들이 벌판 을 수놓았다.
하지만 그런 호의 움직임에 미리 대비를 하고 있던 것일까? 마족의 진영에서도 병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눈의 SSS랭크 마족 보병 블 러드 씨커는 물론이고 하이 코넷 위 치, 유령군마에 데스 로드까지 포함 된 전력이었다.
그리고 기즈린 부대의 삼십 퍼센트 가량이 포구를 호의 부대 쪽으로 돌 리고 있었다.
콰쾅! 쾅!!!
포격과 함께 기즈린의 포탄이 아군 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리 ‘한계 돌파’에 영향을 받는 다 할지라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병 사들이 기즈린의 포탄을 몸을 받아 낼 리 없었다.
포탄에 짓눌리거나 폭발에 휩싸인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산화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포격의 궤적에 끼어 있던 드래곤 라이더 하나가 포 탄에 얻어맞고는 피떡이 되어 추락 했다.
덩달아 밑에 있던 실버 문들이 드
래곤 라이더의 시체에 깔리면서 주 위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르드의 병사 들은 진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호 역시 병사들의 피해에 아랑곳하 지 않고 기즈린 부대를 향해 달려들 었다. 어차피 붙기만 하면 자신들의 승리였다.
“포격! 포격해라!!!”
적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호 가 이끄는 병사들을 향해 포구를 돌 리는 기즈린의 숫자도 점점 더 많아 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기즈린의 호위를 맡은 쿠슬
뱅과 키마라이 그리고 포격형 마장 기인 타나스트가 호의 병사들을 향 해 마력포를 발사했다.
콰코쾅! 콰쾅! 쾅!!!
마력포에 휩쓸린 실버 문 몇이 비 명도 지르지 못하고 가루로 변해 사 라졌다.
사방에서 피로 물든 흙더미들이 튀 어 올랐다. 하지만 알르드의 병사들 은 끈질기게 적들을 향해 돌격을 감 행했다.
“아군을 공격하는 적들을 노려! 무 조건 맞춰, 이 새끼들아!”
커티삭의 성벽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칸디르가 목이 터져라 외 쳤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라면 항 거할 수 없는 강력한 마력에 아군의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하지 만 버텨야 했다.
어떻게든 적들에게 붙어야 했다. 그래야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 다.
“파멸의 돌격.”
그리고 적의 포격을 피해 빠른 속 도로 달려 나가던 알바트로스가 창 을 옆구리에 끼고는 몸을 낮추기 시 작했다.
“?????? 어?”
그것을 확인한 리스티 든이 멍한 소리를 내질렀다. 적기가 다가오는 속도가 이상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 었다.
이어서 알바트로스가 만들어내는 붉은 궤적이 적의 마장기 편대를 관 통했다.
콰콰쾅! 쾅!
알바트로스의 공격에 관통당한 마 장기들이 폭발과 함께 쓰러졌다. 이 어서 검은색의 데스 사이더가 아군 마장기를 공격했다. 한시진의 데스 사이 더였다.
“적들을 두 기뿐이다! 겁먹지 말고 반격해!”
마족의 군단장급 영웅인 리스티 든 과 사운더러스가 자신들의 마장기를 움직이며 외쳤다.
상대의 위력적인 공격에 놀란 것은 사실이었지만, 고작 두 기의 마장기 에 무너질 정도로 마족의 마장기 전 력은 허약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로 집중되는 적 마장기 의 움직임에 호가 콧김을 내뿜으며 중얼거렸다.
죽을 각오로 돌격을 시작한 실버 문들이 어느새 마족 병사들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깜짝 놀랄 거다, 이 자식들아.”
그리고 이어지는 전투는 압도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한계 돌파’에 영향을 받은 실버 문과 드래곤 라이더 부대는 마족의 병사들을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 하 물며 8000이 넘는 호의 통솔력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었다. 부대의 공 방 수치가 무시무시하다 못해 끔찍 할 정도였다.
“이, 이게 무슨?!”
형편없이 밀리기 시작하는 아군 병 사들의 모습에 마족의 군단장들이 눈을 부릅떴다.
유일하게 볼 붸르니체스만이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얼굴을 굳힐 뿐이었다.
이미 호의 괴상한 능력에 병사를 크게 잃은 적이 있는 그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 만마의 지배자에게 이 사실을 알린 바 있었다.
하지만 그는 패전의 책임을 물어 지휘권을 박탈당하고 후방의 궁병들 을 지휘해야만 했다.
게다가 쉐르난비체는 그의 진심어 린 충고도 듣지 않았다.
마치 전투의 광기에 휩쓸린 것처럼
그녀는 오로지 돌격 명령만을 내릴 뿐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아군의 상황이 이 러한데 루비 아이는 커티삭을 공격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만마의 지배 자라 불리는 마왕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전술적 움직임이었다.
“뭔가 이상해……
볼 붸르니체스가 눈을 부릅떴다. 그런 쉐르난비체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낀 영웅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녀의 심복인 리스티 든 조차도 만마의 지배자께서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을 정도였다.
콰콰쾅! 쾅!
어느새 마족의 병사들을 쓸어버린 실버 문들은 마족의 마장기 편대 가 까이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볼 붸르니체스가 뒤늦게 군단장들에게 통신을 보냈 다.
“뒤로 후퇴해야 한다! 저 녀석들은 마장기의 장갑조차도 찢어버리는 괴 물들이야!”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 리야?!”
“음뭐어! 아군 병사들이 모조리 박
살이 난 것을 보면 모르겠어?! 윤호 녀석이 왜 마장기사단이 아닌 일반 병사들로 돌격을 감행했겠어?! 무워 어어!!! 이미 이 몸이 당한 전적이 있다고!”
심연의 미노타우르스가 악을 쓰며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군단장들의 반 응은 미적지근했다.
볼 붸르니체스의 의견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만마의 지배자께 서 아무 말도 없었기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알르드의 실버 문 과 드래곤 라이더 부대는 마족의 마 장기 편대에 거의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어 병력을 녹여버리고,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병사들의 손에 마장기들이 박살나기 시작했 다.
“공격! 멈추지 마라!!!”
적의 마장기 편대가 사정권 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호가 소리를 질 렀다. 그러면서도 창을 휘둘러 자신 에게로 접근하는 마족의 마장기를 베어 버렸다.
‘운이 좋았어.’
병사들의 피해가 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상보다는 적은 편이었다.
개활지에서 접근하는 돌격이었다.
적의 마장기 전력을 생각해 봤을 때, 최소한 병력의 삼십 프로 가량 을 잃고 나서야 전투를 벌일 수 있 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쉐르난비체가 어떻게 나오느 냐에 따라 아군의 피해가 기하급수 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알리우스에게 세뇌당한 쉐 르난비체는 정말 바보도 하지 않을 만한 판단을 내렸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쉐르난비체의 마장기는 그녀를 따르 는 마장기 편대 몇 개와 함께 커티 삭을 공격했고, 그 사이 호가 이끄 는 병력이 후미에 뒤쳐져 있던 기즈린 부대를 성공적으로 덮쳐 버린 것 이다.
-와아아아아!!!
커다란 함성과 함께 실버 문의 강 기가 기즈린의 장갑을 찢어버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났고, 기즈 린에 탑승한 마장기사들이 두려움에 떤 채 목숨을 잃었다.
쿠슬뱅이나 키마라이들이 반격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장기의 숫자는 적었고, 병사들의 숫자는 많았다. 그나마 데스 사이더 나 헬 디아블로 그리고 광역 포격이 가능한 타나스트만이 병사들의 접근 을 가까스로 막아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공중을 장악한 드래곤 라이더의 강 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콰콰쾅!!!
드래곤 라이더의 강하가 타나스트 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커다란 충격 과 함께 복부의 장갑이 찌그러지며 타나스트가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 다. 이어서 실버 문들이 몸을 날려 넘어진 타나스트의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가카? 칵! 카? 칵!
장갑을 파고드는 실버 문의 검강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조종석 안에서 그 소리를 들어야 하 는 마족 마장기사의 입장에서는 공 포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비명과 함께 마장기사가 피를 흩뿌리며 사 망했다.
아무리 영웅이라 해도 맹장형 영웅 이 아닌 이상 ‘한계 돌파’에 영향을 받는 실버 문을 감당하기란 쉬운 일 이 아니었다.
“빨리 후퇴해라! 이 멍청한 것들 아! 아군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 은 거야?!”
아군의 마장들에게서 연기가 치솟 아오르는 것을 확인하며 볼 붸르니 체스가 화를 내었다.
결국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사운 더러스가 만마의 지배자를 대신해 후퇴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볼 붸르니체스의 말대로 이대로라 면 아군의 마장기 편대가 전멸할 것 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쉐르난비체의 루 비 아이는 연신 커티삭을 공격할 뿐 이었다.
마왕의 강력한 공격에 커티삭을 지 키는 방어 시설 40%가량이 무력화되었다. 이제르론도 두 기나 파괴되 었다. 그만큼 마왕의 공격은 무시무 시했다.
하지만 커티삭의 성벽은 아직 건재 했다. 그에 반해 마족의 마장기 전 력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60%가 량이 증발해 버렸다.
마족 입장에서는 최악의 교환이었 다. 그러나 전투는 아직 끝난 게 아 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