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91화
마족의 군단장인 볼 붸르니체스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웅은 아 니었다.
그렇다면 한 종족, 그것도 마족의 군단장으로 임명되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심연의 미노타우르스’라 불리는 그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 점을 지니고 있는 영웅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격적인 부 분이 엉망인 것도 아니었다.
엄청난 방어선이 구축된 커티삭 공 성전에서 볼 붸르니체스의 군단은 비록 단 한 번뿐이지만, 커티삭의 성벽을 무너뜨릴 기회를 잡기도 했 었다.
“으, 음뭐어어?! 대, 대체 이게 무 슨 말도 안 되는 능력이란 말이 냐……
그러나 수비를 잘한다는 마족의 이 름난 군단장도 패왕이라 불리는 윤 호의 공격에는 당해낼 수 없었다.
SSS등급의 한계를 넘어 EX의 클 래스를 보유한 호는 리그너스 대륙 에서 몇 안 되는 ‘규격 외’의 영웅중 한 명이었다.
미노타우르스 영웅의 기억 속에 있 는 어설픈 실력의 소환자가 아니었 다.
대륙 북쪽에서 골든 크로우의 영지 를 정비하고 있다던 패왕 윤 호의 등장으로 전선의 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한 번의 요격에 불과했지만, ‘한계 돌파’에 영향을 받은 알르드의 SSS 랭크 정병들은 순식간에 볼 붸르니 체스의 군단을 마족의 영토로 돌려 보냈다.
호가 직접 지휘했던 공격에 마족의
병사들이 입은 피해가 십만이 조금 넘었고, 마장기도 열다섯 기가 넘게 파괴되었다. 엄청난 피해였다.
그렇게 볼 붸르니체스를 쫓아낸, 호는 곧바로 커티삭의 영웅들을 소 집 했다.
성 밖에서 마족들을 견제하던 수운 다 공작과 힐몽거도 커티삭을 방문 했다.
“성의 피해는?”
호가 칸디르를 향해 물었다. 연이 은 방어전으로 인해 커티삭의 상황 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식량 생산량에는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고, 군사 부문과 관련해서도 멀 쩡한 게 없다는 듯 주황색 불로 가 득해 있었다.
“다수의 방어 시설에 수리가 필요 합니다. 약 21억 리스에 가까운 돈 과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고를 하는 칸디르의 낯빛은 살짝 죽어 있었다.
그녀가 입에 올린 21억 리스는 B 등급의 전용기를 두 기나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큰돈이었다.
그런 칸디르의 보고에 호는 대수롭 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21억 리스가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대륙의 삼분지 일을 장학하고 있는 알르드 의 경제력을 생각하면 푼돈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이제르론 한 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장인들의 말에 따르면 마 력 엔진이 완전히 나가 버려 수리가 힘들다고 합니다. 해체를 하고 다시 건설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확실히 곤란하네……
호가 이마를 찌푸렸다. 돈이 문제 가 아니다. 알르드의 건설에 들어가 는 특산품과 시간이 문제였다.
그나마 특산품은 디아린 상단을 통
해 돈으로라도 살 수라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게 아니었다.
“팀 심시티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 지?”
커다란 공사는 건축에 특화된 녀석 들에게 맡겨야 하는 법.
호가 팀 심시티의 위치에 관해 물 었다. 잠시 마법 통신이 이어졌고, 칸디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토슬치에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곧바로 드래곤 라이더를 이용해 커티삭으로 오라고 해.”
로우덴은 없지만, 팀 심시티 자체
의 능력도 나쁘지는 않았다. 적어도 다른 영웅들이 지휘를 하는 것보다 는 두 배가량이나 빨리 공사를 진행 시킬 수 있었다.
잠깐 볼 붸르니체스를 몰아내기는 했지만, 언제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하루라도 빨리 커티삭 의 방어 시설을 회복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커티삭의 병력 중 삼만을 빼내 크리솔라이트로 보낸다.”
“네……? 아!”
가뜩이나 마족의 공세가 언제 시작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병력을 뒤로 보내라는 호의 명령에 칸디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상황을 깨닫고는 알겠다 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병력과 마장기 편대를 재 편성하겠다.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지시를 내리도록 하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었 다.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커티삭에 주둔하고 있 는 영웅들의 능력과 스킬들을 파악 해서 결정을 내릴 요량이었다.
그렇게 상황을 일단락시킨 호는 주 변에 자리 잡은 여러 영웅을 보며 말했다.
“현재 우리 왕국은 크나큰 위기에 처해 있다. 이쪽 서부 전선으로는 마족이, 바리안스의 대지를 통해서 는 드워프 군대가 아국을 공격하고 있지. 게다가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 아는 헤븐즈 요새의 천족을 견제하 느라 움직일 여력이 없다.”
더불어 켐벨에 주둔하고 있는 브로 리와 아쉬토도 빼낼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루베릭 대륙 때문이었다.
“커티삭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호의 말에 칸디르가 바로 입을 열 었다.
오랜 시간을 이 커티삭에서 보낸
천족 영주는 커티삭의 방어에 큰 자 부심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었다. 만 족스러운 모습이었다.
“물론이지. 일단 전쟁으로 혼란스 러운 영지민들을 진정시키고, 방어 시설과 파괴된 시설들의 수리에 들 어간다. 수운다 공작과 힐몽거 장군 의 부대는 커티삭에서 반나절 정도 떨어진 곳에 주둔지를 만들고, 마족 이 재차 침입할 경우 곧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폐하.”
“네!”
커티삭의 성벽을 사이에 두고 마족
들과 밀고 밀리던 전투를 한순간에 정리해 버린 패왕의 명령이었다.
그런 호의 말에 영웅들이 짧은 인 사와 함께 밖으로 뛰듯이 나갔다.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였다.
그렇게 영웅들이 나가는 모습을 보 며 호는 커티삭의 정보창을 열었다.
커티삭에 주둔하고 있는 영웅들의 능력과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서였 다.
혹시나 지금의 의심스러운 상황에 대해 힌트라도 있을까 싶어 퀘스트 창을 열어보았지만, 새로운 퀘스트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마침 퀘스트가 하나 도착하 고 있었다.
띵동.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알림 소리와 함께 호는 다시 퀘스 트창을 확인했다. 하지만 퀘스트로 도착한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언 어가 적힌 괴상한 내용의 문서였다.
“뭐야, 이건……?”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전혀 알아
볼 수 없는 괴상한 글들을 바라보던 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로 퀘스트창을 닫으려다 가 고개를 까닥였다.
“잠깐, 이거 설마 암호 같은 건 가?”
혹시 일루미나스가 위험에 빠진 상 황이라 이런 암호문으로 자신에게 퀘스트를 보냈다면?
곧 호가 피식 웃었다. 영지와 관련 된 퀘스트는 아무 문제 없이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번 조사를 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았다. 괜히 저런 괴상한 언어가 자신에게 날아올 이유가 없 었다.
그리고 알르드에서 이런 괴상한 언 어를 해석할 수 있는 영웅은…….
‘에어리스.’
루베릭 대륙에서 찾아온 하이 엘프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하이엘프 에어리스 또 한 토슬치에 있었다.
그녀는 팀 심시티의 멤버들과 함께
드래곤 라이더를 이용해 곧바로 커 티삭으로 날아왔다.
SSS랭크의 용족 비행병인 드래곤 라이더를 수송 용도로 사용하기 연 구를 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에 빠른 병종인지라 다양한 상황에 서 활용이 되고 있었다.
“이 글자들은……?”
“전투 중 발견한 마족 문서에 적혀 있던 글들이야. 마족들의 움직임과 관련이 된 것 같기도 한데, 나는 전 혀 알아볼 수 없더군.”
퀘스트창의 내용이라고는 설명하기 가 힘들었다. 다행히 에어리스는 그런 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 다.
“일단 해석은 해보겠습니다만, 저 도 처음 보는 것 같은 언어인지 라……
“커티삭의 도서관을 열어주도록 하 지.”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커 티삭은 100만 이상의 인구가 주둔 하고 있는 메트로폴리스 규모의 영 지였다.
영지에 위치한 중앙도서관 또한 그 만큼의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렇게 하이 엘프 에어리스에게 괴
상한 언어의 해석을 맡긴 호는 바로 커티삭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병력을 편성하는 한편, 팀 심시티를 이용해 방어 시설을 수리 는 물론, 새로운 이제르론의 건설에 도 들어갔다.
천만다행으로 쿠퍼 쏘우의 드워프 군단에게 공격을 받았던 ‘바리안스 의 대지’는 빠르게 소강상태에 들어 갔다.
드워프 군대는 참호를 파고 숨어 있었고, 리셴르나 또한 성안에서 나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간간이 포격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냥 보여주기식의 공격에 불과한 모양이었다.
[멍멍, 나의 태양이신 윤 호 님.]
정령 왕국의 로우덴도 별다른 문제 는 없는 모양이었다.
마족이 알르드를 향한 공격을 시작 하면서부터 정령 왕국에 대한 도발 또한 사라졌다고 했다.
덕분에 로우덴이 진두지휘하고 있 는 킴벌리에서는 신록의 강철 생산 과 관련된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 다고 했다.
일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올해 말
쯤에는 신록의 강철을 알르드에서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보고도 담겨져 있었다.
“이 정도 속도면……
축복받은 정령 가루도 생산해야 하 는 만큼 내년 가을쯤에나 S등급 마 장기와 관련된 연구를 시작할 수 있 을 것 같았다.
왠지 늦는 감이 있기는 했지만, 호 는 곧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성급하게 재촉한다고 해서 당장 연 구를 시작할 건 아니었다.
로우덴이라는 치트키를 사용하는 지금도 충분히 빠른 편이었다.
헤븐즈 요새와 켐벨은 기분이 나쁠 정도로 잠잠했다. 심지어 헤븐즈 요 새에서 라이프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었다.
기사왕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프 리테븐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모양 이었다. 라헬의 향방은 여전히 파악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커티삭의 집무실에 앉아 호는 푹신 한 의자에 몸을 맡기며 손을 쭈욱 뻗었다.
“그냥 이렇게 고착 상태에 들어가 면 딱 좋겠는데……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이 쌓
여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급한 일들은 대부분 끝낸 상황이었다.
이왕이면 내후년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이면 S등급 마장기과 관련된 연구에 들어가고 있을 시기였다. 또 한, 그에 필요한 특산품도 다량 보 유하고 있을 터였다.
누군가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호가 괴상한 언어의 해석을 맡겼던 에어리스였다.
“새로 알아낸 거라도 있나?”
호가 언어의 해석을 맡긴 이후부터 에어리스는 종종 호의 집무실을 찾 아왔다. 하지만 딱히 해석이 진행된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호는 괴상한 문자들이 시 스템에 어떤 오류가 생긴 까닭에 만 들어진 결과물일 것 같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 이후,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가 다시 날아오지도 않은 것도 그런 호 의 생각에 확신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에어 리스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호 님께서 주신 언어에 관한 내용 은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것이 누가 사용하는 언어인지는 알 아낼 수 있었습니다.”
“어..?”
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에어리스 를 바라봤다. 의외의 성과였다. 에어 리스가 호가 비슷하게 그려놓은 괴 상한 문자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입 을 열었다.
“이 문자는 창조신의 문자입니다.”
“……뭐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에어리스의 말에 호의 손에 강하게 힘이 들어갔다. 에어리스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 졌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창조신 리그로 우와 세리너스가 서로 간에 사용하 던 문자입니다.”
호의 는이 에어리스에게 향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결코 거짓 은 아니리라. 그녀가 자신을 속일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자신을 향한 그녀의 충성도 수치는 100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 국, 저 문자들은 창조신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라는 이야기였다.
“이 새끼들. 대체 무슨 짓을 하려
는 거야……
아니, 알리우스라는 괴물들이 자신 에게 보내는 신호였다.